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ㅡ 깊게 숨을 들이켜던 루한이 작은 탄식을 나른히 내뱉었다. 그런 루한을 가만히 바라보던 민석이 말없이 루한의 푸석푸석, 다 상해버린 색바랜 머리칼을 살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허공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빙긋 미소를 짓던 루한이 이내 찬찬히 고개를 틀어 저를 쓰다듬고 있는 민석의 영롱한 눈빛에 시선을 마주했다. 민석, 좋아해. 루한의 한결같은 고백에 민석은 그저 살풋 웃으며 넋이 나간 듯 저를 바라보는 루한의 시선을 가만히 느낄 뿐이었다. 루한이 찬찬히 손을 뻗어 민석의 통통한 볼을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쓸어내렸다. 민석의 따스한 볼을 쓸어내리는 루한의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의 볼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에 민석이 루한의 손을 꼬옥, 진정시켜주려는 듯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는 민석의 눈빛은 오롯 루한만을 향해 굳세게 고정되어 있었다.
" 사라지지 마. "
" 응. "
" 내 옆에만 있어. "
응. 루한의 불안한 음성에 민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루한이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민석을 바라봤다. 이 순간이 꿈만 같아, 평생 지속하여야만 해. 루한의 작은 중얼거림에도 민석은 반응이 없었다. 그런 민석을 가만히 바라보던 루한이 조곤조곤 물었다. 키스해도 돼? 루한의 물음에 민석은 루한을 향해 작은 미소를 지었다. 루한이 천천히 무릎을 일으키며 민석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때ㅡ
" 루한. "
어딘지 모르게 굳은 음성이 루한의 뒤에서 낮게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루한의 코앞에 있던, 루한을 향해 가지런한 숨결을 내뱉던 민석의 형상이 찬찬히, 사그라들었다. 아, 아... 이윽고 루한의 음성이 덜컥,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연신 미소를 달고 있던 루한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버렸다. 이내 루한의 떨리는 급한 손짓이 무엇인가를 찾는 듯 바닥을 쓸었다.
" 내, 내 약, 약... 약 어딨어, 어딨어! "
초점 없는 멍한 루한의 눈빛이 이리저리 바닥을 훑었다. 그런 루한을 보던 종대가 황급히 루한에게 달려와 루한의 무언가를 찾는 양손을 악력으로 꽈악, 저지시켰다. 쉴 새 없이 크게 일렁이는 루한의 눈빛이 날카롭게 종대를 쏘아봤다. 이거 놔. 루한의 굳은 음성에도 종대는 놔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루한의 손을 쥐고 있는 저의 손에 더더욱 힘을 가했다. 정신 차려, 루한.
" 언제까지 이럴래. 이런다고 김민석이 네 앞에 나타날 것 같아? 제발 정신 차려, 제발! "
어느새 종대의 화난 음성은 잔뜩 물기를 머금은 채 애처롭게 루한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런 종대에 루한이 기가 차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김민석이 왜 안 나타나, 아까까지만 해도 나랑 키스하려고 했던 앤데. 루한의 싸늘한 음성에 종대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루한을 바라봤다. 종대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루한의 눈빛이 텅 빈 듯 생기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루한의 손을 세게 쥐고 있던 종대의 손에 서서히 힘이 빠졌다. 이내 루한이 거칠게 종대의 손을 쳐내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비닐봉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짓을 애써 다독이며 루한이 천천히 봉지 입구에 코를 박았다. 스읍, 숨을 힘껏 들이켜는 루한의 몸짓이 점점 몽롱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이내 루한이 다시 씨익, 미소를 머금으며 처음과 같이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어느새 저의 앞에 다시 나타난 민석의 인영에 루한이 또다시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며 해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민석아. "
좋아해. 루한의 달콤한, 그러나 위태롭고 구슬픈 음성이 텅 빈 거실에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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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목과 마찬가지로 마약을 하며 민석의 모습을 계속해서 형상시키는 루한의 이야기를 담아낸 단편입니다.
일부러 신알도 끄고 쓴 건데 혹시 저를 알아보는 독자님이 계신다면...
죄송할 따름입니다. 쓰라는 픽은 안 쓰고 이렇게 단편 하나를 싸지르니.. 털썩...
소금이 되어 얼른 Company people, 싸이코 다음 편 쓰러 가겠습니다.
모쪼록 너그러이 봐주세요.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