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너는 펫 003.
명수는 찬물에 손을 담가 고통을 참는 성열을 보곤, 학교 보건실로 향했다. 한 10분뒤에 급하게 약을 손에 쥐고 문을 열었다.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아프긴 아픈데 잠은 오는지 손은 찬물에 담근채 서서 졸고 있었다. 얼굴에서 미소가 풀리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괜시리 성열의 어깨를 퍽 하고 밀면 깜짝놀랬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반쯤 떴다. 명수는 다시 원상태로 표정을 바꾸곤 성열의 손을 잡아채 수건으로 닦아주곤 보건실에서 얻어온 연고를 쭉 짜선 말없이 발라줬다. "뭐야?이 적응안되는 친절함은?"
"내가 가끔 이런면도 있지" "그래도 양심은 있네, 나 화났으니까 풀어주려 온거지?" "뭔소리야..너 화도 났었냐?" 분명 다 알고 있었는데 괜히 다시 되물어보는 명수였다. 성열은 씨익 웃던 표정을 다시 감추곤 재수없다는 표정을 연발했다. 그거에 또 명수가 우하하 하고 웃으니까 진짜 넌 재수가 없는애같다며 또 틱틱댔다.
"그래 나 화났었다!!!너 어쩜 나한테 그러냐?내가 니 종이냐?진짜 기분나빴어, 오늘 나 보조하는 날인줄 알았으면 편히 재워주는게 당연한거 아니야?어쩜 니생각만해 진짜 너 싫어..난 적어도 이런대접받을려고 펫인가 뭔가 그런거 할려던거아니야..너싫어 진짜"
다른이가 그랬다면 명수는 분명 정색을 하고 싫든지말던지 알아서 꺼지라고 욕을 퍼부었을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성열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싫다며 또 눈물이 맺혀선 울기 직전인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저도 모르게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를 쓰다듬자 마자 또 어제일이 생각나 감정에 북받쳤는지 아까 우현과 있을때와는 다르게 들으라는듯이 엉엉 더 크게 우는 성열이다. 엄살쟁이같으니라고, 성열은 왠지 명수의 위로가 필요했던것일까, 심지어는 명수의 허리를 감아 안겼다. 참 성격대로 하는짓도 애같다. 우는 성열을 보곤 명수는 처음엔 당황하다가 왜우냐며 틱틱쏴댔다. 그게 명수의 작은 위로였다.
"그만좀 울어 니 눈이 살아남질 못하겠어"
"밥사줘, 배고파 이제.." 이거봐라?웃겼는지 명수가 또 자지러지듯 웃으면 밥사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성열이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온 성열은 피자를 사준다는 명수의 한마디에 나도 내인생에 있어 김명수에게 얻어먹는 기회가 생겼다며 미친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명수는 괜히 어깨가 머쓱해져 한번 픽 미소를 날리곤 얼른 따라오라며 성열을 끌었다. 그러곤 유명하다는 피자집에 들어갔다. 성열은 또 입이 트였는지 포크를 잡고 마구잡이로 웃으며 얘기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어제 미안하다는겸 고맙다는 인사니까 헛된 의미로 받아들이지마라" "알았어, 나 이미 다풀었어 피자 완전 맛있어!!!" 먹을거로 다되는 애였나, 자신은 이미 풀렸다며 마음껏먹으며 웃는 성열을 보며 참 단세포적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가끔 단세포도 좋을때가 있구나.
"근데 넌 싸가지좀 고쳐라 진짜 누가보면 재수없다해, 니 그 니 보조 성종이한테도 그러지?"
"아니?나 이래뵈도 착해, 너한테만 그러는거야 너한텐 그러고싶거든" "아 그래?됐어 일단 이거 먹고보자 너, 왕싸가지야" 피자가 분명 8조각이였는데 명수가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2조각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누가 다먹었겠는가 지금 앞에서 배불르다며 배를 매만지며 행복한미소를 짓고있는 이성열밖에 더있겠나..고개를 휘저으며 그만가자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일으내켜 달라고 손을 뻗는 성열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손을 뻗어 성열을 일으켜세웠다. 집에 걸어갈때도 배고프다고 노래할땐 언제고 이젠 배불르다고 미치겠다고 옆에서 찡찡댄다.
"어?야 이성열!!!!!!"
누가 부르는거지?성열이 뒤를 돌아보면 잠시 잊고 있었던 남정네 두명, 그니까 장동우, 이호원이 나란히 서서 부르는게 아닌가. 호원이와 동우는 내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저 둘은 고등학교때 수능을 믿고 띵가띵가 놀던 나와는 달리, 코피터지게 공부를 해서 수시로 이 대학교에 들어왔다. 수능을 믿던 나는 수능을 보고 같은 대학교에 원서를 넣었지만 떨어졌다. 그후로 선전포고를 했다. 그 대학교에 수능으로 들어갈때까지 그들과 연락을 끊겠다며 번호도 그둘앞에서 스팸으로 넘겨 보여주었다. 이제 학교에 다닌지 2틀정도 됐는데, 잠시 연락하는걸 잊었다. 성열의 얼굴은 환하게 웃으며 이미 그들에게 달려가 안겨있었다.
"이새끼들아!!!!!나 드디어 합격했어 진짜 죽어라 공부했어..미친"
"연락은 왜안하냐?니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서 불러본건데, 개새끼 축하한다!!!" 호원과 동우가 동시에 성열의 등을 퍽 치면 성열은 아프다면서 활짝 웃고 있다. 그러다가 곧 동우가 명수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벌써 친구가 생겼냐고 물으면 성열은 표정이 또 구겨지면서 그냥 아는사람이라며 명수를 소개했다. 명수는 성열의 표정을 보며 또 자신도 표정을 구기면서 동우와 호원을 향해 입을 연다.
"그냥 아는사람아니고, 김명수입니다"
"아..안녕하세요, 잘생겼다.." 동우가 명수의 얼굴을 보며 입을 떡벌리며 명수를 칭찬했다. 명수는 살짝 웃으며 고맙다며 웃었는데, 또 그거에 홍가서 잘생겼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호원이 제발 정신좀 차리라며 동우의 등뒤에서 동우를 꼬집었다. 아프다구!동우가 소리치면 호원은 입좀 다물고, 라며 턱을 툭 치며 동우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저는 장동우에요, 애는 이호원이구요, 성열이 친구는 곧 우리 친구니까 잘지내봐요!"
동우의 넉살이 명수를 웃게했다. 친구도 꼭 지같은 친구를 만난다고 대뜸 악수부터 청하는 동우에 명수는 가만히 바라보다 악수를 해주면 크하하 웃으면서 호원의 어깨를 치며 너도하라고 지시하면 호원도 곧 살짝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성열은 이게 뭔상황인가 가운데서 뻘쭘하게 바라볼뿐이다.
"내일 한잔하러가자..!오랜만에 만난김에,"
"좋았어..나 내일 진짜 떡될 준비하고 간다?" "명수 너도 올꺼면 와 언제든 환영이야" 동우가 씨익 웃으면서 말하면 성열은 무슨 소리냐고 재가 왜 우리 사이에 끼냐며 소리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알았다며 겨우 성열을 진정시켰다. 둘이 맛있는걸 먹으러간다며 어느새 동우와 호원은 슉 가버렸고, 남은건 명수와 성열이요. 다시 나란히 길을 걸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성열은 피곤이 쏟아져왔는지 방으로 달려가서 침대에 바로 몸을 쓰러뜨린것 같다. 명수는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나와선 성열에게 또 장난으로 뭘 시켜볼까 하며 성열의 방으로 들어서면 가방도 내팽겨치고 쓰러져 자고 있는게 어제 자신때문에 잠을 못잔거같아 미안한마음에 있는힘껏 성열을 들어올려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불을 덮어주곤 성열의 얼굴을 잠시 내다보면, 참 오목조목 한게 귀엽게 생겼다. 한 몇분을 성열의 얼굴에 시선을 꽂은듯 했다. 정신차리자며 머리를 툭치곤 명수가 나와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오늘 하루를 다시 생각해보면 의외로 이성열이 자신에게 안겨서 울었다는거, 남우현한테 안겨 울었던..생각도 하기싫네 제길.
다음날이 또밝았다. 성열은 어제 깊고 편하게 잤는지 기지개를 펴며 피로를 훅 날려버렸다. 거실을 살피면 김명수가 쇼파에 기대어 자고있었다. 명수의 곁에가서 명수를 흔들려고 손을 내밀면서 잠시 시선이 명수의 얼굴로 갔는데. 그래도 새끼, 잘생겼다. 쌍커풀이 짙게 진눈에 코도 높고 얼굴도 작고 이게 사람인가 라고 잠시 생각했다. 그러다가 괜히 재수없다는 느낌에 명수의 어깨를 흔들었다.
"어제 하루종일 여기서 잔거야?"
"그런가봐" "야 날도 꽃샘추위라 추운데 왜 여기서 퍼질러자긴 자!!!" "괜찮아" "어디 아픈건아니지?얼굴이 허예서 병자같아,감기든거 아니야?" 성열이 얼굴을 매만질때마다 명수는 얼굴이 붉어져만 갔다. 아파서 그런게 아니고 이성열의 손길이 낯설어서 인가 귀도 빨개지고 얼굴이 터질것만 같았다. 성열을 그럴떄마다 진짜 어디 아픈게 아닌가 싶어 명수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면 이내 명수가 성열의 손길을 툭 쳐내며 괜찮다며 학교갈 준비나 하라며 투덜댔다. 걱정한번 해줬건만 승질이야 저새끼..오늘은 이론수업이 있는 날이라 어제처럼 일찍 갈 필요가 없었다. 준비를 다하고 나오면 김명수도 준비를 다하고 축 쳐져있다. 정말 어제 이불도없이 쇼파에 기대서 자고 있는게 괜시리 걸렸다. "가자, 계속 그렇게 누워있음 나먼저갈꺼야"
명수가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게 몸에 열이오르는게 눈시야도 뿌옇고 정신이 좀 오락가락하는게 상태가 별로 좋진 않았지만 성열의 뒤를 따라 나섰다. 평소엔 맨날 걸어가던 녀석이 오늘따라 무작위로 택시를 잡아 나를 무작위로 구겨넣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책상에 먼저 엎어졌다. 이성열이 계속 아프냐며 겉옷까지 벗어 덮어줬다. 피곤하다는 식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진짜 안아파?상당히 아파보인단 말이야 얼굴이"
"안아프다니까," "어디 봐봐, 아씨. 봐봐 너 지금 머리 뜨겁잖아!!!!개새끼야 뭘 안아프긴 안아파" "견딜만해 그니까 쫑알쫑알 대지말고 입좀 다물든가 좀 어떻게좀해" 강의가 시작되면 성열은 곧 옆에 있는 명수를 주시했다.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계속 떨고 있었다. 어제 분명히 잘때 이불도 없이 찬바람 맞은게 화근인거 같았다. 가끔씩 아주 조용히 으으..하는 신음도 들려오는듯 했다. 안되겠다 싶어 책상을 퍽 치며 일어났다. 순식간의 시선은 성열에게로 쏠렸다. "김명수, 이 병신아 너 지금 엄청 아프잖아 일어나 가자..!!얼른 일어나"
수업시간에 이게 뭔 상황인가 모두들 물음표를 달고 보면 명수는 끝까지 일어나지않았다. 성열이 쪽팔려서가 아니고 무슨말을 하는지 귀에도 안들릴정도로 열이 솟고 있었다. 결국 성열은 옆에 있는 선배에게 존칭따위 잊은채 명수를 자신의 등에 업혀 달라며 도움을 청한후 명수를 업고선 강의실을 벗어났다. 내일도 생각하지 않은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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