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플로우 - 두근두근 (Feat. 레아)
특별편 ; 처음 그 때처럼, 늘 그렇게.
기억나?
우리 어떻게 시작했는지?
생각해보니까 꽤 됐네.
"완전 잘 나가는 의대생이고 키도 훤칠하고 성격도 진짜 좋대. 그니까 무조건 예쁘게 하고 나와!무조건 예쁘게! 여자가 보는 눈이랑 남자가 보는 눈이랑 다르니까 남사친 하나 데려가서 옷 쇼핑 같이하고."
"너 나랑 싸우자는거지. 나 남사친 하나도 없잖아."
"아 엑소인지 뭐시긴지 뒀다가 뭐해? 이럴 때 써먹으란 말야 좀."
처음에 수정이가 소개팅 나가달라고 했을 때는 온 힘을 다해 뜯어 말렸어.
근데 수정이가 내민 남자 사진도 그렇고,
태어나서 한 번도 안 해본 소개팅이라 해보고도 싶고 그렇더라고.
근데 그 남자 너보다 훨씬 못생겼어!
너보다 훨~~씬 매력 없었어!!
"경~수~야~"
"응? 왜?"
"나랑 데이트 가자."
너 그 때 표정 진짜 웃겼는데...
데이트 가자는 말에 안 그래도 큰 눈은 더 커지고,
입술은 큰 하트가 되고.
"경수야 이건 어때?"
"아까 입었던 게 더 예뻐."
나한테 질질 끌려와서는 더 웃겼어.
온 몸에서 '나 삐졌소~'하고 티를 내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이거 여기다 입으면 잘 어울릴까?"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면 저기 있는 것도 괜찮고."
"오~저거 예쁘다!"
"근데 너 어디 가길래 이렇게 신경 써서 옷 사는거야?"
"응?아....그냥 뭐 봄맞이 옷쇼핑이지~"
참 이상하지? 그냥 소개팅 나간다고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
네 앞에서는 도저히 그 말이 안 나오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전부터 너를 좋아했던 것 같아.
"너 지금 어디야? ㅇㅇ카페에 있는거 맞지?"
"맞다니까 그러네. 너 나중에 이 언니한테 꼭 밥 사라. 내가 수행원 언니들이랑 엑소한테 얼마나 힘들게 말하고 온 지 아냐 너?"
"알겠어 알겠어. 나중에 엄청 비싼 레스토랑 데려갈테니까 잔말말고 예쁜척이나 하다 와. 알겠지? 망치면 죽는다 너."
"예~예~"
네가 골라준 예쁜 원피스에
네가 골라준 귀걸이랑 목걸이를 차고
오기로 한 그 남자를 기다렸어.
근데 이 남자가 너무 안 오는거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0분이나 더 흘렀는데.
"뭐야......."
참다참다 너무 화가 나서 카페를 나가려는데
"하...하..........죄송합니다...하.....제가 일이 갑자기 늦어ㅈ......."
"..........경수야?....."
네가 카페 안으로 뛰어 들어왔어.
어찌나 달렸는지 아직 쌀쌀한 늦겨울이었는데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제대로 말도 못할만큼 숨을 헐떡이면서.
"대박이다 우리 진짜."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응? 뭐가?"
카페에 마주앉아 서로 신기해가고 있는데
네가 갑자기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안녕하세요, 도경수라고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수줍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어.
진짜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처럼.
"안녕하세요, 오징어라고해요."
그런 네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수줍게 웃으면서 네가 내민 손을 잡았어.
"징어씨는 몇 살이에요?"
"저 23살이요. 경수씨는요?"
"저도 23살이에요! 그럼 우리 말 놓을까?"
"그래 그럼~"
주방에서 만났던 그 날처럼,
아니 어쩌면 그 때보다 수줍게
우리는 그렇게 말을 놨지.
"무슨 일 해?"
"경호원."
"우와~누구 경호하는데?"
"어떤 여잔데, 힘들어 죽겠어 아주."
네 대답에 뾰루퉁해진 나를 보면서
너는 아이처럼 활짝 웃었어.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 때 너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르지?
"우리 나가서 좀 걸을까? 밖에 재밌는 거 많던데."
"안 춥겠어?"
"손 잡으면 안 추워."
하더니 네가 내 손을 꼭 잡았어.
처음 소개팅 나온 남자여자처럼 하자면서..
응큼해.
근데 네 말이 맞더라.
네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 때문인지,
네 옆에 있어서 떨려오는 설렘 때문인지,
차가운 바람에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어.
"잘 먹는 여자 좋아하지."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척이지. 내가 오늘 잘 먹는 여자의 표본을 보여줄게. 우리 저거 먹으러 가자!"
마냥 걷다 들어간 시장에서
난 네 손을 잡고 이곳저곳 다 들렸었는데 기억나?
떡볶이부터 튀김에 부침개에 칡즙까지
나 먹는 거 보고 눈 동그래진 네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이고, 총각도 예쁘고 처녀도 예쁘네."
"총각이랑 처녀는 무슨! 딱 봐도 신혼부부구먼. 맞지?"
"네?"
이것저것 막 먹으면서 돌아다니는데
호떡집 아주머니가 너무 당연하다는듯이 신혼부부냐고 물으셨어.
갑작스런 물음에 난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는데
"맞아요. 저번 달에 결혼했어요. 저희 예쁘죠?"
하고 너무 예쁘게 웃는데,
너 내가 그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모르지?
심장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진짜.
"진짜 잘 먹네, 우리 징어."
"나 여기 너무 좋아."
"나중에 손 잡고 또 와야겠네~"
그냥 무심코 던진 한 마디였을텐데,
그때 나 또 많이 설렜다?
뭔가, 우리 정말 계속 손 잡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럼 이제 내가 가고 싶은 데 가자."
"어디?"
"영화관."
발렌타인데이 시즌을 맞아서 달달한 영화가 쏟아질 그 무렵
너는 생뚱맞게 엄청 무서운 영화표를 끊어왔어. 그러면서 안 어울리게 좌석은 스윗박스로. 나쵸에 치즈소스 두 개를 뿌려서.
정말 이게 너무너무 보고싶다고.
그 때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르지?
나 태어나서 한 번도 영화관에서 공포영화 본 적 없었단 말이야.
영화가 시작되고,
시작부터 온갖 끔찍한 장면이 나를 괴롭게 했어.
공포 영화는 소리도 듣지 못하는 나라서
평소처럼 눈도 감고 귀도 막고 싶었는데,
집중해서 보는 너한테 방해될까바 차마 귀는 못 막겠더라.
그런데 힘들어하는 내가 보였는지
네가 가운데 있던 팝콘을 내려놓고
한 손을 뻗어서 내 눈을 가리고 네 품으로 끌어당긴 거 기억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그렇게 네 품에 안겨있는데
정말 너무 행복하더라.
네 향이 나고, 네 손이 나를 토닥토닥 달래주는데
참 좋더라.
"바보야 못 보면 못 본다고 말을 해야지 그게 뭐냐."
"너 엄청 보고싶어 하길래...."
"으이구 바보."
내 이마에 꿀밤을 한 대 콩 때리고
나랑 너는 다시 손을 꼭 잡고 거리로 나갔어.
밤이 되니까 조금 쌀쌀해졌더라고.
"으....춥다....."
옷이 조금 얇아서 추워하는 나를 보더니
네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서 나한테 둘러줬어.
"누가 고른 목걸인지 엄청 예쁘네."
네가 고른 목걸이를 하고 나온 내가 예뻐 보였는지
내 볼을 잡고 한참을 늘리더니
손을 풀고도 한참동안 내 얼굴만 봤어 너.
"왜? 뭐 묻었어?"
"........더 이상 안되겠다."
"......뭐가?"
"안 된다고, 넌 내가 직업상으로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마음 주면 안 된다고, 서로 다치기만 한다고 그렇게 애써 참아왔는데"
환하게 웃던 네가
얼굴에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하게 말하는데, 느낄 수 있었어.
네가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몇 분 뒤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여자가 되어 있을지.
"청와대에서도 청와대를 나와서도, 아니 매분매초마다 네 얼굴이 내 머릿속을 안 떠나. 예전에는 쳐다도 보지 않던 화장품이 눈에 들어오고,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식당 메뉴가 눈에 띄어. 저건 징어가 좋아할까. 징어도 저 색깔이 잘 어울릴까. 늘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아."
"........."
"별 감흥없던 요리도, 늘 귀찮던 장보기도 네가 맛있게 먹을 걸 생각하면 마냥 즐겁게 느껴져. 저번에 이거 넣으니까 잘 먹던데, 이건 안 먹던데. 물건 하나 하나마다 네 생각이 떨쳐지지 않아."
"경수야....."
"네가 나를 볼 때 지금 나처럼 심장이 터질 것 같지 않아도 좋아. 나처럼 미친듯이 설레지 않아도 좋아."
".........."
"그 어떤 때보다 나 때문에 설레게 할 자신 있으니까."
"........"
".........그러니까, 우리. 우리 사귀자 징어야."
그 날 그렇게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같은 길을 걸어갔어.
그리고 오늘이 우리 만난지 1년 되는 날이다.
시간 진짜 빠르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변백현이 갑자기 일을 폭탄으로 넘기는 바람에..미안미안. 많이 기다렸어?"
"아냐, 별로 안 기다렸어."
"뭐하고 있었어?"
"그냥 이 생각 저 생각. 우리 소개팅 했던 거 생각했어."
"우리 그 때 참 귀여웠는데 그치?"
너와 내가 참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우리끼리 촛불도 끄고, 와인도 마시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니까 참 좋더라.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를지 누가 알았겠어?
식사를 끝내고
처음 그 때처럼 둘이 손을 꼭 잡고 걷는데
갑자기 그 날 생각이 났어.
"경수야."
"왜?"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응? 뭔 처음?"
"경수씨는 무슨 일 해요?"
갑작스런 내 물음에
잠깐 당황하는 듯 싶더니 너도 피식 웃고 그때처럼 대답을 해.
"경호원이요."
"우와~누구 경호하는데요?"
"음.....말하기 복잡한데....해드려요?"
"네! 궁금해요."
"아무것도 안 먹고 자도 아침이면 눈이 퉁퉁 부어서 밤마다 우유를 마시고 자야되는데 그것도 맨날 까먹어서 내가 챙겨줘야 되고요, 밤에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서 한숨도 못자요. 그래서 내가 꼭 안아줘야되요. 먹는 건 어찌나 좋아하는지 내가 해주는 건 뭐든지 잘 먹어요. 나 할 줄 아는 거 많은데 맨날 김치 스파게티만 해달라고해서 서운할 때도 있는데 그 여자가 먹는 것만 보면 그런 마음이 사르르 녹아요."
"......."
"평소에 정말 안 꾸미고 다니고요, 내숭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애교는 0이다 못해 마이너스에요 마이너스."
"에이 마이너스까지ㄴ...."
"근데 그런걸 다 커버할만큼 웃음이 예쁘고요, 마음도 너무 예뻐요. 당직 서고 힘들어하는 애인 책상에 힘내라고 레몬사탕 한 움큼을 갖다 놓고, 조금이라도 얼굴 더 보고 싶어하는 애인 때문에 어떤 스케줄을 가던 그 많은 경호원들 중에 꼭 내 옆에서만 걸어요. 또 어찌나 순수한지 아직도 라이온킹 보면서 감동받고 울고요, 신데렐라가 왕자랑 춤추는 장면에서는 7살짜리 어린애가 되요."
"......."
"그래서 눈을 감으나 뜨나 생각나고, 없으면 미치겠고, 눈만 마주치면 절로 웃음이 나는 여자, 그런 여자를 지키고 있어요."
".........그 여자 많이 좋아하세요?"
".........아니요."
"그...그럼요?"
많이 좋아하냐는 내 물음에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너 때문에
당황한 내 허리로
네 손이 들어와.
길거리 한복판이라는 걸 잊었는지
한 팔로 허리를 감고,
한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싼 뒤에
네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아.
"좋아하는걸로는 표현이 안 돼요."
"......"
"너무 많이 사랑하거든요."
처음 고백을 받았던 그 날처럼,
그렇게 오늘도 넌 날 울려.
그래.
우리 꼭,
처음 내딛었던 그 조심스러운 발걸음처럼
마냥 예쁘고 소중하게,
평생을 그렇게,
사랑하자.
사랑해. 정말 많이.
내사랑 암호닉♥
새우깡 오리곡이 포티세븐 바닐라라떼 됴큥 포스터 고기만두 요지 애니 꽃게랑
난늑대고넌미뇨 땅콩 불낙지 몽글리 쇼리 자몽 판다 지용히해 보조개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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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끼 퉁퉁 사장님 포뇨 블리
경☆축★
됴꼬미님께서 징어의 남자가 되셨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특별편이 너무 우울해서 놀라셨죠~?
한 번 놀래켜드리고 싶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많이 감정이입 해주시고, 슬펐다는 얘기 들으니 작가로서는 뿌듯...ㅋㅋㅋㅋㅋ
오늘거 달달하게 쓰려고 엄청 많이 노력했는데....
제 노력이 느껴지셨는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써졌는지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경수 뽑아주신 분들께 죄송....
다음편부터는 제 사랑 음슴체로ㅋㅋㅋㅋㅋㅋ돌아옵니다~!
날마다 댓글이 느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암호닉은 꼭! [영애] 이런 식으로 말머리 앞에 달아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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