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업로드 시킨 정국이 여주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무자비하게 다른 곳으로 끌고 다니고 있을 무렵 숙소에서는 누군가의 칭얼거림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아! 형! 좀 조용히 해요!”
“나도~ 놀고 싶다고~!”
“가서 놀아요. 그럼!”
“여주가 없잖아!”
여주가 없는 것도 제 잘못도 아닌데 저를 향해 빽 소리 지르는 석진에 윤기의 얼굴에 짜증이란 금이 생겼다. 그래도 형이니까 형 대접해주고 웬만하면 참아주려고 하는데 이렇게 나잇값도 못하는 행동을 할 때면 발끝에서부터 짜증이 치솟아 윤기는 더는 참으려 애쓰지 않고 온 몸으로 짜증을 표출했다.
“흠흠. 나가야겠다.”
“어디가게요.”
“그냥 거실에 있으려고.”
그저 되는대로 칭얼거리던 석진이 윤기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두운 분위기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며 일어나 방을 나왔다. 거실에는 어찌된 일인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자기들의 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석진이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잔뜩 부운 얼굴로 소파에 누운 그가 돌연 눈을 반짝이며 핸드폰을 들었다.
“이번엔 어디 가려고?”
“음- 밥 먹으러?”
“멤버들이랑 다 같이 먹는 게 좋지 않을까? 밥 먹는거면?”
그 시각 여주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헤실헤실 웃으며 저의 옆에서 따라 걷는 정국을 귀엽다는 눈으로 보며 다음 일정에 대해 듣고 있었다. 밥을 먹자는 정국의 말에 번뜩 떠오르는 멤버들의 얼굴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들며 말하자 정국의 얼굴이 어린 질투로 퉁퉁 부어올랐다.
“싫어요! 누나랑 나랑!”
“자주 못 보는 사이도 아니고 매일 보는데 왜 이러실까, 우리 막내?”
“아! 몰라요! 오늘은 둘이서만 데이트 한다고 했잖아요!”
아무래도 뭘 잘못 주워 먹었는지 바닥에 드러누워 투정부릴 것 같은 정국의 기세에 여주가 터지는 헛웃음을 실실 흘리고 있으니 그제야 조금 부끄러웠는지 정국의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만 봐줘라.”
“…뭘요.”
“내가 너한테 이렇게 다 해주면 다른 막내들한테도 똑같이 해줘야 한단 말이야.”
“…그건 누나 사정이죠.”
“이 자식이….”
살살 달래서 집으로 갈 생각으로 일부러 지민이와 태형을 들먹이면서까지 말했건만 제 알바 아니라는 식의 대답에 여주가 욱하며 뭐라 말하려 할 때 잠잠하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화면에 ‘유일한 오빠’ 다섯 글자가 크게 떴다.
“뭐지?”
“…누구에요?”
“석진 오빠.”
“석진 형이요? 그 형이 왜요?”
“그건 받아봐야 알겠지?”
“아니! 받지 마요!”
왠지 모를 불길한 기분에 정국이 다급하게 받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여주는 통화를 누른 후였다.
“여보세요?”
통화를 시도한 여주의모습에 옆에서 정국이 지금이라도 빨리 끊으라고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여주는 그런 정국을 가뿐히 무시하고 대답 없는 핸드폰에 집중했다.
“오빠?”
- 여주야….
“오빠 목소리가 왜 그래요?!”
- 크, 콜록! 가, 감긴가봐.
“감기요?! 약은 먹었어요?”
석진은 팀 내 첫째로서 동생들을 잘 돌봐주었지만 휴일에는 자신의 생활에만 몰두하는 사람이기에 멤버들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전화를 받은 것이었는데 감기라니! 여주가 놀란 눈으로 정국을 보자 덩달아 정국도 토끼 눈을 한 채 여주의 핸드폰에 귀를 가까이 했다.
- 집에, 약이 없어서, 병원 가려는데…
“네! 얼른 병원 가야죠!”
- 멤버들한테 같이 가자고 하려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아무도 없어요?!”
- 소리를 들으니 너도 밖인 것 같은데, 미안해.
“아니에요! 지금 숙소로 갈게요!”
드문드문 끊기는 말과 거친 숨소리에 여주가 더 이상 발을 가만 두지 못하고 숙소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옆에서 초조하게 보고 있던 정국도 뒤를 따랐다. 서둘러 발을 움직이며 여주가 말했다.
“오빠 저 지금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 으응, 고마워.
건강하기로는 막내인 정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프다는 말을 들으니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기도 하고…. 여주가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집어넣자 따라오던 정국이 말했다.
“형 많이 아프대요?”
“모르겠어. 목소리는 안 좋던데….”
“숙소에 약 없대요?”
“없다던데? 그리고 멤버들도 다 없대.”
“…내가 나올 때만 해도 다 있었는데?”
여주의 뒤를 따르다 어느새 먼저 앞서 가던 정국이 여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민이 형이랑 태형이 형은 같이 어디를 갔을 수도 있고, 남준이 형도 혼자 나갔을 수도 있고, 호석이 형도 나갔을 수도 있는데…. 윤기 형은 집에 있을 거라고 그랬는데?
“…설마 아니겠지.”
“응?”
혼자 생각 하며 걷던 정국이 열심히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중얼거리자 뒤따르던 여주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얼굴 한가득 석진에 대한 걱정 묻은 여주를 보며 정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고개를 저으며 다시 움직였다.
“내 예상이 맞으면 가만 두나 봐라. 이 형.”
“야하하하하!”
거실에 석진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석진에게 짜증을 냈던 것이 못내 미안했던 윤기가 방에서 나오려던 걸음을 멈칫했다.
“…왜 저래.”
손잡이를 잡은 윤기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드디어 미친 건가. 그동안 징조가 있긴 했지만 이건 너무 빠른 것 같은데.
“야! 민윤기!”
“아! 깜짝이야!”
지금 문을 열고 나가 석진을 봐야할지 아니면 나중에 봐야할지 고민하는 사이 문이 벌컥 열리며 석진이 들어왔다. 아까 전 칭얼거리던 모습은 어디가고 얼굴에 활짝 핀 미소에 윤기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 있었어요?”
“있었지!”
“뭔데요.”
“여주 온대! 지금! 숙소로!”
“여주요?”
윤기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걔 지금 정국이랑 데이트 중 아니었나? 왜 갑자기 숙소로 온다는 거지? 그리고 저 형은 왜 저렇게 기분이 좋은 거고?
“내가 아프다고 했거든!”
“네?”
“내가 아프다고 했더니 여주가 바로 온다고 했어!”
제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석진이 두 팔을 쫙 펴고 신난 어투로 말했다. 석진의 말을 듣던 윤기가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 아프다는 꾀병으로 정국이랑 데이트 중인 여주를 숙소로 불렀다는 말이로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국이가 가만히 있으려나?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오금이 저리는 것 같아 인상을 쓰는 사이에도 석진은 걱정 하나 없이 행복하게만 보여 윤기가 말했다.
“뒷수습은 어떻게 하려고요?”
“무슨 뒷수습?”
“정국이요.”
“아….”
정국이 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석진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아무리 5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고 막내라 하더라도 범접할 수 없는 근육과 힘을 떠올리니 방금까지 신나던 기분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도와줘,”
“싫어요.”
“한번만!”
“절대로. 싫어요.”
맏형으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버린 채 석진이 급하게 윤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 때, 기가 막히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욧! 노잼_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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