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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잔병치례 잦고 어디 하나 성할 날 없이 몸이 허한 도경수를 보필하느라 저 아플 시간은 조금도 없는 변백현이지만 사실 그도 처음부터 그렇다고 보긴 어려웠다. 아무리 도경수 한정 사이보그 수준 변백현이라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체력적인 한계가 있을 뿐더러 자기 몸을 살뜰히 살피는 그런 세심한 남자도 아니었다. 도경수에 살고 도경수에 죽고 도경수로 숨쉬는 변백현이 지금의 역시나 도경수 한정 천하무적 슈퍼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계기.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건 변백현과 도경수가 연애를 시작하고 막 두달정도가 흘렀을 때의 일이다.
"그럼 오늘도 밤새는거야?"
-어. 너는 지금 침대에 있는거 맞냐.
"맞아. 지금 침대야. 나 의심해?"
-저번에 잔다고 하고 김종대랑 술먹고 뻗었잖아. 기억 안나냐.
"그건..종대가 갑자기 찾아와서..그리고 나도 성인인데 술먹는게 뭐!"
-너 자기 전 목소리랑 자고 일어나서 바로 나오는 목소리는 누구만 들어야 돼.
"......"
-대답 안해? 몰라? 나 지금 간다.
"너. 너. 너! 변백현 너!"
-근데 그날 그새끼랑 새벽에 술먹고 다음날 너 위염으로 병원갔지.
"..알겠다 뭐. 잔소리 그만해."
-도경수.
"왜."
-삐졌냐.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안삐졌는데?"
-경수야.
"나 지금 완전 안삐졌거든. 되게 마음 속 편안하거든?"
-삐지지마라.
"....."
-너 그러면 오빠 하루종일 신경쓰여서 촬영 못해.
"....."
-걱정되서 그래. 나 오늘 밤샘촬영하고 바로 공연있어서 너한테 못가니까.
"....."
-너 아픈데 혼자 있을까봐 내가 걱정되서 그런거니까 삐지지마라. 알겠냐.
"...알겠다 뭐..."
-도경수.
"왜 변백현."
-아프지 말고. 잘자고. 좋은 꿈꾸고. 일어나자마자 오빠한테 전화해서 목소리 들려주고.
"잔소리쟁이야."
-사랑해.
"......"
-우리 도경수는 오빠 사랑안해?
"...해."
-고마워.
"뭐가?"
-사랑한다고 해줘서.
"...그럼 애인인데 사랑하지 안하냐?"
그렇게 오래도록 통화는 이어졌다. 안달난 씨에프 감독이 조심히 변백현의 등을 칠때까지.
-오빠 진짜 가야겠다. 진짜 잘자고. 아ㅍ,
"안아플게. 진짜 안아프고 잘자고 아침에 바로 전화할게. 됐지?"
저가 먼저 끊지 않는다면 필시 밤새도록 휴대폰을 들고 있을 변백현이라 경수는 눈을 딱 감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무튼 무슨 내가 세살 난 어린 앤줄 안다니까. 완전 할아버지 같아 변백현. 잔소리 쩔어. 괜히 궁시렁대다가 변백현의 바람대로 좋은 꿈꾸고 아주 잘 잔 도경수는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최근 통화 목록에서 바로 윗번호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도경수와 통화하는 전용 휴대폰'이 있어서 꼭 신체의 일부처럼 가지고 있다가 번개같이 받는 변백현인데 어쩐일인지 신호가 끊기도록 백현은 대답이 없었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경수는 남아있던 잠이 확 달아났다. 정말 처음이었다.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제전화를 받지 않는 변백현은. 리허설중이어도 빠르게 받아 주변 소리라도 들리게 하고 끊는 변백현인데. 선잠에 드는 중이어도 잠꼬대를 들려주는 한이 있어도 받던 변백현인데. 비행기 탈 때 도경수 전화 못받는게 제일 걱정인 변백현인데.
그런 변백현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려 세번이나.
'사정이 있겠지. 그새끼가 니 전화를 미쳤다고 안받겠냐. 아직 활영 안끝났거나 하고 있거나. 아무튼 그새끼 요즘에 녹음실에도 뭐 들고 들아가던데. 어제 뭔 아이돌 차트쇼 보는데 변백현 너때문에 스마트폰 중독 연예인 1위 됐어. 미친 존나 웃겨.'
불안한 마음에 바로 종대에게 전화한 경수는 소득없이 전화를 끊었다. '사정' 이 있다는 이유로 도경수가 거는 전화를 안받는 변백현이 아니니까. 그래서 경수는 더 불안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좀 화도 났다. 말없이 이럴 사람이 아닐걸 아니까. 무슨일이 있으면 그래도 말을 해줘야지. 내가 걱정할거 알면서. 아니야, 백현이 믿자 믿어. 아무리 저 자신을 타일러도 처음으로 제게 이런 부재를 느끼게 한 백현에 대한 조금의 서운함, 아주 커다란 걱정. 그리고 조금씩 삐죽거리게 되는 귀여운 입술도 숨길 수가 없었다.
스케쥴도 없던터라 변백현의 칼같은 검사가 있기전에 꾸역꾸역 아침을 먹던 경수는 방에서 울리는 제 휴대폰 벨소리에 입에 콩나물을 달고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백현인가? 발신자도 채 확인하지 못하고 전화를 받은 경수는 소리치듯이 외쳤다.
"백현이야?"
-아니. 존나 미안하게도 난 김종대다. 아무튼 야, 너는 임마 나한테도 말을 해줬어야지 너만 쏠랑 갔냐 그새에?
"..뭘...어딜 가?"
-너 변백현 병원에 있는거 아니었어?
"..무슨 병원..?왜..백현이가 병원에 있어..?"
-....야...지금 내가 너네 집앞으로 갈테니까 준비하고 나와. 10분이면 가. 나 지금 사거리야.
"..백현이가 왜 병원에 있냐고."
-그 뭐 고열로 쓰러졌다던데 별거 아니래. 빨리 나와 일단.
경수는 말없이 끊긴 휴대폰으로 인터넷 창을 눌러 백현의 이름을 검색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할 필요도 없게 이미 실시간 검색어는 모두 백현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백현'
'엑소 백현'
'백현 실신'
'백현 고열'
'엑소 백현 응급실'
변백현이..아프다.
아니 아픈가보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변백현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고 아무도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변백현 애인인데. 그냥 남들이랑 똑같이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알 수 있는 이런 가십기사거리로 변백현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실신할 정도로 아주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언제나 잔병치례 잦은 자신때문에 애타하던건 변백현인데.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도경수 자신보다 먼저 아는 변백현이었는데.
결국 밑에서 기다리다 못해 경수를 데리러 종대가 오피스텔로 들어올 때까지 경수는 휴대폰을 들고 그자리에 서있었다.
변백현이 아프다는 사실이. 그래서 저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경수에게는 조금도 현실감이 없게 다가왔다. 오늘 아침에 그렇게 아파서 쓰러졌으면 적어도 어제 저녁부터 몸이 안좋았을텐데...그런데도 어제 저녁 변백현이 그 바쁜 스케쥴에 잠깐 짬을 내 남양주에서 저의 집까지 와 단 30분을 보고 갔을 그때에도, 어제 저녁 통화에서도.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백현이 그 짧은 찰나에도 잊지 않고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백현이 사랑을 말하면 나도. 하며 웃었고 백현이 조금 빨간 저의 오른쪽 눈을 걱정할 때 종대와 게임을 했다며 바보같이 웃어보였다.
"도경수. 뭐해. 준비하고 있으라니까."
"......"
"빨리 나가자."
"..종대야."
"어."
"백현이가...많이 아프대?"
"..나도 자세한건 몰라. 오늘 공연 있는거 사전 디렉터때문에 잠깐 보기로 했는데 못온다고 매니져한테 전화와서 그때 들은거야."
"나는..나는 몰랐어..종대야."
"당연히 몰랐겠지. 그새끼가 지 아픈거 알게뒀겠냐? 며칠전부터 안좋았대. 근데 어제 야외에서 밤샘촬영한게 좀 큰가봐."
"...며칠전부터..."
"이럴 시간 없어 도경수. 지금 가도 병원 앞에 기자새끼를 존나 죽치고 있을텐데."
종대의 손에 이끌려 차에 타면서도 경수는 지금 이 감정이 어떤건지 정의 내릴 수 없었다.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 중에 이와 조금도 비슷한건 없었다. 몇번이나 데뷔가 무산됐을때도 경수한테는 더 좋은 기회올거야. 하며 웃어준 엄마 아빠가 옆에 없어서 그런가. 조금의 절망도 저의 곁에 머물지 못하도록 지금껏 막아준 가족이 없어서? 아니면..
그게 아니면...
처음으로 저보다 약한 변백현을 봐서...변백현도 이렇게 아프고 힘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걸 지금에야 깨닳은 나를 봐서..그래서 그런가.
"도경수. 너 전화온다."
변백현.
-우리 도경수 전화 많이 했었네.
"....."
-오빠가 우리 도경수 전화를 세번이나 못받아서 어떡하냐 미안해서.
"....."
-우리 도경수 모닝목소리 못들어서 오빠 너무 슬프다.
정의내릴 수 없던 감정. 도경수가 삶에서 처음 느끼는 감정. 이게 뭔지 알겠다 백현아. 네 목소리 들으니까.
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도 않고 있어서. 이렇게 목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아픈지 알 것 같아서. 그런데 티도 안내려고 네가 자꾸 크게 말하는게 들려서.
그래서 나도...
슬픈가봐 백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