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일사천리로 컴백 날짜가 정해지고 멤버들은 더욱 바빠졌어.
조금이라도 이름을 더 알리기 위해 미리 예능이나 각종 행사, 라디오에 출연하느라
숙소에 여섯 멤버들이 동시에 있는 날이 드물었고 아예 숙소가 텅 비는 경우도 많았어.
너빚쟁은 처음에 그런 상황이 생길 때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숙소에 멍하니 앉아있었어.
가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그 곳에서 엄청난 침묵을 견디면서 멤버들을 기다렸어.
하지만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건 너빚쟁 성격에 맞는 일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빚쟁은
조심히 숙소 밖으로 나갔다 오기 시작했어. 봄을 지나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날씨가 너무 좋아.
그래서 혼자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너빚쟁은 예전에 자주 다녔던 길들을 걷고는 했어.
마음같아서는 MP3라도 듣고 싶었지만 이어폰만 둥둥 떠나니는 건 우스운 꼴인 것 같아서
카페나 옷가게에서 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거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허밍 소리를 내기도 했어.
그렇게 점차 너빚쟁은 숙소 안보다 숙소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어.
그러는 와중에 하이드 뮤직비디오는 19금 판정을 받았고 그 소식을 들은 상혁이는 분노했어.
그래도 어차피 다 볼꺼 아니냐는 형들의 말에 괜히 자존심 상해서 그래요. 하면서 상혁이는 뚱한 표정을 지어.
그 옆에서 상황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던 홍빈이와 너빚쟁은 킥킥 거리면서 웃고. 그런 일도 있었어.
홍빈아. 너네 컴백날짜가 언제랬지?
5월 23일. 너 근데 끝까지 오빠소리 안한다?
지금 그게 중요해?
하이드 컴백이 다가올수록 너빚쟁은 설레기도 했지만 한가지 엄청나게 걱정이 되는게 있었어.
맞아. 바로 5월 24일. 너무나도 강렬했던 그 날이 머리 속을 둥둥 떠다녔어.
마음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뜯어말리고 싶지만 그건 이미 정해진 미래의 일이니
마음대로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고. 너빚쟁은 휴대전화 갤러리 속에 가득했던 그날의 짤들을 생각해.
검은색의 립스틱을 바른 모습의 홍빈이를 생각한 너빚쟁은 풉 하면서 작게 웃어.
홍빈이는 왜 웃냐고 꼬치꼬치 물어보지만 차마 대답할 수가 없는 너빚쟁은 나중에 알려줄게 했어.
그 후로도 홍빈이가 여러번 더 물어보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너빚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니까
홍빈이는 그럼 나중에 꼭 알려줘야 해. 하면서 더이상 묻지 않았어. 바로 다음주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날 놀랄 빅스 멤버들이 눈 앞에 선해서 너빚쟁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어.
첫 컴백 무대를 무사히 마치고 벌써 금요일이 돌아왔어. 아침부터 멤버들은 분주했고
그 모습을 너빚쟁은 거실 구석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 빅스 멤버들이 나갈 준비를 하느라
어수선한 틈을 타 너빚쟁은 재환이에게 말을 걸었어. 저 오늘은 컴백 무대 보러갈거에요.
재환이는 어제 오라고 할 때는 안 오더니 오늘 오는 거냐면서 내심 좋아하는 표정을 보였어.
너빚쟁은 오늘 중요한 날이라서 날짜도 기억해요. 하면서 5 2 4를 손가락으로 펴 보였어.
그 모습을 본 재환이는 너빚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럼 같이 차 타고 가는거냐고 물었고
너빚쟁은 알아서 갈테니까 가서 놀라지만 말라고 대답을 했어. 재환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가장 먼저 준비를 마친 택운이가 다가와서 재환이에게 얼른 준비를 다 하라고 재촉하고 사라졌어.
택운이가 와서 재촉하고 사라진 덕분에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던 재환이를 이상하게 보는 멤버들은 없었어.
숙소를 나가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차에 타는 그 순간까지 멤버들은 첫 공중파 컴백과 데뷔 1주년으로 설레여했어.
빅스 멤버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 준비를 하기 위해 먼저 차를 타고 사라졌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홍빈이와 재환이가 차를 타기 전에 화이팅하는 손동작을 만들어 주었지만
너빚쟁은 그저 살짝만 웃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어.
그리고 아파트 밖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기 시작했어.
솔직히 너빚쟁은 오늘 빅스가 하게될 검은 화장도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오늘 하루 자체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
2013년 5월 24일 너빚쟁의 타임라인은 빅스의 리허설과 사전녹화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토로하는 팬들의 멘션으로 꽉 찼었거든.
그 때 너빚쟁은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괜히 서러워졌어.
이제 그 모습을 실제로 볼 생각을 하니 좀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도 직접 봐야지.
예전에 못했던 일을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하게 되는구나 헛웃음도 조금 나오고.
그래도 오늘이 5월 24일이라는데 의미를 두자. 하고 너빚쟁은 방송국으로 향했어.
조심히 지하철을 타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살금살금 나와서 길을 따라 걷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방송국이 눈에 보였어.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로 방송국 앞은 북적였어.
너빚쟁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최대한 돌아서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어.
이렇게 방송국을 온 것은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할지가 막막했어.
그전에는 얌전히 멤버들을 따라가거나 햇승사자가 데려다줬는데 혼자오니까 너무 막막한거야.
전에 올때 길 좀 외워둘걸 싶으면서도 들어간 입구가 달라서 감도 잘 오지 않았어.
그래서 한참을 어디로 가야할지 두리번 거리면서 멍하니 서있었는데.
빚쟁아, 여기서 뭐해?
익숙한 목소리가 너빚쟁의 팔을 잡았어.
언제나 사랑해요★_★ 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언제나 한글자한글자 한번보고 두번보고 세번보고 하고 있어요T.T(감동)
[암호닉]
코쟈니님
문과생님
치즈볶이님
하얀콩님
레오눈두덩님
아영님
망고님
라온하제님
큰코님
니나노님
찌꾸님
2721님
니풔님
투명인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