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달라져도 금방 또 익숙해지는 것이 사람이래요.
윤기는 그 뒤로 남준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알고나니 보이는 변화들을 하나둘씩 잡아내었으면 좋겠다.
왼쪽에서 부르면 잘 못 듣는 것부터,
예전보다 소리에 많이 둔감해진 것,
가끔 오른쪽 귀를 꾹 누른 채 자고 있을 때면 아무리 뭐라고 불러도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나마 한쪽 귀가 살아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가끔 이명이 일어나면 아예 두 귀가 안 들리는 경우도 짧게나마 있다는 것.
오래 전부터 슬픔을 나누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는 것까지.
다만 윤기는 묵묵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당장에 바뀌어야 할 것들,
자신이 해줘야 할 것들을 빠르게 찾아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당장에 자신보다 더 불편해 할,
은연중에 두려움을 안고 있는 남준이가 충분히 자신에게 기댈 수 있도록.
어느새 윤기는 항상 남준이의 오른쪽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윤기의 인기척을 느끼면 두리번거리다가 후에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침대에 눈을 마주치고 누워있을 때 윤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남준이는 오른쪽 귀로 최대한 윤기의 목소리를 담아내었으면 좋겠다.
간혹 윤기가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남준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금방 웃는 얼굴이 보이고,
소중하게 자신을 끌어안는 온기를 느꼈으면.
그러면 윤기 너는 한없이 남준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다양한 호칭이
똑같은 마음을 담은 채로
한없이 남준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새로운 규칙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남준이와 윤기가 보고 싶다.
후에 남준이의 오른쪽 귀까지 멀어져도 생활에 무리가 없도록.
남준이가 문을 발로 차는 버릇을 고치려고 조금씩만 열어놨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게 만들고,
거실의 음악 소리는 횟수가 조금씩 잦아들고,
윤기는 이제 남준이를 부를 때 이름과 같이 어깨를 두드리고,
무엇보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면.
나중을 위한 대비로 윤기는 독순술을 택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자신의 입술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도록 천천히 그 연습을 시작하기도 했으면.
윤기는 항상 느릿하게, 최대한 정확하게 입술을 움직여 남준이에게 말을 하는 버릇이 생기고,
남준이는 윤기를 바라볼 때 입술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으면.
가끔 그러다가
남준이가 한참 분주히 움직이는 윤기의 입술에 입을 맞추기도 했으면 좋겠다.
말이 끊긴 윤기가 제 입술에 머금어지는 남준이의 입술을 밀처내지 않고 그대로 같이 입술을 오물거려 입맞춤에 응했으면.
짧았던 입맞춤이 끝나면 그제야 왜 갑자기 했냐고 물어봤으면.
남준이 너는 웃었으면 좋겠다.
입꼬리를 올려 어둠없이 밝게 웃으면서 윤기의 이마에도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이거 익히기 힘들어. 입술이 움직이는 거에 시선이 쏠리다가
키스하고 싶어져.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헛웃음을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윤기는 손을 들어 남준이의 왼쪽 귀를 매만지면서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입술을 벌려 말했으면 좋겠다.
연습은 되긴 되는거야?
남준이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으면 좋겠다.
또 한 번 키스를 하려 다가오는 남준이를 손바닥을 들어 막은 윤기가 남준이의 오른쪽 귀에 입을 맞췄으면.
그리고 마저 연습을 위해 남은 한 손으로 남준이의 오른쪽 귀를 막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으면
또 키스해줘, 준아.'
윤기의 입술이 움직임을 멈추자마자 남준이가 윤기의 두 손목을 잡은 채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여전히 그렇게 또 둘만의 하루가 흘러갔으면 좋겠다.
창 틈으로 스며들어온 찬바람이 마냥 시리지 않은 가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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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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