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청춘의 끝(Love Sick)
제 7화,
사랑은 타이밍
" 김칠봉, 이제 그만 권순영 잊으라고 좀. "
그랬다. 나는 비를 맞는 그 순간에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순영을 잊지 못했다.
" 근데, 석민아 진짜 나 권순영 못 잊겠어. 어떡해. "
" .....하 "
힘겹게 말을 함과 동시에,
이석민의 한숨과, 내 입에서 나온 말의 여운이 맴돌았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그 자리에서 그칠 줄 모르는 세차게 내리는 비를
멍하니 맞고 있었을 뿐.
" 누나. 진짜 바보구나. "
" .... "
" 권순영 밖에 모르는. "
나는 그래도 누나 좋은데, 어떡할까요. 라고 말하며 내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이석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지금 이 순간에서는 분명히 후자를 선택해야 하는거다,
전자를 선택하면 이상한건데, 나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쏴아-
·
·
·
" 야, 김칠봉! 안 오면 내가 네 담요 가져간다. "
" 아. 씨, 권순영! 얼른 안 내놔? "
1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
대한민국에선 역대급으로 추웠다는 날.
" 싫은데- 나 잡으면, 쉽게는 못 주지 안그래? "
" 아, 저게 진짜! "
셔츠 위에 후드를 걸치고 있는 권순영.
그렇게 입으니 당연히 춥지 바보.
쿵, 쿵-
복도에선 반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아이들과,
공부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권순영과 내가 뛰어다니는 소리만이 공존했다.
" 아, 이쯤 되면 좀 줘라. 권순영. 응? "
" 너만 춥냐, 나도 춥다니까? "
" 그거 내 담요다. 내 돈으로 샀거든요? "
" 아이고, 그러세요? 그러니 더 김칠봉 담요를 써야지. "
지치지도 않은지, 장난스럽게 얘기하며 내 정수리를 한 손으로 콩 때리고는
다시 반으로 도망가는 권순영.
이런 소소한 거 마저도,
좋은 추억이었는데 권순영.
·
·
·
" 누나, 저 이제 누나라고 안 불러도 되는거죠. "
" 어? "
" 누나 말고 이름 부르고 싶은데. "
" 음, 그러던가. "
더 이상 누나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졌는지,
아니면 말을 놓고 싶어졌던 건지.
진지하게 물어오는 이석민.
그리고, 응. 좋아해, 김칠봉.
나의 말이 곧바로 끝나자,
바로 고백해오는 이석민이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 미안하게 왜 그러는거야.
" 칠봉아. "
" ㅇ.어 ? "
" 좋아한다고. "
" ....... "
서로를 마주보며 비를 맞은 그 날 이후,
이석민과 같이 등교하는 버스 안에서
그렇게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채로 고백을 받았다.
" 여친- 오늘 치마 왜 이리 짧아. 추운데. "
" 안 짧거든! 오늘 순영이한테 예뻐 보이려고 이렇게 하고 왔는데? "
그 순간,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권순영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여자.
나는 멍했다. 바보같이. 내 옆엔 분명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람은. 권순영인데. 이미 멀리 떨어져 있다.
" 하, 진짜. 저런 거 보지마. "
" ..... "
내가 말하기를 한참을 기다리다,
그제서야 한참동안 권순영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리고는 보지 못 하게 했다.
내가 꼭 이렇게 까지, 다른 사람한테 까지 힘들게 해야하는 것일까.
목적지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버스 문이 열려
조금은 기가 죽은 채로 터덜터덜 거리며 버스를 내렸다.
" 칠봉, 정신 차려요 좀. 나 진짜 버스에서 용기까지 냈는데. "
" 어, 미안해. 나 진짜 미쳤나봐. "
" 그래서 대답은? "
" 아직 난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넌 그래도 괜찮은거야? "
" 난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고백한거고. "
.........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석민이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더.
내가 아직도 권순영의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답을 못 하는 사이,
횡단보도는 어느덧 건너는 학생들과 사람들로 분주했다.
" 우선, 건너자. "
복잡한 마음에 앞만 보며 걸었다.
근데, 저 앞에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
자기 키보다 작은 여자의 손을 잡고 웃으며
걸어가는 권순영이었다.
" 김칠봉. "
" ...아, "
내 이름을 부르곤, 손을 꽉 잡아
달리기 시작했고,
이내 권순영 뒤에 도착하자 속도를 줄여
당당히 나와 손을 잡으며 앞을 가로질러가는 이석민.
난,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곤 금세 표정이 굳다.
이내 다시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웃는 권순영.
그때, 내가 네 옆에 있었어야 했는데 권순영.
아니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정말로 우린 아마 인연이 아닌가 봐
내가 있어야 할 순간에 내가 있었더라면
운명이란 인연이란 타이밍이 중요한 건가 봐
내가 있어야 할 순간에 내가 있었더라면
- 버스커 버스커 / 사랑은 타이밍
제 7화,
사랑은 타이밍
암호닉 |
은하수 귤뿌뿌 호시탐탐 |
암호닉 신청은 가장 최근화에 댓글로 [암호닉] 남겨주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