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아닌 냉전은 계속 됐어.
세 멤버들과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졌고 그 중 가장 마찰이 크게 일어났던 건 홍빈이었어.
그 날 너빚쟁이 홍빈이의 손을 매섭게 쳐 낸 이후로 홍빈이도 너빚쟁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어.
홍빈이도 아주 시도를 안해본 건 아니었어.
하지만 그 때마다 너빚쟁이 무뚝뚝하고 때로는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바람에 가장 먼저 지쳐버렸어.
누구보다도 너빚쟁을 잘 챙겨줬던 홍빈이었기 때문에 너빚쟁은 가끔 서럽고 슬펐지만
어차피 자신이 잊고, 잊혀질거라면 이 편이 더 나을거라고 생각하고 꾹 참았어.
재환이와는 그렇게 멀어지지 않은 것 같아.
재환이는 너빚쟁이 무뚝뚝한 반응을 보여도 멀어지지 않았어.
오히려 전과 다름없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빚쟁을 챙겨줬어.
그 모습에서 문득 너빚쟁 오빠가 생각이 나서 가족들이 더 그리워지고는 했어.
그런 그리움은 재환이를 끝없이 밀어내게 만들었어.
그 그리움은 언젠가는 풀릴테니까, 너빚쟁이 미래로 돌아가는 날.
택운이도 마찬가지였어.
애초에 너빚쟁과 택운이는 말을 많이 하는 사이가 아니였기 때문도 있지만
저번에 홍빈이를 내친 이후로 택운이는 너빚쟁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어.
너빚쟁이 가장 바랐던 모습이었지만 가장 마음이 아픈 모습이었어.
너무나도 더운 7월. 너빚쟁의 눈에도 빅스가 점점 성장하는게 보였어.
다칠 준비가 돼 있어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던 빅스의 인기도 점점 올라
마침내는 숙소에서 머무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바빠졌어.
해외로 나가는 일도 늘고 조금 있으면 공식 팬클럽을 모집한다고 멤버들도 들떠있었어.
숙소가 텅 비는 날이면 너빚쟁은 숙소에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멤버들이 언제 돌아오는지는 잘 몰랐기 때문에 나갈 때는 자유롭게 나갔지만 돌아올 때는 꼭 햇승사자와 함께였어.
재환이나 다른 멤버들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었지만
차마 너빚쟁 스스로가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는 먼저 말을 꺼내 묻기가 어려워서
조금은 불편해도 밖에서 햇승사자와 만나서 돌아오는 방법을 택했어.
그래서 언제나 멤버들보다 먼저 숙소 안에 들어오게 되었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른 멤버들의 얼굴을 보는 것 보다는 미리 들어와 구석에 숨어있는 편이 더 좋았거든.
나는 단지 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옆에 있는 저승사자지, 네 친구나 오빠가 아니야. 네 마음 나한테 풀지마.
꽉 막힌 듯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햇승사자에게 말을 몇 번 해본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햇승사자는 딱 잘라서 거절했어. 나는 네 감정을 해소하는 곳이 아니야.
너빚쟁은 점점 말할 상대를 잃고 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입을 닫고 살아야 하니까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어.
안타깝게도 그 스트레스 해소 상대는 너빚쟁과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다가온 재환이었어.
빚쟁아. 우리 내일 뮤직비디오 녹화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됐어요. 고생하기 싫어요.
그러지말구 요즘 심심할텐데 같이 가자, 응?
됐다니까요.
너 지금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새벽 연습을 위해 멤버들은 잠깐 잠을 청했다가 몸을 일으켜 다들 밖으로 나갔어.
하이드 활동이 막바지인 걸 보니까 곧 있으면 대다나다너로 활동하나봐.
멤버들이 차례로 나가고 홍빈이와 재환이는 뒤로 빠졌어.
숙소 문이 닫히고 숙소 안에는 너빚쟁과 홍빈이 그리고 재환이 밖에 안 남게 되었어.
재환이는 너빚쟁에게 내일 있을 대다나다너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같이 가자고 물었어.
너빚쟁은 당연히 딱잘라 거절했어.
재환이는 한번 더 물어봤지만 너빚쟁은 지난번처럼 다가오는 재환이의 손을 쳐냈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홍빈이가 화를 내면서 너빚쟁에게 다가왔어. 너 요즘 왜 그래?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
불만없으니까 신경 꺼. 나 챙겨달라고 말한 적 없어.
내가 신경을 어떻게 꺼! 너가 항상 우리를 보고 있는데. 너 우리 팬이라며, 좋아한다며? 근데 왜 이래?
아~. 팬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까 그게 꼴보기 싫었어? 의도치 않게 가까이 있게 되서 무덤덤해졌나보다. 이게 호강인 줄도 모르고 내가 설쳤네
빚쟁아, 그만하자. 홍빈아 너도 그만해.
형, 형은 화 안 나? 쟤 말하는 거 보라고. 우리가, 우리가 어떻게 대해줬는데. 우리가 지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너빚쟁과 홍빈이 사이의 언성은 높아지고 중재해보려던 재환이의 목소리도 묻히고 말았어.
너빚쟁은 마음에도 없던 말이 줄줄 나오는 느낌이었어. 이렇게 까지는 아니였는데, 이렇게 상처 줄 생각은 없었는데.
나는,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있는 것도 우스운데.
어떻게 생각했는데? 너야말로 나 없어지면 또 그거대로 잘 살거잖아. 귀찮은 애 하나 없어졌다고 생각할꺼 아니야?
야, 너 무슨.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아니면 뭔데? 내가 너네한테 마치 특별한 사람인 것 처럼 얘기하지 마! 나는 그냥 말도 안되는 얘기로 여기 있게 된 팬이고 너네는 그냥 그 점이 신기한거 아니야?
너빚쟁의 말을 들은 홍빈이의 몸이 덜덜 떨렸어. 주먹을 꽉 쥐는게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상황같아서 우스웠어.
이러다 한 대 맞아도 나는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겠다. 차라리 쳐, 내가 미운 말 한 만큼 날 쳐.
분노인지 슬픔인지 극한의 감정이 가득 찬 눈으로 너빚쟁을 바라보던 홍빈이는 마침내는 고개를 숙였어.
감정이 북받치는 듯 파르르 떨던 홍빈이의 몸과 손. 너무 꽉 쥐어 이제는 새하얗게 질려버린 그 주먹이.
홍빈이의 허벅지를 쳤어. 왜, 도대체 왜 그러는데 왜. 왜 말을 그렇게 해. 왜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해, 왜!
그리고 바닥으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져내렸어.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어요@,@
언제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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