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내가 쏩니다!"
"오! 진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난 소고기!"
"나도 소! 한우한우!"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무대를 내려온 무리들은 의자에 몸을 뉘였다.
몸은 지쳤지만 아직도 한껏 들뜬 기분으로 다들 색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종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치자 찬열과 백현이 신이나 한우를 외쳐대고 민석이 소리내며 웃는다.
루한도 찬백을 보며 미소를 짓다가 민석에게 눈을 돌렸다.
민석이 루한의 시선에 빙그레 웃어보인다.
찬백의 바람대로 한우를 먹으로 온 무리들은 시끌벅적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종대가 집게를 들고 설치다가 찬열에게 꾸지람만 듣고서 집게를 빼앗겼다.
백현은 불판 위에 고기가 구워질때까지 젓가락을 물고 빤히 고기굽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나 멋있지?"
찬열이 어깨를 뻐기며 백현에게 물었지만 괜히 인정하기 싫어진 백현은 됐고 고기나 빨리 구워. 하며 일부러 더 면박을 주었다.
옆에서 종대가 아직 익지도 않은 고기를 꾸역꾸역 집어먹다 백현에게 맞았다.
아! 소고기는 원래 레어야! 하고 꿋꿋하게 먹는 종대를 보며 찬백은 그래 넌 레어급이야, 어디서 저런게 나왔지. 하며 혀를 찼다.
백현이 문득 고개를 돌려 루민쪽을 바라보 았다.
그러던 중 백현이 루한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무대에서의 관객 반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냥 피아노 잘치는 사람인줄만 알았는데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니...
루한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백현을 보았다.
"왜?"
"아니, 그냥 좀 신기해서요."
"?"
"솔직히 종대한테 묻힐까봐 걱정했는데 형이 종대보다 더 반응이 좋잖아요.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싶었어요."
"맞아! 나도 여자들 반응에 깜짝 놀랐잖아요. 형 완전 유명하다면서요?"
백현의 말에 조용히 고기를 굽고있던 찬열까지 루한을 쳐다보자 루한은 괜히 머쓱해져 웃고 넘기려고 했다.
그때마다 백현이 또다른 얘기를 계속 꺼내가며 불과 몇시간 전의 설렘에 젖어들었다.
"근데 마지막 앵콜무대는 어떻게 된거야? 앵콜곡은 준비도 않했잖아. 그거 중국노래 맞지?"
백현의 말에 민석이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루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민석도 진짜 그 무대가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며 제안했다.
그런데 모두가 너무도 흔쾌히 수락하자 더 당황했던 자신이다.
관객들도 반응이 꽤 좋아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그 곡을 잊지않고 거기다 그 자리에서 멋있게 어레인지해준 루한에게 고마웠다.
몇시간 전 아직 무대 위.
"we are the one~!"
드디어 마지막 곡을 부르고 가쁜 숨을 몰아쉰 민석과 종대가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나머지도 뒤따라 나가자 관객석에서는 어김없이 앵콜요청의 함성이 들려왔다.
항상 앵콜은 응해주지 않았던 그들이었기에 정리하려던 그때 민석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앵콜... 오늘만 하면 안될까?"
백현이 놀라 민석을 바라보았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한다는거야? 백현의 물음에 민석은 루한쪽을 바라봤다.
루한이 피아노쳐줄거야. 란 민석의 대답에 키보드를 정리하려던 루한이 의문의 눈빛을 보낸다.
민석이 노래제목을 말하자 루한의 눈이 잠시 커지더니 곧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찬백과 종대는 처음 듣는 노래제목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루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이 잠시 고민하더니 오케이했다.
민석이 저렇게 나오는데는 확실한 무언가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석이 다시 무대에 오르자 객석이 술렁였다.
앵콜요청은 평소 습관처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오지 않겠지라며 기대도 하지않았던 관객들은 민석과 루한이 무대에 오르니 흥분하여 소리를 고래고래지르고 난리였다.
민석이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놀라셨죠? 저희는 원래 앵콜무대를 갖지않아요."
민석의 말에 관객들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제가 졸라서 이렇게 나왔어요."
눈웃음과 함께하는 민석의 말에 몇몇 인자가 현기증을 느끼며 손을 머리에 가져갔다.
몇마디를 더 덧붙인 민석은 루한을 보고 눈짓을 주었고 루한의 손이 움직이며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듣는 노래에 관객들이 의아해했지만 숨죽여 민석의 노래를 기다렸다.
"ni de lei guang rou ruo zhong dai shang
你的泪光柔弱中带伤
그대 눈에 비친 눈물 연약함에 서린 아픔
can bai de yue wan wan gou zhu guo wang
惨白的月弯弯勾住过往
창백한 달 이지러져 지난일을 상기시키네"
다른 언어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관객들이 당황했지만 그마저도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국화대.. 루한이 처음으로 민석에게 가르쳐주었던 중국노래이다.
기억과 함께 이 노래 역시 잠시 잊고있었지만 아까 기억을 되찾으며 함께 떠올랐다.
앵콜무대에서라도 이 노래를 다시 예전처럼 루한의 피아노에 맞춰 불러보고 싶었다.
민석이 갑자기 앵콜에 응한 이유였다.
관객들은 민석의 노래에 감탄하는 동시에 루한의 연주실력에도 감탄을 금치못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라고 몇몇이 알려주긴 했지만 그의 연주실력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굉장했다.
"tian wei wei liang ni qing sheng de tan
天微微亮你轻声的叹
하늘은 어느덧 서서히 밝아오고 그대는 나즈막히 탄식하겠구나
yi ye chou chang ru ci wei wan
一夜惆怅如此委婉
하룻밤 서글픔을 이렇게 읊어보노라"
마지막 음절을 부르는 민석이 고개를 돌려 루한과 눈을 마주쳤다.
그를 기억하고 다시 만난 것을 기뻐하며 활짝 웃어보이는 민석에 루한도 대답하듯 조심스럽게 반주를 했다.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나 역시 너와 다시 만나 기쁘다고. 여전히 노래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그리고 너를 처음 본 그날부터 그랬고 지금도 널 사랑한다고... 그렇게 노래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