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진짜 담배 안 끊어? "
" 어, 안 끊어. 이 좋은 걸 왜 끊어. "
아아, 몸에 안 좋잖아. 놈과의 일상은 별반 다를 것 없이 흘러만 갔다. 놈의 옆에 꼭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나를 보며 아이들은 여전히 떠들어댔고, 그들에게 보란 듯이 놈에게 더욱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퍽 익숙해진 야자 2교시 쉬는 시간, 오늘도 마찬가지로 학교 뒤 소각장을 향하는 놈을 따라 나섰다. 처음엔 마냥 섹시하게만 보였던 놈과 담배의 상관관계는 깨진 지 오래였고, 요즘엔.
" 미래 남편 건강 좀 챙기겠다는데, 어? "
" 어쭈, 누가 니 미래 남편인데. 요새 헛소리가 늘었다, 너. "
" 헤헤……. "
진정으로 놈의 여자친구라도 된 것처럼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시작했다. 언제나 바른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놈이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잔소리라곤 범생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담배 하나였지만. 그런 잔소리는 들은 척도 않은 놈이 곧 바지 주머니 깊숙한 곳에 짱박혀 있던 담뱃갑을 꺼내려는 듯 손을 주머니 안으로 넣어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그리고 곧장 꺼내진 담배갑과…….
ㅡ …… 거기 누구냐?
" …… 아, 씨발. "
" 헉. "
멀지 않은 곳에서 주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시야 덕에 저희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큰 보폭으로 금방 저희들 앞에 자리 잡은 주임의 모습은 불행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 좆됐다. 저희의 얼굴을 찬찬히 확인한 주임은 이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저희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놈의 손에 들린 담배를 주임의 눈에 띄지 않게, 제 손으로 뺏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교 1등의 모범생보다는 내가 들고 있는 그림이, 훨씬 자연스러웠으니까.
ㅡ …… 따라와, ㅇㅇㅇ. 임영민 넌 이따 보자.
" …… 넵. "
그런 제 저의를 알았다는 듯 손에 준 힘을 절대 풀지 않는 놈이었다.
오늘따라 정적만이 감도는 교무실 안이었다. 제 자리에 앉아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내게 꽂은 시선을 거둘 줄 모르는 주임과, 그런 주임 앞에 두 손을 꼭 모은 채 선 나까지. 저들 사이에는 그렇다 할 말들이 오가지 않았다. 잠시간의 정적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를 주임이 뱉어냈다.
ㅡ ㅇㅇㅇ.
" …… 네. "
안 그래도 요새 선생들 사이에서의 제 입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 전교 1등인 놈의 옆에 딱 붙어 떨어질 줄 모르니, 놈의 입지를 떨어뜨릴까 걱정이라는 소리는 수도 없이 들어왔으니까. 심지어는 담임의 언질까지도 내게 닿은 적이 있었다. 영민이 방해하지 말아라, 부탁이다. 주임의 입에서도 곧 그 비슷한 언저리의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생각하니 막막해 한숨이 폭, 나오려던 찰나였다.
ㅡ 담배, 그거 니 거지?
" ……. "
ㅡ 네가 영민이 그놈 망치고 있는 거야, 알어?
혹시나가 역시나. 담배가 내 것이라고 단정부터 지어가며 말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어라 반박을 때리고 싶은데, 그런 내 반박에 놈의 입장이 퍽 곤란해질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내게 담배로 내려지는 징계 따위는 별것도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생각 없이 사는 인생이라고 해도, 놈에게 징계가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 …… 죄송합니다. "
ㅡ 너네 담임도 너한테 그랬다며, 그놈 주변에서 떨어지.
" 선생님. "
갑작스러운 놈의 등장이었다. 교무실의 출입문과 멀지 않은 주임의 자리 탓에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놈이 금방 저희 곁에 다다랐고, 곧장 떨어진 선생님이라는 세 글자에 놀란 것은 주임과 나, 둘뿐이었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어선 놈의 그림자가 제 옆을 가득 메웠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로 왔냐는 양 시선을 놈에게 박은 주임이 말했다. 넌 왜, 아직 안 부른 것 같은데.
" 담배, 제 거예요. "
ㅡ …… 뭐?
" 그 담배 제 거니까 얜 보내 주세요. "
…… 미친놈. 필터링을 거칠 줄 모르고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 …… 야! "
야자가 파했다. 야자가 끝나기가 무섭게 삼삼오오 무리 지어 나가는 아이들 틈에서 굳게 자리를 지키고 앉은 건 저 하나뿐이었다. ㅇㅇ야, 안 가? 평소 친하지는 않았지만 말은 트고 지내는 아이의 물음이었다. 어어, 먼저 가. 간단하게 답변을 준 뒤 책상에 고개를 푹 박았다. 하아……. 깊은 한숨이 막을 새도 없이 제 입가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벌써 교무실에 간 지 한참이 지난 놈이 오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 뭘 기다리고 있어, 먼저 가지. "
" 네가 안 왔는데 어떻게 가. 야, 많이 혼났어? "
시선은 교실 앞문에 고정한 채 엎드려 한숨을 폭, 내쉬고 있었을까. 곧 열리는 문과 동시에 등장하는 놈의 인영에 파묻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야, 괜찮아? 여즉 자리를 지키고 앉은 내가 놀라운지 교실을 들어서던 놈이 말했다. 뭘 기다리고 있어. 놈의 그 한 마디에 괜한 섭섭함이 밀려와 입술을 짓이겼다.
" 별로 안 혼났어. "
" 거짓말, 주임이 뭐라는데? 어? 나랑 놀지 말래? "
" ……. "
" 아, 설마 너한테도 나랑 무슨 사이냐고 물어본 거 아니지? "
" …… 사귄다고 했는데. "
" …… 에? "
믿을 수 없는 한 마디가 놈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연신 가만히 둘 줄 모르고 작은 동작을 해대던 손이 순식간에 갈 곳을 잃고 허공을 맴돌았다. 그런 내 모습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자세를 살짝 틀어 반대로 짝다리를 짚는 놈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나 구라 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어어, 잘 알지……. 놈의 빠순이로 지낸 몇 달간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것들 중 하나였다. 거짓말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임영민. 근데 나 거짓말했어, 그러니까.
" 사귀자. "
" 아, 사귀는 건…… 머? "
뭐, 뭐라고? 그러니까, 지금 놈이 나한테…… 사귀자고 한 거지? 짧게 떨어진 한 마디에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뜬 눈만을 깜빡였다. 그런 나와는 달리 밥 먹자, 라는 아주 일상적인 말을 뱉은 듯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놈이 저와 마주했다. 그때까지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놈에게 박은 시선을 뗄 줄을 몰랐을까, 곧장 정수리에 닿아오는 놈의 큰 손이 느껴져 아무렇게나 뱉은 숨을 다시금 들이마셨다.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자비 없는 놈이 다시금 한 마디를 덧붙였다.
" 싫냐? 싫으면 무르……. "
" …… 아니, 좋아! 완전 좋아! 사귈래! 나 할래, 그거! "
멍청하게 터져 나온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는 놈을 바라보며 내린 결론이었다. 다시 한 번 정정한다, 내 이상형은 범생이가 아닌 임영민이라고.
ㅡ 뭔가 의도하고 계획했던 대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글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외전 기대하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ㅡ 초록글, 댓글, 추천, 스크랩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__) ~ 항상 빠짐없이 댓글 읽고 있으니 글에 관한 내용, 피드백, 질문 모두 자유롭게 남겨 주셔도 괜찮습니다. ㅎㅎ
ㅡ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신청한 암호닉은 다음 편에 업데이트, 암호닉 신청은 항상 최근 글 댓글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의 존재 여부는 밑에서꼭!확인해 주세요.
ㅡ 제 글은순도 100% 픽션으로만, 작가의 망상으로만 이루어진 글입니당,픽션은 픽션으로만! 즐겨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작가는 총총총...
# ㅡ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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