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중국어입니다*
w.녹차하임
민석이 엄마의 손을 잡고 간 곳은 궁전이었다.
동화 속에서나 보았던 커다란 궁전같은 저택에 민석의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저택 대문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중 민석의 엄마는 민석의 어깨를 잡고 눈을 맞추며 거듭 강조한다.
"민석아, 기억하지? 누군가 이름을 물어보면 이젠 시우민이라고 대답하는거야."
"응, 엄마!"
집에서는 왜 그래야하냐며 계속 물어오던 민석이 눈앞의 궁전에 정신팔려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문이 열리자 긴장했는지 민석을 잡은 엄마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민석이 힐끗 엄마를 쳐다보자 민석에게는 금새 표정을 바꾸고 웃어주는 엄마에 다시 마음 놓고 넓은 정원을 입 벌린 채 구경하기 시작했다.
신이나 어느새 엄마의 손을 놓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민석에 엄마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그려졌다.
어릴때부터 다른나라에 와 고생하던 민석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던 엄마는 이 집에 민석과 또래인 친구를 만나 재밌게 놀 수 있길 바랬다.
집에 들어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우아한 자태로 기다리고 있던 여인이 민석과 그의 엄마를 반겼다.
중국어였지만 그녀의 표정과 태도는 그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민석의 아버지의 상사 부인이었고 부인들과 자식의 나이가 비슷하단 걸 안 상사부인이 관심이 생겨 초대한 것이다.
민석의 엄마가 능숙하게 중국어로 여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민석을 발견하고
여인은 호호 웃으며 뒤에 서있던 집사에게 민석을 어딘가로 데려가주라고 말했다.
엄마에게서 옮겨 들은 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사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집사가 놀래는 듯 했지만 베시시 웃어보이는 민석에 집사도 따라 웃어보이고는 민석을 이끌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들어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와 양쪽으로 쭉 늘어선 많은 문에 민석이 주춤한다.
그에 집사가 잡은 손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괜찮다는 뜻을 내비추자 용케 알아듣고 다시 발을 떼고 움직였다.
문을 하나둘 지나치며 걷던 민석의 귀에 희미하게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집사가 이끄는 데로 걸어갈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뚜렷해져갔다.
많던 문들 중에서 살짝 열려있던 방문 앞에 멈춘 집사는 쉿,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조용히 들어가보라는 몸짓을 보였다.
민석이 조심조심 방문앞으로 가 열려있던 문 틈사이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에 있는 것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피아노를 치는 예쁜 천사였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눈앞에 펼쳐진 환상같은 그림에 홀린 듯이 민석은 문을 열고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섰다.
너무 정신이 팔린 것일까 미처 앞에 놓인 의자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누구야?〃
집중해있다 갑작스레 끼어든 소음에 화가 났는지 날카롭게 중국어로 말한 소년이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뒤에서 지켜보려했던 집사가 놀라 급하게 안으로 들어와 넘어진 민석을 일으키고 소년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도련님을 방해하지 않으려 혼자 들인 제 실수였습니다.〃
〃... 걘 누구야?〃
루한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민석을 보며 물었다.
집사가 민석을 소개하자 루한이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민석에게 다가갔다.
민석은 집사의 바짓자락을 움켜쥐며 뒤로 숨었다.
자신을 피하는 행동에 잠시 인상을 찡그린 루한의 표정을 보고 민석이 아예 얼굴까지 뒤로 가져가자 금새 인상을 바꾸었다.
집사 앞에 손을 뒤로 하고 선 루한이 집사 무릎 옆쪽으로 고개만 들이밀고 민석의 얼굴을 확인했다.
민석이 움찔거렸지만 루한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뚫어져라 마주보자 루한이 환하게 웃어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난 루한. 넌 이름이 뭐야?〃
"..."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민석은 루한의 손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루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사를 바라보자 집사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루한이 손을 거두고 자신을 가리키며 다시 말한다.
〃루.한.〃
"... 루... 한...?"
민석이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힘껏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루한이다.
그리고 자신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돌려 민석을 가리키고 다시 물었다.
〃너는?〃
"... 시...우민..."
〃우민?〃
역시 알아듣진 못해도 먼저 이름을 알려주었기에 똑같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 민석이었지만 우물쭈물하는 바람에 완벽하게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루한이 들렸던 부분으로만 되묻자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루한에게 민석의 이름은 우민이 되버렸다.
통성명을 끝낸 루한은 만족했는지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민석의 손을 덥썩 잡고 피아노 쪽으로 끌고가 의자에 앉혔다.
얼떨결에 피아노 앞에 앉게 된 민석이 신기한지 피아노 건반을 둥둥 두드렸다.
이어 민석의 옆에 앉은 루한도 함께 건반을 두드리다 손가락을 풀기 시작했다.
민석이 루한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민석을 보며 싱그럽게 웃어보인 루한은 숨을 한번 들이마쉬고 가볍게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루한의 손이 움직일때마다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선율에 민석은 넋을 놓고 눈으로 루한의 손을 쫓기 바빴다.
어느새 눈을 감고 선율에 맞춰 몸을 살랑살랑 움직이던 민석과
그런 민석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가락 끝에 온통 집중해 피아노를 치는 루한이다.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 한 폭의 그림같은 두소년의 모습에 집사도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