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청춘의 끝(Love Sick)
제 5화,
속마음
작년 여름, 권순영.
참 좋았는데. 왜 변한거야.
진짜 놓아줄때가 된건가.
" 야, 김칠봉. 내 교과서 어디있는지 알아? "
" 몰라. 내가 어떻게 아나요. "
3교시 쉬는시간,
교과서를 찾는지 책상서랍과 사물함을
한동안 뒤지더니, 나한테 와 행방을 묻는 권순영.
양심 없지만, 사실 권순영한테 관심 받고 싶어서 내가 숨겼다.
안 숨긴 척, 모르는 척. 모른다고.
" 하, 미치겠네. 너인거 다 알거든요. 얼른 줘-
줄때까지 안 푼다. "
" ㅇ, 아! 알겠어, 줄게. 그러니까 제발 놔줘. "
예상 밖으로 힘이 더 들어가는 권순영의 팔에,
결국 고해성사 해버렸다. 너무 아파서 바보같이.
그에 비해 얇고 가느다란 손 주먹으로 때려가며,
교과서를 겨우 내줬다.
사소한 거 마저도 즐거움에,
설레임에 가슴 벅찼던 날.
·
·
·
" 누나, 주말에 저랑 영화 볼래요? "
" ㅇ,어? 그래- "
마침 주말에 약속이 없었던 난,
덜컥 알겠다며 약속을 잡았다.
" 푸흐, 귀엽기는. 진짜 미치겠ㄷ, "
약속시간이 다 되어 찾아온 영화관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석민과,
내가, 내 눈으로 봤던 그 때 그 낯선 여자와.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있는 권순영.
" 누나, 이제 가요. 지금 입장 시간인데- "
" ....그래. "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양 손 가득 콜라와 팝콘을 사들곤
권순영을 쳐다보는 나를 지켜 봤는지,
이내 급하게 손목을 잡고 일으켜,
이내 데려갔다.
" 그런 모습 하고 있지 마요, 마음 아프니까. "
그랬다, 이석민이.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내 정곡을 찌른 기분 이랄까.
너의 그 모습.
보기 좋았는데, 왜 난 마음이 아플까.
순영아, 내가 이상한거니.
·
·
·
" 야, 자냐? 자나보네. "
" 세상 모르고 잘도 잔다. "
야자 1교시 부터 쏟아지는 졸음에 무거워지는 눈꺼풀.
되지도 않는 수학공부를 하다 잠이 들었는데,
도와주던 권순영의 목소리가 잠결에 어렴풋이 들렸다.
야, 일어나-
칠봉아! 감독 떴다.
잠결에 불러대는 친구들의 말에 놀라 일어났는데,
" 그만 좀 일어나지, 잘 잤냐. "
" ㅇ, 응? 어.. "
감독은 온데간데 없고.
양 손으로 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보이는 권순영.
" 그만 멍 때리시고, 얼른 문제나 푸세요. 네? "
" 아, 아하. 예. "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다시 자신이 할 공부를 하는 권순영.
어찌나 그때는 별 것도 아닌거에 좋아했었던건지,
지금 생각하면. 참, 헛웃음만 나온다.
·
·
·
" 누나! 같이 가요. "
" 어? 너, 옷. 뭐야 어디가? "
" 어디긴요, 데이트. "
" 에, 누구랑? "
" 누나랑요. "
기분이 그냥 뭐 같아서 대충 아프다 둘러대며,
겨우 조퇴증을 받고 교문을 나서는데,
내 뒤에서 이석민이 교복 차림이 아닌
어른스런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친한 누나 동생사이인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 인건지.
" 누나, 우리 편의점이나 갈래요? "
" 뭐, 그러던가. "
그러려니 하며, 기분전환도 할 겸.
이석민의 손에 이끌려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 뭐 먹을래? "
" 음, 나 이거! "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음료수 코너에 보이는
권순영과 여자친구.
서로를 바라보며 음료수를 고른다.
어떻게 저 정도로 행복할 수 있는지,
이런 나를 두고도.
" 손, 내 손 잡아요. "
" ㅇ, 어? "
그 장면을 지켜보던 또 한 사람.
자신의 손을 잡으라며, 손바닥을 폈다 우물쭈물 대는 나를 보고.
먼저 잡아 버리는 이석민의 손.
" 오늘, 오늘만. "
내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컵라면 코너로 데려갔다.
" 어, 어? 김칠봉. 뭐냐- "
" 뭐, 언제부터 나한테 관심 있었냐. "
둘만 있던 편의점에, 발자국 소리가 새로 들리자
궁금했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이석민과 나를 발견하고는,
코너에 오자 묻는 권순영.
미안한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그렇게 바라봤다 나를.
너를 좋아했던 내가 바보인지,
그걸 몰랐던 네가 바보인지.
이제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 인연을 벗어나려 해
이대로 난 너를 보내긴 싫어
난 이제 선택을 해야만 해
널 위해 날 위해
- INFINITE / 마주보며 서 있어
제 5화,
속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