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 K
- 코로나 아스트레일스, 의무실
".. 그렇게 계속 보고 있을겁니까, 다들?"
한솔의 팔목을 잡고, 이제 약만 주사하면 되는 승관이 자신이 약을 맞는것 마냥 잔뜩 긴장감에 휩싸여 두 손까지 꼭 쥐고있는 순영과, 덤덤한 듯 보이면서도 침만 꼴깍 삼키고 있는 승철, 언제 왔는지 조용히 그 둘의 뒤에 머리만 빼꼼 내밀고 지켜보고 있는 지훈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한솔의 옆에 누워있는 민규는 축 늘어져 잠만 쿨쿨, 도대체 수면제를 얼마나 먹인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잠깐만."
승관이 한숨을 한번 쉬곤 투여를 하려 하자, 승철이 다가와 승관의 손을 잡는다.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던 승철이 결국 승관의 손에서 약물을 빼앗아 든다. 영문을 모르는 승관과 아무 말 없이 그런 형을 보고 있는 한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승관이 보스를 쳐다보니 약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너, 이거 하지 마."
".. 형."
"죽을 수도 있어, 난 네가 죽는거 원한 적도 없고."
"..."
"형이 도와줄게, 그러니까 이런 건 앞으로 하지 말자. 응?"
"..."
한솔이 형의 뜻을 알았는지 아무 말이 없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생각이 많을 듯한 두 형제를 병실에 두고 나온 승관이,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털썩 주저 앉았다. 당황한 순영과 지훈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모든걸 해탈한 표정으로 승관이 중얼거린다.
"..그거, 진짜 만들기 힘든건데..."
"..."
"보스가 버렸습니다.."
"...힘내."
우울에 가득찬 승관을 달래주기 위해 순영이 본부 식당으로 내려왔다. 밥이라도 맛있게 먹으라며 순영이 오랜만에 지갑을 열었다. 순영은 사실 승관만 사주려고 한거였는데, 얼떨결에 따라온 지훈까지 사주게 되었다. 지훈은 그저 방실방실 웃고 있는 중. 뭐가 그리 좋아서 실실 쪼개고있냐고 순영이 물으니 당당하게 말한다. 니가 사준다며, 내 키보드.
".. 아."
잠시 잊고 있었던 CB 교란 작전의 보상, H의 키보드. 순간 입맛이 뚝 떨어진 순영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거 얼만데? 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지훈이 해맑게 대답한다.
"120!"
"컥."
"..."
묵묵히 밥을 먹던 승관이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더럽게 밥을 뱉었다. 에이씨, 진짜. 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승관에게 휴지를 턱 건넸다. 순영은 아무 말이 없다. 지금 자신이 들은게 차라리 120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까쓰로 정신을 차린 순영이 그, 그렇구나. 하며 숟가락을 든다. 그럼, 내가 생각 좀 해볼게.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밥을 한숟갈 뜬 순영은 또 한번 숟가락을 놓친다.
"이미 주문 했는데?"
".. 뭐?"
"니 통장으로 나갔을걸, 아까 보스한테 물어봤거든."
"커헉."
순영은 아무 말이 없다. 지금 순영은 진심으로 식탁을 뒤엎고 제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준 보스한테 깽판을 칠까 생각중이다.
- 코로나 보리얼리스, 본부
현재 코로나 보리얼리스는 살얼음판이다. 해외에 있다 입국한 조슈아가 자신이 공석인 사이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전해들었기 때문. 고위 요원 모두가 모인 자리의 긴장감에 N은 죽을 맛이다. 좋지 않아보이는 조슈아의 표정에 오늘도 깨지겠구나, 생각한 N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까지도 비어있는 버논의 자리에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렇게까지 늦을리가 없는데.
"..버논은."
"..."
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양, 흠칫 놀란 N이 조슈아를 쳐다보자 그가 버논의 행방을 묻는다. 어…, 잠시 나갔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N이 말하자 J가 아무 말이 없다. 그러자 D가 입을 연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팀을 떠났습니다."
"..."
"위치통신도, 끊겼고요."
"..어디로."
"그의 형이 있는 곳으로 갔겠죠."
"..."
영문을 모르겠는 둘의 말에 N은 물음표만 잔뜩 띄우고 있는 중이다. 왠지 더이상 물어보면 안될것만 같아 N이 꼬리를 내린다. 가볍지만은 않은 둘의 대화에 흘깃 쳐다본 원우의 표정도 멍청하긴 마찬가지. 왠지 원우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하고, 모르는 게 약일 것 같아 관여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제 유일한 메딕팀 동료의 배신에 쉽게 관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워 애꿎은 손만 만지작거린다. 그의 형이라니, 오래 전 잃어버렸다던 형을 찾은걸까?
"..Z 약은 무슨 일이야."
"..아, 그건-"
"약이 바뀐것 뿐입니다."
"뿐?"
"네."
"CA 요원이 우리 본부로 침투했어. 그런데도 고작 '뿐'이라고 끝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
"이건 심각한거야. 금방 또 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쟁, 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뭐?"
"보스는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전쟁."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W."
"아, 아직 충격이 커서 그런겁니다. 죄송합니다!"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듯한 원우와 보스의 언쟁에 여주가 급하게 원우를 제지시켰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여주는 미칠 맛이다. 묘하게 자신을 빼고 흘러가는 상황에 느껴지는 소외감과, 오래 전부터 '조슈아의 개'로 불려오던 원우의 다른 모습, 훅훅 치고 들어오는 일들에 머리가 아파온다. 겨우 원우를 말린 N이 입술을 꾹 깨문다.
"..일단,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
"..."
"슬럼가 일은, 또 어떻게 된 일이야."
보스에게 브리핑을 하던 D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겨 무척 짜증이 났지만, 보스의 앞이기 때문인지 겨우 참아내는 표정을 보며 N은 괜히 눈치를 보았다. 또 한번 시작된 CA의 어이없는 장난, 그 상대가 코로나 아스트레일스이기 때문인건지, 슬럼가 사건을 듣는 조슈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그 어느때보다 무겁고 낯선 회의 분위기에 N은 죽을 맛이다.
"... 준비해야될 때야."
"..."
"오늘부터, 전쟁 준비를 시작한다."
".. J."
"이의 있는 사람은 지금 나가. 함께 가지 않을테니까."
조슈아의 말은 원우를 향한 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원우에게 쏠렸다. 변하지 않는 그의 표정,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한 그가 입을 열었다.
"해야죠."
"..."
"나는, 조슈아의 개 아닙니까."
원우가 입꼬리를 당겨 억지로 웃고는, 말없이 조슈아를 바라보다 그대로 회의실을 나갔다. 이례적인 반응에 모두가 당황했고, 조슈아의 표정 또한 좋지않다. 또 한번 수습을 하는건 여주의 몫. 죄,죄송합니다.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살얼음판 같던 회의가 끝나고, 도겸은 버논의 문제로 보스와 상의하기 위해 회의실에 남았고, 여주만 기가 다 빨린채로 방을 나왔다. 묘하게 흘러가는 상황, 자신은 분명 코로나 보리얼리스 소속인데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 무언가 답답하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어낸 N이 제 방에 콕 박혀있을 심산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아마 J는 아스트레일스와의 전쟁을 위해 당분간 바쁠 것이다.
"...버논."
버논이 팀을 떠났다. 이제 CB 메딕팀에 남은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여주가 한참을 제 방 벽에 기대 버논의 이름을 곱씹었다. 여주의 예상으로, 아마 버논은 자신의 형을 찾은게 분명하다. 자신의 진실된 삶은 찾은 버논이 조금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부러워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 나는-"
여주가 텅 빈 허공에 말을 띄웠다. 나는, 진실된 삶 같은건 없는 사람이잖아.
- 코로나 아스트레일스, 의무실
"..."
한솔이 허공을 응시했다. 결국 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쩌면, 제 형이 지우는 것을 막은 것이 득이 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승관이 말하길 제 기억이 지금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지워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했고, 지워진다고 하더라도 그 섭리를 거스른 후폭풍은 그리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한솔이 가슴이 답답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건가 싶어 한참을 멍하니 생각한다. 애초에 자신이 슬럼가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조슈아도 만나지 않았을까 싶어.
"...컥-"
한솔이 제 침대 옆자리 환자의 피 토하는 소리에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잊고 있었겠지만 CB 내 한솔의 보직은 메딕팀. 한솔도 의사다. 놀란 마음에 얼른 커튼을 젖혔다.
"으억.."
눈도 못 뜨고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거리고 있는 남자,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한솔의 동공이 심하게 떨린다. 자신이 환자를 담당했던 기억은 까마득하다. 보리얼리스 내에서도 환자가 크게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은 약물만 제조 했었지, 환자를 대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당황스러운 한솔이 손을 허공에 내저으며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은 병실을 뛰쳐나왔다. 못 볼것이라도 본 듯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겨우 병실을 빠져나와 크게 숨을 내쉰 한솔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에 헛웃음을 내뱉는다.
"... 의사긴, 의사네."
"..환자 하나도 못 구하는… 껍데기만, 의사."
잠시 표정이 텅 비어버렸던 한솔이 정신을 차리곤 아까 자신이 방문했던 승관의 방을 찾는다.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 않는 손에 분한 한솔이 주먹을 세게 쥐었다. 숨이 넘어갈듯한 환자들만 보면 제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뭐, 뭐요?!"
"..."
"아, 그럼 응급처치라도 했었어야지!"
급하게 뛰어온 한솔의 말을 들은 승관이 빠르게 약물을 챙겼다. 함께 앉아있던 여우같이 생긴 남자 또한 승관의 뒤를 따랐다. 물론, 따라가기 전에 너도 따라오라며 한솔의 손목을 잡아채는 것도 잊지 않고.
"어이, 김민규씨. 나 보입니까?"
"..으-"
"안 죽습니다, 걱정 마세요."
"민규야, 죽지마!"
"아, 안 죽는다고!"
순영의 등짝을 한 대 때린 승관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는 민규를 잡고 약을 투여했다. 약간의 진정제, 슬럼가인들이 얼마나 독한 약을 먹인건지 후유증이 심상치않다. 민규야, 죽지마- 하며 순영은 옆에서 징징 거리는 중. 그마저도 한솔에게는 빨리 뒤지라며 소원을 빌고 있는 것 같아보여 웃길 뿐이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한솔이 몰래 병실을 빠져나왔다. 코로나 보리얼리스에서, 자신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약을, 칼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한솔이 곰곰히 생각하며 입술을 곱씹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부상자를 대했던 것은 카타스트로피 대전쟁, 그가 이제 막 어린아이 티를 벗었을 때였다. 그마저도 서툴러 여주에게 된통 혼이 났었던 그 때.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때도 한솔은 지금처럼 손이 덜덜 떨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결국은 텐트에 틀어박혀 울면서 약을 제조했던 기억이 난다. 한솔이 자신도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짓는다. 이게 무슨, 의사야.
"..뭐합니까?"
".. 아."
트레이에 한껏 쌓여있는 붕대와 빈 주사기를 들고 나온 승관이 가만히 벽에 기대 서있는 한솔에게 물었다. 한솔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눈치왕 승관이 빤히 그를 쳐다보더니, 그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무슨 일, 생겼습니까?"
"..."
"딱 봐도 표정이 안 좋은게, 혹시 변비라도 걸리셨…"
".. 나."
"..."
"정말, 의사가 맞긴 한걸까요."
"!"
뜻밖에 나온 한솔의 말에 승관이 잠시 멈칫했다. 빠르게 굴러가는 B의 머리. 아까 꽤 정신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와 환자가 깨어났다고 말하던 순간, 조금은 울먹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무서움에 떨고 있는 듯한 표정. 직감으로 캐치한 승관이 잠시 말이 없다 씩 웃으며 한솔을 바라봤다.
"그럼, 의사지."
"..."
"직접적으로 생명을 살린다고 해서, 그것만 다 의사인줄 아십니까."
"..."
"그 쪽처럼 간접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사람도,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요."
"..."
"그런 사람들은, 의사 아니겠습니까. 그 쪽, 약을 직접 만들잖아요."
"..."
"꽤 CB에서 실력있던 메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쪽이 만든 약이 그렇게 효과가 좋다고."
"..."
"충분합니다, 그 쪽. 의사 맞아요."
묵묵히 승관의 말을 듣던 한솔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름대로 지금까지 메딕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고민을 한두번 해본게 아닌 것 같아 승관은 마음이 쓰인다. 퉁명스레 뭘 그런걸 가지고 우냐며 한솔에게 휴지를 쥐어주긴 했지만, 승관도 처음부터 붉은 피와 징그러운 상처들에 익숙했던것은 아니다. 제가 메딕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토한적은 꼽을 수도 없이 많다. 승관은 이런 모든 일들을 한솔에게 말해주며 한솔의 기분을 풀기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아시겠습니까? 맨날 토해서 보스한테 맞은 적도 많아요."
"... 그런 것들, 저도 볼 수는 있습니다."
"..."
"근데, 내가 직접 치료하는 건, 할 수가 없었어요."
"..."
"혹시나, 잘못될까봐-"
".. 잘못될까봐 겁이 나서 치료를 안하면."
"..."
"그 사람은 누가 살려줍니까."
"..."
"겁이 나서, 생명 하나 버릴겁니까?"
"..."
"그 쪽은 그러니까, 치료 안 해도 괜찮아요."
"..."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효과 쩌는 약만 만들어주면, 나한테는 엄청 고마운 일이라는겁니다."
"..."
"알겠습니까?"
"..."
"어허, 대답. 여기서는 내가 이제부터 선배입니다."
"... 네."
CA 메딕들의 심도 깊은 대화가 끝났다. 아마 한솔이 코로나 아스트레일스에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도 승관과의 대화부터였을것. 꽤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가 CA에 발을 들인 지.
" 활기찬 11월입니다~ CA 여러분~! "
"아이씨, 밥 먹다가 깜짝 놀랬네."
"...."
"왜저러냐, 진짜."
"..."
"미안."
승관의 깜찍발랄한 등장에 모두가 정색을 하며 숟가락을 놓자 승관이 언짢은 표정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밥 먹는데 죄송합니다만, 드디어 우리 계획이 잡혔지말입니다~.
"..뭐어?"
"이름하야, 코로나 보리얼리스 빵야빵야-."
"그냥 무시해."
"네, 그럴려고요."
"어떻게 B는 몇달이 지나도 변한게 없습니까?"
차례대로 Z,V,K의 대화. 순식간에 연달아 삼연타를 맞은 승관이 표정을 구겼다. 아, 꼬우면 니들이 비서 하든가~! CA의 메딕이자 보스의 비서직까지 맡고 있는 승관이 숟가락을 들고 마이크를 잡은 척 했다. 자, 그래서 일단 밥 먹는데 죄송하지만 브리핑 시작합니다.
"우선, 우리의 공습은 12월!"
"한 달 남았네?"
"한 달이지만, 우리 그동안 준비한거 많지않습니까."
"그렇지. 보스 때문에 갈궈진것만 생각하면.."
순영이 한숨을 내쉬곤 밥을 퍼먹었다. 근 몇달 동안 CB 공습을 위해 순영은 이리저리 굴려지고 차이기 일쑤였다. 보스의 특별관리로 인해. 덩달아 함께 갈궈진 민규 또한 치를 떤다. 요즘 갑자기 왜 훈련이 빡세졌나 싶었는데, 전쟁 때문이었다니 민규는 죽을 맛이다.
"근데, 겨울인데 괜찮겠습니까?"
"그게 좀 걸리긴한데, 그래서 아마 메딕팀에서 일시적으로 체온을 올려주는 약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약 제조를 맡은 한솔의 표정이 굳어진다. ..언제까지요?
"오늘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
한솔이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저 먼저 가볼게요.
"아, 아 잠깐만. 이건 다 듣고가셔야 합니다."
"..쓸데없이 발랄해서 더 빡쳐.."
"아마 오늘부터 훈련은 더 빡세질 예정이고, 이번엔 연합군의 유무가 확실치않기 때문에 준비를 더 단단히 하셔야할겁니다."
"... 연합군? 왜?"
"보스 말로는 연합군들과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있대요. 일방적인 그 쪽들의 연락두절?"
"... 에."
"그래서 지난 4월 1일보다 더 빡세게 훈련이 돌아갈 예정이랍니다. 그러니까 밥 든든히 드세요. 특히 스나이퍼."
".. 밥이 들어가겠냐고.."
"근데, H는 어디갔습니까?"
"잠시 나갔던데. 방에도 없고."
"그래요? 그럼 H는 돌아오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밥 드시고 다들 회의실로 모여주세요."
깔끔하게 브리핑을 마친 승관이 뿌듯한지 숟가락을 내려놓고 모두에게 윙크를 날린채 홀연히 사라진다. 순영이 숟가락을 들고 승관의 머리에 조준할까 생각하지만 민규가 막는다. 참으세요, 언젠간 저 머리를 우리 손으로 때릴 날이 올겁니다.
"..."
드디어 CA와 CB의 다시한번 시작될 대전쟁의 날짜가 결정되었다. 이제 남은 건 철저한 훈련과 준비 뿐. 전쟁에서 패할시 남는 건 죽음 뿐이기 때문에 그들의 각오는 더욱 더 날이 선다. 전쟁준비가 시작되어서인지, 승관이 가고 난 후 말없이 밥을 먹던 그들이 동시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얘들아."
"네."
".. 훈련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