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진 - 망각
다른 멤버들도 모두 숙소 안에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큰 소리는 못 내고 표정으로 나 기분 나빠를 팍팍 표현하고 있었어.
너빚쟁은 왜 세 사람이 저런 표정인가 의아해 했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니까
뚱한 표정을 지은 홍빈이가 가장 먼저 방으로 들어가.
이어서 택운이도 무심한 척 고개를 돌리고 재환이도 멋쩍은 표정을 지어
너빚쟁은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되서
멍하니 방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을 바라보다가 햇승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려.
햇승사자는 뭐가 재미있는지 킥킥 거리면서 웃고 있어.
햇승사자가 저렇게 웃는 일은 드문데 너무 재미있게 웃고 있으니까
신기하면서도 왜인지 너빚쟁은 이유가 궁금한거야.
왜? 왜 웃어요, 왜?
됐어. 저리가.
너빚쟁을 밀어내면서도 햇승사자는 계속 웃었어.
너빚쟁은 너빚쟁만 모르는 이유를 생각하느라 하루 밤을 보내.
일상은 점점 단조로워졌어.
비교적 너빚쟁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너빚쟁은 빅스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점점 무감각해졌어.
너빚쟁은 그저 지나간 과거를 다시 보고 있는 존재이고
빅스는 뜨거운 현실을 그대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점은 어쩔 수 없는 간격들을 만들어냈어
형. 그거 또 봐요? ´ Д `
오모오모@,@ 우리 별빛님들 내 생일이라고 이렇게 해주신거 감동이야@,@
하이드 활동을 마무리하는 인기가요 방송날, 그리고 학연이 생일날.
과거의 너빚쟁은 그날 녹화에 참여했었기 때문에
괜히 따라 갔다가 2013년의 너빚쟁을 만날까봐 방송국에 가지 못하고
어디론가 바쁘게 사라진 햇승사자도 없이 홀로 숙소에 있었어.
숙소로 돌아온 멤버들은 다들 들뜬 표정이었고 특히 학연이의 얼굴이 제일 상기되어 있었어.
생일 축하해로 마무리되는 영상을 꼭 붙들고 반복재생하는 학연이 주위로 멤버들이 하나 둘 모였어.
너빚쟁의 목소리도 어딘가 있었을 그 영상을 보면서 여섯명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 모습을 보면서 너빚쟁은 햇승사자가 필요해졌어. 정확히는 햇승사자가 데려가줄 수 있는 그 공간이.
너빚쟁의 존재가 여섯명이 있는 공간을 흔드는 느낌이었어.
어차피 너빚쟁이 미래에 범인을 찾고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질텐데,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텐데.
나중에 기억하지 못할거라면 애초에 아무런 기억도 가지고 싶지 않았어.
너빚쟁이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둥그렇게 앉아있던 여섯명의 원은 점차 흐트러지더니 마침내는 각자의 할일을 위해 원이 깨졌어.
멤버들이 얼추 방으로 들어가자 홍빈이는 주변을 살피더니 벌떡 일어나 너빚쟁에게 왔어.
오늘 학연이형 생일이었던거 몰랐어?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냐. 괜찮아.
뭐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나쁜 일 생겨? 괜찮...
괜찮아. 그러니까 신경쓰지마.
홍빈이는 너빚쟁에게 오자마자 오늘 무대가 멋있어서 같이 갔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이야기를 시작했어.
너빚쟁은 이미 수십번은 더 봤을 그 무대를 생생하게 이야기해주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빚쟁은 더 실감이나.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정말 언젠가는, 그렇게 멀지 않을 미래에 돌아가야 하는 사람이구나.
기분이 축 처지는 기분에 너빚쟁은 짧게 대답을 했어.
평소에 비해 힘이 없는 목소리에 홍빈이는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너빚쟁에게 괜찮냐고 물었어.
심각한 표정으로 한 손은 쓰다듬을 듯이 너빚쟁 얼굴로 향하면서 말을 하는데
너빚쟁은 홍빈이의 말들 중에서 나쁜 일이 생기냐는 말이 너무 거슬리는거야.
결국 너빚쟁을 믿고 관심을 가져주는 건 미래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빚쟁은 속이 울컥해.
그래서 너도 모르게 다가오는 홍빈이의 팔을 쳐내고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
홍빈이의 표정은 걱정을 담았다가 곧 당황함으로 가득 찼어. 그러다가는 결국 화난 표정으로 바뀌었어.
홍빈이도 울컥하는 마음에 한 소리 할려고 입을 여는데 이 상황을 쭉 지켜보고 있던 택운이가 다가와.
다른 멤버들도 있는데 그냥 들어가자. 한 손으로 홍빈이의 팔을 잡고 방 안으로 들어가.
택운이에게 거의 끌리다시피 방으로 들어가는 홍빈이의 표정은 화가 난 듯 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표정이야.
그렇지만 너빚쟁은 차마 홍빈이와 눈이 마주칠 엄두가 안나서 그 쪽을 보고 있지는 않았어.
택운이와 나란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재환이가 가만히 너빚쟁 옆으로 와서 물었어. 무슨 일 있었어?
너빚쟁은 무의식적으로 미래의 일을 물었던 홍빈이와는 달리
재환이는 지금 너빚쟁에게 일어난 과거의 일을 물어주어서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어.
그렇지만 우울한 기분이 나아진 것은 아니라 별거 아니니까 들어가서 쉬라고 하고
시선을 베란다 밖으로 돌렸어. 얼른 햇승사자가 와서 나를 옮겨줬으면 좋겠다.
너빚쟁 시선이 창 밖에서 돌려질 생각을 하지 않자 재환이도 한숨을 푹 쉬더니 방으로 들어갔어.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빚쟁 스스로가 거리를 두게 만들었고
햇승사자없이는 그 거리가 결코 숙소를 벗어날 수 없어서 너빚쟁은 속이 답답해.
빅스 멤버들이 나를 믿고 이해하는 건 내가 미래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고
미래에 내가 돌아가게 되면 나는 그 기억들을 모두 잊어 버릴 것이고
그럼 세 사람도 결국엔 나를 잊게 되겠지?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가득 차올라.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론은 하나였어.
그리고 그 결론은 왠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너빚쟁은 더 슬퍼져.
흐 언제나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우울함은 짧게 끝내고 싶어요.T.T
쓰면서도 축축 가라앉는 느낌이라 이제서야 마무리가 되어버렸네요....★☆
언제나 코ㅎ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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