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17.
어느 순간부터 다섯이서 밥을 먹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보통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식당으로 냅다 뛰어가곤 했는데 요즘은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되었다. 약속한 것처럼 찬열이, 백현이와 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곧, 앞문이 열리고 종인이와 오세훈이 들어온다. 김종인은 대체 언제 오나 싶어서 목을 빼고 앞문만 바라보고 있다가 마침 들어오는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둘 다 자연스럽게 눈을 휘면서 웃는다. 뒤따라오던 오세훈이 눈인사를 나누는 우리를 보고 인상을 구긴다.
“아니, 이게 누구야? 여신님 납셨네.”
이쪽으로 다가오는 김종인을 보고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옆에서 변백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짱을 떡하니 끼고서 그러는 거다. 그 말에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옆에 있던 변백현의 발을 세게 밟았다. 그랬더니, 아프다고 펄쩍 뛴다. 그러건 말건 신경 쓰지 않으며 김종인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나와 변백현을 번갈아보면서 가만히 눈을 깜빡인다. 그 아이를 자주 보다보니 그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얘넨 대체 뭐하는 거지? 여신? 그게 무슨 소리지? 뭐, 그런 표정이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
“아니, 글쎄 도경수가….”
그 표정에 신이 난 변백현이 내게서 시선을 돌려 김종인을 보고 장황하게 설명을 하려고 준비를 하기에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종인이는 여전히 궁금한 표정으로 변백현을 주목하고 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고 했다. 변백현은 필시 입으로 망할 것이야…. 아, 변백현. 그놈의 입방정을 어떻게 하지? 배가 고파서 머리도 안 굴러간다. 짜증나! 짜증난다고! 그러는 사이 종인이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시선을 돌려 박찬열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 모습에 안심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는 오세훈을 바라보았다. 왜 봤는진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시선이 그쪽으로 갔네.
“…….”
나와 눈이 마주친 오세훈이, 이미 찬열이와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는 김종인을 손가락으로 한번 가리키고,
“쟤.”
또 나를 한번 가리키면서 묻는다.
“여신…?”
여전히 입을 막고 있는 내 손에 의해 발언권이 없는 변백현이 자기 의도를 읽은 오세훈을 바라보며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오세훈이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뭐, 비웃는 것도 아니고 놀리는 것도 아닌 표정이다. 뭐지? 뭐야 대체? 쟨 뭐하는 애야? 의도를 모르겠으니까 더 불안한 거다. 일단,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변백현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다. 시발,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변백현이 입이 틀어 막힌 채 뭐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패스. 넌 그냥 닥치고 있으세요. 그리고, 오세훈. 너. 너는 말이지. 너는….
“야.”
내 부름에 오세훈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한번 으쓱한다. 와, 방금 진짜 재수 없었어. 원래 재수 없었지만.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냥, 종인이를 여신이라고 칭한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왜? 부끄러우니까! 안 돼! 김종인한텐 끝까지 모르게 하고 싶다 이 말이거든.
그래서 힐끔 고개를 돌려 김종인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오세훈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제발 한번 만요. 말하지 말아주세요. 형님. 네? 울상도 지었다고. 내가, 이 도경수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세훈에게! 이게 말이 돼 이게?
그런 내 표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오세훈이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씩 웃는다.
“너 하는 거 봐서.”
아, 시발. 말려들었네. 말려들었어요. 대꾸 없는 나를 보던 오세훈 악마가 종인이의 어깨를 툭 친다. 그래서 얼른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게 다 변백현 때문이야! 망할 변백현. 아오, 씨. 원망스러운 마음에 숨이 막히게끔 변백현의 입을 막고 있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아예 숨 쉬지 말라고 코까지 막는 건 센스지.
“죽어, 죽어! 이 새끼야!”
“아, 슴믁여! 이그 느으르그!”
뭉그러진 발음 때문에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 숨 막혀! 이거 놓으라고! 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에이. 아니어야만해. 맞나? 맞아도 뭐, 별수 없지. 개새끼. 넌 이 자리에서 죽어봐라, 한번. 독한 맘을 먹고 아예 목을 졸라버릴까 하다가 봐준 거다. 이쯤에서 관두는 걸 고맙게 여기란 말이다. 손바닥으로 변백현의 입술을 마구 뭉그러뜨렸다. 내가 흔드는 대로 마구 흔들리던 변백현이 못 참겠는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내 손을 떼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러면서 곧, 손바닥에 느껴지는 축축한….
“야, 이 시발!”
“아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이 더러운 새끼야!”
손바닥에 묻어나오는 변백현의 침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냅다 욕을 내뱉었다. 침이 묻은 손바닥을 허공에 흔들며 인상을 찌푸렸더니, 변백현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 멀뚱히 나를 쳐다보고. 아, 진짜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놈의 여신소릴 괜히 해가지고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말았어….
“욕.”
“…….”
“안 돼.”
종인이가 백현이의 침이 묻은 손을 가지고 가서 제 교복 바지춤에 스윽 닦으며 말한다. 괜히 고마워서 얼른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마구잡이로 내뱉었던 욕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짐짓 엄한 표정으로 주의를 준다. 그래, 네가 싫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는 욕을 하지 않을 거야. 안 할 수 있어. 손바닥에 쓸리는 촉감이 거칠었지만 이내 다 닦았다고 생각했는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오는 부드러운 손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었더니 종인이가 다른 손으로 내 머리를 흩트린다. 더 기분 좋아. 흐흐.
“에효….”
종인이한테 집중하느라 나머지 세 명의 인간들이 우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몰랐다. 이건 진짜다. 깊은 한숨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변백현이 범인이다. 녀석이 기운 빠진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지, 왜?”
찬열이가 그런 백현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으면, 그 옆의 오세훈은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서 우릴 보고 서있다.
“침 더 묻히지 그랬냐.”
“그럼 내 혀는 어떡하고…. 내 혀가 썩잖아. 도경수 손도 안 씻은 것 같던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발끈해서 변백현에게 소리쳤다.
“짜던데? 야, 손 좀 씻고 다녀라. 애가 왜 손을 안 씻고 다녀.”
“나 손 씻고 왔거든?”
자꾸 발끈하는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종인이가 막 웃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 어깨위로 손을 올리며 나를 끌어당긴다. 본의 아니게 김종인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아직은 이런 스킨십이 나를 얼게 만든다. 변백현에게 대꾸하던 것도 잊고 잔뜩 굳어서 멀뚱히 눈만 깜빡였다.
얜 뭐 이렇게 간지럽고 그렇지? 이제 애들 앞에서 안 숨겨도 된다 이건가? 부끄럽게 진짜….
“아오, 저 도덕후 팔불출 새끼 못 봐주겠네 진짜.”
보다 못한 오세훈이 김종인 무릎을 발로 툭 차면서 몸서리를 친다. 종인이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그래서 나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오세훈이 타겟을 변백현으로 돌린다.
“넌 이제 다 풀렸냐? 사내새끼가 쪼잔 하게. 쯧쯧.”
“닥쳐, 미친놈아.”
“대인배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한다.”
“지랄 마. 쫌.”
티격태격하는 둘을 보다가 여전히 내 어깨를 감싸고 있는 종인이의 손을 바라보았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냥, 좋다.
아, 좋다.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찬열이가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변백현과 오세훈을 이끌며 말했다.
一
“오늘은 혼자 집에 가야겠다.”
“왜?”
“학원도 가야되고.”
“응, 알지. 오늘 학원가는 날이잖아.”
“근데, 학원 마치고 만날 사람이 있어.”
“누구?”
남아서 자습을 할까 하다가 김종인을 따라 나섰다. 학원가는 날인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 길로 독서실로 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각자 공부를 하다가 같이 집에 오면 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약속이 있다고 말한다. 집에 가는 거야 혼자서도 할 수 있다지만 도대체 누구를 만나기에 그러는 건지 궁금해서 물었다. 이제는 이런 거 물어봐도 되는 사이니까. 그 애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고 싶었다.
“누구 만나는데?”
잡은 손을 마구 흔들며 물었다. 종인이가 잠시 뜸을 들인다.
“궁금해?”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씩 웃는다.
“과외 했던 형 만나러 가.”
“과외?”
“응.”
“너 과외도 했었어?”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이는 말이, 수학 과외를 받다가 형의 사정으로 그만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학원을 다니는 거라고 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마냥 신기해서 눈을 깜빡였다. 아, 그렇구나. 종인이가 과외를 했었구나.
“아무튼, 오랜만에 형 만나기로 해서 오늘은 같이 못 가겠다. 미안.”
“아냐, 괜찮아.”
“나중에.”
“응?”
“너도 소개해줄게.”
“…나를?”
의아한 눈으로 종인이를 바라보았다. 왜 굳이 나를? 아니, 난 그렇다 치고 그 형한텐 어떻게 소개할건데?
“되게 좋은 형이야. 너도 보면 좋아할걸?”
대답은 않고 빙그레 웃으며 그 말만 하기에 딱히 대꾸할 말도 없어서 그냥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벌써 독서실 앞이다. 아, 떨어지기 싫은데. 건물의 입구에 서서 종인이를 올려다보았다. 아쉽다. 집이 가까우니 밤에라도 잠시 얼굴을 보면 된다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다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을 삐죽이며 서 있었나보다. 종인이가 아프지 않게 내 입술을 잡아 흔든다.
“혼자서 집 잘 찾아갈 수 있지?”
“당연하지! 내가 나이가 몇인데….”
“공부 열심히 하고.”
“응, 걱정하지 마.”
“수학 싫다고 안 하면 안 돼. 내가 나중에 검사할거야.”
수학이란 단어에 움찔 한건 비밀이다. 그래도 종인이 덕분에 요즘엔 수학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과목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너도 공부 열심히 해.”
“응.”
“내 생각하지 말고.”
장난스럽게 그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종인이가 나를 내려다본다.
“하지 마?”
“…….”
“진짜, 하지 마?”
그래서 얼른 고개를 냅다 저었다. 당연히 농담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어…. 그랬더니 종인이가 웃으면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시선을 살핀다. 나도 같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안타깝게도 사람이 너무 많다. 에이, 아쉽다.
“뽀뽀는 나중에 밤에 하자.”
“안 할 건데?”
“진짜?”
“아니, 가짜.”
잡고 있는 손을 놓기가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이 놓았다. 수업 시간이 다 되었다며 가야겠다는 종인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인사를 하니 그 아이도 따라서 손을 흔든다.
아, 빨리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一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더니 좀이 쑤셔서 못 견디고 결국 집에 와버렸다. 나도 참 문제야. 어차피 종인이도 학원 마치고 약속이 있다고 했으니 같이 못 올게 뻔하니까 버티고 앉아있을 힘도 없고. 그나마 다행인건 나름대로 공부를 하긴 했다는 거다. 이른 시간도 아닌데 언제나처럼 집엔 나 혼자뿐이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게 익숙한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집에 이렇게 혼자 있는 것도 오랜만이라서. 거의 매일 종인이네로 출근도장을 찍곤 했는데. 거기 앉아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뽀뽀도 하고.
혼자 있으려니까 괜히 심심하다. 교복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걸치듯 앉아서 책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의자에 걸어둔 가방이 아무렇게나 늘어져있다. 멍하니 그걸 보다가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간지러워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생각 좀 하느라.
공부도 공부지만 김종인도 김종인이라. 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내가 진짜 종인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마냥 좋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오늘처럼 어느새 그 애에게 익숙해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원래 혼자서도 알아서 잘 지내왔는데, 요즘은 온통 그 애에게 빠져있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가만히 방에 앉아있는 것도 이상하게 느낀다. 이거야 말로 이상한 게 아닌가. 나뿐만아니라 종인이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또 싫어. 나를 좋아하는 걸 가지고 고민하는 건 싫단 말이지. 생각이 길어질수록 머리만 아프다.
박찬열이 나더러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 하라고 했었지. 이래서 병신이라고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에이 모르겠다.
침대위로 풀썩 누워버렸다. 등 뒤로 닿아오는 푹신푹신한 촉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래, 찬열이 말대로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해야겠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 애에게 휩쓸리지 않으려면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되는 거라고. 게다가, 따지고 보면 나 혼자 그런 것도 아니고 종인이도 나한테 휩쓸리고 있는 건데. 솔직히 그 애가 더 손해를 보면 봤지, 나보다 덜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미안해졌다. 물론 종인이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안. 나는 참 이기적인 가봐.
감은 두 눈 위로 종인이의 얼굴이 그려진다. 버릇처럼 손가락을 입에다 대고 있는 모습도 생각나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눈을 동그랗게 굴리는 모습도. 나를 향해 활짝 웃는 모습도 생각난다. 매번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진짜 잘생겼어. 그 얼굴이라면. 아니, 김종인이라면 그냥 다 좋은데 사실은 웃는 모습이 제일 좋다. 매일 웃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생각만 해도 좋아서 웃음 지을 걸 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했나 싶다. 나 바본가? 바보 맞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번쩍 눈을 떴다.
“아!”
좋은 생각이 났다.
一
“이게 누구야? 우리 경수 아니야!”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마침 집을 나서던 혜인누나와 마주쳤다. 누나가 날 보자마자 반갑다며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꽤 오랜만인 것 같은데 누나의 격한 인사 방식은 여전했다. 집을 나서다말고 나를 만난 탓에 누나가 다시 문을 열며 집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근데 김종인은 없는데? 오늘은 늦게 온다고 했어.”
“네, 알아요.”
“기다리려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인데 누나가 그것도 귀엽다고 내 볼을 마구 문질러. 아마, 종인이가 있었다면 인상을 팍 쓰고 탐탁지 않아 했을 텐데. 없는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방 안에 숨어있는 날 보면 김종인이 얼마나 깜짝 놀랄까? 아, 생각만 해도 즐겁다. 흐흐.
“근데, 누나 나가시던 길 아니에요?”
소파에 앉으며 누나가 내미는 주스 한잔을 받아들며 물었다. 누나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 하러 가는 길이었어.”
“아….”
“안 가도 돼, 돈 주고 살찌우는 격이지 뭐…. 그나저나 경수 왜 이렇게 오랜만이지? 그동안 뭐했어! 누나 안 보고 싶었냐.”
“…네?”
“김종인이랑 바꿔서 니가 여기서 살아라, 응?”
그 말에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
오늘은 분량 꽤 길지 않나요?!!
나름 신경썼는데 못 느끼셨다면 저는 슬픕니다...TT
주말에 못 올거 같아서 지금 올려놔여..
사실은 뒤에 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흐헣...
담주 중에 만나요~!
여러분 태풍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