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금지
01 . 인턴이란
" 칠봉씨, 이거 복사 좀 부탁해요. "
" 아 ...네! "
" 저기... 미안한데 나도 좀 .. "
아니 이 사람들이 정말. 내가 아무리 직급이 인턴이어서 하는 업무가 잡일이 허다한 건 맞는데 제발 숨 쉴 틈은 달라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복사실로 가서 복사 실행 버튼을 누르는데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하필 내가 속한 부서는 어이없게도 나만 빼고 다 남자라서 같이 공감할 여자 직원 마저 눈씻고 찾아봐도 ... 더 이상 할 말은 생략...
" 복사하기 힘들죠..? "
" 아니요! 괜찮아요. 석민씨는요? "
" 에이. 전혀 안 괜찮은 얼굴인데요? 나야.. 뭐. "
" 아, 들켰네요... 어째 저희 팀장님보다 더 바쁜 거 같아요. "
" 저도 하루종일 하는 게 복사 아니면 커피만 타서.. 힘들면 얘기해요. 그래도 입사동기인데 서로 도와야지 안 그래요? "
" 당연하죠- 오늘도 화이팅 합시다! "
복사기 옆에 기대 여기서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자괴감이 들어 멍하니 망부석처럼 서 있다가,박스 채로 종이를 들고 와 바닥에 내려 놓아선 아직 복사가 진행 중 인 걸 본 후, 말을 걸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입사동기라도 있어서 의지할 구석은 있다고 해야 하나? 같은 부서여서 마주칠 일은 많다.
***
가장 행복한 시간, 점심시간을 알리는 정오, 12시.
하루종일 먹은 거 라곤 겨우 탕비실에서 정수기 물 한 컵뿐이기에
혼자 편의점으로 가서 뭐라도 먹고 싶어 무작정 직진으로 달렸다.
뭘 먹지... 컵라면과 도시락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둘 다 먹어야지- 하면서 혹시나 목이 마를 걸 대비해 탄산수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아니 이게 누구지...하고 봤더니
" 여기서 뭐하십니까. "
" 점심 사러 왔..는데요. "
" 김칠봉씨는 참. 이해가 잘 안 되네요. "
" 네? "
" 아니에요. 됐습니다. "
권순영..? 우리 팀장 권순영???? 이건 둘째치고 여긴 대체 왜 왔지? 가만 생각해보니 시비 털러온게 분명해.
말해 뭐해. 그냥 빼박이다 빼박.
" 10000원입니다. "
" 네? "
" 총 10000원... "
" 쓸데없이 이렇게 많이 나올리가 없는데 계산 잘못 하신거 아니에요? "
" 저기 남자분 커피도 같이 계산이라고 하던데요? "
" ..네..네? "
편의점 알바가 유리창 너머로 천천히 걸어가는 남자를 보고 얘기했다.
아나... 권순영 진짜... 팀장 맞냐고! 나 그럼 지금 돈 강탈 당한거야? 아무 이유도 없이?
아주 미쳐버릴 노릇이다.
" ...팀장님! "
찝찝한 기분으로 내 소중한 만원을 겨자 먹기 식으로 날리고 얼른 팀장을 쫓아가는데,
무슨 뭔 놈의 걸음이 이렇게 빨라..... 누가 잡아가나..
" 저.. 커피요! "
난 끝내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옆에서 그의 손에 커피를 쥐어주고 회사로 잽싸게 뛰어갔다.
***
"칠봉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
" 아 저 밀린 일이 있어서.. "
" 오늘 회식 있는 거 몰랐어요? "
" 회식이요? "
" 아. 권팀장님이 전달 안 하셨구나. "
" 네... "
" 저랑 같이 가요, 얼른. "
모두가 퇴근하고 밤 10시가 넘어갈 무렵,
한 직원분이 뛰어와서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데
아침에 그.. 금발! 명찰을 보니 마케팅 2팀 팀장 윤정한 이라고 쓰여있다.
아 팀장님이셨구나... 근데 왜 권팀장은 나한테 얘기도 안하고 내 입사동기까지
회식자리로 끌고 가다니, 난 무슨 일하는 기계처럼 굴리네 진짜..
***
" 어, 칠봉씨 왔네요! "
"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
" 아니에요! 이제 먹기 시작했는데요 뭘. "
" 아아... "
윤팀장님의 손에 이끌려 온 회식 장소는 회사 근처 고깃집.
들어가자마자 고기 냄새, 술냄새에... 아주 전형적인 냄새다.
힐을 벗고 들어가 석민씨 옆에 앉았는데 왜 하필 바로 내 앞자리가
권순영인데? 어..?
내가 온지도 모르는지 그저 다른 직원들과 먹거나 술 마시기에 급급한 그였다.
솔직히 인턴이어도 인사는 해주지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
정말... 내가 열이 뻗쳐서 소주라도 마셔야지. 이거 원.
" 칠봉씨는, 나이가...? "
" 아, 저 25살입니다. "
" 그래요? 되게 예쁜 나이네요. "
마케팅 2팀이 앉은 옆 테이블에서 한 직원이 나이를 묻는다.
우리 부서 직원만 보다가 다른 얼굴을 보니....
너무 잘 생겼다... 하 이런 얼빠. 회사 들어와서도 그러냐..
아까 소주를 1병, 지금 2병째를 먹다 보니 어디서 그렇게 자신감이 붙었는지
옆 테이블 잘생긴 직원한테 말을 붙였다.
" 저기...이름이 뭐에요? "
" 저요? 김민규입니다. "
" 아하... 김민규..김민규... "
" 칠봉씨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
" 아, 아니요? 저 안 취했어요! "
머리는 헤롱헤롱 돌고, 발음은 점점 꼬이는데 입으로만 제정신이란다.
한참을 뭐라뭐라 알 수 없는 말을 하다가 앞에서 꽂히는 시선에 봤더니,
권팀장이 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잔을 한, 두잔 연속으로 비운다.
나는 그게 무서워서, 석민씨에게 화장실에 갔다온다며 고깃집을 나와 인도 쪽으로 쪼그려 앉아 있는데,
누군가 내 앞에 손을 내밀어 위를 올려다보니,
" 어..! "
" 일어나요. "
" 그..금발! 맞죠오...? "
" 글쎄요. "
" 아니에요- 맞는-데? "
" 일어나면 알려줄게요. "
그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윤팀장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 일어났는,데! 맞,ㅈ, 끄흑. "
" 네. "
" 맞,죠오! "
" 많이 취했는데 그만 집에 갈래요? "
" 저어- 전혀-어 안 취했거든요오...? "
" 아, 그래요? "
" 네에- "
아무도 말을 안 하길 30초, 윤팀장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 그때 칠봉씨 지각은 안 했어요? "
" 안했어요! 누구 덕부네.... "
" 저요? "
" 그럼요오! "
" 안 했으면 다행이네요. "
근데 갑자기 내 머리위에 손이 얹어지고, 쓰다듬는다.
" ...뭐에여...? "
" 정신 좀 차리고 다녀요. "
" 저 정신 잘 챙기고 다니는데에? "
" 지금 발음 꼬인 거 부터가 이미 틀렸어요 칠봉씨. "
회식 첫 날 부터 다이나믹한 전개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해야하지 고민하는데 마침 회식이 끝났는지 직원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다들 2차 가시죠? "
" 민규씨, 전 약속이 있어서. "
역시나 2차를 가자는데, 윤팀장님은 약속이 있어서 못가고.....어...석민씨?
" 칠봉씨! 많이 취했는데 가요. "
멀리서 날 발견하고 뛰어오는데, 윤팀장님이 석민씨가 오기 전에 내 귀에다 나만 들리게 속삭였다.
" 2차 가지 말고 집으로 곧장 가요. "
이걸 끝으로 윤팀장님은 주차 되어 있던 흰색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아.....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 칠봉씨, 택시 잡아놨으니까 집 얼른 가세요. "
" 아...고-마워요... "
그 사이 석민씨가 와서 부축하곤 날 택시에 태웠다.
그 이후론 필름이 끊겼다.
의도치 않은 움짤폭탄 사과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벌써부터 러브라인을 생성시켜버렸어요....망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무조건 일을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마이웨이가,,,,,하하하하하하하하
권팀장님은 너무너무 무심하고 까칠하고 ...
윤팀장님은 너무너무 친절하고 다정하고...
갭차이가 흐흐흐흐흐흑ㄹ......
전 언제쯤 이런 남자들을 만나볼까요 ㅠㅠ ...
아 그거 들으셨어요? 도겸이랑 양다일분이랑 8월 9일에 신곡 나온다는거 ㅠㅠㅠㅠㅠ
저 울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