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날 이후, 번호를 주고 받았다.
고백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도장 찍기 위해 다들 그 흔히 말하는 썸을 탔다.
오늘도 어김없이 ' 감사합니다. ' 안내원의 음성과 함께 버스 안엔 그의 향이 내 코끝을 찔렀고, 점점 퍼져갔다. 너무 좋다.
" 오, 동생- 웬일로 화장했어? "
" 아...음... "
" 안해도 예쁜데. 학교에서 걸리면 어떡하려고. 나는 책임 못 져주는데. "
" 하는게 사람같아 보여요. 누구 때문에 이렇게 다니는데. "
그게 누군데? 앉아있는 내 앞에서 손잡이를 잡으며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물어봤다.
아, 심쿵. 이러다가 병원으로 실려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도 좋다. 사인은 심쿵사.
" 나한테 예뻐 보이려고? 난 다 예뻐 보여서. "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꺼내 내 머리를 쓰다듬곤 내 얼굴을 보며 미소 지어 보였다.
와 이게 썸인가, 썸은 이 정도의 달달함이 아닐텐데. 뭔가 밀당을 할텐데. 너무 좋고 설렌다.
한참을 부끄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때, ' 세봉여자고등학교 ' 를 알리는 안내원의 음성과 함께 그와 함께 내렸다.
" 동생,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끝나면 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 네! 오빠도 학교 잘 다녀오세요. "
오늘 하루 잘 보내라는 말에 1차 심쿵,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에 2차 심쿵, 내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곤 웃으며 잘 가라는 손 인사에 3차 심쿵.
내가 느끼는 감정은 썸이 아니고, 그냥 사랑이다 사랑.
오늘 이석민 때문에 수업시간에 또 멍때리거나, 혼나겠지.
다시 또 자살할까, 지금 교실 문을 박차고 야자를 쨀까 생각이 들 때 쯤,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를 만나라는 듯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달려라 하니에 빙의해 앞머리가 휘날리던 말던 전속력으로 교문을 향해 뛰어갔다.
실내화를 신발로 미처 갈아신지 못한 채 말이다.
" 어...? "
내가 죽을 힘을, 어? 야자시간 동안 죽을 듯 말 듯 했던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달려왔는데, 이석민이 없다.
아, 뭐야. 먼저 간건가,
" 동생- "
서운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데,
두리번 거리던 나의 뒤에서 나지막히 들리는 그의 목소리.
" 아, 뭐에요! 놀랬네. 난 또 간 줄 알았잖아요- "
" 내가 약속했는데, 널 두고 어떻게 가. "
" 사람 마음 풀리게 하는 건 짱이네요. "
괜히 이석민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 하곤 마이 주머니에 힘겹게 두 손을 넣고 바닥에 발을 끌끌차며 습관적으로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 오늘 나 왜 이러지. 꼭 남친한테 삐진 여친같이 구는 거 같은데.
" 칠봉아, 할 말이 있는데. "
" 뭔데요, "
먼저 입을 뗀 그의 손에는 붉은 장미 꽃 한송이가 들려 있었고, 내가 말을 잇지 못 할때 나에게 장미꽃을 내밀었다.
" 이거 받으면 나랑 계속 같이 다니는거다? "
" 에....? 그게 무슨.... "
의미심장한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그를 바라보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 너 좋다고, "
" 동생으로써 말고, 여자로. "
" ...... "
" 칠봉아, 오빠랑 사귀자. "
그저 멍하니 이석민을 바라보다 손에 들고 있는 장미를 받아들고, 입을 열었다.
" 그럼 나도......고백해도 돼요? "
" 응, 뭔데? "
" 나도 좋아해요, 남자로써. "
나 이거 받았으니까, 오늘부터 1일이네요? 너무 좋아 눈웃음까지 지었고, 나의 모습을 본 그는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다 이내 나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 아 귀여워 죽겠어. "
" 아닌데, 귀여운건 오빠가 더 귀여운데요? "
" 너는 못 이겨- 예뻐 죽겠네.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우리 둘은 취해가고, 그는 나를 예쁜 별을 보듯 쳐다보며 얘기했다.
" 사랑해. "
가슴 떨리는 말을 내뱉고선 서로의 손을 깍지 껴 잡아 그가 나의 입술에 짧게 쪽- 입을 맞췄다.
드디어 석민이 단편이 끝이 났네요!!
어떻게 끝내야할지 영 감을 못 잡겠더라구여.....
애매하게 끝냈는데 독자님들이 맘에 들어 하실지...ㅠㅠ!
2017년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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