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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후뿌뿌뿌
"하나, 둘, 하나, 둘"
네빌 교수님의 목소리에 맞추어 발을 하나 둘 움직였다. 무도회 연습은 언제 해도 어색하단 말야,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 웬디와 능숙하게 왈츠를 추는 뉴트를 바라보자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파트너 없다고 그렇게 징징거리더니 파트너는 구했나, 싶고. 웬디는 연습을 그만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지만 뉴트는 입술을 앙 다문 채로 인상을 가득 찌푸리곤 춤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도와줘 주디! 웬디가 입모양으로 내게 도움을 청했지만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것으로 대신 했다.
"주디, 그래서 너 그 슬리데린 찌질이랑 파트너냐?"
얼굴에 송글송글 맺혔던 땀이 식어갈 때 쯔음, 버논이 이미 땀에 젖어버린 제 머리를 타월로 탈탈 털며 내 옆에 걸터앉았다. (그 탓에 버논의 땀이 사방으로 튀었다.) 응. 뉴트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뉴트한테는 무도회 당일 날 알려주고 싶었다. 놀래켜주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단, 그 사실을 안 직후부터, 무도회가 끝나고 나서도 크레덴스를 죽일 듯이 노려볼 뉴트를 보기 싫어서였다. 이런 내 깊은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뉴트는 여전히 파김치가 된 웬디와 춤을 추고 있었고, 난 버논의 손목을 꼭 붙잡고 말했다. 뉴트한테는 내가 직접 얘기할거야. 말하지마.물론 입이 가벼운 버논이 이 약속을 지켜줄거라고 생각한 내가 멍청이었다.
분명히 저녁식사를 하러 연회장으로 향하면서 한번도 뉴트와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 사실이 뉴트의 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크리덴스와 저녁 인사를 하려고 슬리데린 테이블을 기웃거리자 뉴트는 내 손목을 붙잡고 후플푸프 테이블로 쿵쾅대며 걸어갔고, 날 슬리데린 테이블에 등 진 채 앉게 만들어버렸다. 그 탓에, 뉴트의 눈치를 보며 크레덴스와 인사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니, 오늘 하루종일 춤 연습하고, 아침 점심 다 네빌 교수님이 만들어오신 호박파이 먹느라 크레덴스를 못 봤는데! 양송이 스프를 깨작거리며 먹다 내 뒷편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뉴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너 크레덴스랑 파트너야? 뉴트가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날 흘겨보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뉴트의 말에 양송이 스프를 먹던 버논이 놀라 켈룩거렸다. 네가 말했냐? 버논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며 물었다. 진짜 입이 얼마나 가벼우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뉴트 귀에 그게 들어간거야? 괘씸한 자식.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을 삼키며 씩씩거렸다. 아악! 내 발길질에 제 정강이를 맞은 버논이 소리를 지르며 제 양송이 스프를 엎었지만 뉴트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제 베이컨을 우적거리기만 했다. 그 탓에 양송이 스프에 데었다며 징징거리는 버논의 짜증을 받는 것은 나와 웬디, 그리고 아서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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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이 끝나기 10분 전, 나와 웬디, 버논, 아서, 그리고 뉴트만이 모든 학생들이 빠져나간 연회장에 앉아있다. 이게 다 버논 이 자식 때문이다. 네가 말만 안 했어도! 뉴트는 내가 크레덴스와 만나는 것을 막아야한다며 저녁시간이 다 끝나고 연회장을 나가자고 말(명령)했고, 뉴트에게 에세이를 빚진 아서와 빗자루를 빚진 버논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양 옆에서 내 팔을 단단히 결박하곤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탓에, 저녁 식사 후 침실로 올라가 크레덴스에게 편지를 쓰려던 나와 웬디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웬디는 잔뜩 울상을 지은 채 뉴트의 옆에 앉아 한숨만 푹푹 쉬어대고 있었다. 뉴트는 내 앞에 앉아 (정확히 말하면 슬리데린 테이블에 앉아) 제 보우트러클을 살살 쓰다듬으며 나 우울해. 를 온 몸으로 뿜어내고 있었고, 버논과 아서는 서로 뭐가 그리도 좋은지 킬킬거리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때였다. 저녁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며 연회장 문만 바라보고 있던 내 시야에, 문 옆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는 크레덴스가 보였다. 크레덴스는 내 상황을 보고 입술을 비죽였고, 눈짓을 주고 받는 나와 크레덴스를 본 웬디는 난 먼저 가서 쉴래, 라고 말하며 내게 눈짓을 했다. 좋아, 도망가는거야! 웬디는 바깥으로 총총거리며 뛰어나가 얼굴을 빼꼼거리며 날 보는 크레덴스를 끌고 옆으로 숨은 듯 했고, 난 어떻게 해야 버논과 아서를 내게서 떼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녁시간 3분 남았네,"
뉴트가 피켓의 손을 붙잡고 마치 쎄쎄쎄를 하는 것 마냥 웅얼거렸다. 누군 지금 머리 돌리느라 죽겠는데 자기는 보우트러클이랑 아주 즐겁지. 그냥 저녁시간이 끝난 후 도망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들 즈음, 웬디가 문 옆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제 손으로 제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논이랑 아서 허벅지 꼬집으라고! 웬디가 입모양으로 내게 소리쳤다. 버논이랑 아서? 웬디에게 묻자 웬디가 답답한지 제 가슴을 주먹으로 통통 쳤다. 알겠어, 하면 되잖아. 아직까지도 낄낄거리느라 정신 없는 버논과 아서의 허벅지를 손으로 살짝 꼬집자 버논과 아서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튀어올랐다. 그에 내 결박이 풀렸고, 난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주디 너! 뉴트가 제 지팡이를 찾으려 네 망토를 더듬거렸고, 뉴트가 제 지팡이를 찾음과 동시에 난 문을 통과했다. 콜로포르투스! (문을 잠그는 마법) 내가 통과함과 동시에 크레덴스는 솜씨좋게 마법을 부려 문을 잠가버렸고 나는 그 자리에 누워 거친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아니, 내 파트너 만나기가 왜 이렇게 힘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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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도망가. 알로호모라 (문을 여는 마법) 면 열리는 거 알잖아"
웬디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지만 대충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아니, 난 나쁜 짓을 하는게 아니란말이다! 웬디는 마치 제 자신을 희생해 날 탈출시키는 비밀 요원이라도 된것마냥 콜로포르투스!를 연신 외치며 문을 잠갔고, 벙쪄있던 나는 얼른 도망가자 주디! 하며 날 이끄는 크레덴스에게 끌려 그 자리를 떴다. 크레덴스에게 손목을 붙잡혀 이리저리 뛰던 그 순간, 날 보며 미소 짓는 크레덴스의 얼굴과 데일 듯이 뜨거운 크레덴스의 손에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면 거짓말일까. 아무래도, 단단히 빠졌다. 크레덴스 베어본, 그 애가 너무 좋아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