'우지호. 가기 전에 한 번은 봐야 될 거 아냐'
'말 안해줬다고 화난 거 아니니까 답장 좀 해'
'계속 답장 안하지. 죽을래 진짜'
몇 통의 문자에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점점 걱정이 됐다.
우지호. 뭐하는 거야 진짜.
'지잉-'
"여보세요? 우지호?"
"야. 나야 나. 뭔 우지호야."
"아.."
"실망한 티 너무 낸다. 너 지호 간다는 거 들었어?"
"..넌 어떻게 알아?"
"지호가 방금 그러던데? 어.. 너 연락 안해봤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가슴 한 쪽이 너무 뜨거워져버려 손까지 떨려왔다.
"여보세요? 김유권?"
"..우지호가 뭐라는데."
경이 당황하는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도 느껴진다.
우물쭈물하던 목소리가 뱉어내듯 말을 이었다.
"..자기 일본 간다고. 그게 다야."
우지호.
너한테는 내가 그런 존재였어?
그냥 말없이 떠나버리면 끝나는 그런 사이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유권은 두어번 마른 세수를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 알았어. 내가 연락해볼게."
"야 김유권. 괜찮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댔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비밀도 들었다.
그로 인해 가장 소중한 사람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실망시켰지만,
그 모든 걸 감내할 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 넌 떠난다.
난 뭘 어떡하면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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