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표지훈] 회사 선배
Written By. 미나리
09. 연애 시작
#다시 여주시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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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어제의 일이 아직도 머릿 속에 생생하다. 어젯 밤에도 그 생각때문에 몇 번을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던 것 같다. 어떡해, 다 꿈인가ㅠㅠ. 어제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어 이번엔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발로 차고 몸을 베베 꼬았다. 선배랑 내가.. 헝.. 벅차오르는 기분을 겨우 진정시키고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집어 화면을 켰다. 그리고 화면에 떠 있는 새로운 문자 메세지 한 통.
[ 잘 잤어? -지훈 선배]
메세지를 확인하자 눈에 들어오는 세 글자에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꿈.. 아니구나. 현실임을 깨닫자 마음 한 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어 핸드폰을 품에 안고 작게 신음했다. 허어어어ㅡ으.. 선배ㅠㅠ.. 진짜 꿈이 아닌가봐요. 꿈이면 영영 안 깼으면 좋겠어..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타자를 쳤다. 뭐라고 보내야 할까. 네, 선배는요?.. 너무 딱딱한가. 아.. 너무 부끄러워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고민 고민하다 결국 [네 ㅎㅎ 선배는 잘 잤어요??] 하는 짧은 메세지를 전송하고 다시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가만히 누워 방 천장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어제의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치못했기에 더 벅찼던 그 순간을.
...
"..여주야"
"..."
"여주야 ?"
"..."
(오열)
엉엉...선배..
선배가 나를.. 날 좋아했대..그것도 꽤 오래.. 선배의 고백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가만히 눈을 꿈벅였다. 그리고 부끄러운지 양 볼을 손으로 감싸고 어색해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서야 내가 생각하는 상황이 맞구나, 확신을 느꼈다.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는 멍해졌으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찌할 줄 모르고 식탁 아래에 있는 손을 괜히 꼼지락 거렸다. 당황스러움이 묻어나있는 내 반응에 선배는 불안한지 내 이름을 연거푸 불러왔다. 근데 지금 그게 잘 안들리는데.. 아, 선배. 아니 그러니까요. ㅠㅠ 아 어쩜 좋아.
"허으, 괜히 얘기했나봐.. 미안해 여주야"
여러 차례 반복된 제 부름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내 모습에 선배는 내가 다른 의미로 당황을 했다고 해석한 듯 머리를 감싸며 사과를 건넸다. 아니.. 아니요, 선배 ㅠㅠ 그런 선배의 반응에 번뜩 정신이 들어 생각을 채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혹시나 목소리가 떨리진 않을까 걱정이다.
"어.. 선배"
"..나 못듣겠어 여주야"
..네?
아니, 선배.. 그게 아니라. 내 부름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선배가 갑자기 내 얘길 못 듣겠다며 고개를 숙이더니 벅벅, 머리를 긁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머리를 긁는 건 선배가 난감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나오는 습관인데.. 이 상황이 참 난감하다. 그 사이 선배는 또 "어으, 어렵다"라고 중얼거리며 제 머리를 헝클인다. 어렵기는 저도 마찬가지에요 선배.. 원래 고백 후엔 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설레면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울상 짓는데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작게 심호흡한 선배가 고개를 들어 다시 입을 열었다.
"대답은, 천천히 해도 돼 여주야"
"네?"
"아니.. 지금 꼭 안해도 되니까 천천히 생각을"
"..."
"어으..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 지 잘 모르겠는데 여주야"
"..."
"어쨋든 나는, 진심이야"
그러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말해줘. 그만 일어나자.
횡설수설 두서없이 쏟아지는 말들에 멀뚱 선배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놀라 나도 모르게 벌떡 따라 일어났다. 내 마음은 분명한데, 대답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분명 어렵게 꺼냈을 선배의 고백을 이런 식의 애매한 반응으로 다음으로 넘기고 싶지 않아 다급하게 핸드폰을 챙기는 선배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내 갑작스런 행동에 어지간히 놀란 듯 두 배로 커진 선배의 눈이 나를 향했다.
"..좋아해요"
"..."
"저도 선배 좋아해요!!"
..아차, 다급함에 목소리가 커졌다.
내 우렁찬 목소리에 놀란건지, 아니면 그 대답에 놀란 건지 날 바라보는 선배의 표정이 놀라움을 가득 담고 있다. 이내 부드립게 입꼬리를 올린 선배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머리칼을 헝클이는 부드러운 손길에 어느새 내 얼굴은 붉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홍당무가 된 기분이다. 차오르는 감정이 벅차다. 그리고 이어 가까이서 울리는 선배의 웃음 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긴장했잖아"
"..헤"
"뭘 웃어 김여주~"
"좋아서요"
"..."
"..너무 좋아서요"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입에선 내가 뱉은 거라곤 상상하기 부끄러운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치만 모두 진심이었다. 너무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나와요, 선배. 진짜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피실 새어나오는 웃음에 이내 환하게 웃음 지으며 선배를 바라보는데, 덩달아 나를 바라보는 선배의 눈빛이 마치 꿀같아서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좋다"
새삼 선배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언제 한 번 말한 적 있는 거 같은데 입술이 꼭 하트같다. 그리고 그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낮은 목소리는 선배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눈을 맞추며 좋다고 말하는 선배가 좋다. 너무 좋다..
"나갈까?"
"네..!"
"문 앞에서 기다려- 계산하고 갈게"
"네, 선배!"
헤헤.. 별 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도 선배의 웃음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선배는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고 계산대로 향했다. 분명 습관처럼 선배가 해오던 행동인데, 늘 적응 안되긴 마찬가지였지만 어쩐지 오늘따라 더 부끄럽고 낯간지럽게 느껴진다. 가만히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선배의 손이 스치고 간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꿈인가싶어 슬쩍 눈치를 보다 머리카락 한 가닥을 집어 잡아당겼다. 아야.. 꿈 아니네..
"여주야 가자"
여전히 머리를 메만지며 멍청하게 서있는 나를 보며 선배가 말했다. 네?..아, 네! 이어진 내 대답도 멍청하게만 느껴졌다. 아직도 집 나간 영혼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내 걸음걸이가 원래 이랬던가.. 걸을 때 손은 어떻게 했더라, 선배랑은 평소에 무슨 얘기를 했었지 하는 이상한 생각들로 머릿 속이 가득찼다. 하아, 어렵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
"이것봐, 김여주~ 또 어색한 표정 짓고 있고"
"아니에요! 그냥.. 그냥 이상해서 하하,"
"뭐가 이상해- 하나도 안 이상한데?"
"아니, 그냥 뭐랄까.."
"난 이 장면 항상 그려왔는데"
"..."
"하나도 안 이상해 그래서"
선배는 낯 간지러운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그 탓에 애꿎은 내 심장만 벌렁벌렁.. 얼굴은 또 터질 것 같이 붉어졌고 그런 내 당황한 표정을 살핀 선배가 고개를 숙여 작게 웃더니 또 한 번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어떡해.. 선배는 사람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래요 사람이 ㅠㅠ..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는 선배의 2단 콤보에 정신차릴 틈도 없이 선배는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는 내 손을 덥석 잡아왔다. 와.. 미치겠다, 진짜-
"기숙사 데려다줄게"
호기롭게 손을 잡아 놓고 선배 본인도 부끄러운 건지 엉뚱한 곳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맞잡은 손이 뜨겁다. 가만히 걷고 있는 선배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피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라니..! 아, 진짜 꿈같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자꾸만 가는 시선을 주체할 수가 없다.
"왜 자꾸 봐?"
"..아"
"얼굴 뚫어지겠다"
"어.. 잘생겨서?"
"..어?"
"잘생겨서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묻는 선배의 말에 당황해서 던진 말이었는데, 내 말에 되려 당황한 얼굴을 보이는 선배가 순간 귀여워서 놀리고 싶어졌다. 이상한 데서 이런 자신감이 자꾸 생겨난다. 선배 잘생겨서 자꾸 보게되요. 헤, 마주쳤던 눈을 피하는 선배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물론, 말 자체는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지만. 선배는 참 잘생겼다.
"너도"
"..네?"
"너도 예쁘다고"
..와, 졌다. 잠깐 당황한 선배를 놀리느라 방심한 틈을 정확히 치고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민망한지 시선을 아래로 한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예쁘다는 말이 이렇게 듣기 좋은 말이었던가.. 오늘 정말 선배한테 여러 번 심쿵 당하는 거 같다. 알면 알수록 선배는 신기하고 또 설레고, 좋다. 그냥. 선배의 말에 그저 말없이 웃음 지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말없이 손을 잡고 걷는 이 시간이 마냥 행복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살짝 엿본 선배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렇게 10분남짓 걸었을까. 어느새 우리는 기숙사 앞에 다다라 있었다. 평소엔 멀게만 느껴졌던 길이 오늘은 어쩐지 무척이나 짧게 느껴진다. 기숙사 앞에 마주 선 채 아쉬운 마음에 잡고 있던 손을 놓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 그런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선배는 비어있는 다른 손을 내 머리에 올렸다.
"조심히 들어가"
"선배가 조심히 들어가야죠~ 전 코앞인데..!"
"(웃음) 내일 봐 여주야"
"잘가요, 선배"
말로는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도 여전히 손은 맞잡은, 오히려 맞잡은 손에 더 힘을 주는 우리의 모습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선배도 따라 웃는다. 진짜 잘가요! 짧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맞잡았던 손을 빼냈다. 아, 되게 아쉽네.. 선배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고 아쉬움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옮기는데,
"잘자"
성큼 내게 다가온 선배가 와락, 날 품에 안고는 잘자라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뒤돌아 내게서 멀어져 갔다. 생각지 못한 선배의 행동에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자 걸음을 옮기던 중 내게로 다시 휙 몸을 튼 선배가 손을 흔들었다. 뭔가에 홀린 듯 따라 손을 흔들고 몸을 틀어 기숙사 건물을 향해 걸었다. 방금 전 선배에게서 나던 향수의 잔향이 내게 베인 듯 불어오는 바람에 익숙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기숙사까지 걸어오는 내내 무슨 생각을 했는 지 모르겠다. 어느새 더 크게 자리잡은 선배의 모습이 마음을 어지럽히다 못해 진한 흔적을 남긴다.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오늘은 왠지, 잠 못이루는 그런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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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나리 작가에요
항상 늦은 시각에 글을 쓰는 거 같네요 ㅠㅠ
일찍 오려 했는데 매번 약속 못 지키는 거 같아 죄송해요 ㅜㅜ
현생에 치이다보니 짬짬이 글을 쓰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 죄송해요 엉엉..
참고로 오늘 내용은 현재-과거(어제) 에서 끝나는 글이에요
다음 화는 다시 현재로 돌아갈겁니당 !
아, 그리고 오늘 BGM은 제가 요즘 빠져있는 곡이에요! ㅎㅎ
노래만 들어도 기분 좋고 설레는 그런 기분인데
오늘 글 분위기에 맞을 거 같아서 선곡했어요
(치즈 - 새벽길도 추천 드려요 ㅎㅎ)
좋은 BGM있으면 추천 해주셔도되요!!! 환영합니다
# 예쁜 독자분들 #
커피우유 / 왱왱 / 구름위에호빵맨 / 백수꿀벌 / 알티스트 / 벗 / 두부 / 요랑이 / 블넹
백설공주 / 회사원 / 구강포진 / 후니 / 토끼 / 우유 / 웽수니
암호닉은 댓글로 아무때나 신청해주시면 되요~
부족한 글인데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예쁜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다 모두모두 감사하고 좋은 밤 되세요 !!!
자까 내일은 지산 락페 갑니다 ㅎㅎㅎ 지호(오빠) 응원하고 올게요!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