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온유] 시나브로 03 03 다음날, ㅇㅇ은 여전히 진기네 집 앞이야. 대문을 벌컥 열고 나오던 진기가 ㅇㅇ을 힐끗 봐. 익숙해진건지 휙 지나쳐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오늘도 ㅇㅇ은 진기의 옆에 붙어서 이것저것 조잘대. 진기에게 여전히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같이 등하교를 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어. "이진기랑 진전은 좀 있냐?" "아니- 철벽이 장난아니야" "너도 참 고생이다 왜 이진기를 좋아해서는" 사람 좋은데 이유있냐며 너스레를 떨다 태연에게 등짝을 맞은 ㅇㅇ이가 아프다며 징징대기도 잠시, 진기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어보여. 그것도 잠시, 다시 휙 시선을 돌리는 진기에 울상이 되는 ㅇㅇ을 한심한듯이 쳐다보는 태연이야. * ㅇㅇ이 제일 좋아하는 체육시간이 됬어. 오늘도 제일먼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방방 뛰다가 태연에게 한대 맞아. 입을 뿌-내밀던 ㅇㅇ이 체육복 차림으로 교실에 들어온 진기를 눈에 하트를 달고 쳐다봐. "야.야! 이진기 뚫어지겠다 뚫어지겠어" "야..어떻게 체육복도 잘어울리냐.." "어깨 넓잖아,쟤" "하..얼굴도잘생겼으면서..다가졌네.." 멍하니 진기를 쳐다보던 ㅇㅇ이 진기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과 함께 '너 주번. 문잠궈.' 두마디 뿐이였지만 ㅇㅇ이가 황홀경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지. "하..목소리도.." "니가 제대로 돌았구나.." 운동장으로 나온 ㅇㅇ이 한창 좋은 날씨에 기지개를 쭉 펴고 개운한 표정을 지어. 체육시간이라고 올려묶은 긴머리가 달랑달랑대. 한창 신났거든. 체육쌤은 짝피구를 왜이리 좋아하는지, 오늘도야. 오늘은 짝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기로 했어. "야..진기봐..너무멋있어.." "공이나 피해 이년아" 운좋게 진기와 같은편이 된 ㅇㅇ이 초롱초롱하게 공이 아닌 진기를 쳐다봐. 진기는 머리를 찰랑거리며 열심히 뛰어다녀. 상대편을 아웃시키면 씩 웃는게, ㅇㅇ에게는 심장어택. 태연이 공이나 보라며 핀잔을 주자마자, 상대편 남자가 던진 공에 얼굴을 정면으로 퍽! 하고 맞아버린 ㅇㅇ이야. "아!!" "야,헐.. 괜찮아??" 여자아이들이 ㅇㅇ 곁으로 몰려들고, 허리에 손을 짚고 인상을 쓰고있던 진기가 반 아이들 사이로 들어가 ㅇㅇ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고 살펴봐. 얼굴이 아려와 울상을 짓는데,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를 한번 만져본 진기가 자기가 더 아픈듯 인상을 찡그리다, 태연에게 양호실로 데려다 주라고 해. "태연아.." "왜" "나 너무 떨려..왜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걱정한거야??" "친구야. 미안하지만, 이진기 반장이야. 애들 다치는거 싫어해. 알잖아, 저번에 남자애 다쳤을때도 똑같은 반응인거." 단호한 태연의 말에 다시 울상을 짓는 ㅇㅇ이야. 갑자기 힘이 더 빠져보이는 ㅇㅇ에 태연이 더 단단히 부축하며 말해. "그래도, 뭐. 희망이 없어보이진 않아" "정말? 왜??" "촉이 와." "..단번에 느껴~?" "닥쳐" "응.." 아픈게 맞는지, 다시 개드립을 쳐대는 ㅇㅇ을 태연이 째려봐. 장난스런 표정을 짓던 ㅇㅇ이 금세 울상이 되서 한숨을 푹 내쉬어. "이진기 너무 좋아져버렸어..어떡해?" "친구야 미안한데 오글거려" "이진기이..마성의남자같으니라고.." "저기, 오글거린다고" "내껄로 만들거야.." 드라마에 나올법한 대사들만 우르르 뱉어내는 ㅇㅇ에 태연은 순간 부축하던 팔을 확 빼버리고싶은 충동을 겨우 참고 ㅇㅇ의 상처를 한번 건드려 조용해지게 만들었어. 겨우 양호실에 도착하고, 훈훈한 남자 보건쌤이 약을 발라줘. 금세 헤벌쭉-해서 싱글벙글인 ㅇㅇ이야. "얼씨구. 이진기좋다고한게 몇분이나 지났냐" "진기는 진기고! 쌤은 쌤이고..헿ㅎ" "ㅇㅇ이 진기 좋아해?" "전교생이 다 아는데요? 쌤 몰랐어요?" 쌤은 몰랐지~하며 반창고까지 붙여주셔. 여자애 이마가 이게뭐냐며 핀잔도 하고. 기분좋게 웃은 ㅇㅇ이 웃음섞인 한숨을 쉬어. "아휴.. 진기도 이렇게 다정했으면 좋겠네-" "..진기가 들었겠다" "네?" 진기가 들었겠다며 뒤쪽을 쳐다보는듯한 보건쌤에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본 ㅇㅇ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 ㅇㅇ의 말을 들은건지 못들은건지, 무표정으로 보건쌤과 ㅇㅇ을 번갈아보는 진기야. "..쌤 없을줄 알고. 간다. 안녕히계세요" ㅇㅇ의 얼굴은 붉어진채 식을 기미가 안보이고, 보건쌤은 여전히 싱글벙글에, 태연은 옆에서 대박이라며 난리를 쳐댄다. "아 쌤- 얘기좀 해주지.." "같은 남자가 봤을땐," "..봤을땐?" "관심이 아예 없진 않은데?" "자꾸 그렇게 희망주지마요.." 아니, 진짜야. 맞다며 자꾸 고개를 끄덕이는 보건쌤과 옆에서 그런거 같다고 설레발을 치는 태연때문에 그런가..? 하고 다시 얼굴을 붉히는 ㅇㅇ이야. * 하교시간. 아까 체육시간에 있었던 일 때문에 ㅇㅇ 혼자지만 어색한 기분을 잔뜩 안고 버스를 탔어. 말걸지 말라는듯 이어폰을 끼고있는 진기에 입을 꾹 다물고 버스에서 내릴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ㅇㅇ이야. 이렇게 노력해서까지 짝사랑 해야하나 하는마음에 괜히 울적해져서 땅만 보고 걷는데, 진기가 그런 ㅇㅇ을 힐끗 보더니 이어폰을 빼서 가방에 넣어. "아까 진짜 고마웠어!" "뭐가" "걱정..해준거." "걱정한거 아닌데." 말을 마치곤 갑자기 걸음을 빨리하는 진기야. 어리둥절해진 ㅇㅇ이 얼른 쫓아가 옆에 서자 다시 천천히 걸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벌써 ㅇㅇ의 집 앞이야. 힐끔 보고는 다시 걸음을 빨리해 진기네 집쪽으로 가. '잘가-' 하고 인사하던 ㅇㅇ이 조금 빨개진 진기의 귀를 발견하고서 볼을 붉혀. 알수없는 설레는 기분에 결국 밤잠을 설친 ㅇ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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