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조차 제데로 들어오지 않아 냉골방에 등을 대고 누워있던 공찬이 이리저리로 몸을 뒤척이다 안되겠는지
눈을 뜨고는 방 한쪽구석에 쌓여있던 이불을 가지고와 제 몸에 빙빙둘렀다
공찬의 옆에는 술에 취한듯 곯아 떨어진 아버지가 배를 긁적이며 세상 모르게 잠들어있었고 그런 아버지 옆에 놓여있던
책가방 사이로 흰색봉투가 삐죽 나와있었다.행여 아버지가 깰까 숨소리조차 새어나가지 않게 단번에 크게 숨을 들이킨 공찬이 슬그머니 일어나 책가방쪽으로 다가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은 엄마가 떠나기전 뭔가 결심하듯이 공찬의 손에 흰 봉투를 쥐어주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두번다신 돌아오지 않았고 아버지의 횡포도 그날을 기점으로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진듯했다
봉투를 주머니에 몰래 구겨넣은 공찬이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다가 몰래 현관문 닫고 빠져나와 아직 새벽 어스름도 채 가시지 않는 골목길에 서서 아까 들이마셨던
숨을 거세게 내 뱉어냈다.공찬의 입에서 나온 숨들이 하얀 입김이 되어 피어올랐고 냉기에 시려오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봉투를 열었다
봉투안에는 어머니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장거리에 나가 겨우 벌었을 돈 5만원과 쪽지 한장이 들어있었다.
고등학교를 막 마치자마자 거의 팔려오듯 아버지에게 시집온 어머니는 글씨조차 제데로 배우지 않아 공찬이
넘겨 집어가며 읽어야 할 정도였다 한참을 읽어내려가던 공찬의 눈이 조금씩 시려오는듯 하더니 이내 소매로 빡빡 문지르자 눈가가 벌겋게 부어오른다.
[ 00시 00동 00아파트 201호]
그리고 이내 편지 안쪽에 감춰져있던 쪽지가 팔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쪽지를 주어든 공찬이 그 안에 적혀있는 주소를 되내이듯 입밖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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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공찬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게된게 바로 오늘이였을꺼다.
아침부터 술상을 봐오라며 공찬을 쥐잡듯 잡던 아버지가 결국 술병을 들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찬에게 무섭게 달려들었고 겁에 질린 공찬이 그런 아버지를 피해 골목길에서
가쁜 숨을 내쉬다 이웃 사람들이 아버지를 끌고 집으로 들어가는걸 보고 나서야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서러움이 목까지 차올라와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던 공찬이 저번과 마찬가지로 소매를 들어 눈가가 벌게지도록 벅벅 닦다가 문득 쪽지에 적혀있던 주소를 떠올렸다.
그저 주소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지만 왠지 거기로 가야 살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이상 지체 할 마음없이 일단은 여기에서 아버지가 잠들때까지 기다렸다 대충 가방만 챙겨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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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오랜만에 온 여리입니다
제 망글이 또 찾아왔네요 이번엔 무려 제가 사랑하는 공영으로.
...공영좋아하시는분들 너그럽게 망글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