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탄썰 번외 그 두번째
부제 : 여의도산 오징어
BGM :: NS윤지 - 또 보고 싶어
나름대로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숙제도 징하게 안해오고 단어 외우라는것도 하나도 안외워오는 망할 제자들이지만
첫번째 1위를 거머쥔데다가, 승승장구 하고있는 아이들에게 활력소를 불어넣고 싶어서 30만원이나 썼다.
방 한켠에 쌓여있는 무겁고 거대한 으르렁 리패키지 앨범들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게 앨범인지, 아니면 팬싸인회 응모권인지.
내가 너네 가르치면서 돈 번 여기다 다 쓰는 것은 아닌가 싶고
이렇게 샀는데도 당첨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오*어 010-****-0408
내 눈을 의심하고, 뺨도 때려보고, 확인전화를 걸어 확인을 받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쌤 그래서 이거 어떻게 읽는다고요?"
"너 쌤 자꾸 놀리면 진짜 죽는수가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재밌다. 맨날 수업했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두번.
한국 아이들에게는 중국어를, 중국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나는
매 수업시간마다 나를 놀려먹기 바쁜 아이들때문에 아주 고역이다.
내일 팬싸인회를 앞둔 나는 내가 당첨된 팬싸인회에 오는 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반응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비밀로 해두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위아 원! 안녕하세요 엑소입니다!"
나는 이 헬게이트. 여의도에 와있다.
아이들은 이곳에 도착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고,
70번대인 나는 기다리면서도 팬들 함성에 귀를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고. 이래서 한마리의 새우젓이라 하는 건가.
멘트는 시끄러워서 들리지도 않았고, 나름대로 눈 마주치면 손 흔들어 줘야지! 생각했던 나는 체념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멘트를 하는 내내 저들끼리 부끄러운지 계속 껴안고 난리가 난 애들을 보면서
그래도 너네가 아직 신인같긴 하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더쿠구나! 자각했다.
나는 한마리의 새우젓.
어라, 눈이 마주쳤다. 내 착각이 아닐까 싶어 민석오빠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입을 떡하니 벌리고 내 쪽을 쳐다보고 있다.
덕분에 내쪽 팬들의 소리는 더더욱 시끄러워졌다.
찰칵찰칵. 플래시에 함성소리에 귀가 아파 인상을 찡그리자 덩달아 자신도 인상을 찡그린다.
맞닿은 시선은 얼마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 팬에게 싸인을 해주고, 다정한 질문을 해주면서도 내쪽을 힐긋 쳐다보는 오빠를 보며
오빠를 보기 위해 먼길을 달려온 팬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집중하라 하고 내가 들고있던 앨범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자리에서 포토카드를 확인하며 완전체가 나왔다고 희열을 느끼던 나를 오빠는 알까.
갑자기 부끄러워져 웃음이 터져나왔다.
앨범속의 콩알들은 진짜 연예인같다. 물론 나는 그 덕후고.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내 앞뒤에 있는 팬들도 설레고 떨리겠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ㅅ........."
"뭐야."
"오징어요. 오~징어!"
"뭐..네..?"
"오빠 너무 팬이에요!"
호들갑을 떨며 박수를 치자, 픽 웃은 종인이는
뒤의 팬들이 신경쓰이는지 힐긋힐긋 뒤를 쳐다보다가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이 상황이 마냥 즐겁기만 한 나는 진짜 신나고 재밌어 미칠거같다.
아 진짜 재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빠 아니지 않아요?"
"네? 저 고등학생이에요ㅠㅠ"
"거짓말 치면 혼나요."
"이동하실게요."
저걸 강친의 고나리라고 하는건가. 실제로는 처음 보는 내가 신기해하며 옆으로 이동하자,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종인이는 이내 다음 팬에게 시선을 돌린다.
"안녕하세.........."
"요?"
"세훈아! 팬이야! 누나 여기오려고 30만원 썼어!!"
"............?네?"
"싸인 안해줘?"
"아..네..싸인..."
멍때리는 세훈이를 보면서 내가 이맛에 30만원 썼지! 그래! 내가 이거 하려고 여기 왔구나! 싶었다.
얼마나 놀란건지 펜뚜껑을 열어뒀으면서 펜뚜껑을 계속 열려하질않나,
그 와중에 정신줄을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건지 애써 마음을 다잡고 내게 이름을 묻는 세훈이에게
징어누나. 하고 씩 웃었다.
"누나여?"
"응 누나."
"누나 아닌거 가튼데여?"
"아니야! 누나야!"
적응된건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이 상황을 즐기는 세훈이가 웃겼다.
서로 누나다 아니다 한참 씨름하다 결국 터져버린 웃음에 푸하하 웃어버렸다.
"누나 과외할 것 같다 그져 과외하져"
"응응 되게 많이 가르치지"
"근데 엄청 못가르칠 것 같다"
"뭐? 야 너"
"이동하실게요~"
이 순간만큼은 얄미워보였다. 강한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숙제 더 줄테다. 속으로 다짐을 하며 옆으로 넘어갔다.
"........?"
".........?"
"..................?"
"저 이름 안 물어보세요?"
"아 맞다. 이름.....이....."
한참이고 내게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멍때리던 준면오빠는 옆에서 팔꿈치로 툭툭 치는 세훈이 덕분에 정신을 차린다.
조금만 더 그대로 있었다간 이상한 직캠 뜰 뻔 했다.
제일 자기관리 잘하던 사람이 왜 데뷔하고 나서는 점점 봉인해제가 되어가는 느낌인지,
나도 덩달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눈이 좀 아팠다.
"오빠 제가 진짜 좋아해요!"
"진짜요?"
"네!"
"기분 되게 좋네 이거."
싸인을 하면서도 함박웃음을 짓던 준면오빠는 주변을 힐긋 살피더니 몸을 앞으로 한껏 내민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나도 많이 좋아해요.
이 전의 싸인이 일찍 끝난 터라, 그런 나를 미리 발견한 레이오빠는
이미 나를 향해 폭풍 살인미소를 발사중이었다.
이렇게 막 꿀떨어지는 눈빛을 보내면 팬들이 오해하는데,
내 속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신나게 싸인해주는 오빠.
"오디 안아포요?"
"건강해요! 오빠도 아프지 마세요!"
"밥 모거써요?"
"캉국에서 깅치찌개~ 먹었어요!"
오빠가 항상 방송에서 하는 크리스티나 성대모사를 따라하자, 프흐 웃음을 터트린 오빠다.
여전히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그런 오빠를 보는 나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이동하실게요"
물논 우리 속을 모르는 강한 친구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것은 당연지사.
"오빠 완전 좋아해요!!"
"그래요? 깜짝 놀랐어요."
"왜요? 너무 예뻐서?"
"거짓말 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는데."
냉정하다.
서운한 마음에 입술을 삐죽 내밀자 살짝 웃고는 이름을 묻는다.
장난 좀 쳐보려고 이현우요. 말하자,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들려오는 셔터음에 다시 웃는다.
"이름이 되게 남자같네요."
"남자친구 이름이에요!"
".......제 여자친구 아니었어요?"
"아닌데?"
"그럼 이제부터 하지 뭐."
싸인을 해주는 오빠의 손길에서 화남. 이 느껴졌다.
콩알들 중에서 가장 현우를 경계하는 오빠를 놀려먹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
더 말을 하려는 오빠를 뒤로하고, 마지막인 종대에게 빠르게 향했다.
뒷감당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팬사랑=김종대. 라는 공식이 어울릴만큼
한명 한명 다정하게 대해주는 종대 덕분에 두어명의 싸인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목이 타는지 음료를 마시려던 종대는 다가오는 나를 보고서는 빨대를 물지도 못했다.
"오빠?"
"오...오빠?"
"오빵!"
".......................나 지금 헛것을 보고있나"
"아닌데.."
이름을 묻고 싸인을 해주던 종대는 계속 오빠라니.. 를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왜 우리는 손 못잡아주는거야.. 시무룩한 종대를 보다가 승천하는 광대뼈가 느껴졌다.
싸인을 하던 종대는 마저 하다말고 고개를 들어 내게 물었다.
"엑소중에 누굴 제일 좋아해요?"
그 속내가 다분히 보이는 질문이었다.
"음......."
나를 쳐다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종대가 놀리고 싶어져서
"크리스요!"
"헐."
"왜요?"
"뻥치지 마요"
"네?"
"내가 제일 좋은거 다 알아요"
이동했다. 스스로.
클로징 멘트 후에 인사를 한 콩알들은 밖으로 향했고,
팬들이 우스스 빠짐과 동시에 내 폰에서는 불이 났다.
오징어가 여의도 팬싸에 등장했다는 뉴스를 입수했습니다.
이 뉴스가 사실입니까?
ㅇㅇ
엑쏘 옵빠들 너므 머싯써여
너므 잘생겨써여!
너 뭐야
너 왜 우리 팬싸 안오고 거기 갔어 뭐야
나 삐질거야
둘다 응모했는데 여기가 된 걸 어떠케
ㅠㅠ
아 망할
왜
왜!!!!
서운하다
진짜 왜 팬싸 나눠서 해 하루에 두개 다 할 수 있는데!! 왜!!
왜!!!!!!!!!!!
왜!!!!!!!!!
왜!!!!!!!!!!!!!!!!!!!!!!!!!!!!!!!!!!!!!!!!!!!!!!!!!!!
(오징어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
애들이 데뷔하니까 사진 셀렉이 편해졌.. 끄흡..
어떤 독자님이 팬싸간 징어를 보고싶다고 하셔서 꼭 번외에 넣어보고자 했어요!
아 원래 번외는 짧게짧게 오려고 했는데 진짜 왜 쓰다보니까 길어질까요..
다음편도.. 길어지려나..(먼산)
그리고 완결편에 답글은 안다는 이유가 있어요! 나중에.. 정말 나중에 달아드릴 예정이니까
왜 그럴지 궁금해 해주세요! (응?)
그리고 번외여서 그런지, 아니면 완결이 나서 그런지.. 조회수가.. 별별..
원래 다음화를 올릴 때에 임시저장함에 놔두고 조회수 보고서 다음화 올리거든요ㅠㅠ
다들 절 떠나신건가 ㅠㅠ 완결후기랑 텍파도 안보고 가실건..끄흡..앙대..끄흡..으앙대..끄흡..
번외 끝날때까지 함께해주세요 (끄흡) 본편보다 긴 완결후기도 기대..해주세여 끄흡
오늘도 봐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끄흡
좋은 밤 되세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