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
계속되는 야자에 아, 자살할까. 생각이 들때쯤 한 줄기 빛처럼 울리는 종소리에 서둘러 가방을 매고 반 친구들과 잘 가- 인사를 나눈 후에서야 학교를 나섰다.
몇 분이라도 일찍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는 역시나 남고, 여고가 뒤섞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이 10분이나 남았다. 제길,
이쯤되니 다시 자살하고 싶은 것 같기도,
" 저기, 동생...? "
" 네..? 어! "
라는 충동이 들자마자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툭툭 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반가운듯 눈웃음을 짓는 이 오빠. 미치겠다, 저 끼 부리는거 어떡할거야.
" 뭐야, 놀랬어? "
" 아하하... 뭐 조금..? "
" 너도 버스 10분 남은거 기다리는거지? 항상 놓쳐서 맨날 오래 기다려야된다니까. "
다른 버스는 지나가는데 계속 늦게까지 남아있던 나를 본건지 자신도 항상 이렇게 기다렸다며 뒷머리를 털며 얘기한다.
" 맞아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집 방향도 달라서 맨날 저 혼자 기다리는데, 어우.. "
그의 말에 나도 공감이 돼, 괜히 입술을 삐죽거리며 내밀고 얘기했더니 푸흐, 웃음이 새는 소리가 들리며 내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아니 말 걸고 처음 본 건 오늘인데, 연인들이나 하는 스킨십을..... 난 이미 이 남자에게 넘어간 듯 싶다.
" 동생, 그렇게 힘들었어? "
이제 안 힘들겠네, 나 때문에- 라며 입을 열었다.
" ㅇ,에...? "
" 어차피 집 가는 방향도 같으니까, 야자 끝나면 이 시간에 버스 같이 기다리자는 말이었는데. "
" 아하- 뭐... 그러죠! "
도로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버스 도착을 알리는 안내원의 음성만 들린 채로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사람 심장 두근거리게 왜 말이 없는 건지.
" 동생, 근데 너 손 지금 되게 붉은데 안 아파? 추울텐데. "
" 아..? 헐, 몰랐어요, "
" 자. "
이내 교복 위에 걸친 후드집업 주머니에서 따뜻하게 품어놓은 핫팩을 꺼내 내 손에 꽉 쥐어줬다.
대체 내가 뭐라고, 이 남자는 왜 잘해주는건지... 설마 요즘 이런것도 사이비에서 수법으로 사용한다는데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미친년이다.
" 안 춥기는, 너 코도 빨갛다. "
" 아...? 미리 얘기 좀 해주시지.. "
코도 빨갛다는 말에 서둘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에 비치는 내 얼굴을 확인했다.
루돌프가 따로없다....... 전생에 산타 썰매 끌고 다녔나보네...
부끄러워하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마른 세수를 하는데, 버스 도착을 알리는 안내원의 음성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사람들이 타기 시작했고 이런 내 모습을 본 오빠는 빨리 타라며 내 손목을 잡아 앞으로 끌어 당겨줬다.
' 감사합니다. ' 여전히 맑은 안내원의 음성소리는 앞사람까지만 허용 되었고, 내 차례가 되자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하자마자 맑은 음성으로 ' 잔액이 부족합니다. ' 라는 말을 내뱉는다.
아씨, 망했다....
오늘 되는 일이 없다...
칠봉아, 그냥 자살하자.
이내 뒤에 있던 오빠가 ' 두 명이요. '
라고 말한 후에야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 미안해요.... 다음엔 꼭 충전해서 제가 낼께요! "
" 아냐, 미안할 필요 없어- "
그럴수도 있는거지, 동생도 참 착하네. 아무렇게나 움직일수도 없이 뒤섞인 사람들 속에서 그의 음성만이 울렸다.
" 오늘 사람 많다, 동생 조심해- "
" 전 괜찮아요! 오히려 오빠가 더 걱정되는데. "
하하. 멋쩍게 웃다 급정거하는 버스에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이 불안하게 흔들리며 몸도 휘청거렸다.
" 야, 괜찮아? "
그는 바로 위험하단 걸 감지했는지, 자신의 쪽으로 휘청거리는 나의 허리를 팔로 지탱했고,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 아.....네... "
버스가 다시 멈춰서자 안정이 된 듯, 이내 지탱하고 있던 팔을 놓아주며 너 이래서 어떻게 혼자 버스 타고 다녀. 내 볼을 한 손으로 꼬집었다.
나 드디어 미쳤나 보다, 아니 이미 사랑에 빠졌다.
여고라서 잘생긴 남자만 보면 미치는 습관 어쩌면 이석민을 위해 생긴 거 라고 봐도 무관하다.
드라마 속 로맨틱한 커플보다,
지금 나와 남고 이석민이 더 예쁘고 아름다운 것 같다.
ㅡ
오늘 편 망했어요....예....
그렇지만 능글맞은 석민오빠.....
설렙니다....네.... 오빠는 진리죠!!!!!!!
오늘 슈아생일인데 해비벌뜨데이 조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