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23.
아기는 그 기세 그대로 스파게티를 찍었다.
그래. 찍었다란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포크를 쥐어주니 스파게티가 소세지와 동급 인 줄 알았던 아기는 스파게티를 찍어서 위로 들어올렸고,면이 흐물거리며 밑으로 흘러내리자 아기는 어어 하며 얼른 입을 가져다 댔다.
역시나. 면은 아기의 입으로 안착하지 못했고 애꿎은 내복만 스파게티로 흥건히 젖었다. 아기는 오기에 차 몇 번 더 시도를 했다가 결국 스파게티는 입에 대보지도 못 한 채 옷만 신나게 스파게티를 먹었다.
"엉아.. 스빠게티가 비니 시른가바.. 앙와.."
"일로 와봐요. 형이 먹여줄게"
"히.."
아기는 울상을 지으며 날 봤고 나는 웃으며 아기 옷에 묻은 스파게티를 다 훔쳐내고 포크로 돌돌 말아서 아기 입에 쏙쏙 넣어줬다.
"비니도! 비니도 할래!"
"응?"
"그거! 비니도 할래여!"
포크 돌리는걸 가만히 보고있던 아기가 포크를 집어들고 똑같이 따라하려다 결국 조용히 입을 벌렸다.
"어유. 아가 옷 다 버렸다. 씻어야겠네"
"그럼 둥시리 가져오게 해주세여!"
"응. 어푸어푸 하는데 대신"
"대싱?"
"이거먹고, 먹고 어푸어푸 하자 아가? 알았지?'
약봉지를 가져오자 아기는 입꼬리가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기의 입꼬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내 표정또한 점점 어두워졌다.
아직 의자에 앉아있어 어디 도망갈 곳도 없던 아기는 입꼬리만 점점 내려갈 뿐이었다.
"아가. 이번엔 잘 먹을 수 있지?"
"...."
"우리아가. 왜 대답이 없을까? 네에. 해야지?"
"히잉..."
"네에. 우리 빈이 잘 할 수 있어요. 형아 말 맞죠?"
"느에에..."
아기는 축 늘어진 채 대답을 했다.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숟가락을 가져다대니 더이상 찡찡거리는 일은 없이 눈을 꼭 감고 입을 벌려 숟가락을 물었다.
처음 먹였을때보단 빠르게 약을 먹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가 참 잘했어요. 것봐. 약 잘 먹으면서"
"시러어.. 이제 앙 머글래.. 너무 마니 머거써여.."
"... 아가 지금보다 더 아가였을때?'
"우웅.."
"그래도 약은 3일친데..어쩌나..."
".. 그럼 약 업써질때까지망 머꼬 이제 앙 머그꺼야."
고민하는듯이 아기를 쳐다보고있자 아기는 머뭇머뭇 거리더니 3일치를 다 먹겠다고 말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제 목욕 할 시간이라고 아기를 밑으로 내려주었다.
내려주기 전 물려준 사탕을 도로록 굴리며 아기는 둥실이를 가지러 옷방으로 향했고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물을 다 받기전에 먼저 온 아기를 변기커버 위에 올려놓고, 다 받아 질때쯤 변기에서 내려 옷을 벗겼다.
아기는 욕조에 내려주자 첨벙첨벙 물을 치며 좋아했고 나는 욕조 손잡이에 기대서 아기를 보고있었다.
한참 공기가 후덥지근 해질때쯤 아기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아가. 아가는 형이 좋아?'
"웅! 비니는 엉아가 너어무 조아!"
"왜?"
"웅? 웅..웅.. 그냥! 그냥 조아여!"
"그래. 그렇구나.. 근데 아가 있잖아.. 아가는 형보다 엄마가 더 좋지?"
"웅? 움..웅.. 엉마랑 엉아 둘다! 둘 다 조은데?"
"정말? 딱. 딱 한명만 좋다 그러면 아가는 그럼 엄마가 더 좋지?"
"웅..그랬능데. 이제는 엉아가 엉마보다 쪼오끔 더 조아져써. 엉마항테능 싯!"
손가락을 눈쪽으로 가져다대며 조금 더 좋다고 양을 표현한 아기는 그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비밀이라고 말했다.
아기의 행동이 이제는 어느정도 파악이 되고 푸스스 웃음까지 새어나왔다.
"근데.. 아가 있잖아. 내일이면. 내일이면 아가 엄마한테 가야돼. 이제 아가 집으로 가는거야."
"왜에. 시러, 엉아랑 이쓰꺼야"
"아니. 아가 엄마 전화왔을때 빨리 오라고 그랬잖아요. 엄마가 내일 온데.. 빈이 데리러"
"흐잉. 시러. 그럼 엉아도 비니랑 가치가여, 웅? 비니 지베서 가치 살자아"
"형은 여기 있어야되는거야. 빈이는 이제 빈이 집으로 가고. 응? 빈아 왜 울어"
"흐으..흡. 끄읍. 비.. 비니 아니고 아..아가야. 아가야 해주세여. 네? 비니말고 아가야 해주세여"
"알았어 아가 울지마 응? 아가 울지마요. 형이 미안해. 형이 잘못했어"
괜히 말을 꺼냈나 싶었다. 어차피 내일 가는데 내일까지 말을 하지말껄.. 하지만 이렇게 정이 많은 아기가 갑자기 헤어진다고,이제 형이랑 같이 못 논다는 말을 들었을때 충격이 클 것 같았다. 그래서 면역력이라도 길러줄까란 생각에 말을 먼저 꺼내본 것이었다.
아기는 내일 엄마가 아기를 데리러 온다고 했을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마지막엔 엉엉울며 아가라고 불러달라 말했다.
갑자기 바뀐 호칭에 아기는 적응하지 못했고 나는 아기를 안아들어 토닥여주기만 할 뿐이었다.
아직 물에 들어간진 얼마 되지않았지만 욕조에 물을 빼고 아기를 헹군 뒤 수건으로 감싸안고 나왔다. 세수를 하면서 눈물을 다 그쳤는지 눈가만 발게진 채로 아기는 침대위에 앉아있었다.
"아가. 아직 가는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울어.. 아가 내일 집에 가는데 안 신나? 아가 집에가면 아가가 막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는 쇼파도 있고, 아가 침대도 있고, 그리고.. 아가 엄마랑 아빠도 있는데?"
"시러.. 시러여. 비니랑 이써어.. 엉아랑 비니랑 가치 있자, 웅? 그러자아.."
"알았어 알았어. 내일. 내일 다시해요. 아가 또 울려고 그런다. 뚝뚝. 아가 정말.."
내 옷자락을 꼭 쥐며 고개를 젓는 아기를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아기를 꼭 안고서 토닥여주니 아기는 어느샌가 잠들어 있었다.
아기를 살짝 뉘여주면 아기는 그새 꿈을 꾸는건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웅얼대고 있었다. 아기 이마를 살살 쓸어주며 아기 옆에 누워서 하나하나 놓치지않고 바라봤다.
휴..진짜 내일 이 아가를 어떻게 보낸담...
-Fin-
연홍차입니닿ㅎㅎㅎㅎㅎㅎ 아ㅠㅠㅠ오늘은 너무 졸려여ㅠㅠㅠㅠ 한번 더 점검해보지만 오타 나오면 씐나게 놀려주세요!!!ㅋㅋㅋㅋㅋ 오늘은 오타가 더 많을지도 몰라... 졸면서 썼거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졸려도 이말은 꼭 해야징!!!!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댓글달아주시는 분들. 그리고 암호닉!!!!! 전부 다 사랑합니다ㅠㅠㅠㅠ
암호닉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 내가 이러니 안 사랑하고 베겨?!??!?!?ㅎㅎㅎㅎㅎ 사랑합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