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싱숭생숭 으컁으컁 선풍기
제가 교대 근무자라서 한 6일정도는 접속 불가일듯 싶네여.. 나중에 뵈여 징어드류...
이번 편은 징어의 첫사랑 편임당..
어디서 본듯한 글,흔한 글,안 설렘 주의 |
"오징어야? 우리 같은 반 된거 처음이지?" "응? 응." "잘 부탁해. 저 선생님 학기 마다 자리를 한 번씩만 바꾸신대."
"왜?" "만약에 내가 전학 가게되면 어떨 것 같아?" "...어?" "....."
"그래? 아쉽겠지..?" "...전학 가?" "응."
뭔가 더 궁금한 것은 많은데. 아쉽다고 대답한 이 후로 부터 표정이 어두웠어. 이유는 너징도 감이 안 와. 그리고 다음 날 정말 소리소문없이 도경수는 전학을 갔어. 어디로갔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담임 선생님도 경수네 아버지 회사때문에 지역을 옮겨 갔다고는 했지,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 듯 했어. 남은건, 어제 까지만해도 초여름 날씨 덥다고 손 부채질을 하던 너징에게 땀 닦으라고 준 남색 체크무늬 손수건. 온기 없는 빈 자리. 교복 치마 안에 접어 둔 손수건을 꺼내어 보는 너징이야. 다림질 되 있어서 각져 접힌 손수건은 도경수 성격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칠판을 보는데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귀에 들어오지가 않아서 책상 밑으로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하는데 경수에게서 온 카톡은 없어. 착잡한 마음에 동기화를 해보는 너징이야. 때마침 새로운 친구로 도경수가 떠. 근데 프로필 사진에는 누군지 모를 여자애 사진이 있어.
너징은 혼자 좋아하고 있는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라서 괜히 더 경수에게 화가 나. 솔직히 경수도 잘해주는게 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호감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분명 사정이 있는 거겠지만. 제대로 얘기도 없이 전학가버리고, 어제의 그 의미심장한 표정은 또 뭔지. 알고 싶어도 알 수없는 미묘함에 머리가 아픈 너징이야. 답답하다 답답해.
"기말고사니까. 열심히 해라 알겠지? 선생님 유세 좀 떨자!!" "네!!!!"
"왜?" "넌 그런거 없어? 첫사랑 같은거." "첫사랑? 있지." "니가? 오~" "뭐야..그 입 다물어라."
김종인 때문에 잊고 있던 도경수가 떠올라.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건 너징이 그 때 화가 나서 경수를 카카오톡 차단해버리고 번호도 삭제했던 것 같은데. 혹시나 있나 싶어 차단목록을 살펴보는데, 이미 일년이나 지났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이름 세글자에 너징은 시무룩해져. 그러다가 대화창 목록을 아래로 내리는데 이게 웬걸. 대화창은 지우지 않았는지 작년 그 날짜 그 시간 그대로 멈춰져 있는 대화창이 있는거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대화창을 들어가보는데 기억도 안나는 대화들로 가득차 있고. 경수 프로필 상태메세지는 'X'이고사진은아무 것도 없어. 다른사람인가? 그치만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에 카톡을 보내보는 너징이야. 거의 충동적으로 말이야.
보내 놓고도 화들짝 놀란 너징이 화면을 잠그고 어느새 엎드려 자고 있는 김종인 등짝을 때려. 벌떡 상체를 일으킨 종인이가 '아 왜!'하고 소리를 쳤지만 인상 쓴 김종인 얼굴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야. 어떡하지? 보내버렸어. 다른사람이면 어떡하지? 읽고 씹는거 아닐까? 나를 기억할까? 번호 바뀐걸까? 까만 액정화면을 응시하면서 너징은 수천가지 생각 꼬리를 물고 또 물어. 이왕이면 답장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야. 그때 지잉-손 안에서 진동이 울려.
오징어?
미리보기 화면에 뜬 카톡을 보자 너징은 저절로 나오는 웃음에 책상에 머리를 콩 박고 안도의 한숨을 쉬어. 그런 너징을 본 김종인이 얘 좀 이상하다며 머리를 빙빙 돌리는 시늉을 하지만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또 다시 진동이 울려와.
오징어 맞지? 오랜만이네 할말 없어?
내일 시간 되면 야자 마치고 얘기 좀 해. 너네 학교 근처 놀이터로 와.
"야 오늘 마치고 뭐하냐?" "집에 가지. 김종인 오늘 혼자 가." "어? 아 존나게 무서운데 누가 나 잡아가면 어떡해?" "...어차피 너 까매서 안 보여. 잘가라. 나 먼저 간다." "내일 보자, 오징어 내일 버스는 같이 타는거지?" "당근이지! 흑인아."
"휴.."
카카오톡 친구창 동기화를 했는데 새로운 친구 도경수가 뜨는거야. 아까 대화창에서 친구추가를 해서 그런가봐. 그런데 상태메시지가 'O'야. 뭐지? 곰곰히 생각하려는데 액정화면에 누군가의 손바닥이 슥 올라와. 주춤한 너징이 고개를 살짝 들었는데 사복차림의 도경수가 너징 앞에 쪼그려 앉아서 너징을 올려다 보고있었어. 일년이 지났는데 잘생긴 얼굴은 그대로고 눈은 더 또렷해진 것 같아. 큰 눈에 작은 동공이 흔들림 없이 너징을 쳐다보고 있어.
"뭐야,언제 왔어?" "너 그네 앉을 때 부터? 완전 예뻐졌다." "몰라. 너 잘 살고 있나보네."
"남녀공학 갔더라 오징어." "응, 어떻게 알았어?" "뭐 이래저래 알게 됐어." "그렇구나.." "할 얘기 없어?" "음.." "난 너무 보고싶었어 네가." "..."
너징은 발치를 보고있던 시선을 도경수에게로 옮겨. 쟤가 뭐라는거야 지금?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는 너징을 향해 일년 전 풋풋한 미소를 그려보이며 말을 이어.
"응..그랬구나." "솔직히 네 반응도 너무 무뚝뚝해서 나 혼자만 좋아하는게 서러운거야." "어?" "그래서 괘씸하니까 연락 안 한것도 있어." "..." "그리고 너 남녀공학 갔더라?" "응. 엑수호 고등학교." "솔직히 불안해서 먼저 카톡보내려고 했는데. 니가 용기 내줘서 너무 고마워." "불안해?" "당연하지." "..왜?"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웃어줄까봐."
하면서 너징 입꼬리를 두 손으로 올려 보이는 도경수야. 경수가 말하던 1분동안 너징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폭팔 해버릴 것같은 연애세포에 잔뜩 경직이 됐어. 왜 내 얘기를 하는거야?
"왜 내 얘기를 하냐구. 내가,내가. 너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 "응?" "바보같이 말이야! 난 짝사랑으로 끝나는 줄 알고 마음 접었는데 이렇게 뒷통수 치기야? 진짜 도경수 너.." "...너도 나 좋아했었어?" "말이라고 해? 진짜 들킬까봐 마음 졸이느라 죽는줄 알았는데..이...." "아. 오징어," "왜!! 진짜 못됐어!" "아. 진짜 아,오징어." "왜...! 어.."
그네에서 일어난 도경수가 너징을 품에 안아. 빨간 후드티에서 오랜만인듯 익숙한 경수 냄새가 나. 너징 어깨를 두 팔로 꽉 안은 도경수가 휴..하고 낮게 한숨을 쉬어. 그대로 가만히 5초,10초가 지났는데도 떨어질 생각을 안하는 도경수의 허리에 너징도 팔을 올려감아. 토닥토닥 허리께를 도닥여주니까 그제서야 떨어지는 도경수야.
"너 그 때 준 내 손수건 가지고 있지?" "응. 왜?" "그거 언제 줬지?" "작년 이 맘때 쯤에?" "그럼 그 손수건 준 날부터 1일이야." "뭐?" "커플 손수건이라고. 축하기념으로 내일 야자빼고 놀러가자." "...." "내일이면 1년 되는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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