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고, 봄입니다.
제 5화 : 화이트 데이
w.선샘미가좋마묘
결국 지훈이는 어젯밤 우리집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 자고 가라는 우리 할머니의 말씀에 눈을 접어 웃어보이며 고개를 흔들던 지훈이는 집에는 들어가야한다는 말을 남긴 채로 집으로 향했다. 걱정이 되려던 찰나에 지훈이는 뒤를 돌아 이제 괜찮아. 라며 내 뺨을 한 번 쓰다듬었고, 나는 걱정을 조금 덜어내고는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재잘 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아침부터 교실 가득히 울려 퍼졌다. 평소 보다도 더욱 시끄러운 느낌에 관자놀이를 한 번 짚었다 떼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방금 막 등교한 연지를 붙잡고서 물어봤다. 오늘따라 애들 왜 이렇게 신났어?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내 질문에 연지는 내 팔을 찰싹 때리며 호호 웃었다.
오늘, 화이트 데이잖아. 눈을 찡긋거리며 대답하는 연지의 모습에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생각해보니까 연지는 오래 된 남자친구아 있었지, 아마? 그래서 저렇게 입이 귀에 걸릴듯이 웃고 있었구나. 그르스 느브그 으쯔르그. 어금니를 문 채로 눈을 가늘게 떠 연지를 바라보자, 연지가 내 팔을 콕콕 찔렀다. 이지훈이 너한테 사탕 안 줄까? 설마?
"헛소리 하려면 자리로 돌아가세요."
"헛소리라니! 이지훈이 니 좋아하는 거, 내도 알고 니도 알고 모두가 아는데 뭐."
아직 지훈이가 안 왔기에 망정이지, 이 대화를 들었으면 지훈이의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을지 상상조차도 되지를 않았다. 아마도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였겠지.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상상에 실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엎드렸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챙겨준 것도 아닌데 지훈이가 나한테 사탕을 줄까? 싶었다.
괜한 기대를 했다가 사탕을 받지 못했을 때 실망하는 표정을 보이면 어쩌나 싶어서 기대를 접어버렸다. 사탕 먹으면 살 찌기만 해, 그렇고 말고. 같은 말도 안 되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말이다.
"형수님-! 일어나라!"
"… …"
"형수님! 김여주! 마!!!"
"죽고싶나? 좋은말로 할 때 꺼지라. 여주 깨기만 해봐."
누군지는 몰라도 이미 깨버렸다, 하하. 아까부터 계속 형수가 어쩌고 거리며 나를 깨우는 사람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성량을 보아하니, 이석민인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눈을 뜨자마자 내 머리 밑에 깔려있던 필통을 잡아 들어서 이석민을 때려주고 싶었지만, 형수라는 호칭이 나쁘지만은 않아서 올라가는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일어나자 호탕하게 웃으며 형수! 일어났네! 라며 소리치는 이석민과, 그 말로 인해 시선이 집중되는 반 아이들, 그리고 당황한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뜬 이지훈까지. 모두의 눈이 나에게로 꽂혀 있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다가 이석민을 올려다보자, 이마에는 작은 밴드가 붙여져 있었고 목에는 파스가 붙여져 있었다.
내 시선이 자신의 목에 오랫동안 머물자,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저의 목을 가린 석민이는 목이 뻐근하다며 방싯 웃어보였다. 성격 하나는 더럽게 좋아요. 작게 중얼거리는 내 모습에 이석민은 나를 가리키며 너 지금 내 욕했지?! 라며 장난을 걸어왔다. 응, 욕 했다. 어쩔래. 내 대답에 입을 크게 벌리며 반 아이들에게 지금 김여주가 내 욕했어! 라며 말하는 이석민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너는, 크게 부는 바람에도 활활 타오르기만 할 뿐 쉬이 꺼지지 않는구나.
"이거 가져가, 밴드가 그게 뭐냐. 세수하고나서 또 같은 거 붙였지?"
이석민과 이지훈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한 후에 이석민의 손에 내 밴드를 쥐어주자, 이석민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입을 꾹 다무는 이석민의 모습에 마음 한 켠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나와 이석민을 번갈아 쳐다보던 이지훈은 이석민의 등을 떠밀며 이석민을 반 밖으로 밀어냈다. 심통난 표정.
이석민을 보내고 자리로 돌아 온 이지훈의 시선이 내게로 머물렀다. 그리고는 내 옆에 털썩- 앉으며 자신의 뺨을 손가락으로 두어번 가리켰다. 빨간 생채기에 작게 딱지가 져 있었다. 처음에는 왜 그러지? 하고 고개를 기웃거렸는데, 이지훈의 한 마디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도 상처 있는데, 밴드 붙여도"
"뭐야- 설마 이석민만 줬다고 질투하는 거야?"
"응"
이상하리만치 적극적인 이지훈의 모습에 경악하다가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큭큭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밴드를 하나 더 꺼내어 이지훈의 손에 쥐어주자, 이지훈은 밴드를 까서 내 손에 다시 쥐어줬다. 왜? 하며 이지훈을 쳐다보자, 이지훈은 내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붙여줘. 김여주 네가 직접. 훅 들어오는 멘트에 어버버거리자, 이지훈은 내 손목을 잡아 올렸다.
입을 꾸욱 다물며 약간은 심술을 부리는 표정으로 이지훈은, 얼른 붙여줘. 라며 나를 재촉했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긴 것 같았다, 평생토록 자신이 사랑을 독차지 할 줄만 알았던 첫째 아이에게 둘째 동생이 생긴 것 같은 표정이기도 했고,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멈칫거리며 씰룩거리는 입가가 사랑스러웠다.
웃음을 터뜨리며 이지훈의 상처에 하늘색 밴드를 붙여줬다. 그제서야 표정이 풀린 이지훈은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고마워.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달았다. 사탕은 필요 없을 정도로.
-
"여주야, 내일 보자! 안녕"
"으, 응... 지훈아 내일 보자. 잘가"
…사탕 필요 없다던 말 취소다, 취소. 아무리 그래도 작은 막대사탕이라도 줄 줄 알았다. 나한테 관심있다며, 이지훈 멍청아! 속으로는 이지훈에게 몇 번이나 짜증을 냈는지 모르겠다. 학교가 다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도 이지훈은 사탕의 시옷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닌 척 했지만 꽤나 실망을 한 나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집에 갈 준비를 했고, 이지훈은 야자실을 가는 건지 제일 먼저 교실에서 빠져나갔다.
오랜만에 연지, 소희와 함께 하교를 할까 싶어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석민이 친구들과 함께 내 앞을 지나갔다. 어, 아까 내가 준 밴드네… 괜히 뿌듯해져 살짝 미소를 짓자, 이석민이 나를 가리키며 자신의 친구들에게 뭐라 뭐라 소곤거리며 말을 했다. 그러자, 이석민의 친구들이 나를 보며 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 방금 내 욕했구나!"
"야자 요정을 거짓말 요정으로 바꿔버린 죄"
"뭐어?"
"내는 간다, 좋은시간 보내십쇼-"
이석민은 뭐라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는 특유의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가던 길 대로 걸어갔다. 뭐야... 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소희와 연지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며 이제 가자고 말했다. 약간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에 두 사람을 따라갔다.
오랜만에 친구들하고 하교를 하며 수다를 떨어서 그런가,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와 먹으려고 사 온 간식을 손에 매달고서 신나게 집으로 온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 사람을 본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기분에 조심 조심 그 사람에게로 걸어갔다. 설마… 하며 갔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진짜 맞나보다.
우리집 놀이터 앞에 앉아있던 사람은 이지훈이 맞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네가 왜 여깄어? 라고 물어보자, 이지훈은 오늘이 화이트데이인 걸 학교 가서 알게 됐는데 사탕을 안 줄수는 없어서 학교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사 왔다며 사탕이 가득 담긴 예쁜 분홍색 종이 봉투를 내게 건넸다. 이지훈은 내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집에 가 봐야 한다며 버스 정류장 쪽으로 달려갔고, 나는 갑작스런 상황에 벙찐 채로 이지훈의 뒷모습만을 쳐다봤다.
"맛있게 무라!!!"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입에 넣은 작고 예쁜 하늘색 사탕은, 그 어떤 사탕보다도 아주 아주 달았다.
-
Behind
함께 축구를 하러 축구공을 들고선 운동장으로 향하던 명호, 석민, 민규. 그 중에서 민규가 갑자기 석민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 석민아. 아까 가가 가 맞제"
"응. 요즘 이지훈이가 푹 빠진 아가, 아까 가다"
"가시나 귀엽게 생깄드라"
"맞제, 이지훈 금마 눈만 뒤지게 높아가지고…"
사담! 사담! 사! 담! |
오늘은 조금 늦게 왔죠? 딱히 바빴던 건 아닌데, 다음화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좀 늦어진 것 같아요! 요즘 브금 칭찬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아서 넘넘 행복해요... 이것 저것 들어보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노래 찾으려고 많이 서치하고 그러거든요!(뿌듯) 댓글읽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요... 읽고 또 읽고... 예전에 선생님이 좋아요 글의 댓글도 전부 캡쳐해서 갖고 있어요! 암호닉은 글 올리자마자 바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감사해요!(그리고 이제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접는 칸에 암호닉을 올려드릴게요~) 아직도 날씨가 많이 추운데,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학샘미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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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긴 댓글들에 모두 답글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ㅠㅠ 못난 작가를 용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