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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28
BGM :: 린 - Love Me For Me
"우리 애기가 나중에 가수가 되려나?"
"그럼 종대한테 맡겨야,"
"아니! 가수는 안 돼!"
싱가폴에 간다는 소식을 어디서 듣고 연락을 하는지, 핸드폰이 쉴 생각을 하지 않는 요즈음.
내가 이민을 가겠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내게 오는 메세지들은 하나같이 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메세지들이다.
나 이민가는거 아닌데 왜 이렇게들 호들갑인지 진짜. 다들 몸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소리들만 보내준다.
내가 알기로는 싱가폴이 그렇게 위험한 지역은 아닌데 말이야, 직접 겪은 바로도 그랬고
총기규제도 있고 사복경찰도 있는 안전한 나라에서 왜 몸조심을 해야하냔 말이야. 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만.
"누나 언제 간다고 했지?"
"이제 2주 남았나, 너네 개학하면 가 있겠다."
"아 개학.."
요놈, 이제 너 고3이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니 싫다며 아랫입술을 샐쭉거린다.
한창 짐정리에 바쁜 내가 걸리적거린다며 팔을 휘저어도 꼼짝 않고 내 침대 위에 누워 팔다리를 흔들어대던 경수는
갑자기 후드득 팔다리를 떨어트리고, 잽싸게 돌아 누워 핸드폰을 두드린다. 쟤 지금 뭐하려는 거지?
"왜 또."
"얼른!"
뜨거워져 잠시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리 오랜 시간은 지나지 않아 여전히 뒷면이 불타듯 뜨겁다.
이 쪼꼬만 것이 또 무슨 일을 벌였,
-누나가 기차여행 간다고 시간 되냐는데?
내가 언제?
엄마는 단번에, 딸내미가. 여자도 없이. 남정네들이랑 같이, 그것도 1박 2일로 여행을 떠난다는데
말리지는 못할망정 직접 짐을 싸주며 숙소를 예약해주기까지 했다.
떠나는 당일 아침에는 손수 만든 음식에 장본 주전부리들까지 챙겨주기도 하면서.
박찬열의 차는 그날 이후로 자주 이용하고 있다. 바쁘다고 궁시렁거리면서도 부르면 바로 달려오는 박찬열은 함께할 수 없음에 여러번 서운함을 토했다.
누가 이직하랬나, 아. SM쪽이 더 바빴으려나? 나야 무경험자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생각을 하기가 바쁘게 멀리서부터 놈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나와 다를 바 없이 손에 가득가득 무언가를 들고 입구에서부터 달려오고 있다.
들고있는 짐이 많이 무거운지 계속 휘청대는 변백현과, 스쿼시의 효과인지 한손에 가볍게 들고 달려오는 김루한과 오세훈.
약속시간은 이미 10분이나 지났다. 이래서 내가 일찍 만나자고 했는데, 나의 선견지명이란.
"느리게도 오네."
뭐야, 뭐야 이거.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한걸음 앞으로 향하니, 나를 보며 가소롭다는듯 픽 웃는다.
왜 저들 무리를 보며 하나가 없었음을 깨닫지 못했을까. 김종인은 자신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기둥에 기대어 팔짱을 낀다.
내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언제쯤 눈치챌까 얘는. 그리고 나는 먼저 포기해버린다.
"누나! 누나 우리가 먹을거 짱 많이 싸왔어요!"
밝은 목소리가 역 안을 울린다. 무거운 짐때문에 온 인상을 다 쓰면서도 헤실헤실. 팔을 붕붕 흔들어대는데 참 그 모습이 우습다.
낑낑. 크지도 않은 소리가 음성지원과 함께 귀에 안착하고 보다못한 김종인이 나서서 그 양손에 들린 짐들을 뺏어온다.
"이게 다 뭐야?"
먹을거라더니, 짐 안에는 먹을건 보이지도 않는다.
"누나 싱가폴 간다고 해서요!"
"그게 뭐,"
"가서 편하게 생활하라고 조금 챙겨와 봤어요!"
이게, 조금?
편하게 생활하라는 것이 진실인지 흔히 생각하는 생필품의 범주에서 벗어난 물품들이 가방 안에 자리하고 있다.
모두 변백현의 짓이라는 루한의 증언에 따르면, 1000원 할인용품에서 흔히 볼 수는 있지만 굳이 사지는 않는 이 물건들을 변백현이 사왔다는 소리다.
"너 돈은 어디서 나서?"
"누나 그거 몰라요? 우리 세,"
세..훈이겠지 뭐. 게다가 다급하게 변백현의 입을 틀어막은 범인도 오세훈이었으니 말은 다 했다.
오세훈이 뭘? 어쨌길래. 나는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뭐든 상관없겠다 싶어 그만둔다. 기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승강장에 가는 내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변백현은 결국 김종인이 입에 찹쌀떡 하나를 물려주자 다물어졌다.
한동안 우리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말들 대신에 찹쌀떡의 찐덕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맛있네, 이거.
하나 더 먹지 않겠냐는 내 제안을 가벼이 무시한 루한이 나 더 먹으라고 내 손 위에 하나를 더 얹어준다.
맛있다. 진짜. 서울가서 한팩 더 사 먹어야지.
"누나, 그거 맛있어요?"
맛있다마다. 고개를 크게 위 아래로 끄덕이는 나를 보며 뭐가 좋은지 오세훈은 흐뭇하게 웃는다.
여기에 약을 탔나, 등쌀이 으스스해진 것을 느끼며 나는 찹쌀떡의 내부를 자세히 살핀다.
약을 탔으면 어떻게 탔지..? 맛이 나나?
"나 약 안탔어요. 그거 제가 사왔어요!"
"아아."
별거 아니구나.
기차에 올라선 우리는 하나의 문제점에 도달한다.
나, 도경수, 변백현, 루한, 오세훈에 김종인까지. 우리는 여섯명이다.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네자리고, 두 사람은 따로 앉아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패기롭게 남해로 향하자던 도경수 덕분에 4시간 가까이를 기차 안에 있어야 하는데 2명은 오붓한 데이트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나게 짐을 윗칸에 올리던 고딩들은 잠시 멈칫한다.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결국 내가 제일 떠들지 않을 것 같은 김종인을 지목해 따로 앉으려 하자,
변백현이 제 눈이 떠 있는데 그것만은 볼 수 없다며 내 팔을 잡아끈다.
그럼 네시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갈 수 있어? 변백현은 빠르게 포기한다.
제 성격을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열차가 출발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결국 내 고집을 이기지 못한 네명의 고딩들이 서로 마주보고 자리에 앉는다.
엄마가 싸준 주전부리 몇개를 던져주니 냠냠 소리만 들리고 이제 불평불만은 들리지 않는다.
저때는 많이 먹고 많이 크는게 장땡이지 뭐.
"나와봐요."
안쪽에 앉아있던 김종인은 갑자기 멀쩡히 잘 앉아있던 나를 일으켜 세운다.
너무 단호한 그 음성에 얼떨결에 일어나 엉거주춤 서니 저가 서있던 안쪽으로 날 밀어넣고 자기가 바깥쪽에 앉는다.
왜 멀쩡히 앉아있던 나를 왜? 나는 대답없는 김종인을 지속적으로 추궁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왜. 내가 밖에 앉겠다는데.
"경치가 좋지 않아요?"
너는 참, 이 경치가 좋아보이나보다. 종인아.
김종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빠르게 이동하는 KTX의 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터널.
터널이 보인다. 터널. 이건 아무리 봐도 터널이다.
우리 종인이가 춤연습 한다고 많이 힘든가보다, 터널도 경치가 좋아보이고.
얼마나 바깥을 못 보고 살았으면.
너는 이게 좋아보이냐, 내가 혀를 끌끌 차며 세상이 말세라는 둥 중얼거리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민망해하지도 않아, 진짜 대박. 김종인은 부끄러워 하는 대신 듣기 싫다는 듯 겉옷을 벗는다.
"어라?"
벗은 겉옷은 김종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내 무릎 위에 안착한다.
아. 쌀쌀해졌다 해도 아직은 더운 날씨기에 나는 오늘 아침 약간은 그 길이가 짧은 반바지를 선택했다.
통로쪽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잦게 무릎을 마찰시켰는데 그게 신경이 쓰였나 보다.
"예쁘지도 않은 다리 왜 드러내고 다녀요."
귀엽긴.
아무리 생각해봐도 같은 연하라고 해도 김종인과 오세훈, 변백현과 루한. 그리고 민석이는 너무나도 다르다.
민석이는 다정하고, 자상한 연하였다면 루한은 그냥 애새끼고, 변백현은 개새끼고.
김종인은 츤츤-하기도 하면서, 자상하기도 하고, 오세훈은 아직 잘 모르겠다. 걍 멍청하다는건 알겠다.
요새 애들 개성이 남다르다더니 그 좋은 예를 이렇게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네.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많이 힘드실 것 같다.
"누나 이거 먹을래요?"
좌석 윗부분을 잡고 올라탄 변백현이 내게 길고 초콜릿이 묻은 막대과자를 내민다.
하나만 주면 되는데, 몇개를 주는건지 주먹이 꽉꽉 차 있다. 나는 힘겹게 그 과자들을 받았다.
자리에 제대로 앉아달라는 승무원의 요청을 듣고서야 아쉽다는 듯 돌아 앉는다.
"너도 이거 먹을래?"
내 질문에 내쪽을 힐긋 쳐다본 김종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오독오독 씹는 이 느낌이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달달한 것을 먹은게 꽤 지났기도 하고.
아까 찹쌀떡도 맛있었는데 이것도 되게 맛있다. 변백현한테 좀 더 달라고 할까?
어느새 하나만 남았는데, 나 혼자 먹었다는 것이 좀 민망하다.
"너 진짜 안먹어? 이거 하나 내가 먹는다?"
"다 먹으세요."
"응."
나는 마지막 남은 하나도 입 안에 넣는다.
손을 아래로 내린 채로 오독 오독. 끝부분부터 차근차근 먹어 나가는게 이 과자의 묘미 아니겠는가.
"한입만 줘요."
줬다 뺐는게 어디있,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얼마 남지 않은 막대과자 위로 김종인의 입이 닿는다.
내가 내던 소리와는 약간 그 둔탁함의 정도가 다른 오독. 소리가 나고
"한 입."
내 입술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나무과자의 길이가, 그 근접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 부끄럽다.
+
내가 이 편을 쓰게 만든 장본인.gif
오늘은 종인이가 다 했쟈나!
못난 작가의 글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사랑합니다 내가 사란해 마니 사란해 ㅠㅠㅠㅠ
추천요정 청개구리들도 내사랑 모두들 사랑해여 이따만큼 ! 싸란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