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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지나간 자리


[워너원/김재환] 기억이 지나간 자리 05 (재업) | 인스티즈




  “엄마 나 나가~”
  “오늘 학교 안 간다며 아침부터 어딜 이렇게 일찍 나가?”
  “아, 오늘 은주랑 같이 쇼핑 가기로 했어. 점심 먹고 들어올게!”


***


  “완전 웃기지? 언니네 학교에 별일 다 있다니까.”
  “어?”
  “왜? 너 아는 사람이야?”
  “어? 어...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봤나 봐. 아니네. 하하.”


  뭐야, 난 또 아는 사람이라도 발견한 줄 알았ㄴ... 잠깐만, 뭐지? 어...?


  “...근데 은주야.”
  “어?”
  “뭘 그렇게 화들짝 놀라. 너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잘못하긴 뭘. 왜?”
  “요즘 내 꿈에 거의 매일 나온다는 남자 있잖아.”
  “알지. 그 김씨?”
  “어, 그 이름 모를 김씨. 저 사람 완전 꿈에 나온 사람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냐? 건너편에. 내가 전에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준 적 있었잖아. 볼살 좀 있고 염소 닮았고 뭐 대충 그렇다고 했던 거 기억나지?”
  “기억은 나는데... 언니 설명이랑 완전 다른데?”
  “그래? 내가 보기엔 똑같은데...”
  “언니. 자꾸 꿈에 똑같은 사람이 나오니까 혼란스러운 건 알겠는데, 그 꿈에 대해서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마. 잊고 살아, 잊고. 자꾸만 누군지 궁금해하지도 말고.”
  “잊고 살라고? 내가 이미 잊어버린 기억이 몇 갠데 여기서 더 잊어. 하나라도 더 기억해내기에도 바쁜 시간에 도대체 뭘 더 잊으라는 거야.”


  무언가를 잊는다는 건 정말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기억상실증 환자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속 비운의 여주인공처럼 평생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스물둘 봄부터 스물셋 겨울까지, 그 2년간의 기억만 완벽히 사라져버렸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라나 뭐라나.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 그와 관련된 기억들이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데, 그 일시적이라는 게 대체 언제까지를 말하는 건지, 기억을 잃은 지 일 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뭐, 기억을 잃어서 나름 좋은 점도 있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기억을 잃을 당시에 내가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 같다는데, 끔찍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시간을 잊을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래도 가끔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대체 나는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 걸까.


  “...미안해, 언니. 언니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는데... 난 그냥 언니가 꿈같이 사소한 것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해서. 안 그래도 언니 많이 힘들잖아.”
  “아니야. 네가 뭐가 미안해. 그냥 내가 괜히 찔려서 그랬어. 화내서 미안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꿈에 자꾸 나오는 사람이랑 너무 닮아서... 항상 궁금했단 말이야.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길래 내 꿈에 매일같이 나오는지.”
  “그럴 수 있지. 이해해. 나 같았어도 궁금해했을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주 동안이나 계속 나온다면서.”


  그러니까 말이야. 그 사람이 지금 눈앞에 나타났는데 내가 어떻게 안 물어보고 배겨?


  “그래서 말인데 은주야,”
  “응?”
  “가서 말 걸어보는 건 정말 미친 짓이겠지? 완전 실례겠지?”


  정신 나간 생각이라는 거 아는데... 그래도 나를 아느냐는 질문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bgm : 로이킴, 김이지 - Heaven Inst.

05_우연 또는 필연





  “음... 살짝? 언니 잠깐만, 나 전화 왔다.”
  “얼른 받아.”


  항상 상상만 해왔던 순간이잖아. 내 꿈에 함부로 들어와선 내 남자친구인 마냥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도 다니는 의문의 남자를 김에서 우연히 만나 멋있게 손목을 딱, 잡고 정체가 뭐냐고 물어보는 거.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뭘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물어봐도 되는 건 맞는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악, 방금 눈 마주친 것 같은데. 내가 보고 있던 거 들킨 건가?


  “언니, 진짜 미안해. 방금 과 선배한테 전화 왔는데 오늘 팀플 모임 한 번 더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지금 바로 오래. 안 오면 이름 빼 버리겠다네... 선약 있다고 했는데도 안 봐줄 기세야. 오랜만에 같이 쇼핑 가려고 했는데 못 갈 것 같아. 미안해 진짜.”
  “어? 어... 나는 괜찮으니까 얼른 가봐. 쇼핑은 다음에 같이 가면 되지.”
  “고마워 언니. 아, 그리고 그 꿈 말이야. 언니가 정 궁금하면 그냥 눈 딱 감고 물어봐. 아까는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같은 사람이 몇 주째 꿈에 나오는 게 일반적인 건 분명 아니잖아. 언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해. 난 진짜 가봐야겠다. 잘 해봐 언니. 파이팅!”


  이렇게 나만 혼자 두고 가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은주가 가고 남은 자리에 혼자 남은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가서 말을 붙일지 말지에 대해서.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쪽팔린 건 한순간이고 궁금한 건 평생이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다짜고짜 ‘저 아세요?’하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이런 우연이 흔치 않을 텐데 이대로 모르는 척 지나치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 신호가 바뀌었고, 맞은편 횡단보도에 서 있던 꿈속 그 남자가 길을 건너 내 옆에 멈춰섰을 때는 이미 눈 딱 감고 한번 저질러보자는 속삭임이 내 마음을 지배한 뒤였다.


  “죄송한데 혹시... 저랑 아는 분이세요?”
  “...네?”


  아무래도 후회할 일을 하나 더 만든 것 같다. 아무리 궁금하다고 해도 그렇지, 갑자기 가까이 다가가서는 다짜고짜 나를 아느냐고 물으면 누가 그렇다고 하겠어. 나 진짜 미쳤구나. 무슨 생각으로 이걸 물어보기로 한 거야. 관두자. 이건 진짜 아니야. 정말... 아니야, 이건.


  “아, 많이 당황하셨죠. 죄송해요. 그냥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서...”


  저질러놓고 보니 이렇게 무모한 행동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횡설수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몇 주째 꿈에 나타나는 사람과의 낭만적 만남은 무슨. 나를 미친 여자로 보지 않으면 다행이지. 역시나 이 상황이 매우 얼떨떨해 보이는 그 남자는 멀뚱멀뚱 서서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아무래도 빨리 이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은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그냥 낯이 익은 것 같아가지고... 아, 그쪽이 흔하게 생겼다거나 뭐 그런 말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제가... 네 그냥......”


  나 진짜 왜 이래? 처음 보는 사람 붙잡고 뭐 하는 거야 지금. 물론 꿈에서 하도 많이 봐서 처음 본다고 하긴 어렵지만... 저분은 지금 나를 처음 본 거잖아. 민폐도 이런 민폐가 어딨어.


  “저기요.”


  정말 큰일이다. 화나신 거면 어쩌지? 길 한복판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욕먹긴 싫은데...


  “네?”
  “저한테 하실 말씀이 많은 것 같은데,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서 이야기할래요? 마침 저 앞에 하나 보이네요, 카페.”


  제대로 들었다기엔 너무 갑작스러웠고 잘못 들었다기엔 너무나도 생생했다. 내가 저 입장이었더라면 자리를 피하고 싶어 안달 났을 텐데 먼저 카페에 가자는 제안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뭐, 딱히 그런 게 아니면 안 가셔도 되고요. 그냥 저한테 궁금하신 게 많아 보여서요. 아까부터 저 보고 계셨잖아요.”


  의아한 제안이긴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저분도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이상하게 행동했었어야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카페에 들어가서는 침착하게 하나하나 물어보자. 혹시 내가 모르는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지.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진 않을지.


  “아... 맞아요. 나름 아닌 척한다고 했는데 다 들켰나 보네요. 가요, 카페. 시간은 괜찮으세요? 제가 괜히 바쁘신 분 시간 빼앗는 게 아닌가 싶어서.”
  “시간 많아요.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죠, 뭐. 만나서 반가워요.”


  나야 꿈에서만 보던 분을 현실에서 마주치니 당연히 만나서 반갑긴 한데... 저분은 도대체 내가 왜 반갑다는 거야. 이렇게 멀끔히 차려입고 나와놓고 할 게 없어서 심심했다는 말은 또 뭐고.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네.


***


  “어서 오세요.”


  우선 카페에 들어오긴 했는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참, 음료수는 내가 산다고 해야겠다. 내 괜한 호기심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니까. 문득 꿈이 아닌 현실에서 만난 저 남자분은 어떤 음료를 주문하실지 궁금해졌다. 꿈에서 같이 카페 갔었을 때는 바닐라라떼 드셨던 것 같은데. 바닐라라떼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 처음 봐서 완전 생생하게 기억한단 말이야. 여기서도 바닐라라떼 시키면 진짜 신기하겠ㄷ...


  “바닐라라떼 한 잔이랑, 그쪽은 뭐 마실래요?”
  “헐! 진짜네.”
  “깜짝이야. 뭘 그렇게 놀라요. 뭐가... 진짜예요?”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음료는 제가 사려고 했는데, 너무 죄송해가지고... 저는 아메리카노요. 잘 마실게요.”
  “제가 먼저 카페 가자고 했는데 당연히 제가 사야죠. 창가 쪽 앉을래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나 창가 자리 좋아하는데, 은근 센스 있네. 보다 보니 괜찮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러려고 온 거 아니잖아. 정신 차리자.


  “그래서 저한테 뭘 그렇게 물어보고 싶으신 거예요? 제가 낯이 익으시다고요?”
  “네. 혹시 저랑 관련이 있으신 분인가 해서요. 저랑 아는 분인데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제가 워낙 기억력이 안 좋아서.”
  “아... 그쪽 오늘 처음 뵀어요. 저를 어디서 그렇게 많이 보셨지? 이상하네.”


  제 말이 바로 그 말이라고요. 참 이상하네. 대체 뭐지.










+ 드 디 어 다 시 만 났 다 !


++ 구글에서 페이지를 복원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려주신 분 덕에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날아가기 전의 글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ㅠㅠㅠ 글도 글이지만 사라져버린 독자님들의 댓글 때문에 속생해하고 있던 터라 우선 그 글에서 보이는 댓글만이라도 캡쳐해 댓글창에 넣어 두었습니다! 이렇게라도 독자님들의 소중한 댓글을 살려낼 수 있다면...j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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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독자3
아기염소예용 저두 여기에 출석도장 찍구갈게요..! 재환이 다시 만나는 장면 다시봐도 너무 재미써요ㅠㅠㅠ하ㅠㅠㅠㅠ
6년 전
즈믄
아 독자님들 이렇게 출석도장 찍는 거 너무 귀여우셔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오늘도 독자님들 덕질하느라 끙끙 앓는 즈믄입니다ㅠㅅㅠ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독자1
예~~~~독자4였던 달린 출석도장 뾱뾱💙🖤
6년 전
즈믄
아 귀여우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화 넘어가면 댓글도 절반 이상이 안 보이더라구요... 그래도 이만큼이나 남아있는 게 어디예요 그죠!!! 사진을 눌러보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찡하고 감동적이고 그러네요 지금,, 사랑합니다 달린님💖
6년 전
독자2
헿 저두 사랑해요❤
6년 전
즈믄
제가 더💞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독자4
앗! 독자 5 미네입니다 작가님! 오늘도 출석도장 꾸욱 찍습니당!!!💙
6년 전
즈믄
헉 저 날이 미네님과 저의 첫만남이었군요!! 얼마 안 남은 완결까지 잘부탁드립니다💗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즈믄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6년 전
독자5
다봄이에요! 다시 읽는 거고 금방 재업로드 해주신다고 했지만 얼마 안 남아 있는게 막 아쉬워서 아껴(?)읽고 있습니당ㅋㅋㅋ 다시봐도 이렇게 빠른 전개 역시 좋네요💖
6년 전
즈믄
약속대로 정말 두 배로 열심히 댓글 달아주고 계신 다봄님🌸 이제 재업 끝나면 정말 얼마 안 가 완결이에요 벌써부터 아쉬운걸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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