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라, 새끼야."
그거 하나 못해서 괜히 애 힘들게 하지 말고. 재환의 말에 다니엘은 그저 빈 술잔을 채우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도 모를 표정을 지었다. 재환의 말은 틀린게 없었다. 구구절절 하는 말마다 다 맞는 말이었고 제 감정 하나 표현도 못하는 다니엘, 저는 재환의 표현처럼 답답한 새끼일지도 모른다. 그러게, 그거 하나를 못하네 내가. ㅇㅇ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쯤이야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짧지도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낸지도 언 6년이 넘어갔는데 그 애의 감정 하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ㅇㅇ는 저에게 좋아한다고 직접 표현까지 했으니까. 고백도 못하는 새끼라고 저는 욕까지 먹었는데 언제나처럼 먼저 선수치는 건 ㅇㅇ였다.
'너는 좋겠다.'
'공부도 잘해, 운동도 잘해, 심지어 잘생겼어. 못난 점이 있기는 해?'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 혼이 났는지 잔뜩 심술이 난 채로 내뱉던 ㅇㅇ의 말이 떠올랐다. 엄마가 매일 너랑 비교하는데 나 진짜 완전 자존심 상한다고. 낡은 철소리를 내며 움직이던 그네가 멈추었을 때, 그 애는 울었다. 콧물과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서 이건 뭐 열일곱이 아니라 일곱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이처럼 울어대면서도 괜히 너한테 화내서 미안해, 라며 너는 말도 안되는 사과를 했었다.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 그 때 다니엘, 저는 ㅇㅇ를 좋아했었던 것만 같았다. 처음 자신에게 다가와 당돌하게 말을 걸어주었던 중학교의 시절부터 곧잘 어울려다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언제부터 자신이 ㅇㅇ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느꼈는지는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서도 울던 그 애를 제 품에 안기가 무섭게 뛰어대던 심장소리는 지금까지 영 잊을 수 없는 감각이었더랬다.
"오늘 ㅇㅇ가 좋아한다고 했거든."
"그럼 됐네."
"근데 나는 미안하는 말 밖에 못했다."
그런데 ㅇㅇ야. 나는 너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못난 부분이 더 많아서, 그걸 티내고 싶지 않아서 온 힘을 다해서 숨기더라도 아닌건 아니였기에 자신은 여전히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었다. 갓 성인이 되어서 재환과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다니엘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있다고. 제가 처음 ㅇㅇ를 만났을 때 다짜고짜 손을 내밀던 그 아이는 자신과는 많이 달랐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고 퍽이나 맘에 안드는 그 수업 시간에 그 애는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손을 흔들어줄 부모님이 계셨다. 넘어지면 다시 일으켜줄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굳이 자신이 아니여도 그 아이 곁에는 언제나 머물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필요한 것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갖고 있는데도 저를 필요로 한다는 그 말이 뭐라고 그렇게나 좋았는지 하루를 꼬박 밤을 새워도 행복했었던 때가 있었다. 자신은 매 순간마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증오했다. 제 유년시절도 망쳤으면 됐지, 자신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어머니마저 잃게 만든 장본인이자 매일같이 등 뒤에 달고 살았던 멍 자국을 남기는 사람이었다.
'아가,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다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어머니의 손이 참으로 따뜻해서 간만에 아주 좋은 꿈을 꾸었던 날에 어머니는 홀연히 울음 소리만 남기고선 사라지셨다. 더이상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 손길은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자 방 안에 틀어박혀서 이대로 울다가 쓰러지면 좋겠다고 다짐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위로 있던 누나마저 제 앞가림을 하겠다고 나가면서 자신에게는 피할 수 있는 곳도, 의지할 수 있는 곳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 존재를 대신 해주었던 사람이 ㅇㅇ였다. 그러니까 제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걸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연스럽게 제 옆에는 그녀가 차지했으며 그게 익숙하면서도 설레었고 지나가고나면 흩어질 꿈만 같았다.
'나 너 좋아해.'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던 그 때로 다시 되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은 조금, 아주 조금 슬펐다. 재환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 줄 알아?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 거. 그 말이 나는 너무 싫거든 근데 또 막상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게 더 싫다. 처음으로 마시는 술은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는 듯했다. 소주병이 두어개씩 늘어나자 어지러움을 넘어서 깨질 듯한 두통에 테이블에 그대로 머리를 뉘이자 이게 자는건가 싶을 정도로 정신이 몽롱했다. 이렇게까지 술을 마시는 건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 이런 기분은 오히려 좋기만 했다. 꿈을 꾸는 것마냥 몽롱한 기분은 어쩌면 지금쯤 자신을 욕하고 있을 ㅇㅇ의 형상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이게 다 부질 없는 망상이여도 이 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 라고 바랬었다.
내 곁에 네가 없을 거라는 상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스물이라는 나이가 되었을 때, 처음 대학교를 들어갔을 때, 아마 모든 순간마다 후회를 했었다. 상처를 준 사람도, 거절한 사람도 모두 다니엘, 자신이었는데 될 수 있다면 오래 옆에서 보고 싶은 사람도 곁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도 ㅇㅇㅇ, 너인지라 숱한 시간들 중에서 너를 가장 그리워했을 시간도 그 때였다. 자책을 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마시고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도 맞지도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야, 사람은 말을 해야 알아."
"......"
"너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뭘 신경쓰고 있는지 아무 말도 안해주면 상대방은 뭔 죄냐."
너무 솔직해질 필요도 없지만 너무 숨길 필요도 없잖아. 애꿎은 사람 답답해 미치게 만들지나 말고. 쓰러져 있는 자신을 보고 짙은 한숨을 쉬는 재환의 숨결이 마치 꼭 저보다 한참이나 큰 어른처럼 느껴졌다.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똑같이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감에도 이렇게나 차이가 날 수가 있구나. 새삼 제 곁에 있는 재환이나 ㅇㅇ가 자신보다 몇 뼘이나 더 큰 차이로 앞서 나가는 듯했다. 왠지 실내임에도 추운 기운들이 몸을 파고드는 기분에 손을 휘적거리며 외투 안에 팔을 끼워넣자 푸스스, 웃음이 실없게 새어나왔다. 우리 이따 집 가면서 붕어빵이나 사먹자. 술에 취해서 한층 어눌해진 말투로 띄엄띄엄 말을 하자 저를 이상하게 보는 재환의 시선이 느껴졌다. 지금 네가 없어도 겨울이면 꼭 사먹었던 붕어빵이라도 안고 가면 이 마음이 좀 나아지지는 않을까. 너를 마주할 용기는 없으면서 나에게 고백을 할 때의 붉은 너의 그 볼은 또 많이 예쁘다고 혼자 되새김질 하는 저는 아무래도 지독한 모순 속에서 머물러 있는 듯했다.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현금이 남아있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제 손은 분주했더랬지.
정말, 지독한 모순이다,
[강다니엘/옹성우]
LOVE CIRCLE
W. LIGHTER
사람 사이가 이토록 어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처 사람들이 차지 않은 술집은 한적하기만 했다. 친한 사람들끼리 왔다면 저들끼리 얘기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지만 차라리 술집이라도 시끄러웠으면 이렇게나 어색함에 사무치지는 않을 것이다. 묘한 적막감만이 셋을 감싸고 있었고 나는 안주로 나온 옥수수 알갱이만 찌르고 있었다. 다니엘이나 성우 선배나 두 사람 중에서 어느 한명도 편한 사람이 없었다. 내 인간관계가 이렇게나 문제가 될 줄이야. 대학까지 와서 처음으로 말을 섞은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라니. 굳이 두 명까지 합심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쌓인 고민 때문에 있는 머리카락까지 다 빠질 정도로 수백번도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대놓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던 옹성우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의 당사자이자 주인공인 강다니엘 사이에서 술까지 마시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할 말 있으면 해."
"하고 싶어도 선배님이 이렇게 떡하니 계시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차라리 일대일로 개별 상담을 진행하고 싶었다. 둘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였다는데 첫 만남부터 뭐가 그리도 꼬였는지 서로 만나기만 하면 매번 저 모양, 저 꼴이니. 애초에 선배가 무슨 생각으로 술을 마시러 가자고 했는지도 모르겠고 강다니엘은 이렇게나 싫어할 거였으면서 그걸 왜 수락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문을 한 술들이 천천히 테이블 위에 쌓여져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사람들로 채워지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선배가 내게 말을 걸어오려고 하면 그걸 아니꼽다는 식으로 맞받아치는 다니엘이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앞선 상황과 비슷하게 끝나기 일수였다. 아니, 이럴거면 도대체 왜 오자고 한거예요.
"너랑 있고 싶어서."
"너가 간다고 하니까."
전자는 선배였고 후자는 다니엘이었다. 결국 이 모든 사단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나름 인상을 쓰며 뱉은 내 쓴소리는 모든 화살이 다시금 나에게 날아왔다. 먼저 가자고 한 사람은 선배였으며 친히 제가 자주 가는 곳이라고 데리고 온 건 다니엘, 저 놈이였는데 막상 '나'라는 대답은 괜스레 아무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멋쩍은 기분에 자작이라도 할 심산으로 혼자 묵묵히 잔을 비워나가고 있었을까 그런 나를 금세 말리는 다니엘의 손이 보였다. 우리가 오래도록 못 만났던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한꺼번에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과제와 축제가 끝나고 나서야 마주한 그 놈의 얼굴은 잠을 설친 기색이 가득했다. 무엇이 그를 잠도 못 이루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이유이기를 바라는 건 조금 너무한 건가. 솔직히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는 그 소문을 듣기는 했는지, 혹시나 그게 사실인건지, 또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머릿속에서는 이미 혼자서 물어보고 답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로 서서히 몰려오는 취기에 눈을 감은 것도 그렇다고 뜬 것도 아닌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두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ㅇㅇ야, 이제 그만 마셔야 겠다."
"야, 강다니엘."
"어?"
취해서 가누기도 힘든 머리를 한 손으로 받쳐주던 다니엘을 부르자 문득 나를 보는 그 눈빛에 하늘에서 땅까지 수직낙하를 하는 것처럼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급하게 마셔버린 술은 사람의 사고방식을 망쳐놓는다.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 그 후에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아마 나는 이걸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너, 나 좋아해? 술김에 뱉은 말이 여실히 티가 나는 것마냥 어눌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묻는 내 말에 다니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렇게나 딱 잘라서 미안하다고 거절했으면서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해? 매우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내일 아침에 얼마나 이불을 걷어찰지 눈에 훤했지만 그만큼 나는 술김을 빌려서라도 말을 하고 싶었다. 친구라는 사이조차 멀어질까봐 혼자 끙끙 앓으며 꺼냈던 내 고백과 그마저도 지키지 못해서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바로 앞에 있는 네 집조차 가지 못하는 내 발걸음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해줄거냐고.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쏟아대듯 꺼내는 내 말들은 제대로 이어져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내가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는데!"
"......"
"지금 들리는 그 우스운 소문 하나에도 내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알기나 해?"
이제와서 이러는 건 아니지. 그건 반칙인거잖아.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내 몸은 동시에 가만히 서있질 못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자 속에서 꾹꾹 참아왔던 감정들은 한꺼번에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술집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을거라는 것도, 그 수많은 사람들의 반이 우리학교 학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들은 소매로 닦고 또 닦아도 한 번 터져버린 것은 다시금 주워담을 수 없었단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것은 그 이후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기억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의자에 털썩 앉기가 무섭게 나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옹성우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질 못했다.
* * *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ㅇㅇ의 말은 여파가 컸다. 간신히 빛추던 햇빛의 잔해마저 사라진 저녁의 술집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만 세 사람이 있는 테이블을 제외하고선. 둘은 각자의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의 방향은 다름아닌 ㅇㅇ였고 그녀가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 공간은 더없이 적막했단다. 둘 사이에는 이렇다할 접점도 공통점도 없었다. ㅇㅇ에게 나름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훤히 보인다는게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뿐 성우든 다니엘이든 두 사람에게 서로는 그런 존재였다. 웬만하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
"넌 알고 있었지."
"뭘요."
"ㅇㅇㅇ가 널 좋아하는 거."
그러니까 그런 말을 했겠지. 소문은 약간의 과장이 있기는 했어도 없는 말을 짓거나 하지는 않거든. 무던히 술잔을 비워내던 다니엘에게 짐짓 턱 끝으로 가르키는 성우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다니엘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요. 선배님도 다 아는거 ㅇㅇ만 모르네요. 그녀는 감정에 한참이나 미숙한 존재였다. 물론 그렇다해서 다니엘, 저가 성숙한 존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숨기는 것이 일상이 된 자신과는 다르게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 슬픈지, 기쁜지 얼굴에 다 써져있을 정도였으니까. 반쯤 감정적으로 꺼낸 제 말들 때문에 ㅇㅇ가 힘들어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는 바보도 아니였다. 애초에 그녀의 말대로 자신을 갖고노는 거였다면 한참 밀려있는 수업들까지 재치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옹성우와는 또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건지 어쩌면 저와 있을 때보다 더 편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괜한 질투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 없다."
"......"
"얘가 널 얼마나 좋아했고 몇 년을 둘이서 그런 감정을 키워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다니엘 앞으로 안주거리들을 잔뜩 밀어주던 성우는 그대로 제 앞에 놓여져 있는 술을 마시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기가 다를 뿐이지 그 깊이나 정도가 너보다 얕지는 않거든, 내가. 약간의 공백 사이에서 제 말을 이어나가는 성우는 정말 마음 같아서야 있는 욕, 없는 욕 모두 쏟아서 자신의 앞에 있는 다니엘에게 친히 말해주고 싶었다. 성우가 끼어들 틈이 없을 수도 있었다. 강다니엘과 ㅇㅇ 사이에서 수없는 시간들과 그만큼의 추억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러니 자신은 웃기지도 않게 자신보다 어린 후배인 강다니엘이 몹시 신경쓰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은 충분했고 바보같이 기회를 날려먹은 건 강다니엘, 이 놈인데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사람은 왜 ㅇㅇㅇ여야 되는건지. 술김이였다고 한들 그녀의 진심마저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을만큼 큰 소리로 울어대던 ㅇㅇ를 생각하면 성우, 제가 다니엘을 싫어하는 이유는 충분했다고 본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도 아니고 다른 새끼 때문에 우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없었으니까. 소파에 쓰러지듯 기대어있는 ㅇㅇ를 제 등에 업으며 빠른 걸음으로 술집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놈의 잔해가 남아있는 것마냥 밤 공기는 상쾌하지 않았다.
"진짜 기분 한 번 더럽네."
그게 뭐라고. 난 또 이러고 있냐. 탄식에 가까울 정도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성우의 등으로 조금 쌀쌀해진 바람에 추운지 파고드는 ㅇㅇ는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옹알이를 하는 아이도 아니고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제 나름의 속쓰림을 말하는 ㅇㅇ의 말에 성우는 실없는 웃음만 지었다. 남은 지금 심난해 죽겠는데 너는 잠이 오냐. 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다정하기만한 성우의 말투는 어느새 한적해진 거리들 사이로 흩어져나갔다. 군대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성우는 더이상 어린 축에 속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야 한다면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제 바램은 여전했거늘 낮은 성우의 목소리만은 아무래도 어른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한 듯싶었다.
"그딴 새끼가 뭐가 좋다고."
나 좀, 질투나려고 그런다. ㅇㅇ야.
Episode 6, FIN
*
늦은 밤에 안녕하세요, 라이터입니다.
다들 라디오 잘 듣고 오셨어요? 완전 애들 목소리에 꿀 발라놨는지 혜자혜자한 라디오 덕분에 귀호강하고 야밤에 엔돌핀을 되찾았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에 견주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한 화 분량을 통으로 날려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답니다. 그나마 러브서클이라도 살아남아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건가ㅠㅠㅠㅠㅠ 이제 제가 생각한 러브서클 분량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좋게 예쁘게 사랑스럽게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한다(아련)
아, 그리구 완결이 나는대로 암호닉 주신 분들 중에서 정성스레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한정으로 번외나 속편들을 들고 와볼까 생각중이랍니다. 물론 원하시는 분들이 계셔야 할텐데 없으시면 저 혼자 즐겁게 자급자족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날씨도 여름이 지나서 민현이가 좋아한다는 초가을이 왔네요 감기 조심하시구 좋은 새벽 되세요!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독자님들 많이 많이 사랑해요
*암호닉 신청은 최신화에서 해주세용*
THANKS TO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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