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 강의는 연강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지않아도 둘의 기싸움. 아니. 여유로운 척 하는 김여주에게 으르렁 거리는 도경수 덕분에 차가워진 강의실 분위기랄까. 지금이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었더라면 더욱 잘 써먹을 수 있을텐데. 쩝. 하고는 도경수와 김여주와 215호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여학생 중 두 명이 그런 생각을 했다. 최저 온도를 유지하는 에어컨 마냥 꽝꽝 얼어있던 강의실이 그러면 오늘 강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하고는 넉살 좋게 웃어보이시는 교수님의 말씀으로 살짝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시원하고 학생들도 집중을 잘 하네요. 허허. 넉살 좋게 웃어보이는 교수는 눈치가 없었다. 아주 많이.
“오늘 그 으르렁? 부른 친구가 와 있다고 들었어요.”
교수는
“가수라는데 앞에 나와서 노래 한 소절 좀 해볼까?”
..눈치가 존나 많이 없었다... 교수가 그 말을 꺼내자말자 학생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필요없어 굳이 여기서 안 들어도 되요. 다운 받을게요! 불법 다운로드 말고 씨발 멜론으로 들을게 스트리밍도 할게!그러니까 나 좀 가게 해줘.. 그런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채기에 교수는 너무 눈치가 없었다. 빨리 나와요 으르렁 친구! 학생들도 다 듣고싶어하네~ 그런 교수의 말에 질겁하며 격하게 도리도리질을 하던 학생들이 경수가 뒤를 돌아보자 어우 오늘 귀에 물들어갔나봐. 하며 귀를 탁탁 쳐내는 시늉을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모르는 척을 하며 경수의 시선을 회피했다. 시발.. 쟤 아이돌이라며. 샤방샤방은 개뿔. 무서워죽겠구만.
그런 학생들을 쳐다보던 경수가 해사한 미소를 빙긋 지어주었다. 씨발 지금 기분도 안 좋은데 노래를 부르라고? 그런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가마냥 방긋 웃는 경수의 얼굴에 학생들은 방금 전에 했던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고쳐먹었다. 씨발 감히 도경수가 무섭다고? 아니야아니라고!!! 쟤는 아이돌이여야되. 겁나 샤방샤방해.. 경수야 통장을 바치면 되는거니...? 교수도. 학생들도.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만 같다고. 수정과 선영은 생각했다. 강의실이 개판인 와중에도 김여주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그렇다. 김여주는 교수보다 더 눈치가 없었다. 타고나기를 둔해빠지고 생각이 없는 김여주는 도경수가 뭘 하던 관심이 없었다. 그런 여주의 뒷 모습을 다시 한 번 쳐다보던 경수가 생각했다. 쟤 지금 나 무시하는거지? 그런 생각과 함께 경수는 강의 시작 전. 분명히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욕을 하던 여주의 목소리가 귀에서 울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걔 가수라며? 노래는 좀 하냐?’ 경수는 자존심에 빠드득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한 소절만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척척척 걸어올라간 경수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앞에 놓인 컴퓨터 리모콘을 들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들고 노래를 부르면 뭔가 어색해. 직업병. 간단하게 baby don't cry를 부른다던 경수가 첫소절을 시작하며 여주를 한 번 흘끔 쳐다보았다.
“baby don't..!”
쟤 뭐야. 왜 눈을 뜨고 자고 있어.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경수는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면 될 상황을 또 꼬아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여주 감히 지금 내 노래가 지루한거야? 지루해서 못 들어주겠다 이거야? 씨발? 마이크를 대신해서 두 손으로 꼭 잡고 있던 리모콘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 어서 깨서 봐! 내 노래를 들어보라고! 존나 잘 부르지?! 어?! 내 성량 대단하지? 그렇지? 시발 나 호흡도 존나 길다? 너 수타킹 봤어? 내가 콧김만으로 찌그러진 정수기 물통을 폈는데. 점점 노래를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가 기교와 발성으로 간단히가 아닌 열창아닌 열창을 했다. 이래도 안 깨? 어느새 노래는 한 소절이 아닌 1절이 끝나있었다. 215호 그 공간 안에 김여주를 제외한 학생과 교수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노래도 겁나 잘해..! 아이돌 수준이 아닌데 쟤 왜 아이돌 하고 있지? 얼떨떨 하게 입을 벌리고 있던 학생들이 하나 둘씩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쳤다. 브라보! 앵콜! 마치 20만원을 주고 VVIP석에서 세계에서 제일가는 가수의 콘서트를 관람한 것 마냥 벅찬 감동을 느끼는 학생들이었다. 고작 앨범 수록곡인데.. 경수는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당황해서 동그랗게 뜬 눈을 도르륵도르륵 하고 굴렸다. 내가 어떻게 불렀길래.. 사실 본인도 노래에 집중보다는 여주를 깨우기 위해 악으로 깡으로 부른거라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런 얼떨떨한 경수를 교수가 덥썩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다. 자네는 이 나라의 인재이네...! 뭐라는거야 시발.
“역시 도경수”
“너무 감격스러워.. 이런 무대를 보다니...”
“앵콜! 앵콜!”
짝짝짝짝짝짝짝
박수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여주가 빠르게 입가를 훔쳤다. 어이쿠야 나도 모르게 잠들었네. 침 안 흘렸겠지? 다행히 흐르진 않았네.. 시발 고였어. 팔 소매로 입가를 훔쳐낸 여주가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이 인간들은 왜 전부 기립박수를 치고 있어. 나도 쳐야돼나. 교수는 또 왜 울어. 도경수가 울렸나. 긁적긁적. 목을 벅벅 긁고 손을 내린 여주가 경수의 두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당황스러움과 뿌듯함으로 가득 찬 얼굴이 여주에게 말을 거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씨발 봤냐? 그런 뿌듯함으로 무장한 경수의 얼굴을 보던 여주가 대수롭지않은 일이겠지. 하는 표정으로 책상 위에 널부러졌있던 필기구와 교재를 챙겨나갔다. 여주가 앉아있던 자리에서는 쿨내가 가득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아니. 쿨내로 위장한 생각없음.
그런 여주를 보며 경수는 생각했다. 빙썅년..
그 다음 날 부터 도경수는 출석 100%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어젯 밤. 아니 오늘 새벽에 생방송으로 라디오에도 나오더니. 라디오가 끝난지 세시간 뒤인 목요일 2교시 강의에 도경수가 등장했다. 도경수가 수업을 나오던가 말던가 관심이 없던 김여주는 계속 이렇게 몇 주째 도경수가 학교를 나오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왜냐면 그가 학교를 오면 그 날은 팬들이 드글드글 학교 안을 헤집어 놓듯 돌아다니니까. 저번에는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고 있는데 화장지가 없었다. 아니. 화장지가 없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사람들이 잘 안쓰는 화장실이어도 뭐 화장지는 떨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비워진 화장지 칸에 적혀진 글자가 여주를 화나게 했다. 도경수♡ㅇㅇㅇ. 씨빨!!!!!!! 이것도 도경수 팬 짓거리냐!!!!!!!!!!! 분노로 가득찬 여주의 목소리가 여자화장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휴지심이라도 남겨놓던가!! 씨빨 매너도 없는 년들!!!!!
매너 없는 팬들과 사생들 덕분에 학교 기물 파손은 물론이오 이런 사소한 것 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학교 안에 낙서를 해놓으니 학교측에서도, 학생들도 도경수의 팬들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주는 매우 예민해져있었다. 왜냐하면 오늘 수업오는 길에 먹으려고 샀던 비요뜨를 누군가와 부딪혀 떨어트렸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면 떨어지는 통에 빠르게 캐치했다는 점? 요거트는 살렸다는 점? 그러면 뭐해. 시발. 비요뜨의 꽃 초코링을 다 흘려버렸는데. 샤이니건물 앞 이리저리 흐트러진 초코링들을 보다가 부딪힌 사람을 쳐다보았어.
“아 씨발 별게 다 지랄이야”
“야 도경수 도착했대 빨리 가자”
요플레가 조금 묻은 교복을 툭툭 털고는 여주를 째려보던 고딩이 옆고딩의 말에 후다닥 하고는 사라진다. ㅆ..씨발 저게 뭣하는 짓이야. 사과도 없이 지금 사라진 거야? 고딩년이? 지금 학교에 있어야 될 고딩년이 지금 나한테 욕을 한 거야? 비요뜨를 손에 쥔 여주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미 사라진 상대를 향한 분노를 잠재우며 겨우 샤이니관 3층 강의실에 도착했다. 수정이가 맡아놓은 자리에 턱 하니 앉아 한 입도 대지않은 비요뜨를 책상에 내려놓은 김여주는 분노를 잠재우려 눈을 감고 라마즈호흡을 시작했다. 진정해. 진정해 김여주. 한참을 그렇게 라마즈 호흡을 하고 있는데 어딜다녀왔는지 자리에 앉으며 ‘임신하셨쎄여? 왠 라마즈호흡. 오! 비요뜨!’하며 자신이 냠냠 하고 먹는 수정이다. 나 이거 먹어도 돼? 하고 묻는다. 묻기는 왜 물어 벌써 먹고 있으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인 여주가 곧이어 들어오는 교수님의 모습에 교재를 피고는 수업을 준비했다.
<암호닉은 백현홈마썰 10화에서만! 받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안 싸웠으니까 다음 편에서는 퐈이트!!!!!!!!! 미성년자 여러분은 사이다를. 성인분들은 시원한 맥주를 드릴게요.
다들 함께 싸워봅시다 하하핳하하하핳핳하하핳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기서 문제!
Q. 다음 편에 김여주와 퐈이트하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요? (내공100)
1. 노래 잘 하는 빛되대학교 13학번 도경수
2. 눈치 밥 말아먹은 아내한테 바가지긁힐 전공 교수
3. 선흡입후허락 정수정
4. 김여주 허락도 없이 떨어진 초코링
5. 부딪혀놓고 사과도 없이 욕과 함께 사라진 그대 고딩팬
6. 연정훈씨 (제가 참 많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