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사장 김루한 2
츤데레의 정석
Jeff Bernat - If You Wonder
“그래서, 아직 그 사장은 철벽 치는 중이야?”
그렇다마다.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짐을 싸서 가게로 향하는 나를 보며
찬열이는 언젠가는 받아주지 않겠냐는 위로의 말들을 건넸었다.
같은 과도 아닐뿐더러 같은 학교도 아닌 우리지만
항상 카톡으로 서로의 행선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가장 나의 ‘삽질’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찬열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뭐 하나 다른 점이 생겼다면 나의 ‘지정석’이 생겼다는 거다.
문을 열기도 전에 가게 CCTV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나를 쫓아내는 사장님이 있어서
나는 가게 옆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가게 마감까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한 두어 시간이 지나면 입에 모터를 단 사장님이 가게 문을 열고 나와 내게 역정을 부린다.
“집에 가랄 때 곱게 쳐 갈 것이지!”
“그러니까 저 알바로,”
“오던 손님도 돌아가겠네. 시팔.”
말도 안 된다.
항상 내가 앉아있는 곳에서는 손님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가게와 상당히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저 말은 다 뻥이었다.
나를 집에 보내려는 개수작이지.
나는 수작질에 놀아나지 않는다.
그 정도 눈치는 있단 말씀.
내가 고집을 부리려고 입술을 삐쭉 내밀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리면 사장님은 내 팔목을 잡고 나를 질질 끌어낸다.
그렇게 사장님이 매번 나를 데려가던 곳은 가게 뒤편.
퓨전 한식당인 가게에 걸맞게 휴식공간도 전통가옥처럼 꾸며져 있다.
나는 구석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또 사장님의 설교를 듣는다.
“알짱거리면 뒤져.”
“저 열심히 일할 수 있어요!”
“됐다. 말을 말자.”
사장님의 가게는 누가 봐도 예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인테리어에 힘을 많이 줬다.
전통 가옥처럼 생긴 커다란 문 양옆에는 화환이 하나씩 있다.
보통 화환이 있으면 보낸 사람의 축하 메시지가 적혀있기 마련인데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직접 사다가 놓으신 건가? 사장님이 너무 말을 거칠게 해서 주변에 친구가 없나보다.
그럴 만도 하고.
동그란 손잡이를 밀면 깔끔한 복도가 손님을 반긴다.
검은 대리석 타일과 목재 벽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예쁘게 생긴 랜턴이 상대적으로 어두운 조명에 빛을 얹어준다.
음악을 따로 틀어 두지는 않지만 모서리마다 있는 작은 물레방아가 쪼르르 쪼르르 부담스럽지 않은 물소리를 낸다.
손님들은 식사를 마친 후, 한옥 구조로 보면 마당으로 해당되는 곳으로 산책을 나온다.
그럼 진돗개 한 마리와 들 고양이 한 마리가 그들을 반긴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해서 아직 그들과 접촉해본적은 없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콩. 하고 찬열이의 검지가 내 코끝을 때렸다.
양 손에 들고 있는, 향수로 추정되는 유리병에서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나온다.
내일은 찬열이 어머님의 생신이셔서 함께 선물을 사러 나왔다.
나는 미리 예쁜 스카프 하나를 준비해 뒀는데, 여자 선물을 고르는 데에 젬병인 찬열이가 내게 구조요청을 했다.
그 센스는 지난 내 생일 때 내가 좋아하는 과자 한 박스를 사다준 것으로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과자는 양파 맛, 치즈 맛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치즈 맛이었고 찬열이가 사다준 과자는 양파 맛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나는 이게 더 좋아.”
“너무 진하지 않아?”
“너가 무식하게 코를 갖다 대니까 그렇지.”
나는 오른쪽 손목에 향수를 뿌린 후, 팔을 탈탈 털어 물기를 날렸다.
이정도면 됐겠지? 그리고 찬열이 코앞에 손목을 가져갔다.
찬열이는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저렇게 해서 어떻게 장가가려나 몰라. 박찬열군.
원래 나와 찬열이는 그리 친하지 않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러니까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던 그 해에.
아빠와 사고가 났던 트럭의 본래 소유주가 우리 집에 찾아왔었다.
순전한 운전수의 잘못이었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운전수를 고용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우리 집의 생활비와 나의 학비를 모두 내겠다며 뭐 이런 저런 서류들도 준비해왔었는데, 으.
“너 그때 우리 엄마 기억나?”
“언제?”
“10년 전에.”
“아, 기억나지.”
내가 살면서 그렇게 화가 난 엄마는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다.
그 후로도 매년 아저씨는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지만, 엄마는 굳게 닫힌 문으로 아저씨를 밀어냈다.
엄마의 마음 속 깊숙이에는 여전히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다.
내가 아무리 어루만져도 줄어들지 않는 구멍.
우리는 그 구멍을 모른채하며 담담히 살아가는 중이다.
그때 당시에, 어쩌면 불을 내서 집을 날려버렸을 수도 있는 엄마를 말려줬던 것이 찬열이 어머님이었다.
나를 참 예뻐하시며 항상 맛있는 것도 챙겨주시고, 거의 키우다시피 했던 어머님은
우리의 소식을 듣자마자 엄마를 찾았고 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셨다.
나의 두 번째 엄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고맙고, 감사한 분.
“오늘도 어머니는 집에서 TV보셔?”
“그렇겠지. 요새 또 이종석한테 꽂혀서.”
“이종석정도면 몇 점이래?”
“87점인가,”
“으엑. 까다로워.”
“그치.”
찬열이는 내가 더 좋다고 했던 병을 들어 계산대로 다가갔다.
뭐야, 도와달라면서 결국엔 자기가 알아서 샀구먼.
이럴 줄 알았으면 가게에 눈도장이라도 찍는 건데.
나는 괜히 미워진 박찬열에게 밥이나 사라고 졸랐고, 찬열이는 알았다며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물어왔다.
“햄버거.”
햄버거가 먹고 싶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는 선지에서 한식을 고를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나의 입맛은 햄버거-피자-치킨에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초딩 입맛이라면 초딩 입맛이지만 우리 엄마 밑에서 크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안 그랬으면 굶어 죽었을지도, 아.
찬열이 어머님이 그런 꼴은 못 보셨겠다.
나는 심지어 학식 메뉴를 고를 때에도 김치전보단 소세지, 제육볶음보단 돈가스를 선호했으니. 말은 다 했다.
그놈의 햄버거 질리지도 않냐며 찬열이는 맥도날드의 문을 열었다.
남는 테이블이 없어 창가 좌석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햄버거는 상하이지!
마법 같은 주문을 외치고 주문을 할 사람을 고르기 위한 가위 바위 보를 했다.
비밀인데 박찬열은 가위 바위 보를 하면 항상 주먹부터 낸다.
나는 찬열이와의 가위 바위 보에서 져본 적이 없다.
나 오늘 가게 안 갔다고 끈기 없는 애로 보면 어떡하지.
내심 두려운 마음에 나는 알 턱이 없는 사장님의 번호를 찾아본다.
왜 명함에 전화번호를 안 적어두지. 설상 번호가 있더라도 할 말이 없다.
나는 알바생도 아니고. 억울하네.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가, 나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헐.”
사장님이다.
왜 여기 있지? 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장님이 유리창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내려나갔다.
그쪽에서 쓰면 나는 반대로 보인다고.
내가 말을 해도 하나도 상관 안한다.
뭐라는 거야 진짜 저거.
앞에 두 글자는 놓쳤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런거 먹으면.
“저 사람 누군데?”
찬열이가 햄버거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야 너 좀 닥쳐봐. 지금 제일 중요한 부분,
내장에 똥만 찬다.
내가 저 사람한테 뭘 기대한 게 바보지.
백화점에 볼 일이 있으셨는지 인사도 없이 백화점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분한 마음에 애꿎은 햄버거만 우적우적 씹었다.
햄버거가 무슨 죄냐며 박찬열은 햄버거의 안위를 걱정했다.
세상에 내 편은 없는 것 같다.
내장에 똥이 안 차면 뭐가 차는데.
근데 오늘도 잘 생겼어. 짜증나게.
“그래도 저 사장이 너 신경 쓰이긴 하나보네.”
“왜?”
“인사 안할 수도 있잖아. 걍 골칫덩이면 너 안오는 게 편하지.”
“저거 오지 말라고 저러는 거야.”
“그런 거 먹지 말고 건강식 먹으라는 거잖아. 츤데레네.”
“아니 저건 나한테 시비거는 거라니까?”
“그래. 답답아.”
어떻게 저걸 걱정으로 받아들여.
아무래도 박찬열한테 내가 한 수 가르쳐줘야겠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내일 가게에 갈 때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가야겠어.
나는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먹으며 다짐한다.
+
여자는 굉장한.. 고구마..답답이 입니다.ㅎㅎ..
ㅎㅎ..
12화 연속으로 늦은 시간에 업로드해서 미안해요..
아직 갈 길이 먼 사장님과 여자... 우리 더 달려볼까요~ @_@
초반이라 찬열이 분량이 폭팔하는 느낌적인 느낌..은 사실임니다 그치만 사장님과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걸료
그리고 여주가 바로 알바생 되면 너무 뻔하쟈나 콩알탄 그론거 안하쟈나 흐흐
오늘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내사랑들~♡
근데 추천요정들 아직도 있더라구요. 매거진 1호가 언제였더라..진짜 성실한 사람들..개구리들..
어딨어..나타나..
쩐다 저 초록글!!! 인데!!! 요!! 대박!!!
동접자가 왜 이렇게 많나 했더니 초록글!! 춰럭긐ㄹ!!올!!ㅖ!!ㅖ!
근데 추천수 쩐닼ㅋㅋㅋㅋㅋㅋ 진짜 청개구리들 나타나라니까..
감사해여 이 영광을 모든 내사랑 내가 사랑하는 독자님들께 츄 미스터 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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