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 나는 그 감정을 벗어나려 노력하지도 않았고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려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인연이라면 인연일 우리의 사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우리가 지금당장 죽어도 이상할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책임지지도 못할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좀비들이 점차 무리지어 모여 그들에게서 한시도 벗어날 수 없게만들었고 자꾸만 밀려오는 감정을 홍빈에게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소란스러웠던 소리들과 주변까지 넓게 풍기던 음식냄새들에 비해 느리게 몰려들었지만 위협감은 초반의 그것들과는 다르게 훨씬 위험했고 공격적이었다. 결국 우리의 방법은 도망이었다. 그것들이 몰려온 탓에 수리하지 못한 철조망들은 무너지고 있었고 그들이 철조망을 쓰러뜨리고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면 그간 버텨온 모든 노력들은 끝이 날 것이었다. 결국 좀비들이 달려든다면 바로 흩어져 자리를 뜰 수 있게 캠핑카 안에는 소량의 옷과 음식이 있었고 홍빈은 그게 싫었는지 매번 그것들을 담요로 덮었다.
" 오늘 홍빈이랑 재환이. 더 필요할까? "
" 아우, 형은 날 너무 과소평가해. 나 이재환이잖아요, 못믿어? "
" 말이나 못하면, 내일은 어떻게든 철조망 수리해보자. "
" 네,네. 어디 고칠지 대충 자리 잡아볼게요. "
그려, 굿밤! 해맑은 학연의 목소리를 끝으로 손을 살랑살랑 흔들다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요한 정적에 듣기싫은 울음소리만 울렸고 재환은 총만 만지작 거리다 흘끗 홍빈을 바라봤다. 간만이었다. 이렇게 단 둘이 있는것도, 가까이 붙어앉아있는것도. 그래서 더 떨렸다. 조금씩 울려오는 떨림에 홍빈도 재환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잔잔한 떨림이 서로에게 전해져 말할 수 없는 이 감정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시간은 한없이 흘러가 가슴을 적셨다. 아무말 않지만 그래도 좋으니 이 밤이 끝이 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순간이었다. 몰려들어온 그것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어느 한 곳으로 몰려온 순간은. 홍빈은 놀란듯 고개를 들었고 재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전등으로 소란스러운 그곳을 밝혔다.
" 홍빈아… 가서 형들 깨워. "
오랜만에 처음 건 말이 도망갈 준비를 하라는 말이라는게 안타까웠다. 그동안 얼굴 볼 겨를도 없어서 힘들었다던가, 오랜만에 봐서 좋다던가, 보고싶었다던가 하는 달달한 말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채 하지 않았다. 그냥 예전에 나눴던 사소한 이야기라도 하고싶었다. 홍빈은 내말에 적지않게 당황했던지 오지도 가지도 못한 채 불안한 눈으로 재환만 바라봤다. 손전등을 끄고서 홍빈의 어깨를 짚고선 불안한 그 눈동자를 바라봤다.
지금이, 그를 마주할 마지막 순간이라는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 나 너 좋아해. "
" 네? "
"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
" 저, 저… "
" 빈아, 내가 너는 꼭 살린다고 했지? 제발 가. "
붙잡은 어깨를 놓고서 등을 떠밀었고 불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재환은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이따봐. 벙긋벙긋 입을 움직이고선 재환은 손을 흔들었다. 홍빈이 대답하려 입을 벙긋거렸지만 재환은 고개를 젓고선 철조망쪽으로 달려가 들어오는 그것들을 막아 세웠다. 캠핑카로 뛰어들아가 학연에게 얼른 도망 갈 준비를 하라며 소리치자 택운은 벌떡 일어나 운전선쪽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서 다른 캠핑카들까지 전부 깨우고선 재환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철조망이 무너져내렸고 좀비들은 무섭게 치고들어왔다. 재환에게 소리치며 돌아오라 말하자 재환은 제발 차에 타라며 소리쳤다. 그와동시에 학연이 홍빈의 팔을 붙잡고 차에 태웠다.
홍빈이 차에 타자마자 택운은 속도를 올렸다. 어차피 이렇게 되버린거, 하며 뚫려버린 철조망으로 달려갔다. 몇몇 좀비들이 차에 부딛쳤고 듣기싫은 소리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재환, 재환이형이…! 홍빈이 창문을 붙잡고 벌벌 떨며말하자 학연은 곧 따라올꺼야, 하며 홍빈을 자리에 앉혔다.
" 아직까지 안탔던데 어떡해요. 재환이형 아직 다른 총도 안챙겼을꺼고… 난 아직 재환이형한테 아직, 아직, "
나도 좋아한다고도 대답 못했는데. 홍빈은 허망하게 지나가는 도로만 바라볼뿐이었다. 괜찮을꺼야, 택운의 말에 홍빈은 말없이 머리를 감싸안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일찍 자신이 먼저 말 할걸 그랬다며 홍빈은 엉엉 울었다.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그냥 두 뺨에 흘리고만 있는 그를 바라보며 학연은 홍빈의 머리를 품으로 끌어안았다.
***
" 홍빈아, 이것도 안먹어? "
" 네… "
" 알겠어… "
시무룩해져 돌아가는 학연에게 미안하다 말하자 학연은 괜찮다며 말을 하고선 차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라올 줄 알았던 재환은 따라오지 않았다. 민지도, 민우도, 원식이도, 상혁이도 전부 따라오지 않았다. 뿔뿔히 흩어져 버렸을 그들생각에 기운이 나지 않았다. 제일 생각나는건 재환이었다. 같은 마음임을 알았는데도 더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잔인할 뿐이었다. 그냥 이 세상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더이상의 행복은 바라지도 않았다. 덜도말고 더도말고 재환과 사랑한다 이야기하고 나란히 누워 잠을자고 그렇게 일어나면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재환의 얼굴이 더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아 더 슬펐다. 그의 얼굴이 하루가 지날수록 기억속에서 조금조금씩 지워져갔다. 더이상은 울지않겠단 다짐도 자꾸만 흐릿해지는 그의 얼굴에 너무 쉽게 무너질 뿐이었다.
" 애들 기름 있을까… 우리야 채워져있어서 다행인데 애들거는 확인을 안해봤는데… "
학연의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라도 기름이 없어 주변을 둘러싼 좀비들 덕에 캠핑카 안에만 갇혀있는건 아닐까,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마냥 앉아만 있는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않았다. 이젠 흐릿해진 재환의 얼굴을 억지로 기억해내 재환을 생각해도 눈물이 나지 않아서 이젠 거의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또 재환의 걱정에 왈칵 눈물이 나오려는거 보면. 울먹이는 홍빈에게 학연은 재환을 과소평가 하지말라며 분명 이겨낼거라 이야기했다.
그래, 재환은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니까 충분히 잘 이겨내고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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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와서 길게 쓴다고 노력해봤는데 분량조절 실패로 어정쩡하게 됐어요;ㅅ; 요즘 슬럼프가 찾아왔었어요ㅠㅠ..
언제나 글잡에 글을 올리고 중간부가 지날때쯤에 슬럼프가 와서 매일 끊겼었어요..
이번에도 아니나다를까 와버려서 거의 한달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글을 못 올렸네요,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ㅇ
너무 오래 글을 안써서 그런지 몰라도 글솜씨가 예전만큼 안나오네여.. 문체도 뭔가 달라진 스멜ㄹㄹ..!!
잉잉 빠른시일내에 슬럼프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과 신알신해주신 분들,
암호닉 갑대님 망고님 포근님 정모카님 모카콩님 바람님 별빛향기님 하튜님!
여러분들 덕분에 으쌰으쌰 기운 낼 수 있으용♡ 언제나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