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내꺼야~암호닉최고! |
언어영역 백현망태기 봄구 코코몽 껌 해바라기 돌핀 한우 마이쪙! |
징어가 입을 삐죽거렸어. 분명히 내가 가수고. 저 분은 내 팬인데 왜 내가 예전에 유행했던 UFO타운을 기다리는 기분이지? 이상함을 느끼며 징어는 물기가 남아 뚝뚝 떨어지는 머리위에 놓인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머리를 저었어. 아아아. 관심끌거야. 자는 거 겠지. 피곤 했나 봐.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답장 와도 절대 답장 또 안할거야!라고 다짐하며. 올림픽대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서도 백현이의 답장은 오지않았고. 언제쯤 답장이 올까 기다리며 엘레베이터를 오르는 그 순간에도 오지않았어. 그리고 씻고 나온 지금도. 머리를 말리는 지금도 왜 신경쓰이는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신경이 가는 핸드폰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징어가 위이잉 하고 돌아가는 헤어드라이기를 끄고 동그랗게 큰 눈을 뜨고는 허둥지둥 진동이 부르르 떨리는 핸드폰을 확인해.
[◈ㅇㅣ그조 Wolf! Growl◈
ㄷㅏ운즉ㅅㅣ
더쿠,력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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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WA.COM]
스팸문자! 부들부들 떨며 문자를 삭제하고는 바로 핸드폰을 엎어놓는 징어야. 기다리는 사람은 안 오고, 왜 스팸만 오고 있어! 다시 헤어드라이기를 들고 머리를 말리던 징어가 드라이기를 끄고 선을 뽑아 정리를 하기 시작했어. 피곤해. 잠이나 자야지. 하고 핸드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불을 끈채로 침대에 누웠어. 자고 일어나면 그래도 답장은 와있겠지? 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서.
여기서 너징이 모르는 한 가지가 있어. 저 스팸 문자가 오기 전에 백현이의 쪽지는 이미 도착해있었다는거.
*
한참을 고민하던 백현이가 힘들게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한글자 한글자씩 썼어. 징어한테 거짓말 하면 천벌 받는다 변백현.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이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진심을 담고 쪽지를 써내려갔어.
징어야 사실 저 13장보다는 그 사진 한 장이 훨씬 예쁘게 나왔어요. 그래서 나 혼자 보고싶어서 안 올렸어요. 너무 예뻐서.
엔터. 쪽지 하나에 굉장히 기를 빨리는 기분을 느끼던 백현이가 부르르 떨고는 잠시 멍하게 있어. 아니 내가 무슨 망언을 지껄인거지! 라는 반응이 나온 것은 엔터를 누르고 5초 후의 일이 었어. 다시 보낸쪽지함에 들어가서 자신이 보낸 쪽지 내용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어 봐. 아아.. 대체 내가 무슨 짓을! 징어가 부담스러워 하면 어떡하지? 아 너무 오글거리게 적었어. 대체 무슨 정신으로! 백현의 안에서 자아가 12개로 분리되는 것만 같았어. 대체 12명의 자아중에 어떤 자아가 저딴 글을 쓴거야..! 혹시 몰라. 발송 취소를 할 수 있으려나. 쪽지함을 뒤적이던 백현이가 다시 소리없는 아우성을 질렀어. 없어! 없다고!! 쪽지 발송 취소 그런 것도 없어! 혼란스러운 이와중에 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담자는 심정으로 백현이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다시 한 번 징어에게 쪽지를 보냈어.
아니. 예쁘기도 했는데 교복. 인증. 그거 지우기도 그렇고 그래서. 아니. 징어가 올리라면 올릴게요.
엔터.
두 번째 쪽지를 보내고 또 백현이는 후회했어. 변백현 바보..! 바보...! 찌질이 티내냐..! 긴장한 거 다 티나고 교복인증 지우기도 그래서는 뭐야. 아 모르겠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복잡함과 창피함으로 뒤섞인 감정을 끌어안고 백현이는 컴퓨터를 종료시켰어. 제발 징어가 못 보기를.. 징어야 우리 팬페이지 들어오지 마.. 아니. 쪽지만 보지 마..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에도 백현이는 생각했어. 제발. 쪽지만은 보지 마..
그리고 그 날 밤, 백현이는 꿈을 꿨어. 교복을 입은 자신이 쪽지에게 쫓기는 꿈을. '징어야' '사실' '저'… 몇 개의 문장들이 몇십 개의 어절로 분해 되어서 백현을 쫓아오는 끔찍한 꿈이었어.
눈을 번쩍하고 뜬 백현이가 바로 보이는 천장에 어후. 하고 한숨을 쉬어. 역시 꿈이었구나. 암막커튼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에 몸을 일으킨 백현이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하며 대충 잠에서 깨어났어. 오늘까지 저번에 찍었던 사진 담당자님께 보내주기로 되어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키는 백현이야.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핸드폰을 집어들고 빛이되어줘에 들어가서 밤새 달린 댓글을 체크하고. 룰을 지키지않은 사람들은 강등을 하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마셔. 물을 벌컥벌컥 삼키던 백현이 쪽지가 도착했다며 깜박거리는 쪽지함에 입 안에 가득 담긴 물을 삼키고는 클릭해. 어후 떨려.
혼자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lv.0 오징어="">〈/lv.0>
백현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어.
징어는 징어대로, 백현이는 백현이대로 바빴던 12월이 지나가고 있어. 어느덧 벌써 연말이 훌쩍 다가왔고, 그만큼 백현이와 징어는 서로 쪽지를 나누며 팬과 가수 그 관계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하지만 친하다고 정의 내리기에는 조금 먼. 굳이 정의를 내리기에는 힘든 그런 사이로 발전했어. 물론, 매니져도 빛 멤버들도. 찬열이도 모르게 말이야. 가끔씩은 서로에게 서로가 설렌다.라는 것도 모르는 백현이와 징어지만 말이야. 벌써 S사의 연말무대 당일이 되었어.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히 빛은 그 연말 무대에 서게 되었어. 그 말은 물론 나도 바라고 모두가 바라던! 백현이가 교복을 입고 징어를 찍으러다녀야된다는 말이야. 무대 연습 때문에 바빠서 예전보다는 오고가던 쪽지 수가 눈에 띄게 적어졌지만 그 내용만은 알차게 채워졌어.
드디어! 내일이면 볼 수 있겠다! 백현씨 교복 입은 모습! 내일 기대할게요~ 사실 이거 아직 기사 안 나갔는데, 내일 내가 MC봐요!
그러니까 따뜻하게 입고 오구, 배터리 빠방하게 챙겨와야되요! 그럼 난 다시 연습하러 뿅! 〈lv.0 오징어="">〈/lv.0>
집을 나서기 전, 어제 징어에게서 온 쪽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던 백현이가 피식 웃고는 교복 주머니 안에 핸드폰을 넣었어. 그리고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체크해 봐. 졸업하고나서 한 번도 안 입어봤더니 이만 저만 어색한게 아니야. 그래도 3년 전에는 잘 입고다녔던 것 같은데.. 내 옷인데 다른 사람 옷을 뺏어입은 것 마냥 여간 불편한 게 아니야.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카메라를 챙겨든 백현이가 배터리 여유분은 충분한 지, 렌즈는 잘 닦였는지. 기본적인 것을 체크하고는 집을 나서. 근 2주동안 못 봤던 징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새학기 첫 등굣길을 나서는 고등학생 마냥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어.
남들은 지루해서 못 견딜만 기나긴 대기 시간을 거쳐, 드디어 연말 무대가 시작되었어. MC로 발탁되었다는 말이 진심이었는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천사처럼 꾸민 징어가 백현의 앞에서 나타났어. 굳이 자리를 2층으로 잡았던 건 아니었는데 우연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이의 자리에서 1m도 채 떨어지지않은 정면에서 징어가 MC를 보게되었어. 오, 할렐루야. 2014년 운을 오늘 다 끌어다 쓰는구나 변백현. 그런 생각을 하며 백현이는 손에 들린 카메라에 초점을 잡고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어. 열정적인 대포소리에 옆에서 자신의 가수에 열광하던 팬들도 살짝 기가 죽어 백현이의 대포를 쳐다보았어. 지금 공연하고 있는 신인 여자아이돌 그룹의 팬인지 깨나 어려보이는,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백현이를 톡톡 쳐. 그 탓에 살짝 흔들려 초점이 나간 사진을 찡그리며 확인하던 백현이가 아이를 보고 인상을 피고는 왜? 하고는 물어.
“저희 언니들 찍으시는 거 예요?”
“아, 그게 오빠는”
“저희 언니들 예쁘게 찍어주세요.”
밝게 웃으며 마이쮸를 건네는 아이의 모습에 차마 백현이는 ‘나는 쟤네 이름도 몰라..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징어팬인데.’하고 말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웃으며 마이쮸를 건네받았어. 그냥 한 장만 빨리 찍어주고 인터넷에 올리면 알아서 퍼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카메라를 들었어. 무의식적으로 징어를 찾아간 앵글에는 등을 돌리고 서있는 징어대신에 백현의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징어가 들어왔어. 살짝 뾰로통해진 징어가 입모양으로 말 했어. 찰칵. 찰칵. 찰칵.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한 백현이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어. 그러자 징어가 옆에서 같이 MC를 보게 된 경수와 샤이니 종현의 눈치를 보며 입모양으로 얘기했어. 그제서야 이해한 듯 백현이가 카메라를 무릎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어. 아 진짜 오징어 귀여워서 어떡하지?
‘나.만.찍.어’
백현이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징어는 계속 뒤를 힐끔힐끔 쳐다봤어. 종현이가 왜 자꾸 뒤를 보냐며 물어보자 저기 내 대포. 라고 하며 종현이와 같이 브이를 그려주는 징어야. 그때를 놓칠새라 내려놓은 카메라를 다시 들고는 찍어주는 백현이야. 사진을 찍고 미련없이 뒤도는 종현과 달리 징어는 누가봐도 나 뒤돌기 싯타..요기있고싶다.. 라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꼼지락 댔어. 그런 징어를 보던 백현이가 알았어. 하고 손가락으로 동그란 표시를 그려주자 징어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며 꽃이 피듯 환한 웃음이 지어졌어. 그런 징어와 백현이를 한 번 스윽 쳐다보던 경수가 징어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카메라 쪽을 바라보게 했어. 무슨 귓속말을 하는데. 시끄러운 세트장 안에서 잘 들리지않는 탓에 백현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갔어.
“네! 경수씨! 경수씨는 새해소원으로 뭐 빌고싶어요?”
“저요? 음 저는 새해에는 더 착해지고 예뻐지고싶어요.”
“경수씨 충분히 예쁘신데요?”
“맞아요 경수씨 징어씨보다 훨씬 예뻐요!”
앞에서는 담당PD와 FD가 토크로 시간을 끌라며 지시를 내린 후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어. AD로 추정되는 사람이 PD에게로 와서 귓속말로 얘기하자 다음 무대를 소개하라며 손짓하는 것을 캐치한 종현이가 ‘그러면 이제 경수씨보다도 더 예쁜그룹이죠! 빛돼지가 부릅니다! 밥좀줘!’ 하고는 자연스럽게 다음 무대를 소개하며 빛돼지의 무대가 시작되었어. 높은 구두를 신고 계속 서 있어서 발이 아팠는지 징어가 살짝 주저앉아서 발목을 매만져. 그런 징어를 보고도 백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왜냐하면 자신은 수많은 팬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니까.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백현이의 머릿 속에는 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어.
‘얌마, 작작해라. 그런다고 걔가 알아줄 것 같아?’
징어가 앉자마자 경수가 쪼그리고 앉아 징어의 구두를 벗겨준 후 자신의 구두를 신겨주었어. 좌석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있던 백현이 카메라를 다리 위에 얹어놓고 경수와 징어를 쳐다보았어. 내 자리는 여기. 조명이 가득한 네가 있는 자리는 저기. 그리고 네 옆의 그 사람도 저기.
다시 한 번 봐도 내 자리는 여기. 카메라를 쥐고 있는 손이 미약하게 떨렸어. 그런 백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징은 환하게 웃으며 백현이에게 손을 흔들어 줘. 살짝 굳은 얼굴로 웃으며 너징에게 애써 손을 흔들어주는 백현이야. 징어야. 이게 너와 나의 거리구나.
백징행쇼지만 너희를 쉽게 행쇼시켜주지는 않을거야. 왜냐하면 내가 커플이 아니니까.
이번 화와 저번 화는 설렘과 꽁냥꽁냥 한 스푼씩 넣었으니까 다음 화에 폭풍오열하게 할거야(질투)
이미 다 써놨다굿(질투)
으앙 여러분 댓글쓰고 다시 포인트 받아가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