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러니까 놈과의 골목길 조우 그 이후로 저는 교내에서 모르는 이 없는 놈의 빠순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연놈들은, 떠들어댔다. ㅇㅇㅇ가 임영민을? …… 왜? 나오는 반응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친구들은 앞에서 그것들을 낄낄대며 대화의 주제로 올려댔고, 별 접점 없는 아이들은 뒤에서 그것들을 대화의 주제로 삼았다. 어쩌나 저쩌나 저희가 도마 위 처량한 생선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알 바랴.
ㅡ 아니, ㅇㅇㅇ 너 진짜 임영민 뭐가 좋냐니까?
" 알 바냐고, 얘 공부해야 되니까 시끄럽게 할 거면 다 꺼지셈. "
ㅡ 아, 그니까아. 이딴 범생이 새끼가 어디가 좋은데.
그날도 반복은 반복이었다. 옆에서 꿋꿋하게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놈을 한 번, 앞에 자리 잡은 친구들을 한 번. 시선을 박아대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앞에 선 친구들을 쫓아내려는데 오늘따라 끈질긴 연놈들이 저들끼리 낄낄대며 놈을 깎아내렸다. 가만히 놈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런 연놈들은 별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손에 들린 샤프를 가볍게 놀리는 놈을 보며 안심했다.
" 얘 존나 섹시해. "
ㅡ …… 뭐?
" 문제 푸는 것 봐, 섹시하지 않냐? "
제 능구렁이 같은 답을 들은 친구들은 치를 떨어대며 자리를 떴다.
일상은 언제나 똑같았다. 놈의 빠순이를 자처한 뒤 입맛에 맞지도 않는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한 것도 어느덧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항상 2교시 쉬는 시간이 되면 담배를 피우러 가는 놈의 습관은 캐치한 지 오래였고, 그런 놈을 뒤따르는 것 또한 제 일상이었다. 학교 뒤 인적이 드문 소각장이 놈이 애용하던 장소였고, 자연스레 그 앞에 자리 잡은 저 또한 요즘 들어 자주 들르는 곳이었다.
" 야, 임영민. "
" 왜. "
" 그거 맛있냐? "
익숙한 듯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는 놈을 가만히 주시하던 내가 던진 물음이었다. 그냥, 오늘따라 눈에 든 게 놈이 든 담배 한 개비였다. 제 물음에도 답이 없던 놈은 그대로 연기를 뿜어냈다. 저와 마주하고 있던 놈이 가만히 고개를 틀어 반대쪽으로 연기를 뿜은 건 보너스. 아, 씨팔. 옆선 뒈진다, 이미 뒈졌다. 놈의 옆선에 놓았던 넋을 다시금 잡고는 놈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아, 왜 대답 안 해.
" 답할 만한 질문을 해야 답을 하지. "
" 그거 맛있냐는 게 왜 답할 만한 게 아닌데? "
" 어쭈, 조용히 안 하냐? "
" 아아, 나도 한 번만 피워볼래. 어? "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중학교 시절, 그러니까 그때부터 나는 불량한 학생의 길을 걸어왔다. 징계는 밥 먹듯 받아봤고, 선생들의 훈계는 갈수록 늘어갔다. 남들이 하는 것, 하지 않는 것 모조리 한 번씩은 다 경험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유난히도 담배는 꺼려져 항상 내 관심사 밖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저에게 요즘 들어 놈의 담배 태우는 모습이, 그러니까……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달까. 뭐, 충동도 바람이니까.
" 다물어라, 쫌. "
" 아아, 왜. 한 번만, 어? 딱 한 번만. "
" ……. "
…… 야! 이젠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제 나름의 애교 섞인 말투에도 답이 없는 놈에게 짜증이 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자신의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린 놈이 다시금 입에 물었던 담배를 제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뱉어야 할 연기가…… 안 보인다? 언제나 피어올랐던 연기는 보이지 않고 이내 제 앞에 선 내게 성큼 다가온 그가 담배를 들지 않은 손으로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장 맞물려진 입술이, 그러니까…… 나 지금 임영민이랑 입 맞춘 거야? 맞물려진 입술이 정 거짓은 아니라는 듯 그대로 놈이 입으로 연기를 흘려보냈다. 매캐한 담배 연기를 흩뿌릴 새도 없었다. 연기를 뱉어낸 후에도 맞물린 입술은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떨어질 줄을 몰랐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끝에 맹랑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입술이 제 눈에 들었다. 놈의 입술이 내 틴트로 하여금 붉게 물들었다. 그런 제 입술을 한 번 쓸어내며 담배를 곧장 한 모금 빨아들인 놈이 입을 열었다.
" 됐냐? 드디어 조용하네. "
…… 와, 나. 언제부터 내 이상형이 범생이었더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ㅡ 영민이는 안 예쁜 날이 있을까요? 이거 진짜 진지한 물음입니다, 여러분... 저에게 답변을 주세요... 저 진짜 현생 불가능... 인생에 끼어들어 줘서 고마워, 영민아...
ㅡ 초록글, 댓글, 추천, 스크랩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__) ~ 항상 빠짐없이 댓글 읽고 있으니글에 관한 내용, 피드백, 질문모두 자유롭게 남겨 주셔도 괜찮습니다. ㅎㅎ
ㅡ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신청한 암호닉은 다음 편에 업데이트, 암호닉 신청은 항상 최근 글 댓글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의 존재 여부는 밑에서 꼭! 확인해 주세요.
# ㅡ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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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글에 암호닉 신청해 주신 영미니, 숨 님의 암호닉이 먼저 신청하셨던 분의 암호닉과 겹칩니다, 수정해 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