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박경 - 오글오글
야 너 진짜 씹덕 터져
보고만 있어도 너무 귀여워
I'll be a big fan
널 담을 때만큼은
내 눈은 무엇보다 좋은 Cam yeah
# 일곱 번째. 조금은 부끄럽긴 하지만
☆★☆★☆★
토요일. 오늘도 찬열이와 약속을 잡고 사뿐히 일어났다.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핸드폰을 집어들어 카톡에 들어갔다.
상태메시지에 숫자 따위를 표시하는 유치한 행동은 애초에 생각도 안 했다. 워낙 기념일에 치중하는 편이 못 되었기 때문에.
오늘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다시 상기시킨 내가 머리를 끌어올려 묶고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비틀 화장실로 걸어갔다.
평소보다 더 깨끗이 샤워를 하고 머리도 꼼꼼히 감았다.
머리를 말리면서는 집에 밥이 없다며 어느샌가 우리 집에 기어들어온 표혜미와 수다를 떨었다.
"뭐 어떻게 꾸며야 돼?"
"과하게 하지 마. 막 스모키 화장 하기만 해."
"그럼. 그럼 섀도우는 빼고."
"어차피 쌍액 하잖아. 그냥 라인만 빼."
"빼야 되나? 그냥 점막만 살짝 채울까?"
"그러던지. 걔가 너 귀여워서 죽을라고 한다며?"
어제 흥분에 차서 카톡방에 싸지른 카톡이 후회가 되었다.
온갖 자음을 폭발시키며 마구 폰을 붙잡고 울었던 기억에 괜시리 멋쩍어지기도 하고.
"응. 그럼 렌즈는 투명?"
"응. 너 써클 갖다 버려. 야, 원래 렌즈 안 낀 게 제일 예쁜 거야."
"넌?"
"난 렌즈 없으면 사람이 아니잖아."
피식 웃었다. 고데기를 달깍 키고 로션이 발려진 얼굴에 고민하다 메이크업 베이스를 찍어 발랐다.
피부 화장은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피부가 숨을 못 쉬는 게 답답해서.
아까 말했던 대로 갈색 아이라이너로 정말 보이지 않게 눈 속에 라인을 가두었다.
쌍꺼풀액으로 눈을 평소보다 좀 더 둥글게 만든 뒤 몸을 일으켰다.
"야. 옷 뭐 입을 거야?"
"아, 좀 아무거나 입을게."
역할이 바뀐 표혜미와 내 상황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나서야 옷까지 다 입고 표혜미의 밥을 차려주었다.
"넌 어떡해?"
"박찬열이랑 김종대랑 친구 같던데. 니가 박찬열한테 좀 잘 말해 줘."
"어으, 왜 그런 앨 좋아해?"
"왜. 귀엽잖아. 종대."
"콩깍지야 그거. 야, 니가 걔보다 키 큰 거 아냐?"
표혜미는 내 말에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혜미 키가 170이니까.
"괜찮아. 종대를 위해서라면 평생 컨버스만 신을 자신이 있어!"
"미쳤네."
그릇을 물로 헹군 뒤 싱크대에 담궜다.
나는 시계를 흘끗 본 뒤 코트 주머니에 교통카드와 지갑을 쑤셔넣었다.
"나가. 나 나갈 거야."
"매정한 것 봐. 야, 넌 나보다 박찬열이 먼저야?"
"응."
"진짜 명불허전 오징어."
저놈의 명불허전 오징어.
나는 간단하게 가운뎃손가락을 얼굴에 날려준 뒤 표혜미를 신발장으로 떠밀었다.
-
"오징어. 먼저 나왔네?"
"응. 빨리 가자."
"몇 시 예약이지?"
"네 시 반."
영화를 보기로 했다.
한 할머니가 사진을 찍고 20대 꽃처녀로 돌아가는 내용의 영화.
로맨스 영화엔 질색하는 나인지라, 찬열이가 백 번 양보해 고른 것이었다.
그렇다고 사귀게 된 뒤 처음 만나는 건데 내 취향대로 느와르,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이런 영화는 볼 수 없었으니까.
영화 볼 때 팝콘도 또 안 먹는 나인지라 찬열이가 이래저래 많이 애매해 했다.
결국 콜라만 두 개 사 들고 표를 끊어서 들어간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끝 없이 반복되는 광고들에 지루해 해야 했다.
"저 광고는 언제까지 나오냐."
"지금 세 번째 나온 것 같아."
"통신사 광고 진짜."
작은 목소리로 소근대며 말하다가 보니 어느덧 조그만 조명들이 꺼지고 완전히 영화관이 암흑 속에 묻혔다.
이윽고 시작하는 영화. 나는 의자에 푹 기대앉아 영화에 집중했다.
-
"어지러워…."
언제나 영화관에만 오면 늘 어지러웠다.
나는 정말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입모양으로만 말한 뒤, 머리를 푹 숙이고 손으로 툭툭 머리를 소리 안 나게 쳤다.
그러자 찬열이가 곧바로 내 목에 손을 얹으며 토닥토닥, 두어 번 도닥거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찬열이의 넓은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잠깐만 이러고 있어도 돼?'
찬열이는 웃었다.
난 정작 너무 어지러워서 그 웃음을 잡아낼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지만.
-
영화가 끝나자마자 찬열이는 날 이끌고 영화관에서 나왔다.
뒤에서 목을 꼭 끌어안으며 괜찮냐고 물어오는 목소리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내 표정에 찬열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이라도 마실 거냐며 물었다.
나는 마실 거,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불현듯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갑자기 스파클링 체리 에이드를 먹으면 꼭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찬열이에게 카페에 가면 안 되냐고 물었고, 찬열이는 곧바로 로비를 나섰다.
"원래 영화 볼 때 아파?"
"응."
"그럼 보지 말자고 하지. 미안해."
"아니. 근데 영화 보는 거 좋아해. 나 영화 되게 자주 보러 다녀."
"뭐야. 아픈데?"
"응. 괜찮으니까 미안해 하지 마."
찬열이는 푸스스 웃었다. 그러고보니 찬열이는 늘 내게 웃는 얼굴만 보여주는 것 같다.
고맙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아무 카페나 비집고 들어가 카운터 앞에 섰다.
난 이미 메뉴를 정해놓았기에, 찬열이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마실 건 됐고. 허니브레드."
난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단 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탓에 표혜미가 먹는 바닐라 라떼도 뺏어 먹을 수 없었고, 생일에도 케이크를 먹지 않았다.
그런데 허니 브레드라니. 이름부터 단 향이 풍겨오는 듯 하다.
"너 혼자 다 먹을 거야?"
"아니. 너 단 거 안 좋아한다며."
"허니브레드 좋아해?"
"난 허니밀크티 먹는데 여긴 버블티가 없네. 그냥 꿀 들어간 거 좋아해."
찬열이는 말을 마치고 바로 주문을 했다. 스파클링 체리 에이드 하나, 허니브레드 하나요.
나는 지갑을 슥 내밀고 찬열이에게 계속 물었다.
"뭐야. 너 단 거 좋아했어?"
"응. 꿀 들어간 거 좋아한다니까."
"그럼 너 나랑 다니면 안 되겠다. 나 단 거라고는 체리 들어간 거 빼고 못 먹어. 케이크도 체리 케이크 말고 못 먹고."
"체리 좋아해?"
"응. 체리 예쁘잖아. 맛있고."
어릴 적부터 체리를 너무 좋아했다.
그 탓에 집엔 늘 말린 체리가 쌓여 있었고, 내가 유일하게 먹는 케이크는 체리 케이크였기 때문에 늘 생일마다 체리 케이크가 올라오곤 했다.
표혜미는 늘 체리로 날 위협했고, 난 이미 중학교 시절 체리공주란 이름으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놀림 받는 존재였다.
"난 꿀 좋아해."
"근데 꿀을 왜?"
"나 미국에서 살았잖아. 거기 옆에 벌꿀 채집장 있었거든. 그래서 맨날 먹고 지냈지."
"아."
거기까지 얘기한 뒤에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원래라면 벨을 들고 기다렸어야 하겠지만 앞에서 계속 이야기를 했던 탓에 계속 카운터 앞에서 주문을 기다린 셈이 되었다.
일단 트레이를 들고 2층 구석 테이블로 향했다.
나는 체리 에이드를 쭉 빨아들인 뒤에 계속 말을 이었다.
"꿀? 허니?"
"왜?"
"어감 간지럽다. 허니. 허니."
"나한테 그런 거야?"
그냥 한 번 불러본 건데, 찬열이의 입이 이미 귀까지 찢어져 있었다.
허니란 호칭이 그렇게 좋은 걸까.
"허니라고 불러?"
"나 그럼 완전 녹아내릴 것 같은데."
"나 오글거리는 거 못 해."
"사실 안 해도 돼."
"그냥 카톡에 저장해줄게. 허니, 라고."
핸드폰을 들어 즐겨찾기 맨 상단에 등록된 'ㄱ ♥', 찬열이의 이름을 수정했다. 'ㄱ 허니♥'.
표혜미나 최진리, 정수정에게 들키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나는 카톡 비밀번호를 한 번 더 바꿨다.
찬열이는 그 모든 걸 다 쳐다보다가 허니브레드를 썰면서 말했다.
"그럼 너는 뭐야? 넌 체리 좋아하니까 체리?"
"체리? 체리…"
"음. 좀 심심한데."
"그냥 오글거리지 않아?"
"넌 귀여우니까, 애기 같으니까. 베이비?"
"아, 그게 뭐야."
"합치면 체리 베이비?"
"야. 오글거려. 그만해."
찬열이는 이미 내 이름을 바꾸고 있었다. 나랑 똑같이, 'ㄱ 체리베이비♥'.
나는 그냥 픽 웃어버렸다. 오글거리는 건 너무 싫어했지만, 왠지 찬열이가 하니 귀여운 것도 같고.
허니, 허니. 체리 베이비. 허니 체리 베이비.
그 순간부터, 우리는 허니, 체리 베이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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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브입니당.
마지막 문장을 잘 기억해두세요. (대형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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