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박지훈/김재환] 견주 D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6/30/10/dbcc5d086b5f7739476787b28eeafd2a.jpg)
견주(犬主)
MADE BY LIGHTER
한동안 굵게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나날들이 유독 많아졌고 어느 때든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던 집안은 소란스러웠다. 그 이유는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오는 김재환, 이라는 남자 때문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주치의에서 선생님까지 종류별로 다 꿰차고 들어오는 모양새만 보아도 머리가 울리듯이 지끈거렸다. 언제나처럼 하얀 옷만을 입던 그가 아이를 가르치는 명분으로 찾아오는 날에는 이상하게도 간간히 색이 섞인 것들을 입고 왔다. 잘 차려입은 양장은 변함이 없었지만서도 그가 내 앞을 서성이고 다닐 때면 온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공부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거짓말. 선하게 웃으며 찻잔을 들어올리는 그의 가방 안에는 찢어지고 구겨진 종이 뭉치들이 가득했다. 언뜻 보아도 수업을 나갈 요량으로 만든 책이었을 저 종이들은 그 흔적조차도 참혹했다. 왠일로 아이가 직접 선택한 선생님라는 그도 아이의 마음에 들지는 못했을 게 뻔했다. 무슨 이유로 저 남자를 제 선생님으로 두겠다고 했는지는 차마 알아내지 못했지만 이렇게 그가 몸 한 곳 다치지 않고 성하게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는 생각은 접을래야 접을 수가 없었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선생님을 바꿔달라는 아이의 말이나 간접적으로 여러군데 다칠 것을 염두해두었었는데 김재환은 또 내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나저나 도련님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셨는데”
“…….”
“만나시는 분이 안 계시는 건가요?”
주제넘을 수도 있지만 따로 약속을 가지신 분이 없다면 제 선에서 소개해드리고자 하는데. 뜬금없는 말을 꺼내는 그는 제 말처럼 아주 주제 넘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는 것도, 보통 그 나이대에 장래를 약속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였다. 이미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나와 아이는 그 선을 넘어버린지 오래였고 설사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도 그 일을 판단할 사람은 나였다. 나, 자신 외에는 누구도 그러한 일을 할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임은 틀림없었다. 아가씨께서도 후에 누군가의 아내가 되실거면서 도련님만 혼자서 독수공방 하실 수는 없는 거잖아요. 여전히 웃음기가 담겨있는 그의 얼굴과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사람들은 이래서 안되는 거라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 넘어가주려고 하면 제 분수를 알지도 못하고 기어오르는 저 뒤틀린 심보는 왜 꼭, 저렇게 눈치가 없을까.
“굳이 주제넘는 걸 아시면서 물어오시는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
“아이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괜한 걱정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혹여 이것이 말도 안되는 오기였다고 한들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말을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인사와 함께 황급히 자리를 뜬 내 발걸음은 복도를 뛰다시피 도망쳤지만서도. 차라리 의사노릇을 하고 있을 때가 나았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시간을 날 때면 대화시간을 가지는 내 오기도 웃기고 짜증났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위아래로 훑어내리는 그의 시선과 틈새를 비집고 들어올 듯한 행동은 정말이지 싫었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으면서 자리를 뜬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수많은 고민이 앞서왔지만 왜인지 모르게 턱 끝까치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도착한 곳은 아이의 방이었다.
‘끼익-’
나무로 이루어진 문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아이는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한낮의 시간과는 달리 겹겹이 쌓여있는 먹구름과 잠에 빠져든 아이의 모습을 보자니 꼭 이른 밤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결국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구나. 곁에 앉아 아이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불현듯 자꾸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말들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었다. 당돌하게 답은 했지만 두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빠르면서도 천천히 커가는 아이는 언젠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렇게나 싫어했던 아버지나 내가 어머니로 여겼던 유모가 모두 제 갈 길을 찾은 듯이 사라졌던 것처럼 이 아이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참, 웃기지.”
처음 너를 데려올 때만 해도 너만은 온전히 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른스러워지는 커녕 예닐곱의 아이로 돌아가는 꼴이라니. 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해 본적이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색의 비단으로 둘러싸여진 것도, 원치 않게 일제의 앞잡이 가문의 가주가 된 것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것도, 그 어떤 것 하나도 내가 원해서 한 일들은 없었다. 그러니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 아이만큼은 유일한 내 의지의 산물이었다. 아이에게 지훈, 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을 때부터 나는 아이를 통해 나름의 안식을 얻고는 했었는데 어느 때가 되었던 아이가 없는 나날들을 상상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울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리가 아닐까 싶더랬다.
“아가씨?”
조금은 시끄럽게 울리는 천둥소리에 깼는지 의식도 하기 전부터 아이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내가 깨운 것 같네, 미안해. 볼 언저리를 쓰다듬던 손을 걷으며 운을 떼자 갑작스럽게 내 손을 쥐어오는 아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손가락 끝마디부터 전해져 오는 따뜻한 온기는 쉽사리 그 손을 떨쳐낼 수가 없게 만들었다. 아무 말도 없이 온전히 나를 담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는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것이었고 딱히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하는 아이가 오직 나만을 원하고 있는 것인냥 착각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그런 너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걱정거리들만을 한가득 안겨주고 가는 김재환을 증오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더이상 내 아이로 볼 수 없게 하는 너를 증오해야 하는 것인가.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는 생각들에 빠져있었을까 손가락 마디마다 제 손가락을 걸어 단단히 결박을 시키듯 잡아오던 아이는 어쩌면 아직 잠결에 빠져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기 전에도 잠에 들었을 때에도 항상 네 얼굴이 떠올랐어.’
순간, 조선말과 일본의 한자가 섞여 있는 내 일기장에 적혀 있는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아이에 대한 내 감정을 이루 표현할데가 없었을 때마다 적어 놓았던 것들이 왜 지금 생각나는 건지, 이대로 잠이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 못해 뜨겁던 아이가 제 입술을 맞춰올 때서야 뒤늦은 후회를 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다른 이의 숨결은 매일 밤, 꿈 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이 우스워질정도로 좋았다. 입 안을 가르며 들어오는 아이의 온기는 부드러웠으나 뭐가 그리도 급한지 한편으로 성급했다. 천천히 내 뒷목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반쯤 기울어진 내 몸은 의지할 곳이라고는 나를 안아오는 아이의 팔이 전부였던지라 나를 제 품에 가득 안아오는 아이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발 끝에서부터 끼쳐 올라오는 저릿한 기분은 이상하리만치 몽롱하게 만들었다. 네가 사라질까 무서웠던 두려움도 좀먹어 버릴 듯한 입술의 감촉은 생경했으며 동시에 드는 마음은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너와 했을 걸, 하는 웃기기 그지없는 후회였다. 아직 밤은 찾아오지 않은 시각이였지만 이대로 밤이 깊어져도 좋을듯 싶은 그런,
한낮의 꿈이었다.
* * *
“아가씨, 이것 좀 보세요!”
아침 일찍부터 도착한 소포 상자 안에는 딱 보아도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을 법한 곱게 개여진 기모노가 있었다. 파란색과 보라색이 적절하게 섞여 들어가 있는 기모노에는 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수놓아져 있는 꽃들이 보였다. 하필 보내도 이런 걸 보낼 건 또 뭐람. 나와 혼인을 약속한 그는 내게 많은 선물들을 보내왔지만 한 번도 옷을 선물한 적은 없었다. 그가 선물해 놓은 기모노를 한 손으로 휘적거리며 보자 어김없이 엽서가 끼여져 있었다. 취향도 이상하지, 왜 그는 한낱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이런 로맨스를 원하는 걸까. 엽서 안에 쓰여져 있는 글씨체는 익히 소문으로 들었던 그의 성격처럼 정갈하기만 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있는 글들은 모두 한글로 이루어져 있었다. 애초에 조선인으로 태어나서 조선인으로 불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하던 그가 내게 글을 보낼 때만큼은 제 나라말을 쓴다는 건 퍽이나 웃긴 일이었다.
‘당신에게 어울릴만한 색을 고르느라 꽤나 애를 먹었네요. 당신이 이 기모노를 입고 다음 사교 모임 때 내 손을 잡아준다면 더할 바 없이 행복할거예요.’
-戀人-
엽서의 맨 끄트머리에 적혀져 있는 연인, 이라는 글자가 왜이리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는 당사자인 나도 알 수 없었다. 차라리 형식적으로 이어진 인연처럼 행동하는 그였다면 이런 애정 공세에 부담스럽지 않을 것을. 순간적으로 나오는 한숨이 길게 이어져나갔다. 매년마다 이루어지는 사교 모임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불편하고 귀찮기만 한 일이었다. 결국 그 모임에서 하는 일은 누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누가 가장 좋은 배우자를 만났으며 그 누가 가장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갖고 있냐, 하는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을 내뱉으며 자신들의 위신을 내세우는 일이었다. 웬만하면 올해는 없는 핑계까지 만들어서라도 가고 싶지 않았는데 질 좋은 비단이 넘실거리는 기모노를 보고 있자니 이제서야 그가 왜 나에게 되도 않는 옷을 선물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기모노는 옷장에 갖다 넣어놔.”
“안 입어보시고 바로 넣으시려고요?”
“뭣 하러. 아, 그리고 그 기모노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넣도록 해.”
사교 모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소문으로 변질된다. 여태 한 번도 다른 사람과 함께 간 적이 없는 내가 자신과 함께 그 곳에 나타난다면 별 소문들이 다 떠돌아 다닐 것을 누구보다 달가워할 사람이 바로 그 남자였다. 내가 갖고 있는 물품 중에 제법 값이 나갈만한 물건들은 모조리 그가 선물해 준 것들이었다. 가문으로 따지자면야 나보다 한참이야 낮은 가문을 뒷배경으로 둔 그였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말들에 의하면 나보다 더 지독한 사람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조선인 신분으로 나라까지 팔아먹었다는 속된 비하의 단어들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제 길만을 간다는 그 사람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정말 뼛속까지 일본인 같다는 평들이 있었으니까. 근원지도 알지 못하는 근심으로 나흘 밤을 꼬박 새웠을까 옷을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그는 내 집안을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듯이 너무나도 가볍게 찾아왔고,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나는 그런 그를 때아닌 불청객이라고 불렀었다.
*
굿 투 씨유 어게인 아임 라이터 베이베(찡긋)
다들 한주를 잘 보내셨나요?
장마도 끝나고 이제 완전히 폭염이라던데 우리나라는 조만간 열대야 무림에서 바나나 키워먹고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는 하루입니다....(ㅂㄷㅂㄷ)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염과 통으로 이번화를 시원하게 날려먹은 제 불찰로 인해 좀 늦게 이야기를 들고 오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ㅠㅠㅠ 한 주에 하나씩은 꼭 써서 오고 싶었는데.....앞으로 제 장을 잘 토닥이면서 되도록이면 너무 독자님들을 애태우지 않도록 자주 찾아올게요! 오늘밤도 어김없이 끈적이고 더운 밤이겠지만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제 사랑둥이들 독자님 모두 감사하구 또 사랑한다는 거 알죠? 이제 7월도 금방 가서 8월이 왔네요 우리 워너원도 새 출발을 하면서 승승장구 하기를 바라고 우리 독자님들에게도 항상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고 바랄게요
오늘도 사담 같은 사담 아닌 사담까지 끝까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저는 이만 밀린 덕질을 하러 가겠습니다. 그럼, 굿나잇하고 다들 주말을 즐겨보아요!!! (아디오스)
p.s. 여러분의 댓글 하나가 작가를 행복하게 만든답니다 ❀.(*´▽`*)❀.
* 암호닉은 최신화에서 받고 있어요 *
암호닉 모두 감사합니다! |
99 달다리 연두부님 설한화 뀨뀨 쥬쥬 지훈지 샐라인 정연아 수국 발챙발챙 체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