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컥- 쿨럭-"
계속해서 기침이 나왔다. 아무래도 몸이 갑작스레 바뀐 환경과 더럽고 오염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눈물이 줄줄 나오는 눈을 간신히 떠보니, 저쪽에 나를 빤히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었다. 나와 같은 하얀방에서 온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딱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평온하고,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날 관찰하고있었으니까.
나는 너무나도 아프고, 견디기 힘든데.
"흡...... 아파......"
"......?"
"아파! 아프다고!!"
죽을 것만 같았다. 눈은 따끔거리고 호흡이 곤란했다. 계속해서 나오는 기침과 함께 목이 따끔거렸다.
그러나, 저 녀석은 말을 배우지 못했는지 멀뚱멀뚱 날 바라만보고 있었다.
"병신새끼! 말도 모르는 병신새끼야! 아프다고!"
너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는지, 코에서 콧물인지 피인지 모르겠는 것이 뜨끈하게 주르륵- 흘러내리는것이 느껴졌다.
"으흑......흑......"
눈물이 계속해서 흐르며 앞을 뿌옇게 가려왔다.
"......"
"......?"
뿌옇게 흐린 시야 속. 눈 앞에 흐릿하게 작고 포동포동한 손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한 줄기 구원인 양. 나는 그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게 맞는 말이겠지.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방에 누워있었다.
아, 방이라고도 할 수 없는 누추한 동굴과도같은 곳이였다.
톡톡-
살짝 고개를 돌리니 소심하게 나를 건드리는 아이가 보인다.
"뭐야......"
"......"
쑥쓰러운 듯 더러워 보이는 물과 함께 알 수 없는 알약을 내민다. 하얀방에서 벗어나본적 없었던 나는 살아생전 볼 수 없었던 더러운 물을 보니 토기와 함께 짜증이 솟구쳐 올라왔다.
"이걸 나보고 먹으라고?"
"......?"
고개를 갸우뚱하던 녀석은, 나에게 다시 조심스레 물과 약을 내밀었다.
"에이씨......"
안 먹기에는 그 녀석의 눈이 너무나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 어차피 죽다살아난몸인데, 이거 하나 먹는다고해서 일이 더 안 좋아지진 않을것이다. 설마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라도할까. 눈을 꼭 감고 나는 알약을 목구멍에 넣은 뒤, 더러운 물과 함께 약을 삼켰다. 생각보다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꿀꺽-
약을 삼킨 뒤 눈을 떠보니,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내 눈앞에서 말갛게 미소짓고 있는 그 녀석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너 이름이 뭐야?"
"우으아......?"
역시 말을 하지 못하는구나.
"내 이름은 안재효야."
"아애요......?"
"'아애요'아니고 안.재.효."
"아애효......?"
"어휴, 됐다."
"어유애야......?"
비슷하긴하나, 정확히는 따라하지 못한다. 그 녀석과 서로를 빤히 바라보던 중, 그 녀석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내 팔을 잡아 당겼다.
"아애요! 아애요!"
어색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그 녀석의 팔에 이끌려 어디론가 끌려갔다. 동굴 같은 느낌이였는데, 꽤나 넓은 곳이였다. 복도라고도 할 수 있는곳을 걷다가 그 녀석이 한 곳에서 멈춰섯다. 그러더니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날 빤히 바라본다.
"여기 들어가자고?"
"아애요......"
내 이름을 부르며 그 곳을 계속해서 가리킨다. 뭘 뜻하는건가 긴가민가 하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저곳에 들어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으로 걸어들어갔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는지, 환하게 웃으며 날 쫄래쫄래 따라온다. 조금 걷다보니 문이 있었다. 환하게 웃던 그녀석은 쾅쾅- 문을 두드린다.
"누구? 지훈이?"
웃으면서 문을 연 낯선 이는 나와 시선이 마주하는 순간 차갑게 표정이 굳어졌다.
"......시발."
작게 읊조리는 것이 들렸다. 아마도 작게말하면 내게 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보다. 경계하는 눈초리로 나를 계속해서 바라본다.
"지훈아, 형이 저.딴.거. 주워오지말라고 했잖아."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저딴거'라고 지칭하는 그 낯선 사람은 나와 동갑이거나 고작해봐야 한두살 많게 보였지만, 말과는 달리 눈 속에 비치는 살기는 나이에 맞지않게 엄청났다.
"아애요 우아야......"
"뭐가 아닌데."
"아애요 어아어 아아."
"저딴거라고 하지 말라고?"
"우으."
"표지훈, 너 설마......"
'표지훈'이라 불린 아이의 얼굴에 점점 두려움과 불안감이 나타난다.
"너 설마 저딴거한테 '약'이라도 준거야?"
"우, 우으.......흐어......흐아앙-!"
결국 그 녀석은 화난 표정때문인지,저 눈빛때문인지 아무튼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지훈이란 녀석이 울음을 터트리자마자, 낯선 이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이동한다.
"옘병...... 야, 니가 말해. 얘가 약같은거 줬어, 안줬어."
"......줬어."
"하, 시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으며, 허탈하게 욕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다시 지훈이라는 녀석을 바라본다.
"야, 표지훈."
"우아아아- 우이요 이아애이아애......"
지훈이라는 녀석이 울면서 뭐라뭐라 말을 한다. 대강 들리는걸 추측해보자면 '미안해'가 아닐까.
"후......지훈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갑자기 살기와 경계를 숨기고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 녀석은 조용히 지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하였다.
"믿을만한 녀석이야?"
"우으으......"
"그럼 왜 데려왔어."
"오아어......"
"좋아서 데려왔어?"
끄덕-
아마도 나는 운좋게도 저 지훈이라는 놈의 맘에 들었나보다.
"그래도 앞으로 저딴거 함부로 주워오거나, 약을 허락없이 함부로 쓰면 안돼. 알았지?"
"우으......"
아직도 훌쩍훌쩍 울먹거리는 지훈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으며, 애를 달래던 낯선 이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야."
"어?"
"지훈이가 좋다고 하는 놈이니 받아주마. 내 이름은 우지호고, 자세한 건 나중에 너를 완전히 신뢰하게되면 그 때 말해주마."
"어? 어......"
약간은 떨떠름했다. 그러나 잘은 모르겠지만,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지금까지도 복잡한 인연으로 얽힌 혁명군 '정크(JUNK)'와의 첫 만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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