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우리도 한바탕 싸우고 나선 서로 눈만 마주쳐도 헤실대는 연애초기로 돌아갔어. 여전히 백현이 얼굴 헬쓱한건 돌아오지 않았지만 일하다가 가끔 와서 몰래 손 잡고 가는 둥 온갖 다정함은 철철 흐르고 있었지.
나랑 백현이랑 출근시간이 1시간정도 차이나. 내가 1시간빠르고 백현인 1시간 느린데 굳이 내 옆에서 보겠다며 아침부터 엠플따는거 도와주고 있었어. 손가락 아프니까 하지말라는데도 차라리 자기가 아프겠다며..ㅠㅠ..
"팔은 괜찮아?"
"응. 붓기는 완전히 없어진 것 같아."
"다행이네."
그러구선 또 마주보고 헤헤 웃고. 실없이 웃는데 준면오빠도 이제 출근했는지 우리 쪽으로걸어와선 화해했어? 하고 묻는거야.
"보다시피요."
"변백현 이렇게 쫌생이었어?"
"다 형 때문이죠."
"ㅇㅇ이 팔 여러번 찔리네. 어제 피 뺐지?"
"그럼 팔이 저모양인데 내버려 둬요? 뺐지."
"변백현이 엄청 틱틱대네, 그래도 내가 쟤 붓기는 다 빼놨는데."
"붓기를 빼놓긴, 무식하게 냉찜질 해놓고선."
"해도 난리야, 자식아."
"어혈들고 7시간 이후로는 온찜질 몰라요? "
변백현이 톡 쏘아붙이자 오빠가 아차했는지 머리만 긁적 긁적..내가 손가락으로 백현이 콕 찌르니까 자기가 뭐 어쨌냐는 표정으로 나 쳐다보는데, 못말려. 진짜 얘는.
변백현이 내 팔만 보면 울상을 지어서 내가 아파도 아프다고 하질 못해. 사실 어제 변백현이 피뺀다고 찔렀던곳도 욱신거려죽겠는데 진짜변백현 뛰어내릴까봐 하나도 안아프다고 뻥치고 있었거든. 진짜 누구한테 두들겨맞은것처럼 아침부터 욱신욱신ㅠㅠ
수쌤이 통통부은 팔을 보더니 오늘은 무거운거 들고 그러지 말라 그래서 열심히 엠플만 따고 있었거든. 솔직히 응급실은..환자 밀려들어올때아니면 나름 한산해서 좋아. 한번씩 대형사고터지면 진짜 화장실 갈 틈도 없지만. 엠플 믹스 다해서 수액 꼽아준 뒤에 잠깐 앉아서 쉬려고 하는데 변백현네 치프쌤이 변백현을 찾는거야.
"변쌤 잠깐 화장실 간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환자 병동 올리려고. 안바쁘면 좀 끌어줄 수 있어요?"
"아, 네. 제가 끌게요."
고마워요, 하고 대답한 쌤이랑 같이 베드 돌돌 끌면서 엘리베이터까지 갔어. 우리 층에 내려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변백현이 화장실 갔다가 나왔는지 손에 물기 톡톡 털면서 나오는거야. 그리고 나 딱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서 막 뛰어와.
"아,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오느라..제가 끌겠습니다."
그러고선 나보고 가보라는 눈짓을 보내는거야. 근데 솔직히 거기서 딱 손떼고 가기도 좀 그랬어. 그래서 그냥 셋이서 같이 잡고있는데. 원래 간호사들끼리 옮길때는 3명이서 끌 때가 많거든. 그래서 익숙하게 한쪽 잡고 끄는데 변백현은 치프쌤 앞에 있어서 말은 못하고 계속 못마땅하는 표정..내가 변백현 속을 다 알지.
어찌어찌 변백현시선 애써 무시하고 병동까지 가서 베드 고정해놓고 다시 내려가는데 치프쌤은 거기 계시고 변백현이랑 둘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왔단 말이야.
"너 무거운거 끌지 말라니까."
"나 팔 이제 완전 멀쩡해."
내가 팔 달랑달랑 흔들면서 말하니까 변백현이 갑자기 내 팔뚝을 세게 꽉 잡는거야. 하..개새낑..내가 아파서 짧게 소리내니까 변백현이 것봐,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봐. 하. 또 걸려들었다.
"거봐, 아직 아프면서."
"변백현 너 이자식.."
"오늘은 몸 좀 아껴가면서 해.
"이씽.."
"그리고 너 최종혈액검사 받으러 내려오래. 2시라고 했으니까 이따 들러."
"내 피 남아나질 않겠다."
"모자르면 내 피 줄게."
너 나랑 혈액형 다르자나, 새끼야..무튼 변백현이랑 나란히 내려와서 나는 내 일하고 걘 자기일했지, 뭐. 는..아니고..변백현이 요 근래 살이 진짜많이 빠졌거든? 솔직히 빠질게 어딨다고 거기서 또 빠졌는지는 모르겠는데 . 살이 쪽 빠져서 볼이 헬쓱해졌단말이야. 그덕에 변백현이 그렇게 집착하던 턱선도 선명하게 나오고. 쨋든 그래서 의도치않게 자꾸 얘를 신경쓰게 되는거야. 나원래 병원에서 사적인 얘기하는거 좀 꺼리는 편인데..
"백현아, 밥 먹었어?"
"아니 왜?"
"오늘 아침은 먹었어?"
"아니, 늦잠자서 못먹었지."
"후, 백현아..어제 저녁은?"
"저녁도.."
내가 한숨 푹 쉬니까 변백현이 머리 긁적이면서 좀이따 점심은 먹을꺼야..하는거야. 그래서 좀 이따 하다가 미루지말고 지금 치프쌤한테 얘기하고 밥먹으러 가자고했어. 일하다가 점심시간 되면 그냥 밥먹고 오겠습니다, 하고 밥먹으면 되는데 변백현은 밥 혼자먹는거 싫다고 자기 동기들이나 나 없으면 안먹고 그냥 일하거든. 그래서 내 점심시간 맞춰서 같이 밥먹으러 식당 내려갔는데 음식냄새 훅 맡으니까 속이 울렁울렁한거야. 갑자기 밥맛 확 떨어졌는데 여기서 나 밥안먹겠다고하면 변백현도 안먹을게 뻔해서 그냥 대충 국밥하나 시켰더니 백현이도 따라시켰어.
내가 수저 들고 깨작깨작 안먹으니까 변백현이 날 살피더니 맛없냐고 묻는거야.
"아니, 맛없는 건 아니고. 배가 별로 안고파."
"웃기네, 너도 오늘 아침 굶었잖아."
"나 원래 아침 잘 안먹거든?"
"어젯 밤에 술을 퍼 드셔서 그런거죠, 이 여자야."
"..어떻게 알았냐, 술먹은거?"
"술먹고 김준면네 집 가서 뻗은거 아냐, 내가 너 때문에 그 새벽에.."
변백현이 욱하면서 말하다가 말을말자,말을 말아. 하면서 입다물고 국밥만 입에 밀어넣더라고. 어제 저녁부터 굶었으니 배 고플 법도 하지. 변백현이 자꾸 먹어라 먹어라하는 바람에 나도 억지로 반정도 먹고 변백현은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왔어. 밥 먹으니 속이 좀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밥먹고 나니까 2시 좀 안됐길래 백현이한테 먼저 올라가라그러고 혼자서 검사실 가려고 했는데 변백현이 굳이 꼭 같이 가야겠다며 따라오는 바람에 애하나 달랑달랑 매달고 가게됐어. 검사실에 있는 분은 정말 하루종일 채혈만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내 혈관찾기 힘든데도 잘 찾아서 한번에 뽑으시더라고. 별로 아프지도 않고. 내가 신기해서 솜으로 피 나는 곳 막은 다음에 백현이 쳐다보니까 변백현이 뭐, 뭐?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
"와, 진짜 하나도 안아프네."
"그래서, 뭐, 내가 잘 못한다고? "
"아니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
괜히 변백현 자기 혼자 꽁해서는 입술 삐죽이면서 앞만 보고 걷는거야. 그러고선 자기는 점심시간 좀 남았다고 내 검사결과 나오면 결과지 들고 올라가겠대. 나는 점심시간 거의 끝나가서 먼저 올라갔지. 쟤 삐진거 어떻게 풀어주나 생각하다가 응급실 들어가는 순간 잊었지 뭐..
여느때처럼 차트정리하고 환자 기록 올려보낼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는데 아까 변백현이 봤던 환자한테 투약된 약이 너무 적은 것 같은거야. 한번씩 이런거 오더 내릴때 착각하고 잘못내리는 경우가 있거든. 그럴때마다 이렇게 오더내리신거 맞냐고 물어보고 확인하는데, 변백현은 원래 실수 잘 안하는앤데..내가 한번도 얘가 오더 실수하는거 못봤단 말이야.
이따 오면 물어봐야지 하고 잠시 넘어갔는데 그 때 딱 변백현이 검사결과지 손에 들고 들어왔어.
"인턴 선생님, 여기 차트 좀 봐주세요."
"차트보다 먼저 봐야되는 게 좀 있는데요."
변백현이 가까이 왔길래, 뭐 또? 하니까 일단 일로나와. 하면서 질질 끌고 응급실 구석에 있는 베드로 가는거야.
"아, 왜?"
"술을, 응? "
"뭐. 뭐!"
"얼마나 드셨으면. 심박수 체크해서 보내라고 하시냐, 응?"
"누가?"
"혈중 알코올 농도 최상치를 찍으셨던데요."
"아, 그건.."
"약물 투여하고 술 마시면 안되는거 알아 몰라?"
백현이가 커텐치고 내 팔사이에 손 넣어서 끙차, 침대에 앉힐 때까지 나는 멀뚱히 보고만 있었어. 변백현이 목에 청진기 빼서 귀에 꽂고 익숙하게 내 옷자락을 잡고 올리는가 싶더니 순간 당황하고 멈추는거야. 나도 살짝 당황해서 아, 어..이러고만 있으니까 변백현도 귀에 꽂은 청진기 빼고 한숨 푹 쉬는거야.
"아..다른 쌤 부를까?"
"미쳤냐, 지금 여기 남자쌤들 밖에 없는데."
"어..그럼. 어떡,하지?"
"뒤돌아봐, 뒤에서 재게."
아, 응 그럴까? 어색어색하게 대답하고 등돌리니 변백현이 한참을 가만히 있는거야. 거기다대고 내가 안재고 뭐하냐?하기엔 나도 너무 민망해서 잠자코 숨죽이고 있었어. 한 10초정도 흘렀나, 변백현이 옷자락 살짝 들더니 속으로 청진기 천천히 들이밀면서 가만히 있어. 나도 내 손목시계 쳐다보면서 1분 재고 있는데 1분 넘겨도 얘가 심박수를 계속 세고 있는거야.
"백현아, 1분 지났는데."
"..아,어?"
"1분 지났다고."
"아. 딴생각했다. 미안."
"확 컴플레인 넣어버린다?"
변백현 귀까지 시뻘게져서는 청진기 붙잡은 손에 미동하나 없는게 너무 귀여운거야. 딴생각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정신 놓아 놓구선. 나도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아 죽겠는데 변백현은 오죽하겠어. 결국 내가 1분 재주고 변백현이 제대로 카운팅을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다됐다고 해서 옷 추스르고 나갔지.
"백현아, 너 아까 투약 실수한 것 같던데. 잠깐만 와서 봐줘."
나오자마자 변백현보고 따라오라해서 아까 차트정리하던거 보여줬지.
"이거, 투약하신거 갑자기 너무 적어진 거 아닌가 해서요. 이러면 통증 심할 것 같은데."
"아..이거, 잠시만, 안경을 위에 두고와서 잘 안보이는데.."
백현이가 내 뒤에서 보고있었는데 안경을 당직실에 놓고 왔나봐. 잘 안보인다며 앞으로 살짝 당겨서 보는데, 그 내가 컴퓨터앞에 앉아있고 변백현이 내 뒤에 서있는 상태였잖아. 그 상태에서 날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팔 짚은 뒤에 컴퓨터 앞으로 얼굴 당겨서 보는데 얘가 잘 안보이는지 끙 소리내는게 너무 콩닥콩닥거리는거야. 그 남자들 특유의 소리있잖아.
"이거, 이 환자.. 다른 약 복용하던 거 있다고 해서 오늘부터 줄이기로 한거예요. 어제는 상태가 많이 안좋아서 저렇게 넣은거구요."
우리 둘만 있는게 아니고 바로 옆에 수쌤도 계시고 다른 과 선생님들도 계셔서 반말 안하고 존대말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설레. 딱 내 귀 바로 옆에서 나긋나긋하게 얘기해 주는게 너무 좋은거야. 이러면 안되는데 얘가 피곤해서 약간 목소리가 갈라졌거든. 거기다가 기억 더듬느라고 천천히 끊어서 말하는데 나는 완전 심박수 폭발 직전이고.
"아..그러면 그냥 바로 오더 올릴게요."
*암호닉* |
고고싱 미니 낯선이 쿠키 크림치즈 유후 행성 변골반 1118 키위 츄파츕스 다우니 늑대와민용 딸둥이 소희 정호 엘르 멜랑꼴리 백구 냐냐냐 바밤바 볶음밥 비타민 허거덕 종구몽구 쭈구리 초코아몬드 밍글맹글 jane 휴지 글리소 뀨잉 쿠키몬스터 바닐라라떼 양양 이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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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