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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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BGM : Ryuichi Sakamoto - Rain)
때는 22세기.
산업혁명 발발으로 빠른속도로 지구가 오염되자 환경을 되살리겠다고 온갖 협약을 맺어대던 인류는 결국 그 어느것도 지키지 못했고, 세상은 점차 황폐해져갔다.
어떤 장소에서도 맑고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는 없었고, 높고 공활하다던 가을하늘은 그저 어두침침하고 탁한 하늘이 되었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수였다던 곤충류마저 이제 몇백종밖에 남지 않았으니 평범한 포유류나 조류는 말할 것도 없었다. 100년전보다도 훨씬 많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한세기(Century) 전 에뮤라는 새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듯이, 그와 비슷한 타조도 잊혀진지 벌써 수십년이었다. 다른 많은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웠던 지구의 자연은 그렇게 썩어들어갔고, 인간도 함께 썩어들어갔다.
범죄율이 무섭게 치솟았고 빈부격차는 극심해졌다. 먹을게없어 흙을 먹으며 죽음으로 한발짝씩 다가가는 사람들이 인류의 3분의 1에 달했다. 또다른 3분의 1은 1세기전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가문을 이어왔고, 나머지 3분의 1은 기름지고 풍족한 삶속에서도 탐욕에 젖은 눈을 빛내며 끊임없이 서민들의 것을 빼앗았다. 권력을 남용하며 비리에 얼룩진 범죄를 번복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서로의 것을 탐내며 크고 작은 전쟁도 일으켰다.
모든 것의 시작은 돌연변이 탄생이었다.
그동안 저지른 인류의 죄악을 심판하기라도 하는듯, 자연에서 한 종족이 생겨났다.
그 종족은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그들은 종족 개체 각각마다 서로 다른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보통 초현실적인 능력들이었다. 오랫동안 숨을 쉬지않을 수 있거나, 몸의 신진대사율을 현저히 낮춰 적은 영양소로도 매우 오래 버틸 수 있거나, 동식물과 말이 통하거나- 하는 하나같이 놀라운 능력들이었다.
많은 죄를 저지른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그 변이족(變異族)은 천문학적인 속도로 문명을 이룩해 나갔고, 위기의식을 느낀 인간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계에선 그 변이족을 Social Evil, 사회악(惡)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들의 공식명칭은 Social Evil을 줄인 소에족(族)이 되었다.
곧, 인간들은 소에족을 대량살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소에족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종족일 뿐이었고, 온갖 잔혹한 무기로 무장한 인간들을 이기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그 결과로, 그들의 대부분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한채 무참히 살상당했다.
원래 소에족은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생각 같은건 눈꼽만치도 없었다. 초창기의 순수했던 인간들처럼 그저 동식물과 자연에 어우러져 살고 싶어했던 그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에게 위협될 존재가 아니었다. 파충류나 양서류 등의 변온동물과 비슷한 능력이었을 뿐이니까.
그러나 그런 소에족의 소소한 일상이 인간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었고, 특이한 능력을 빼고는 인간과 100% 일치했던 그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무기를 모방하여 대항하던 그들은, 능력조차 전투적으로 변해갔다. 순간적으로 특정부위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거나, 고도의 집중력으로 적중율을 높이는 것 같은 공격적인 능력들을.
결국 소에족과 인간 사이에 엄청난 전쟁이 터져버렸다. 소에족이 아무리 무서운 속도로 번식을 했다고 해도 사실 인간에 비해 현저히 수가 적었으나, 그동안 썩어들어갈만큼 썩어든 인류의 대부분은 소에족과 맞서싸워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푹신한 쇼파에 앉아 전쟁을 지휘하는 상류층과, 강제로 전쟁에 동원된 하류층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전쟁은 더욱 더 길게 늘어져 갔다.
그 결과 전쟁은 4년동안 이어졌고 국토의 90%가 황무지에 가까워졌다. 인류의 반절이 전쟁으로 죽었지만 출산율은 너무나 낮았다. 1년에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채 1000명이 되지 못했다. 뻔뻔한 상류층은 소에족과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이길거라 확신했고, 그 후에 인류를 다시 되살리려면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들은 출산율을 높일 방법을 강구했다.
그렇게 탄생한게 'M' 이었다. 통칭 Mother. 엄마-라고 불리는 그들은 인류의 잔혹한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최상의 산물이었다. 유전자와 염색체의 재배합으로 만들어진 M은 남자의 몸을 하고있어, 혹독한 전쟁에서 여자보다 비교적 살아남기 쉬웠지만,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자의 몸이기도 했다. 말그대로 중성(中姓)이었던 것이다. 두 개의 성(姓)이 공존하는 그들의 몸속에는 생식기관 또한 두 개가 있었다. 그 두 개의 생식기관에서는 인류가 M을 만든 직접적인 이유. 자연수정이 가능했다. 그들의 몸속에서는 자동적으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을 이루었다. 그 수정란이 다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한 달. 그렇게 태어난 그들의 아이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IQ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수한 아이들은 소에족에 대적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알맞은 생명체였다. 결과적으로, M은 연구소에 틀어박혀 뛰어난 능력의 아이를 낳는 기계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의 삶이 행복할리가 없었다. 인류는 또 한번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2199년 1월. 전쟁이 막 5년째로 접어들었고, 새로운 세기(Century)를 1년 앞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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