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 O
opportunity : 기회
" 너, 못보던 얼굴이야."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던, 갈색 머리칼을 가지고 있던 새까만 눈동자의 아이는 나에게 씩 웃어주었다. 슬럼가에 발을 들이고 난 후 처음으로 받아보았던 호의의 웃음은 나를 홀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아이가 건네준 담요를, 차가운 손으로 끌어당겼다. 다 갈라진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곤 내게 묻는다. 너, 지금 거기서 자겠다는거야?
"..."
"진심이야?"
눈을 크게 뜨곤 기가 차다는 듯 웃은 갈색 머리칼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너 여기서 자면 얼어 죽어."
비틀비틀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것만 같아 얼른 쫓아들어간 그 곳은, 훗날 우리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장소가 된다. 갈색 머리칼이 살고 있던 곳은 작은 텐트 안. 너무 낡아 텐트 천장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있었지만, 그 구멍들은 밤이 되면 별들을 비추며 우리에게 멋진 밤하늘을 선사했다. 낡은 구멍들은 밤에는 별이 되었고, 아침은 우리를 깨우는 햇빛이 되었다 .가진게 없어도, 잠자리가 불편해도 둘만 있으면 남부러울게 없던 세상.
그 작은 텐트 안에 모여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옛날 얘기들을 들려주었던 조슈아는, 나의 친구이자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알려주던 스승이었다.
"넌 왜 슬럼가에 온거야?"
조슈아를 만나고 어느덧 계절이 열 번은 넘게 바뀌었을 때, 훌쩍 커버린 우리 둘이 더이상 텐트에서 생활 할 수 없어 새로 생활할 곳을 찾으러 나갔던 그 밤에, 넌지시 물어보았던 말. 조슈아는 한참을 생각하다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던 별들의 밑에서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난 이 곳에서 태어났어."
"... 아."
"자라면서 생각했지, 이 곳에선 아무도 살 수 없다고."
"자라면서 생각했지, 이 곳에선 아무도 살 수 없다고."
"..."
"새로운 세상을, 만들거야."
".. 새로운 세상?"
"이 곳처럼 병들고 가난한 세상이 아니라."
"..."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을 만들거야."
"..."
"모두에게 평등한 곳을 말이야."
".. 새로운 세상?"
"이 곳처럼 병들고 가난한 세상이 아니라."
"..."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을 만들거야."
"..."
"모두에게 평등한 곳을 말이야."
눈을 반짝이며, 그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보이겠다고 말하던 조슈아는 참 멋져보였다. 나도 저런 꿈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조슈아는 말없이 길을 걷다 씩 웃으며 내게 물었다.
"에스쿱스."
"..."
"..."
"너도, 함께 하지 않을래?"
"..."
"우리 둘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거야."
"..."
"우리 둘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거야."
조슈아가 기분이 좋을 때면 나에게 부르던 애칭, 에스쿱스. 너도 함께 하지 않을래? 조슈아의 조심스러운 한 마디에 무언가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슬픔 없이 살아갈 수 있어? 네가 만들려고 하는 곳은, 돈이 없어도 충분히 풍족한 세상이야? 네가 만들 그 곳은,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아니, 그 곳은 절대 그럴 수 없어.
조슈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이미 2세계에서 사탕 발린 말들로 충분히 데인지 오래. 가난 때문에 나는 내쫓기듯 이 곳에 왔어. 아무리 돈이 많고 다수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2세계도,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어. 아무리 조슈아 네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 해도, 그 곳은 언젠가 다시 어둠에 빠져 지금의 2세계처럼 되어버릴게 분명해. 세상은 그런 곳인걸. 모두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어. 돈이 없어도,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돈이 없어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는건 맞는데, 우리 엄마는 돈 때문에 나를 이 곳에 두고 갔는 걸.
조슈아는 아직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조슈아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는 정말 이상적일 뿐이라고, 현실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집을 찾고, 그 날 이후 조슈아는 정말로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언제나 바빴다. 아침 일찍 나가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들어오곤 했다. 그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속에 작은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만약 정말 조슈아가,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낸다면….
따라가도 되는 걸까? 조슈아가 만들고 있는 그 길을?
며칠 뒤, 조슈아가 외출을 하고 홀로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곳, 조금만 더 들어가면 그 곳엔 어두운 곳과는 대비되는 초록빛의 숲이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몸을 휘어감을 것 같은 환상에 눈을 감아본다. 바람이 몸을 스쳐지나 내 머리칼을 흔들고 간다. 고요한 적막 끝에 다시 눈을 뜬다. 그래, 세상에 영원한 어둠은 없는거다.
밤에 조슈아가 돌아오면, 네가 만들고자 하는 그 세상, 함께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려 했다.
"근데 너, 오지 않았어."
"..."
"오지 않았잖아, 조슈아."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이 없던 조슈아가 승철을 보고 한숨을 한번 크게 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머리가 아파온 탓에 조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널 기다려 줄 수 없었어. 너무 늦었었으니까. 그가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
"..."
"오지 않았잖아, 조슈아."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이 없던 조슈아가 승철을 보고 한숨을 한번 크게 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머리가 아파온 탓에 조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널 기다려 줄 수 없었어. 너무 늦었었으니까. 그가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
"너무 늦었었어."
"..."
"난 이미 그 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넌 내가 나갈때까지 내게 뜻을 전하지 않았어."
".. 간다고, 말은 해줄 수 있었던거잖아."
"..."
"그게 그렇게 힘들었어?"
"..."
"이제 이 곳을 떠난다고, 그러니까 너도 네가 먹고 살 궁리를 하라고, 말은 할 수 있었던거잖아."
"..."
"네가 떠나고, 난 몇 달을 널 찾아다녔어."
"..."
"돌아오지 않는 넌 매일 내 꿈에 나왔고."
"..."
"난 그런 네가 혹여 사고라도 당했을까 매일 슬럼가 주변을 밤낮으로 돌아다녔어."
"..."
"근데 넌!"
"..."
"넌, 잘 살고 있었잖아."
"..."
"난 이미 그 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넌 내가 나갈때까지 내게 뜻을 전하지 않았어."
".. 간다고, 말은 해줄 수 있었던거잖아."
"..."
"그게 그렇게 힘들었어?"
"..."
"이제 이 곳을 떠난다고, 그러니까 너도 네가 먹고 살 궁리를 하라고, 말은 할 수 있었던거잖아."
"..."
"네가 떠나고, 난 몇 달을 널 찾아다녔어."
"..."
"돌아오지 않는 넌 매일 내 꿈에 나왔고."
"..."
"난 그런 네가 혹여 사고라도 당했을까 매일 슬럼가 주변을 밤낮으로 돌아다녔어."
"..."
"근데 넌!"
"..."
"넌, 잘 살고 있었잖아."
승철이 지난 몇 년간 자신이 슬럼가를 떠나기 전, 미친듯이 조슈아를 찾아다녔던 그 순간들을 생각하며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친구, 어쩌면 그 이상으로 서로에게 다가왔던 그들은 작은 오해로 여기까지 와버렸다. 승철은 조슈아를 자신의 부모만큼 생각했다. 죽어가던 자신을 살려준 유일한 사람, 지쳐 쓰러졌던 그의 손을 잡고 이끌어준 사람.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 같던 그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 유일했던 동료 조슈아는 아무 말이 없다.
"..내가, 다 잘못한거야. 에스쿱스?"
"..."
"..."
똑같이 눈물 젖은 눈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애칭을 부르며 묻는 그의 목소리 또한 젖어있었다.
"슬럼가를 떠나기 며칠 전, 슬럼가에 살고 있던 놈들에게 네 얘기를 들었어."
"..."
"네가, 나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 한다고."
"..."
"네가, 나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 한다고."
"야, 너 조슈아 맞지?"
"?"
"잘 만났다, 내가 방금 무슨 얘기를 듣고 왔는지 알아?"
"너, 누군데?"
"아, 내가 누군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
"너랑 맨날 다니는 걔, 걔 말이야."
".. 최승철?"
"그래, 걔! 걔가 요즘 애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
"..."
"네가, 무언갈 준비하고 있다며?"
"!"
"꽤 중요한 일인 것 같던데."
"그걸 네가 어떻게…"
"그걸 최승철, 걔가 우리 사이에서 다 얘기하고 다니나봐."
"뭐?"
"이미 애들은 다 알아!"
"..."
"네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며?"
"잘 만났다, 내가 방금 무슨 얘기를 듣고 왔는지 알아?"
"너, 누군데?"
"아, 내가 누군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
"너랑 맨날 다니는 걔, 걔 말이야."
".. 최승철?"
"그래, 걔! 걔가 요즘 애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
"..."
"네가, 무언갈 준비하고 있다며?"
"!"
"꽤 중요한 일인 것 같던데."
"그걸 네가 어떻게…"
"그걸 최승철, 걔가 우리 사이에서 다 얘기하고 다니나봐."
"뭐?"
"이미 애들은 다 알아!"
"..."
"네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며?"
조슈아의 이야기를 들은 승철의 표정은 빠르게 굳었다. 인상을 찌푸리곤 조슈아가 하는 말을 말없이 들은 승철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뱉어냈다.
조슈아의 이야기를 들은 승철의 표정은 빠르게 굳었다. 인상을 찌푸리곤 조슈아가 하는 말을 말없이 들은 승철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뱉어냈다.
"내가, 그랬다고."
".. 처음엔 믿지 않았어. 근데…"
"..."
"내 계획에 대해 말해준 건 오직 너 뿐이었어."
"..."
".. 너에게 묻고 싶었는데, 이미 계획이 다 알려진 이상 더이상 그 곳에 남아있을 순 없었어."
"..."
"..진심, 이었어?"
".. 처음엔 믿지 않았어. 근데…"
"..."
"내 계획에 대해 말해준 건 오직 너 뿐이었어."
"..."
".. 너에게 묻고 싶었는데, 이미 계획이 다 알려진 이상 더이상 그 곳에 남아있을 순 없었어."
"..."
"..진심, 이었어?"
진심이었어? 조심스럽게 묻는 조슈아의 말에 승철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했다. 자신의 신뢰감이 조슈아에겐 겨우 그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건가? 그저 누군가가 벌인 고약한 이간질에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그렇게 얕은 신뢰의 관계였나? 꽉 막힌 느낌에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던 승철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시선을 뚝 떨어트리며 조슈아가 말했다.
"..진짜였구나."
"!"
"그래서, CA를 만든거야?"
"야."
"..."
"!"
"그래서, CA를 만든거야?"
"야."
"..."
"넌, 내가 그렇게 더러운 놈으로 보여?"
"..."
"내가, 널 팔아먹을 정도로 그렇게 썩어빠진 놈으로 보였냐고."
"..."
"내가, 널 팔아먹을 정도로 그렇게 썩어빠진 놈으로 보였냐고."
"..."
"CA? 네가 CB를 만들지만 않았어도 애초에 이런 싸움같은건 없었겠지."
"..."
"잘 들어."
"..."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 이상, 더이상 네게 줄 기회는 없어."
"..."
"때려부수던, 사람들을 죽이던 이젠 다 네 마음대로 해."
"..."
"옛날부터, 다 네 마음대로였잖아."
"..."
"그 날, 죽어가던 나를 네가 왜 살려줬는지, 이제는 의문이야."
"에스쿱스!"
"CA? 네가 CB를 만들지만 않았어도 애초에 이런 싸움같은건 없었겠지."
"..."
"잘 들어."
"..."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 이상, 더이상 네게 줄 기회는 없어."
"..."
"때려부수던, 사람들을 죽이던 이젠 다 네 마음대로 해."
"..."
"옛날부터, 다 네 마음대로였잖아."
"..."
"그 날, 죽어가던 나를 네가 왜 살려줬는지, 이제는 의문이야."
"에스쿱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날 죽는게 더 마음이 편했겠어."
나락으로 떨어진 둘의 관계에 승철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이미 차오를대로 차버려 어느새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을 거칠게 닦아낸 승철이 이제 더이상 풀어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문 손잡이를 잡은 승철에게 둘이 처음 만났던 순간, 별빛이 가득 쏟아졌던 낡은 텐트, 그가 조슈아를 따라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환상이 가득했던 푸른 숲, 떠나버린 조슈아를 찾아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모든 순간들, 혼자 남겨졌던 슬럼가에서 텅 빈 눈으로 벽에 써놨던 낙서, 그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가 작게 한숨을 쉬곤 이를 악물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둘의 관계에 승철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이미 차오를대로 차버려 어느새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을 거칠게 닦아낸 승철이 이제 더이상 풀어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문 손잡이를 잡은 승철에게 둘이 처음 만났던 순간, 별빛이 가득 쏟아졌던 낡은 텐트, 그가 조슈아를 따라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환상이 가득했던 푸른 숲, 떠나버린 조슈아를 찾아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모든 순간들, 혼자 남겨졌던 슬럼가에서 텅 빈 눈으로 벽에 써놨던 낙서, 그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가 작게 한숨을 쉬곤 이를 악물었다.
"네가 바라오던 새로운 세상."
"..."
"참 좋네. 모두가 죽어가고 있는데."
"..."
"..."
"참 좋네. 모두가 죽어가고 있는데."
"..."
" 네 자리에 서기까지, J 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여왔지? "
문이 닫혔다. 서로의 작은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오늘을 만들어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 기회를 놓쳐버린 둘.
굳게 닫혀버린 문을 조슈아가 바라보았다.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남아버린 승철의 허상을 바라보다 눈물 젖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인 그는 한참을 혼자 울며 그 방을 지켰다.
"오랜만에 봐서 좋았는데."
"또 이렇게 가버렸어."
"또… 너에게 상처를 줬어."
"또… 너에게 상처를 줬어."
"내가 바라던 세상이, 정말 이런거였던걸까.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