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2 안재효' 행방불명이 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디간거야 시발......"
"태일님."
"뭐."
"실종자로 처리하시고 코드를 폐기하시는게......"
"닥쳐라?"
내가 뭐 때문에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죽을 듯이 노력하면서 이 자리에 올랐는데.
내 존재의 이유. 내 유일한 사람. 내가 그 사람을 이곳에 어떻게 잡아둔건데.
넌 항상 어디로 가는거니?
"내가 데려올꺼야."
"......위험해"
"나도 알아 김유권. 내가 그것도 모르고 이런 말을 하겠어?"
"......설마, 저 안재효라는 사람이 너가 말하던 그 사람이야?"
"이제서야 눈치챈거야? 둔하네."
"그럼 어쩔 수 없겠네. 말려도 갈꺼잖아 그치? 들키지 않게나 조심해. 어쨌든 우리는 지금 정부쪽의 사람이라는걸 잊으면 안돼."
"당연하지. 참, 전에 말한 B구역 변종인류에 대한 조사는 끝났어?"
"아, 안그래도 말해주려고 했었다. '우태운'이라는 자인데, 좀비는 아니고 위험하지도 않은 변이여서 격리나 폐기는 미뤄뒀어."
"잘했네. 나 없는 동안에도 그렇게만 해줘."
"가지말라고 하고싶은데, 그래도 넌 가겠지. 조심히 잘 갔다와라."
"응."
주섬주섬 보호복을 걸치니, 오랜만에 몸에 걸친 보호복이 어색했다. 혼자 아무 보호도 없이 나가는 것은 이 자리에 올라온 뒤 정말 있을까말까한 일이니까. 그래도 재효를 찾기위해서는 어쩔수 없다.
"다녀올께."
그리고 나는 이 곳의 문을 열었다.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친구이자 동료 김유권을 보며.
전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 때는 혼자가 아니였다는 것이 조금 다르지만.
다들 심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쁜 표정이였다. 우리가 목표하던 반란군의 위치를 찾았다고 하였다. 다들 기뻐하였다. 하지만 예전의 조사임무 같은 것들과는 다르게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다들 심각해했었다. 다들 겁에 질린 얼굴이였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도 걱정에 휩싸여있었다. 혹시나 재효가 그곳에 있다면 '목숨이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러나, 또 한편으로 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혹시나 그곳에서 재효를 볼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으니까.
하얀방에서 이곳으로 옮겨질 때와 비슷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서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있었다. 덜컹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흙먼지만이 가득한 서울이 보인다. 한 때, 그런 얘기를 들었었다. 50년 전의 서울은 식물과 물이 존재하고 있었고, '아파트','주택' 등과 같은 주거공간에 가족단위로 거주하며, 행복하게 살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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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다 거짓말이겠지! 배웠잖아. 서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살 수 없다고."
"그래도 이 책에는 50년 전만해도 즐겁게 살았다잖아!"
"그러면 진짜려나? 아, 부럽다."
"응? 뭐가 재효야?"
"그러면 그 때는 자유롭게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여지껏 이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잖아. 그리고 난 이부분. 이부분이 제일 부러워."
재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에는 '그 당시의 인류는 사랑하는 이와 가족을 맺고 가족단위로 생활을 하였다. 공동체가 존재하였으나, 공동체 단위의 주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경우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부분이 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생활이라는게, 어떤건진 모르지만 굉장히 행복할꺼같아."
"그럼, 우리도 나중에 이렇게 살자!"
"응?"
"우리도 나중에 가족이란걸 맺고 같이 살면되지! 그럼 우리도 행복할 수 있겠지?"
"좋아! 그렇게 하면 태일이가 나랑 가족이 되는거야?"
"응!"
두 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자그마한 손들로 책을 같이보며 웃고 있었다.
아마, 행복한 상상 속에 빠져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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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효와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조금은 암울해져 있을 때,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서 다들 무기를 보급받고, 인원파악을 하며 대기를 하고있었다. 이번이 아무래도 정말 엄청난 일이긴 한가보다. 석유가 고갈된 이후 고가로 치솟은 총을 주었다. 대기를 하며, 위험요소 등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든 위치를 배정받았다.
문을 부수 듯 열고 들어가보니, 반란군이라는 자들은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서둘러 허둥지둥 도망가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순간, 그들을 죽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내 구역에 충실하기로 했다. 저들을 죽여봤자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그렇게 허둥지둥 도망가는 자들을 여유롭게 보고있을 때, 나는 익숙한 뒷통수를 볼 수가 있었다. 재효, 재효였다.
그러나, 나는 재효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재효는 반란을 일으키는 자들의 일부였고, 나는 그 반대편의 입장이였다. 바로 앞에 있는데 잡을 수가 없었다. 분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전부 내가 약해서다. 내가 너무 약해서 눈 앞의 있는 재효를 번번히 놓치고 만다. 그것이 너무나도 서럽고 분했다.
이번만은 재효를 본 것으로 만족하자. 라고 생각한 채, 재효와 낯선 자들이 도망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속으로 재효가 잡하지 않게 해달라고 조용히 기도한 채, 나는 나의 배정구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않았다. 오히려 한 명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엇, 이를 어째요? 힘들게 오셨는데, 저 밖에 안남았네요."
"이미 밖에서 다 잡혔겠지."
남자는 여유롭게 능글거리며, 웃고있었다. 도대체 왜 웃음짓고 있는걸까. 저 남자는.
"에이- 저희가 어떤 사람들인데 벌써 다 잡혀요?"
"시간 끌지마."
시간을 끌며, 나머지 동료가 도망갈 시간을 주고있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와- 시간끌고 있는걸 어떻게 눈치챘데?"
"눈치못채면 바보아닌가?"
"뭐, 그렇기도 하네. 이정도 시간이면 다들 도망갔겠지. 이제 죽여도 돼."
"......"
자신을 죽여도 된다며, 여유롭게 이 상황에 대처하는 저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용기와 희생정신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누가 죽인데?"
"......어?"
"10초 셀꺼야. 도망가. 10초 뒤에도 내 눈앞에 있다면, 그 때 생각해볼께."
임무야 어떻든 그래도 한번쯤 기회를 주고싶었다. 내 눈앞에 있는 저 멋진 사람한테.
1,2,3,4,5,6,7.......
"착하고 물러터진 친구! 나중에 만날 일 있으면, 꼭 다시 만나고! 박경이다!"
10초 뒤에 죽인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여유롭게 이곳을 나가며 심지어 적인 나에게 이름까지 알려주고 사라져버린다. 그것이 마치 여지껏 내가 본 것이 환상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H3, 소환.'
임무가 끝이 난듯했다. 나는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소집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그곳에 가면, 혹여나 오늘 일로 인해 죽임을 당할 지도 모르고, 어쩌면 다시는 재효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박경이라는 그 사람을 놓아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저 멀리 임무를 끝내고 살아남은 여러명의 사람들과, 동료인 이민혁과 김유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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