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콘브리오 이제 5악장 남았습니다.*
w.녹차하임
자신을 보고있지만 초점을 잃은 눈빛에도 찬열은 그 눈빛을 당당히 마주했다.
결국 버티지못한 백현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고 고민에 빠져들고 떨리는 눈동자와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등 백현의 모든 행동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찬열이 백현을 부르고 다른 말을 또 하려하자 백현은 급히 손을 들어 제지했다.
"씨발, 잠깐만."
"..."
"타임타임... 반칙이다. 너... 닥치고 있어봐."
"..."
생각이 복잡해지자 입이 제어가 되지않았는지 온갖 욕설을 내뱉던 백현이 찬열을 힘끌거렸다.
아주 잠시였지만 엄청나게 떨리는 눈동자였다.
겨우 대답을 회피하고 자리를 떠버린 백현이 학교를 마치자마자 찬열이 오기도 전에 다급하게 짐을 싸더니 부랴부랴 교문을 나서는 모습에 전교생이 기함하는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백현은 가방을 아무렇게 집어던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침대에 그대로 쓰러졌다.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던 백현이 벌떡 일어나앉더니 이번엔 멍하니 벽지를 바라보았다.
"내가 들은게 말이야 방구야..."
백현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 하나의 단어때문에 미쳐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동안 찬열이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소름끼치도록 기분이 나쁠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 하... 하하. 젠장."
실성한 듯 웃기시작한 백현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히고 발을 동동 굴렸다.
진짜 미쳐돌았나보다.
아니 사실 백현은 이미 미쳐있었다.
백현은 항상 찬열을 눈에 담고 살아온 사람... 그래, 백현도 역시 찬열을 좋아하고 있었다.
어쩌면 찬열이 백현을 좋아하기 훨씬 전부터 백현이 찬열을 좋아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협박하면서까지 찬열을 챙겨라 했던 이유.
덩치 큰 종인에게 겁먹고 울고 있던 찬열을 보며 분노를 느꼈던 이유.
종대가 떠나면서도 찬열이 남아있다는 것에 사실 안도감을 느꼈던 이유.
자신보다 점점 커지는 찬열을 보며 그의 옆에 붙어있기 위해 성격까지 익살스럽게 바꾸었던 이유.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고 유난히 히스테리를 부렸던 이유.
그 모든 이유에는 항상 박찬열이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찬열에게 고백하고 행복해지고 싶다 생각하는지 모른다.
백현은 베개를 꼭 끌어안으며 양반다리 자세를 취했다.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찬열이 자신을 좋아한다.
자신도 찬열을 좋아한다.
그럼 받아들이면 행복해지는건가?
자신은 남자다. 찬열도 남자다.
남자와 남자... 행복해질까?
평생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난제에 백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단순하게 살아왔던 자신이 이런 깊은 고민을 한다해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어쩐다... 백현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일이 일요일이라 천만다행인 듯 싶다.
... 라고 안도한 것이 무색하게 다음날 백현은 찬열과 무릎꿇고 앉은 채로 대면중이었다.
엄마의 파워를 등에 업고 나타난 찬열은 그야말로 진퇴유곡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방에까지 들이긴했지만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은터라 백현이 찬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잠 못잤어?"
"너같으면 잘 수 있을 것 같냐?"
"... 못잤겠지."
"근데 뭘 물어?"
"... 그렇게 신경쓸거 없어. 그냥 똑같이 생각하면 돼."
어제와는 달리 부드러운 말투에 백현의 말투 역시 저도모르게 풀려버렸다.
허나 신경쓸거 없다는 말에 백현은 괜히 울컥했다.
자신은 잠까지 설쳐가며 고민했는데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신경쓸거 없다?
아무리 제마음을 모르는 찬열이라지만 울컥한 백현은 잘도 나불거리는 그의 주둥이를 확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줄도 모르고 너무 신경쓰이면 그냥 아예 잊어버려라, 못들은거로 해라.하는 찬열의 말에 더욱 핀트가 상해버린 백현이다.
"여태 고민한 나는 뭐가 되는데?"
"그래서 답은 나왔고?"
"... 그건..."
"그러니까 빨리 잊으라고. 내 실수였어."
실수라는 단어가 찬열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백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순간 찬열이 급변하는 백현의 표정에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실수? 뭐가? 나 좋다고 말한게? 아님 나 좋아한게?"
"그런거 아닌거 알잖아."
"몰라. 모르니까 어디 한번 말해보시지."
"감정적으로 굴지마."
"병신아, 좋아하는게 감정으로 하는거지 이성으로 하는거냐?"
"아... 그렇네."
실컷 폼잡아놓고 한마디에 무너진 찬열에 백현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가 흠흠, 괜히 헛기침을 했다.
무언가 결심한 듯 떨림이 멈추고 선명해진 백현의 눈동자가 찬열을 직시했다.
경계의 눈초리가 풀어지며 예전의 시선을 느낀 찬열이 그 속에 더해진 사뭇 달라짐을 느끼고 긴장했는지 침을 꼴깍 삼키고는 백현의 눈동자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