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F(x) - Stand Up
Stand Up Wake Up 지금 여기
너에게 나 외치고 싶어
Hello Hello Hello Hello
Stand Up Wake Up 두 팔을 벌려
너에게 나 숨차게 달려
# 여덟 번째. 너에게 숨차게 달려
☆★☆★☆★☆★
-감기?
"응 그런 것 같은데…."
- 야 목소리가 다 죽어가. 눈만 그러더니 갑자기 왜?
"몰라. 죽을 것 같아."
- 안과 가 봤어?
"아니. 눈은 괜찮아졌는데…."
- 눈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잖아. 병원 가 봐. 결막염? 뭐 그런 거면 어떡해.
"뭘 어떡하긴 어떡해, 학교 조까야지."
- 여자애가 말버릇은. 박찬열 앞에선 완전 교과서 읽으면서.
"넌 박찬열 아니잖아."
- 하여튼. 지금 누웠어?
"야. 우리 집 와서 나 교복 좀 갈아입혀 줘."
내가 네 노예야? 하면서 짜증을 발칵 내던 혜미는 결국 지금 우리 집에서 앓아누운 내 교복을 벗기고 있다.
오늘 찬열이랑 너무 어색해서 병원 같이 가 달란 말도 못 했다.
학교에 갔는데, 왼손에 채워진 시계를 보려 와이셔츠 소매를 올렸다가, 멍이 든 내 팔을 발견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찬열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게 물었다.
「여기 왜 이래?」
「어….」
나는 내 팔에 멍이 든 줄도 몰랐고, 아프지도 않아서 멍청하게 소리만 뱉고 있었다.
어디 박았나? 왜 멍들었지? 그렇게 생각할 찰나, 찬열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 때 내가 네 팔 잡아서 그런가?」
「아. 그런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아 그런가. 하고 대답을 했는데, 그 뒤로 찬열이가 내 얼굴을 쳐다보질 않았다.
일부러 점심시간에도 막 나 피하고, 그래서 진리랑 수정이가 싸웠냐며 내게 고나리를 늘어놓았다.
그 쯤에 수학 시간이 찾아왔는데, 도저히 눈 앞이 보이질 않았다.
오늘따라 흐릿하고 초점이 안 맞는 게 아무래도 불안해서 거울을 보니까 조금씩 핏줄이 붉어진 눈이 보였다.
졸려서 그런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칠판에 마구 늘어진 판서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점점이 흩어졌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상이 잦았기 때문에 또 잠시 멈칫했다가 계속 급식실로 향했고.
그리고 학교가 끝나니 토끼눈이 되어서 눈에서 끊임 없이 먼지가 나오고 뿌옇게 막이 씌이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아예 감고 있다가, 찬열이에게 비언어 과목의 숙제를 물었는데 찬열이는 노트만 휙 넘겨주고는 먼저 가 버렸다.
나는 저 알 수 없는 행동에 좀 서운했다가, 이내 눈에서 찌르르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붙잡고 책상 위로 팔을 아무렇게나 부려 놓았다.
그리고 터덜터덜 혼자 노래를 들으며 집에 오니 이런 찌르르한 고통이 온몸을 감싸며 렌즈가 눈 밖으로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엄마는 징그럽다며 등을 짝짝 때렸고, 나는 두 손을 교차하여 그 스매싱을 막아내며 렌즈를 휙 빼서 버렸다.
몸도 무겁고, 눈꺼풀도 무겁고.
집에 오면서 들었던 노래는 신나고 밝은 노래였는데. 괜히 즉흥적으로 춤도 지어내면서 왔다.
그런데 내 몸은 왜 이렇게 축축 늘어질까…
혜미가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는 날 옷도 갈아입히고, 대충 있는 약을 먹인 뒤 핸드폰을 충전시켜주고 갔다.
찬열이한테 카톡해야 되는데. 핸드폰은 너무 멀리 있다.
귀찮은데… 그만 잘까.
그리고 잠에 빠져 들었다.
-
몇 시간 후, 나는 지금이 몇 신지 여긴 어딘지 확인할 틈도 없이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곤 마구 먹었던 것들을 게워냈다.
나는 한 번 몸살에 걸리면 열도 끓고, 목도 죄다 찢어지고 코도 막혀 숨을 쉬기가 참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거기다가 꼭 일 년에 한 번 씩은 이렇게 하루에 일곱 번 씩 토하는 굉장한 현상이 일어난다.
눈도 안 보이고, 온몸은 뻐근하고, 이러다간 위랑 장까지 토하겠다 싶었다.
벌써 자다 일어난 게 네 번째다.
이불에 토하기 싫어 필사적으로 화장실로 달려갔다가 이젠 위액만 잔뜩 뱉어낸 나는 힘없이 화장실 앞에 널부러져 버렸다.
-
"오징어! 일어나!"
"……."
"혜미가 전화했어! 너 아프다구! 죽 사 왔으니까 먹어."
나는 꾸물꾸물 일어나 따뜻한 죽을 먹었다.
먹다보니 계속 들어가… 계속 토하고 배도 아픈데 또 맛있는 건 끊임없이 들어간다.
먹다보니 배도 고픈 것 같고, 맛있기도 해서 옆에 놓인 크림빵도 두세 개 씩 집어 먹었다.
그리고…
"이 년아! 비싼 죽을 왜 먹자마자 다 토해! 하나도 흡수 못 했겠다!"
"……."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 어휴."
난 다섯 번째 구토를 마치고 좀비처럼 화장실에서 나왔다.
진짜… 목도 아프고 코도 막히고 숨도 안 쉬어지는데 몸까지 으슬으슬 추워온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가, 계속 깜빡깜빡거리는 핸드폰이 거슬려 또다시 핸드폰을 주우러 기어갔다.
"여보세요. 징어야?"
"……."
"오징어?"
"우응…."
전화를 받긴 했는데 목소리도 잠기고 저 작은 신음만 뱉는 것도 목이 아파서 온 몸을 비틀었다.
"왜 그래?"
"아니야."
"잠깐 나올 수 있어? 내가 너네 집 앞으로 갈게. 몇 층이야?"
"17…."
"알았어. 5분 뒤에 나와."
얜 왜 지금 온다는 거야.
아프다보니 짜증이 먼저 솟구쳤다. 나는 안경을 주워끼고 두꺼운 후드집업을 끝까지 올려 닫았다.
스냅백도 쓰고 집업 모자까지 뒤집어 쓴 뒤 집에서 입는 레깅스를 대충 툭툭 털어 내렸다.
그리고 문을 열자, 저 끝에 뭔가 커다란 인영이 보였다.
"오징어?"
"……."
"징어야?"
날 보자마자 와서 어렴풋한 조명 아래에서 막 손을 붙잡는데, 설렌다기보단 힘들고 기가 빠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난 일단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내려가서 얘기하잔 의사를 전달했다.
거울에 기대서 열이 나는 이마를 차갑게 식히고 있는데, 거울 뒤 찬열이가 내게 손을 뻗을까 말까 고민하는 게 보였다.
이럴 때 보면 귀엽기도 하고. 픽 웃은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놀이터 미끄럼틀 출구에 낑겨앉아 찬열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사실 그다지 로맨틱한 광경은 아니었다.
찬열이를 앉힌 뒤 내가 오른 쪽에 낑겨 앉았고, 딱 붙어 앉은 뒤 찬열이의 머리를 왼 쪽으로 쳐 넘겼다.
그리곤 어깨를 툭툭 치고 무작정 머리를 갖다 댄 것이 지금의 모양새였다.
"오늘 많이 서운했지. 알아."
"……."
얜 또 무슨 헛소리야.
난 헛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팔다리가 조각나는 듯한 근육통이 싸하게 와 닿았다.
"내가 많이 미안해서 그랬어. 너 다치게 한 게 무섭기도 하고, 앞으로 또 그러면 어쩌나 싶고."
"……."
"내가 싫어서 그랬어. 미안해. 괜찮아? 팔 줘 봐."
정말 힘이 쭉 빠졌지만 집업 주머니에 꽂혀 있던 팔을 툭 꺼냈다.
그러자 찬열이는 내 하얗게 질린 팔을 걷어 멍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것 봐… 완전 푸르딩딩…?"
찬열이는 고개를 돌려 내 표정을 확인했다가, 눈을 지금껏 봤던 것 중 가장 크게 떴다.
내 꼴이 그렇게 병자 같나. 하긴 지금 온 몸의 핏기가 다 빠졌을 것 같긴 하다.
환하게 떠오른 달빛과 바로 앞의 하얀 가로등빛에 비쳐진 내 모습은 아마도 너무 아파 보였겠지.
나는 고개를 좀 밑으로 숙였다.
"아파? 그래서 말 안 했던 거였어?"
"……."
"내가 너 아픈데 또 불러낸거야?"
진짜 이젠 화낼 기운도 없다.
나는 손을 힘겹게 들어 입을 짝 때렸다.
"그딴 말 하지마… 죽여버릴 거야."
찬열이는 내 어깨를 감싸 안고 계속 내 얼굴을 확인했다.
그 새 홀쭉하게 들어간 내 볼에다가, 빨갛게 부어오른 눈, 다 갈라진 입술.
"눈은 왜 그래? 너무 빨갛잖아. 렌즈 꼈어?"
"……."
"숨을 왜 이렇게 못 쉬어? 코 막혔어?"
"……."
"목 아픈 것 같던데. 목도 갈라졌어?"
"……."
"머리 너무 뜨거운 거 아냐?"
"…야. 제발 닥쳐. 울려."
찬열이는 그제서야 입을 다물었다.
나는 짜증이 솟구쳐 어깨에 얹어진 손을 쳐 내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놀이터 바닥에 엎어지고 만 것이었다.
"오징어! 괜찮아?"
오늘따라 내 귀에 와 닿는 저 낮은 목소리가 이렇게 민망할까.
하필 거기서 엎어질 게 뭐야. 난 아픔보단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며 부서질 듯한 몸에서 나는 우드득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일어나 봐. 내 손 잡고."
찬열이는 내 손을 잡아 일으키더니, 날 세워두고 뒤를 돌았다.
"뭐해. 안 업혀?"
"…또 뭐 하는데."
"이렇게 약해서 어떻게 집까지 걸어 가. 업어줄게. 업혀."
"나 무거워. 너 허리 부러져."
"괜찮아."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래."
"너 어디서 그런 말 배웠어."
"근데 나 힘들다. 업힐게. 하나, 둘, 셋!"
등 위로 뛰어올라 찬열이의 목을 두 팔로 감으니 찬열이가 내 다리를 손으로 꼭 받쳐주었다.
"왜 이렇게 가벼워? 못 먹었어?"
"오늘 하루 종일 토했어."
"잘 먹어야 돼. 바람 불면 날아가겠다."
"미쳤어? 나한테 뺨 맞고 싶어?"
"목 아프다면서 어쩌면 욕은 이렇게 잘 해?"
"……."
"어쨌든. 잘 먹어."
놀이터를 빠져나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찬열이가 17층 버튼을 누르고 한참동안 조용하다가, 망설이는 듯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아프지 마."
☆★☆★☆★
베브입니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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