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Anya Marina - Whatever You Like
「복수를 위해 홈마스터를 자처하다.」
Baby J
二
‘너의 미소는 언제나 설레임을 안겨준다.’ 어제 찍은 사진 밑에 쓰여진 문구이다. 언제나 설레임을 안겨준다. 설레게 하지, 도대체 언제쯤 나에게 짓밟힐까? 하는 상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사진을 업로드 한 후 그대로 노트북 덮개를 덮었다. 이로써 나의 일은 끝이 났다.
어느 누구 하나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도 없건만 이리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어떻게 짓밟아줄까 고민을 한다고 해도 되겠지.
열과 성을 다해 김종인을 쫓아다녀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고, 김종인이 내 존재를 알게 되면. 아니, 이미 알고 있으니 첫 번째 복수는 끝났다고 할 수도 있겠지.
다음 복수는 김종인이 먼저 나에게 연락이 오게 하는 것이다. 김종인을 만나기 전 우리 지역에서 도도하다고 유명했던 나인만큼, 이 방법은 쉽디쉬웠다.
예전처럼 김종인에게 관심 없는듯한 행동만 하면 됐으니. 마치 오늘처럼.
‘○○○씨 핸드폰 맞나요?’
“맞는데 누구시죠?”
‘나 김종인.’
“아, 그래. 그래서 용건이 뭔데?”
‘어?… 나 김종인이라니까?’
“그니까 뭐, 용건이 있어서 전화한 거 아니야?”
‘……….’
“없으면 끊을게.”
잇몸 통증으로 인해 진통제를 맞고 겨우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가는 것을 보며 잠을 잤건만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에 의해 얼마 자지 못한 채 눈을 떠버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김종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김종인과 통화를 나누며 내 본심이 나온 거일 수도 있겠다.
용건이 없는데 뭐하러 전화를 걸어, 김종인과 헤어진 후로 나에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집 주소도, 핸드폰 번호도.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폐인 같은 생활을 하다 복수를 하게 되었다는 점 정도겠다. 그래서일까, 김종인은 내 번호를 알아내기 쉬웠나 보다.
몇주 전 부터 카카오톡 친구추천에 떠 있던 김종인이었는데 왜 오늘에서야 연락했을까, 그저 웃길 뿐이다.
예전처럼 나에게 천천히 접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날 비웃어주고 싶은 것인지, 그저 웃음밖에 안 나온다.
[집 주소 안 바뀌었지? 오늘 택배 하나 갈 거야. 번호 저장해 내 번호야. - 010 - xxxx - xxxx - ]
사진 업로드를 끝낸 후 노트북 덥개를 덮자마자 문자 한 통이 왔다. 문자를 확인해보니 아까 전화 왔던 김종인의 번호였다.
도대체 무엇을 보내는 것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지, 또다시 날 괴롭히려는 걸까.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 갔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걸 느낄 무렵 잇몸 통증마저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나에게 불행만 겹쳐오는 것인지.
누구든 그 이유를 알고 있다면 나에게 와 말해줬으면 좋겠다. 불행만 사라져준다면 모든 걸 바꿀수 있다.
다만 한가지 바꿀 수 없는 건 김종인에게 복수하는 것.
-
[내일 6시야. - 김종인 - ]
점심을 먹은 후 검사를 받기 위해 진료실로 들어섰다. 내 잇몸을 살피던 선생님께선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말을 전했고 3일간만 입원을 하면 되겠다는 말을 남겼다.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핸드폰 진동이 짧게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문자를 보낸 사람은 또다시 김종인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길래 이렇게 재촉을 하는지,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곤 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대문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초인종이 울렸다.
타이밍 한번 좋네, 문을 열고선 물건을 받아 그 자리에서 곧바로 확인했다. 팬 사인회 응모권 스무 다발과 앨범 한 장, 작은 쪽지 하나.
물건을 확인하자마자 감정 없는 미소가 픽, 하고 나와버렸다. 이런 걸 왜 보내는 건데,
‘다른 홈마들은 팬싸 많이 오는데 넌 한 번도 안 오더라. 이번엔 꼭 와라. 마지막 팬싸야.’
삐뚤빼뚤 서투른 글씨체로 적혀진 쪽지를 확인하곤 신경질적이게 구겨 던져버렸다.
새해부터 기분 나쁜 쪽지나 받아버렸다. 어쩜 저렇게 글씨체마저도 재수 없고 짜증스러운지 모르겠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종잇조각이 바람에 날려 조금씩 굴러가는 모습조차 역겹고 짜증스러워 발로 종이를 짓이겨 버렸다.
더러워, 역겨워. 제발 김종인이 내 눈앞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크게 한 방 먹이고 나면 말이다.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않았는데 내 눈앞에서 없어진다면 너무 억울하다.
내가 괴롭힘을 당했던 그만큼 김종인에게 그대로 갚아줘야 하는데 그냥 사라지다니, 이것 역시 악몽과도 같은 일 일 것이다.
-
PM :: 03:27. 팬 사인회를 가야 할까 가지 말아야 할까 한참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더니 꽤나 늦은 시간에 눈을 떴다.
밤잠을 설치며 생각을 한 결과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냥 가서 내가 끌리는 데로만 행동을 하고 와야겠다.
예를 들면 김종인의 사인을 받지 않는다든지, 사인을 받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든지. 잠에서 깨어난 후 핸드폰을 붙잡은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시간은 오후 6시,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 옷을 갈아입을 시간 따위 없다. 그냥 이렇게 병원복을 입은 채로 갈 수밖에.
겉옷을 걸친 후 김종인에게서 받은 택배 상자를 들고 병원을 나왔다. 이제 서서히 복수가 시작되는 것 같다.
김종인, 어디 한번 도망쳐봐. 끝까지 쫓아가서 갈기갈기 찢어 죽여줄 테니.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며 팬 사인회장에 도착했다. 겨우겨우 늦지 않게 도착한 팬 사인회장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이번 역시 저절로 찌푸려지는 얼굴에 의해 고개를 숙인 채 관계자에게 다가갔다.
관계자는 신분증과 응모권을 확인한 후 사인회 장으로 날 안내해주었고, 순번을 확인하며 천천히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뭐야, 10번?. 스무 장의 앨범을 사고 10번이라는 순번까지 안겨준 김종인. 전혀 고맙지 않다. 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게 곤혹스럽기만 하다.
“We are one! EXO!”
따뜻하게 불어오는 히터 바람조차 무색할 정도로 찬바람이 쌩쌩 불어 젖힌다.
얇은 병원복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들을 그대로 마주하며 팬 사인회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차가운 바람이 더욱 매몰차게 사인회장으로 들어오나 싶더니 엑소 멤버들이 모두 사인회장으로 들어와 자신들의 소개를 마치고 그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던 사인회장은 엑소가 들어옴과 동시에 더욱 시끄럽고 어수선해졌다.
팬들의 고함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 사인회장을 가득 채운 앨범 수록곡. 머리가 아플 정도의 시끄러움이다.
“안 올까 봐 걱정했는데.”
“그래, 나 피곤한데 싸인 좀 빨리해주라.”
“어디 아파? 웬 병원복? 설마 튀려고?”
“내가 예전에 너와 같을까? 너한테 튀어 보이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들고 한참 동안 김종인만을 찍고 있었다. 김종인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카메라에 눈을 맞춰주는가 싶더니 내 카메라를 찾곤 줄곧 내 카메라만 쳐다보고 있다.
무표정을 한 채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팬이 날 툭 건드리며 차례가 됐음을 말해줬다.
모든 짐을 자리에 내려놓은 후 앨범과 응모권만을 든 채 김종인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제일 마지막에서 두 번째에 앉아있던 김종인은 날 보자마자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말을 붙이며 비꼬우는 김종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색하곤 그대로 마지막 멤버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어, 동백! 맞죠?”
“……….”
“사진 되게 예쁘던데…. 저도 같이 찍어줘요.”
“네….”
맨 마지막에 앉아있던 변백현은 날 보자마자 동백! 하며 아는 척을 해버린다. 김종인에게 나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 보다.
자신도 함께 찍어달라며 나에게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인다. 그런 미소를 보니 괜스레 나조차 기분이 풀려버려 슬쩍 웃어 보였다.
어, 웃었다!. 팬 사인회장에서 단 한 번도 무표정을 풀지 않아서인지 변백현은 날 보며 웃었다! 하고 크게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김종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김종인이 날 쳐다보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변백현과 손깍지마저 낀 후 사인회 자리에서 내려왔다.
“백현 오빠-”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김종인과 사귈 때에도 오빠는 없었을뿐더러 헤어진 지금도 없었으니 오빠라 부르는 건 많이 어색하다.
그렇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어색하고 하기 싫지 않다. 그렇기에 난 지금 자리에 돌아와 카메라를 들고 변백현을 부르고 있는 거겠지.
내 부름에 변백현은 내 카메라를 쳐다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변백현의 옆으론 김종인의 어두워진 표정이 싸늘하던 사인회장을 더욱 싸늘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사진도 어느 정도 건졌고, 김종인에게 나름대로 소소한 복수도 했으니 이만 돌아가야겠다. 더 오랫동안 이곳에 있으면 머리만 아프고 짜증만 치밀 것이다.
아무런 미련을 남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짐을 챙겨 사인회장을 나왔다.
내가 나가는 것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막았던 매니저는 입원 중이라 빨리 들어가 봐야 해요. 하는 말을 듣고선 순순히 날 놓아 주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소소한 복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지치지도 않고 편하게 김종인을 짓밟을 수 있다. 그것도 남자로 인해서.
변백현을 이용해서 김종인에게 복수할지, 안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암호닉 |
준짱맨 〃 라인 〃 웬디 〃 고구마감쟈 〃 둉글둉글 |
Baby J |
이제 어떻게 복수를 하는지 서서히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은 O&A를 할까 말까 고민중이니 궁금한게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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