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 "
그러니까, 내게 관심이 생겼다는 남자의 말은 내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저기여, 진짜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우리가 대체 뭘 했다고……. 순간 벙찌는 기분에 넋을 놓은 채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런 시선을 느낀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이 남자 미친 거구나. 그래, 어린 나이에 안 됐네.
" 나 미친 것 같아요? "
" …… 예, 좀. "
" 사람이 사람한테 관심 생겼다는 게 왜요. "
그게 이상하다는 건 아닌데……. 순식간에 치고 들어오는 남자의 질문에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그래,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 아닌가? 다시금 던져진 내 한 마디에 남자는 별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퉁 칩시다, 그거. 와, 뭐가 이렇게 쿨해? 자신의 앞에 놓인 아이스티를 거침없이 입으로 가져가는 남자에게 또 한 번 경의로움을 표하는 시선을 보냈다.
" …… 저, 근데여. "
" 예, 왜 부릅니까. "
한참이고 말이 없던 저를 빤히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영 부담스러워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어 건넸던 부름이었다. 내 부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인지 바로 터져 나오는 남자의 대답에 힉, 하고 놀람을 표시해 보였다. 그런 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제게서 시선을 뗄 줄 모르는 남자였다. 어, 그러니까……. 대답을 기다리는 듯싶어 얼른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겠단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 저, 아직 전 남자친구 못 잊었는데……. "
" 그래서요. "
" 그러니까, 막…… 괜찮으세요? "
멍청하게 터져 나온 말들은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던져졌다. 와, 씨발……. 인정, 내가 봐도 존나 멍청했어. 그런 질문을 받은 남자는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좌로 젖혔다. 와, 이 남자 오른쪽 얼굴 작살이다……. 이 와중에도 얼빵하게 남자의 얼굴을 살피는 자신에 회의감이 드려는 찰나 남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그게 뭐가 어떻다는 겁니까. "
" …… 예? "
" 내가 그쪽 좋다고 했지, 만나자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
아아……, 다시금 멍청한 대답이 흘러나갔다. 그리고 이 남자는, 여전히 재수가 없다.
" 오빠, 나 지금 CGV 앞인데 오빠 안 보이는데? "
김종현과 그렇고 그랬던 헤프닝이 있은 후 3개월이라는 시간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지나갔다. 그 뒤로 내게 관심이 생겼다던 그의 말이 순 거짓은 아니었는지 차츰 잦아지는 연락과, 만남. 뭐 그런 것들이 저들 사이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기점으로 저들 사이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아는 오빠, 아는 동생…… 뭐 그 정도가 전부였다. 잊을 만하면 던져지는 그의 능글맞은 멘트들을 제외하면.
" 아, 나 반대쪽인데. "
" 어,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갈게. 좀만 기다려? "
" 어, 오빠. 빨리……. "
ㅡ ㅇㅇㅇ?
익숙한 음성이 귀를 찔렀다. 그에게 하던 대답마저 멈춘 내가 뒤를 돈 곳에는, 그러니까…….
ㅡ 야, 오랜만이다.
김종현 그 남자와 처음 만났던 날, 저를 차 버린 구남친 권현빈이 서 있었다. 어, 그래……. 무엇이 그리도 반가운지 안면에 미소를 가득 띤 권현빈이 내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지가 뭔데……. 잔뜩 굳어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시선이 이내 어색하게 권현빈에게 닿았다. 저, 내가 약속이 있어서…….
" ㅇㅇ야. "
" 어, 어? "
" 누구셔? "
구세주의 등장이었다. 그의 등장은, 그러니까…… 이따위의 단어로밖에 표현이 되질 않았다. 내게 가볍게 어깨동무를 해오며 앞에 선 권현빈의 존재에 대해 묻는 그가 그렇게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어, 그게……. 딱딱하게 굳은 눈매와 달리 묘하게 입꼬리를 올린 그는, 그러니까…… 마치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한 한 마리 맹수와 같았다. 저들 앞에 서 있는 권현빈이, 누군지 대충 눈치를 깐 듯싶었고.
ㅡ 그러는 그쪽은…… 혹시 ㅇㅇ 남자친구 분이세요?
" 아, 저요? "
ㅡ 예, 그쪽이요.
기묘한 두 남자의 대립이었다. 서로를 잡아먹기라도 할듯 노리는 시선들은 옆에 선 나마저도 눈치를 보게 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던 찰나였다. 권현빈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번엔 내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ㅇㅇ야, 남자친구야? 대답할 의무도, 생각도 없는 질문을 무시하곤 그의 옷자락을 끌어 자리를 피하려던 찰나였다.
" 제가 꼬시는 중인데요. "
ㅡ 예?
" 제가 얘 좋아한다고요, 아직 애인은 아니고. "
아직 애인은 아니고. 짧지만 꽤나 여운을 남기는 한 마디가 귓가를 때렸다.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아는 오빠도 아니고……. 불필요한 부가적인 설명까지 붙은 듯한 대답을 들은 나와 권현빈은 서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작 말을 뱉은 그만 여유로웠고. 미간을 구기며 무어라 입을 열려던 권현빈을 막은 것 또한 그였다. 다시금 터져 나온 말들이 저희 사이를 맴돌았다.
" 제가 얘 애인한테 차인 날 처음 봤거든요? "
ㅡ …….
" 개새끼, 뭔 새끼 하면서 울어대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
ㅡ …….
" 얘 전 남친 미친 새끼 아닙니까, 이렇게 예쁜 애를 두고. "
히죽이던 그가 이내 표정을 굳혔다. 날카롭게 닿은 시선은 권현빈에게 꽂혔다. 허. 어이없다는 듯 짧은 숨을 뱉어낸 권현빈이었다. 저기요, 그거 지금 들으라고 하는 말입니까? 날카롭게 뱉어진 권현빈의 한 마디에 묘하게 굳어있던 표정을 푼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아, 그쪽이 그 개새끼입니까. 몰랐네, 난. "
와, 씨발. 예의라곤 좆도 찾아볼 수가 없네요. 이딴 남자가 뭐가 좋다고……. 권현빈은 대놓고 비속어를 뱉어냈다. 그리고 그런 권현빈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대놓고 낄낄거리는 웃음을 뱉어낸 그가 잡고 있던 어깨를 가득 품에 끌어안으며 따뜻한 시선을 한 번 던진 그가 고개를 들어 권현빈에게 시선을 꽂았다. 만연하게 안면을 수놓았던 예의 그 미소는 지운 지 오래였다.
" 잘 됐네, 축하 하나 받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
ㅡ …… 뭐요?
" 오늘 고백하려고 부른 건데, 어떻게 잘 되라고 축하나 해 주고 꺼지시죠. "
웃으며 내게 시선을 고정한 그가, 그러니까…… 좆나 잘생겨 보인다. 나의 구세주, 아멘.
ㅡ 이 외전은 단순히 제가 적고 싶어서 가져온 것이 맞고요... 나중에 투표를 받아 원하시는 단편의 외전 또한 들고 올 생각 중에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ㅎㅎ
ㅡ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확인과 함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 최대한 드리겠읍니다. Q. 작가님 글을 발로 적으시나여? 이런 질문도... 질타도... 뭐든 받아요... ㅜ_ㅜ
ㅡ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신청한 암호닉은 다음 편에 업데이트, 암호닉 신청은 항상 최근 글 댓글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은 밑에서 확인해 주세요.
# ㅡ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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