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한] 악덕사장 김루한 1
츤데레의 정석
BGM :: Big Baby Driver - Your Sun Is Stupid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영 흥미가 없었다. 그리고 겨우 성적을 맞춰서 온 대학에서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시험을 본다고 하니까 남들 따라 나도 그래야할 것 같은 마음에 책을 붙잡고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씨들을 달달 외웠다.
결과는 항상 처참했다.
그래도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만큼만 하면 되겠거니 싶었다.
문제는 내가 남들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공부를 잘 하는 머리를 타고난 아이는 아니었다.
엄마는 항상 집에 들어가면 소파에 길쭉하게 누워 일일 연속극을 보고 계신다.
내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무거운 전공서적이 든 가방을 신발장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
엄마는 반응도 없다. 대신 엄마는 TV 볼륨을 조금 줄인다.
나름대로의 환영 인사다.
엄마는 모든 일에 무감각하다.
아빠는 입버릇처럼 내게 엄마를 꼭 닮았다고 이야기했다.
얼굴이 아니라 성격이.
엄마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면 남자들이 꼭 한번은 돌아볼 만큼 아름답다.
나는 그냥, 평범한 20대 초반의 여대생처럼 생겼고.
아무튼 아빠가 내게 닮았다고 이야기한 이유는 내가 무감각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취향이 나랑 똑같다는 것이다.
“오늘 집 앞에서 봤어.”
“몇 점?”
“78?”
“어디서?”
엄마랑 나는, 잘생긴 사람을 엄청 밝힌다.
아빠는 무지하게 잘생겼었다. 어린 내가 학부모 총회를 기다렸던 이유가 그에 속한다.
아빠가 등장하면 반 친구들이 모두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뭐 그런 말들이 따라왔다.
‘엄마 아빠는 저렇게 잘생기고 예쁜데, 너는 왜….’
아이들은 필터링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다.
그래도 나는 정말 단순X100 했기에 그것도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니까 좀 억울하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가 대형 트럭 충돌사고에서 돌아가신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엄마와 나는 서로 잘생긴 사람을 보면 점수와 함께 그 사람의 위치를 공유한다.
요새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 엄마 대신 내가 행동대장이 되어 잘생긴 사람을 찾는다.
그래서 뭘 얻냐고? 그냥. 눈이 즐겁잖아.
“야, 맞다.”
엄마는 TV를 보다 말고 갑자기 소파에서 내려와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가 움직일 정도라면 대단한 사람이다.
아마 100점정도 되는 사람을 발견한 것 같다.
한참을 뒤적이던 엄마가 손바닥 크기의 명함을 내게 던진다.
아마 일주일치 운동은 다 한 것 같다.
“이게 뭔데?”
“거기 사장 100점. 어떻게든 물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엄마와 내가 잘생긴 사람을 미친 듯이 찾았던 것은 나의 무능력 때문이다.
점수를 맞춰서 겨우 온 학과는 중국어학과.
내가 고교시절 미쳤던 그룹이 중화권 아이돌 그룹이었기에 가능했던 학과였다.
나는 그 그룹이 나오는 예능을 보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했었다.
물론 그 그룹의 멤버들은 잘생겼었다.
그래서 좋아했지.
엄마는 내가 돈을 벌어먹고 살기에는 글렀다는 판정을 내렸다.
우선 머리가 나쁘고, 행동이 굼뜨고.
쓸데없이 호기심은 많아서 딱 사고치거나 사기 당하기 좋은 스타일이라는 판단 하에
차라리 시집이라도 잘 보내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빠를 봐도, 엄마는 정말.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얼굴만 취급했다.
그렇게 우리의 점수 매기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고.
엄마가 ‘물어와.’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던 사람은 여태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저 결의에 찬 엄마의 표정이 말해주건데, 이 명함에 적힌 이름의 소유자는 진짜 뻑이 가게 잘생긴 게 틀림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옆집에 살아 ‘죽마고우’라고 부르는 찬열이를 데리고 명함에 적힌 식당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가격이 꽤 있어 나는 가격표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그런 나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손수 닫아준 찬열이가
자신의 체크카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허공을 가르는 시늉을 했다.
저건 자기가 오늘 쏜다는 소리다.
행복해….
내가 숟가락을 입에 물고 테이블 위로 늘어지자, 물려있던 숟가락을 훅 뽑아버린다.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야 했던 아빠 밑에서 컸던 나는
옆집 찬열이 어머니한테 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나도 엄마라고 부르고 있고.
그만큼 찬열이와 붙어있는 시간도 많았다.
내가 뭘 할지 얘 눈에는 다 보인다는 이야기다.
우리 집 사정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어떤 남자인데?”
“여기 사장님이래.”
“엄청 나이든 사람인거 아니야? 이정도 가게인데?”
나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보았다.
루-한. 중국 사람인지 옆의 한자도 생소하다.
엄마의 눈은 정확하니까, 대륙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잘생겼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무슨 수로 이 사람을 꼬시지?
찬열이 말처럼 이렇게 예쁘고 세련된 가게를 운영할 남자라면 꽤 나이도 있을 거고, 돈도 많을 테지.
그러면 예쁜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갔으면 행동으로 옮겨. 니 인생에 그런 남자 다시는 없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가 카톡을 보냈다. 알았다니까 정여사님.
나는 또 다시 카톡이 올까 싶어 잽싸게 화면을 바닥으로 돌려두곤 명함 끝을 한번 구겨보았다.
명함 종이 질까지 좋아.
“근데 우리 시킨 지 한참 됐는데 왜 안 오지?”
“손님이 이만큼이나 많잖아.”
“그래도 좀 이상한데? 저기요!”
나는 절대로, 죽어도. 어디 식당에 가서 비어있는 반찬 그릇도 내밀지 못한다.
항상 어딜 가면 찬열이가 이런 역할을 해 주었다.
찬열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무전기에다 뭐라 뭐라 중얼거린다.
아, 헐.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가 있어!”
“여기서?”
“응!”
그런 방법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매일 얼굴 도장을 찍지 않을까, 가게 사람들끼리 회식도 할 것 같고.
게다가 월급을 받거나 하면 직접 연락도 할 수 있으니.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이 식당에는 여자 알바생이 없다.
목을 길게 빼서 안 보이는 먼 곳까지 살펴보아도 긴 머리나, 묶은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여자 알바생은 안 쓰나봐.”
“쓸 수도 있지.”
찬열이는 본격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주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메뉴가 누락된 것 같다는 알바생의 설명 때문이었다.
5분에서 7분정도만 기다려달라는 알바생의 사과에 한층 누그러진 찬열이가 애꿎은 냅킨을 구겼다. 종이 아깝게.
나는 조심조심 구겨진 냅킨을 다시 펴본다.
사장님의 센스가 여기서도 느껴진다.
나는 흰 냅킨보단 입을 닦아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 황토색 냅킨을 선호하는데, 여기 냅킨이 딱 그렇다.
어떡하지, 엄청 기대돼.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헐. 대박.
“저희 직원이 실수를 좀 했나봐,”
“사장님이세요?”
“어…. 네.”
“헐 어떡해.”
진짜 잘생겼어.
-
엄마가 누누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너는 하나에 꽂히면 지옥까지 따라갈 애야.’라고.
그 말은 내가 고등학교 때 EXO를 쫓아다니는 것으로 반쯤 증명된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처음 만난 순간, 100점 만점짜리 사장님께 반해 이렇게 매일 가게에 출근 도장을 찍는 중이다.
“아니 진짜로 우리 여자 알바 안 쓴다니까!”
사장님은 생각보다 되게 거친 남자였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어떻게 알바 자리를 꿰찰까 고민을 했다.
이런 나를 보며 찬열이는 금사빠라고 놀려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사람은 100점이 아니라 105점이야.
나는 그렇게 매일 매일 사장님을 찾아가서 애원했다. 여기가 좋아요.
알바로 써 주세요.
“게다가 너 요리할 줄 모른다매.”
“네.”
“너 설거지는 할 줄 알아?”
“아니요.”
“후. 나가.”
우리 아빠는 잘생긴데다가 살림도 잘 했다.
아빠가 생활비와 살림을 모두 맡았다는 소리다.
아빠의 부재는 우리의 일상을 멈추게 만들었고, 나와 엄마는 인스턴트식품에 모든 것을 맡겼다.
가끔 찬열이 어머님이 맛있는 반찬을 하시면 가져다주시기도 했었다.
나는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설거지를 시도해봤지만 쓰레기봉투 부피만 늘렸다.
손에는 반창고를 늘리고.
“저 서빙이라도 할까요?”
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팔소매를 걷어 두 팔을 위로 뻗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나는 여기서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사장님은 아닌가보다.
카운터 안에서 이쑤시개 통을 흔들던 사장님은 통을 내려놓고 카운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 팔목을 잡곤 주방으로 이끌었다.
헐, 나 써 주시려나봐.
“들어.”
사장님이 주신 건 딱 봐도 별거 아닌 것 같은 뚝배기였다. 그리고.
“으억.”
뚝배기는 꿈쩍도 안하고 내 입에서는 소리가 나왔다.
“그거 하나도 못 들면서 무슨 서빙이야. 뒤질래. 진짜. 방해하지 말고 집에 가. 공부나 해.”
“이거 붙여놨죠!”
사장님은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탈탈 털며 작게 욕을 했다.
씨발.
나는 다 들었다.
사장님은 욕을 해도 섹시하다.
근데 진짜 어쩜 사람이 이렇게 잘생겼지?
생각하는 순간 사장님의 왼손이 뚝배기를 들어올렸다.
힘도 세다. 108점.
“진짜 집에 안 가면 이걸로 맞을 줄 알아.”
히엑. 안 되겠다. 오늘은 항복.
집에 가서 엄마한테 말해줘야지. 사장님 108점이라고.
+
안녕하세요.. 콩알탄..입니다..ㅎ하하하.. 아직 매거진 2호도 보지 않으신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제가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오늘은 이례적인 날이라 하하..할 수 있을 때 많이 쓰려구..요..ㅎㅎ..
자 반갑습니다! [악덕사장 김루한]으로 다시 인사드려요! 츤데레의 정석은 부제? 입니다!
고구마 답답이, 얼굴 밝힘 금사빠 무능력 여대생 X 츤데레 욕쟁이 능력자 요리사 사장님 루한
대충 이정도로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후후
물론 여기 나오는 루한은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에 나오는 루한이고
오라이 등장인물들도 종종 등장할 예정임니다. 찬열이는 별개..로 생각해주세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우리 욕쟁이 루한과 함께 달려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