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 몇 살? "
" …… 저기, 학생. "
" 아, 나 여러 번 묻는 거 싫은데. "
엄마, 나는 경찰이 될 거야! 어려서부터 떠들어댔던 꿈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렸던 경찰대에 입학, 운 좋게 한 번에 붙게 된 경찰 시험까지. 결국 이름 옆에 달게 된 경위는 내게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씨발. 뭐냐, 이거? 경찰이 된 후로 이런 일, 저런 일 다 봐왔지만 이런 일은, 이런 새끼는 정말이지…… 처음이다. 새끼라고 칭할 수밖에 없는 이 새끼는, 지금 내 앞에 서 교복을 입고 방실대는 웃음을 띈 고등학생이었다.
" 아무튼 학생들, 민원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
" …… 경찰 뜬 건 좆같았는데, 누나 보니까 갑자기 좋네요? "
하루에 수도 없이 받는 신고였다. 집 근처에서 고딩들이 떠들어대서 지나다니질 못하겠다, 어떻게 좀 해 달라. 오늘 받은 신고도 그 신고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신고였고. 우리 지역 내로라하는 문제아들이란 문제아들은 잔뜩 모인 신솔고등학교, 그 학교로 인해 저희 경찰서에는 그런 신고들이 끊이질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집 근처에서 떠들며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고등학생들이 있다기에 이렇게 왔는데, 대체 왜.
" …… 학생,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
" 누나. "
" …… 하. "
"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
입고 있는 교복과 어울리지 않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걸친 채 내게 눈을 반짝이는 저 새끼가, 그러니까…… 꼴도 보기 싫다. 제 친구들은 이미 자리를 뜬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 쫑알쫑알, 이해할 수 없는 질문들을 늘어놓는 놈에 머리가 아파왔다. 곧장 놈과 마주하던 시선을 놈의 손가락에 걸쳐진 담배로 내리까니, 그제야 아, 쏘리.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담배를 골목길 담벼락에 비비는 놈이었다.
" 미안한데 연하는 취향이 아니라. "
" ……. "
" 다시는 보지 맙시다, 학생? "
고딩치고는 꽤나 훈훈하게 생겼던 페이스가 기억에 남으면서도 고개를 새차게 저었다. 저 새끼는 고딩이다, 고딩.
자주 봐요, 누나. 다시는 보지 말자며 굳은 표정을 띤 날 앞에 두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던 놈이 뱉은 한 마디였다. 개소리다, 개소리야. 그리고 그런 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 과거의 나 자신을 매우 질타했다. 경찰이 된 후로 숱하게 마주했던 학생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놈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때가 놈과의 마지막일 줄 알았다, 그럴 줄로만 알았는데.
" …… 또 너야? "
" 누나 하이. "
ㅡ 저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다고요, 아.
그러니까, 지금 내 앞에 앉은 남정네 둘은…… 무지하게 익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왼쪽에 앉아 나 몰라라, 한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는 저 새끼가. 수어 번 치고받은 듯 얼굴에 나있는 생채기들이 그들의 상황을 말해 줬다. 아아……, 군데군데 상처를 잔뜩 달아놓고선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방실대는 내 앞에 앉은 놈이, 퍽 얄미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오른쪽에 앉은 남자는, 기분이 나빠 보였고.
" 합의 보세요, 그냥. "
ㅡ 합의? 아니, 이건 정당방윈데 대체 내가 왜 합의를 봅니까?
" ……. "
" 거 보니까 그쪽이 얘 때린 수위가 더 센데, 합의 보시죠? "
두 달 전인가, 그러니까 나와 처음 마주했던 놈이 뒤를 돌아서며 자주 봐요, 누나. 했던 말이 순 거짓은 아니었다는 듯 그 뒤로 놈은 내 눈에 자꾸만 걸리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과 다를 것 없이. 매번 먼저 시비를 붙여 싸움을 만들어 기어코 경찰서에 발을 들이는 놈이었고, 그런 놈을 보며 진절머리가 나는 건 저 하나뿐이었다. 놈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항상 미소를 띤 채로 날 마주했으니까. 많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 길면 보름에 한두 번. 놈과 마주한 지난 날이었다.
" …… 야, 너. "
" 누나. "
" …… 누나 아니라고 했. "
" 나 여기 아픈데요, 누나. "
요기, 어?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상처가 나서야 쓰겠어요? 잔뜩 능글맞은 미소를 띤 놈을 보며 속으로 좌절을 외쳤다. 아아, 오늘도 졌구나. 내가.
" 아, 누나. 사랑하는 만큼 거친 건 알겠는데, 좀만 살살. "
제 앞에 앉아 여즉 웃음을 띤 채로 미간을 구기는 놈을 밉지 않게 흘겼다. 언제나 합의로 끝나는 놈의 일탈이었기에, 오늘도 역시나 작지 않았던 일탈은 합의로 끝을 봤다. 놈과 주먹다짐을 했던 남자가 서를 떠난 후에도 놈은 내 옆에 꼭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은 어떻게 알았는지, 항상 퇴근이 이른 날이면 이렇게 찾아오는 놈이었다.
" 뭐가 예쁘다고 살살해. "
" 아, 누나. "
내 얼굴 한 번 보겠다며 항상 나를 찾을 때마다 안면에 상처를 달고 있는 게 내게는 퍽,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폭,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내 옆에 붙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애교를 부려오는 놈을 애써 무시하다가 이내 휙, 뒤돌아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너 저기 앉아. 혹시 몰라 가방 속에 언제나 소지하고 다니던 비상약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필, 이렇게.
영문을 모른다는 듯 얕은 미소를 띠고 있는 놈을 향해 고개를 쑥, 내밀었다. 이내 가까워진 간격에 혼자 놀라 자빠질 뻔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곤 면봉에 약을 덜어내 금방이라도 피딱지가 앉을 듯한 놈의 상처에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꽤 깊게 패인 상처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대로 죽, 면봉을 가져다 대니 답지 않게 아프다며 칭얼거리는 놈을 한 번, 놈의 상처를 한 번 바라봤다. 아아……, 지도 아프면서 왜 그러냐고. 나한테.
" 야, 고딩. "
" 임영민. "
" 고딩. "
" ……. "
" ……. "
" ……. "
" …… 아, 그래. 임영민. "
왜요, 누나? 요샌 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초반엔 고딩, 이라며 불러도 곧잘 대답을 하던 놈이 이렇게 제 이름을 불러달라며 떼 아닌 떼를 쓰기도 헀다. 결국 졌다는 듯 놈의 이름 석 자를 가볍게 뱉어내자 기다렸다는 듯 왜요, 누나. 하며 짧은 답을 내놓는 놈이었다. 아, 진짜 짱구는 말려도 얜 못말리겠다. 고개를 살살 저어대며 놈을 불렀던 이유를 순간 놈에게 뱉어냈다. 너 왜 항상 이렇게 찾아오는데, 어? 매일 다치잖아. 그런 내 말에 한참이나 답이 없던 놈이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 신고 먹을 짓 안 하면 누나 못 보니까요. "
" ……. "
" 저 은팔찌 차고 싶어요, 누나. "
진득하게 맞닿은 시선이, 그러니까, …… 위험하다며 신호를 보냈다. 이러다 은팔찌는 제가 차게 생겼으니 이거 어쩌죠.
ㅡ 차기작은 계속 준비 중인데 무슨 글을 먼저 써야 할지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읍니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읍니다... 고민됩니다...
ㅡ 초록글, 댓글, 추천, 스크랩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__) ~ 항상 빠짐없이 댓글 읽고 있으니 글에 관한 내용, 피드백, 질문 모두 자유롭게 남겨 주셔도 괜찮습니다. ㅎㅎ
ㅡ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신청한 암호닉은 다음 편에 업데이트, 암호닉 신청은 항상 최근 글 댓글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의 존재 여부는 밑에서 꼭! 확인해 주세요.
ㅡ 제 글은순도 100% 픽션으로만, 작가의 망상으로만 이루어진 글입니당, 픽션은 픽션으로만! 즐겨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작가는 총총총...
# ㅡ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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