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28 |
[EXO/백도]백현아빠28 w.샐리비
경수는 미칠 지경이였다. 결국, 마지막 날 경수가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진과 유치원에서 마주치는 일.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만나버렸다.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던 아윤이 자신의 품 안에서 벗어나서 아진에게 다가가는 뒷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의도적이지 않게 그녀가 가꾸어놓은 가정을 파탄에 빠트린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결국 모든건 다 나의 등장이였다. 그냥 나는 내 삶에 충실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나를 마구마구 흔들어놓은 변백현. 짜증과 씁쓸함이 경수의 마음속에 공존하면서 경수를 뒤집어놓았다. 결국, 마지막 박스를 든 채 퇴근한 경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이 맨정신으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ㅡ응, 거기로 갈게.
오랜만에 만나자던 준면의 말에 승낙한 경수가 편한 검은색 반바지와 파란색나그랑티를 걸쳤다. 8월 말을 알리는 달력이였지만, 여전히 날은 더웠다. 아마 9월 중순쯤이나 되어야 가을이 되겠지. 복잡한 머리를 붙잡은 경수가 준면이 근무하는 병원 앞으로 갔다. 몇 달에 한번 올까하는 레지던트 준면의 주말 휴가였다.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 운 좋게도 준면이 맡은 환자가 빠른 속도로 회복함을 보이며 오늘 퇴원했기에 준면도 일찍 퇴근할 수가 있었다. 이런 황금같은 휴가를 함께 보낼 사람을 궁리하다가 경수에게 먼저 전화를 한 준면이 뒤에 백팩을 들고는 자신의 병원 앞에 서 있는 경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ㅡ여기 분위기 죽이지?
의사 가운이 아닌 오랜만의 평상복을 입은 준면이 은은한 조명이 펼쳐진 가게로 들어섰다. 그리고 능숙하게 음식 몇 개를 주문한 준면이 약간 충혈된 두 눈으로 씨익 웃어보였다. 변한게 없다. 늘 무심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는 준면은 겉 모습과 다르게 주변사람들을 알뜰하게 챙기는 타입이였다. 그러니 그 시끄러운 비글이라고 소문이 난 박찬열과 김종대 그리고 변백현은 준면에게 무척이나 잘했던 것이였다. 그만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사람을 챙기는준면이였다.
ㅡ야, 도경수. 뭔 걱정있냐? ㅡ어? ㅡ세상은 다 짊어든 표정을 하고 있어. 누가 보면 욕하겠다.
무심하게 경수 앞에 놓인 반찬을 집어든 준면의 말에 경수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또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었나보다. 기분을 풀자고 나온 자리니 즐겁게 행동하자는 경수의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아진과 백현의 번걸아서 경수의 머릿 속을 뒤집어 놓으니 미칠지경이였다. 술이나 마시자며 주문을 하는 준면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경수의 얼굴은 여전히 근심이 가득했다. 곧, 주문했던 초록색 병의 소주가 나오고 잔에 따른 준면이 쿨하게 한잔에 목 너머로 털어넘긴다. 으아, 쓰다써. 혀를 살짝 내밀며 앞에 놓인 국을 마신 준면이였다.
ㅡ나 유치원 그만 뒀어 ㅡ왜? ㅡ그냥. 좀 쉬어볼까 싶어서 ㅡ미친놈. 우리 나이가 몇인데 쉬냐. 경수야, 우리도 서른되는거 금방이다.
하긴 스물여섯이였다. 이제 이십대 중반이 꺾인 우리의 나이. 앞으로의 인생을 중요시 해야하기 위한 그런 단계. 사회에 처음 입단하는 그런 나이. 그리고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평생의 노후를 좌우한다는 것도 경수는 잘 알고 있었다. 당분간은 주말마다 하던 공연으로 살아가야할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크나큰 사회에서 자라는 중이였다. 학생때 처럼 하나만을 보고 달릴 수 있는 나이가 절대 아니였다. 우리는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았고, 그만큼 고려해야 할 행동들도 있었고 그런 행동에 따른 대가도 직접 치뤄야하는 나이였다.
ㅡ변백현때문이지?
다시 한번 술 잔을 부딪힌 준면의 말에 놀란 듯 준면을 쳐다보았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의 준면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준면은 눈치가 참 빨랐던 걸로 기억한다. 단지 티는 내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그게 준면의 깔끔한 성격이였다.
ㅡ병신들아. 김종대랑 박찬열은 몰라도 난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는데 ㅡ... ㅡ고등학교 때 소문 진짜잖아 ㅡ..김준면 ㅡ서로 좋아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모르는 게 멍청한거지
모든 걸 다 안다는 투의 준면을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경수를 보며 준면이 속으로 멍청한 놈들. 이라고 짧게 내뱉었다. 변백현과 도경수. 둘 사이에서 기묘하게 흐르던 그 분위기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일반적인 친구의 표본인 박찬열과 김종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친구 같아보이지만, 그 아슬아슬한 선에서 떨어질듯 말듯하는 듯한 둘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소문이 났을 때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경수를 보며 다른 이들은 사실이 아니기에 무시한다고 생각했지만, 준면의 생각은 달랐다. 진짜니깐. 진짜니깐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거다. 싫다, 좋다가 분명한 경수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더 잘아는 준면이기에 준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도경수가 떠난 직 후, 모든 것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변백현이 어울리지도 않던 공부에 매달리던 것도. 그리고 도경수가 그렇게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대학교의 입시책자가 올려져 있던 변백현의 책상 위를 보며 김준면은 확신했다.
변백현은 도경수를 좋아한다. 도경수도 변백현을 좋아한다. 결국, 서로 좋아한다.
ㅡ너네 둘이 어떻게 헤어진건진 모르겠는데 ㅡ... ㅡ옆에서 보는 나는 좀 그래 ㅡ... ㅡ네가 머뭇거리고 피하려는 이유도 알 것 같기도 해서
멍한 표정으로 준면을 쳐다보는 경수였다. 멍청하긴. 그리고 답답할때마다 한 번씩 피는 담배를 꺼냈다. 곽을 열어보니 돛대였다. 분명 이주전에 샀던 것 같은데. 아, 며칠 전에 과장한테 엄청 깨져서 폈었구나. 결국 하나 남은 담배를 손에 든 준면이 라이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멍한 표정의 경수였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안쓰러운 그 둘이였다. 하지만, 도경수가 변백현의 사정을 좀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는데. 뭐, 변백현이 성격상 먼저 말할 성격도 아닐테고. 그렇다고 자신이 이 둘 사이의 끼는 것도 웃기는 일이였다. 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밤이 되어버린 날씨는 쌀쌀했다.
‘나는 진짜 미친놈이야, 준면아.’ ‘병신아, 그걸 지금 알았냐’ ‘..미쳤다. 진짜’ ‘담배필래? 난 이거 하나 피면 좀 풀리는 기분이던데’
며칠 전에 병원 앞까지 찾아왔던 변백현이였다. 준면에게 자신의 일을 털어놓았기 때문에 백현이 이렇게 준면을 찾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리고, 한달 전 아윤이가 퇴원하고 유치원을 보내고 며칠이 지나고도 변백현은 갑작스럽게 김준면을 찾아왔다. 변백현이 김준면을 찾아와서 하는 말.
‘도경수 옆으로 가고 싶어’
양쪽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백현의 몸이 안쓰러웠다. 그런 백현에게 준면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단순한 열병이 아닌 기나긴 잠복기를 가진 열병이였다. 앞에 있는 변백현과 도경수는 그렇게 기나긴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의사인 준면이 제조해줄 수도 없는 그런 열병. 어쩌면 평생 안고 가야할지도 모르는 그러한 열병.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준면이 담배불을 땅바닥에 던지고 운동화의 발 끝으로 불이 꺼지도록 지졌다. 현실이란 지독히도 아프다. 어른이 되가면서 느낀 거였다. 하지만, 하루 쯤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핸드폰 자판을 몇 번 두드리던 준면이 귓가에 낯익은 컬러링이 울렸다. 기억의 습작. 7년 동안 한번도 변함이 없던 녀석의 컬러링. 그리고 피곤한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변백현. 이라고 말하는 준면의 말에 어 라며 대답해오는 녀석의 목소리가 잠겨있다.
ㅡ도경수 좀 데려가. 많이 취할 것 같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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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 글에 소중한 독자님들의 댓글에 답댓글을 달지 못해 사과드립니다. 그래도 댓글은 하나하나 다 소중하게 읽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댓글을 달지 못한 이유는.......흠...제가 은연중에 자꾸 댓글로 스포를 할 것 같ㅇ..ㅏ..서...흡...ㅠㅇㅠ...
(+ 추천하신 노래 잘들었어요! 아시죠? (찡긋찡긋))
다음편은 백현이의 7년동안의 이야기가 짧게 서술될 예정이에요. 2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시작되는 백현이 시점이자 처음인 변백현외전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럼..저는...영스트리트..보러갈..ㄱ...ㅔ요...여러분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데 모두들 멋지게 물리치시기를 바랄게요!!
늘 감사합니다. 제 맘 아시죠? 하튜하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